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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합평회

합평회<강남1970>정재형, 성진수, 이수향, 박태식, 양경미, 윤성은, 이대연

2015년 1월 합평회

영  화: <강남1970>

참석자: 정재형, 성진수, 이수향, 박태식, 양경미, 윤성은, 이대연

 

정재형 : 오늘 1월 달 합평회 <강남1970>에 대해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강남 1970>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국제시장> 이야기도 하지 않겠나 조심스러운 전망이 있었는데, 사실 저도 <국제시장>과의 공통분모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좀 들었어요. 그렇다고 그걸 논의하자는 건 아니지만, 이 영화가 어찌 보면 ‘조폭판 국제시장’인가 느낄 정도로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일종의 위로코드인데, <국제시장>이 서민 가장의 어려운, 억울한, 인생을 바친, 자기 일을 포기하면서까지 가장으로서 인생을 바쳤던 것에 대한 위로의 영화였다면, 두 명의 조폭의 활약을 그린 <강남 1970>도 정치권력에 의해서, 국가의 운명에 직면해서, 어쩔 수 없이 마지막에 희생되고 마는 개인의 좌절, 불행한 좌절, 끝에 영화를 누리려는 절정의 순간에 결국은 다 희생되고 마는 그런 허무함을 그림으로써 사실 조폭을 동정했죠. 또 다른 서민의 모습처럼. 조폭을 동정하는 그런 시각에서 위로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한 영화는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희생된 가장을 위로했듯이, 정치적인 국가의 번영을 위해서, 정치권력에 희생된 어떤 또 조폭과 서민, 서민이 영화에서 중심화 되어있진 않았지만 땅을 팔 수밖에 없었던 원주민들도 거기에 해당되니, 많은 시민들이 희생됐다는 것에 대해서 위로하는 메시지가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도, 자꾸 <국제시장>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데, 이 영화가 보수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 어쩌면 그 이유는 그 영화가 지배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저항하지 않았다는 그런 점에 있죠. 위로를 하고, 결국은 지배이데올로기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은 있으나 그것을 결국 긍정하고 마는 점에서 저항하지 않았다는 그런 점이 있었고요. 반면에 <강남 1970>은  지배이데올로기의 부당함을 사실 통렬하게 고발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국제시장>의 보수성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보는데 대신에 한계를 갖습니다. 주인공이 저항하질 않아요. 그러니까 그게 이 영화가 예술영화로서는 부족한 면인 것 같아요. 결국 대중 상업영화가 예술영화로서 승격되기 위해서는 바로 그 지점, 지배이데올로기의 부당함을 고발하고 더 나아가서 주인공을 중심으로 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런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거죠. 패배한 주인공이죠. 현실의 패배한, 권력에 이용당하고, 그 욕망이 올바르건, 삐뚤어졌던 간에 결국은 이 체제를 뒤집어엎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주인공들이 아니라는 이야기죠. 그러니까 비전이 없어요. 현실의 암울함만을 고발하고 마는 영화가 되고 만 거예요. 어떻게 살아야 된다는 비전이 없어요. 우리가 <국제시장>보다는 덜 보수화되어있긴 하지만, 지배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나 정치가들의 탐욕과 지배이데올로기에 봉사하는, 특히 그것을 농단하는 정치권력을 정말로 비난하고 조롱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지배이데올로기 자체를 비판하는 의식을 가지고 있으나,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이 영화가 어떤 예술적 비전, 현실의 비전을 보여주는 예술영화의 정도를 가고 있지 않은 거죠. 그래서 다른 어떤 영화를 비교할 것도 없이, 비교가 된다면 비교하겠습니다만, 이런 식의 영화에서 모범적인 사례가 있다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이 영화 자체에는 한계가 있다. 이것이 훨씬 예술영화로 승화되었다면 분명히 주인공들이 단순히 패배해서 끝나버리는, 그래서 이 세상에 대한 희망, 이런 것들에 대해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서 굉장히 한계를 갖는다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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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수 : 이 영화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혹은 그 행위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를 떠나서, 표면적으로 눈에 보이는 현상이나 팩트 뒤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건 항상 재미있는 것 같아요. 항상 관심이 가고 흥미진진함을 불러일으키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준비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궁금했어요. 또한 유하 감독이 자신의 장기를  잘 발휘할 수 있는 소재와 세팅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이 영화가. 그런 의미에서 영화에 대한 기대가 컸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대를 막 뛰어넘지는 않았지만 기대했던 정도에는 크게 모자라지 않은 영화였고 재미있게 봤습니다.

일단, 이야기 측면에서 이야기가 잘 구성되어 있고 전개가 스피디한 점이 저한테는 좋게 다가왔어요. 워낙 등장하는 인물들도 많고, 등장하는 인물들 하나하나가 허투루 지나치기에는 중요한 인물들이고 사건에 다 긴밀하게 연결되는 인물들이다 보니까, 게다가 사건도 개개인의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다 보니까, 굉장히 복잡한 이야기를 가진 이야기가 되었어요. 그런데 친절하게 설명하는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사건에서 사건으로, 인물에서 인물로, 점프 컷하듯이 진행되죠. 그것이 이야기를 설명하는 데 친절한 방식은 아닌 것 같아요. 대중적으로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그건 관객들의 몫이겠구요. 저는 그런 방식이 큰 단점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왜냐하면 영화를 보는 동안  영화가 제공하는 정보를 쫓느라 깨어있기 만드는 영화가 한국영화로서는 흔치 않았기 때문인데, 이 영화가 저에게는 그런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도둑들>과 같은 케이퍼 필름류가 그런 편인데, 이야기 구성적으로 이 영화의 짜임새가 그 만큼 혹은 그보다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야기는 재미있게 봤어요. 이야기 전개 측면에서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시나리오 교본에 가까운 시나리오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의 구분이나 플롯 포인트 등이 적절한 타이밍에 잘 구성되어 있다고 보여서, 추후에 시나리오를 한 번 분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최근에 본 한국영화 중에서는 그나마 영화다운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어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을 해봤어요. 결과, 그것이 이 영화의 편집과 관련이 있지 않나 하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 영화의 편집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벤야민이 했던 말이 떠올랐는데, 벤야민이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서 대표적으로 영화를 다루면서 그 이전에 회화 같은 시각예술과 다르게 봤던 부분이, 회회 같은 것들이 관조적인 감상을 하게 만든다면, 영화라는 것은 계속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던져가면서 충격을 주는 방식의 감상을 하게 한다고 했죠. 촉각적 이미지라는 표현을 쓰면서 말이죠. 시각적으로 충격 체험 같은걸 주는 거죠, 시각적 폭탄을 던지듯이. 그런데 이 영화가 그런 효과를 가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경우에 대표적인 경우가 러시아 몽타주에서 보이는 에이젠슈테인의 충돌 몽타주 같은 기법들인데, 이 영화를 보면, 예를 들면 이런 건데, 종대(이민호)가 땅을 사들이는 장면이 전개 되다가, 제 기억이 맞다면, 그 동안에 생사도 보여주지 않던 용기(김래원)의 모습이 꽤 충격적으로 등장해요. 그렇게 두 인물을 대조시키는 방식이라든지, 또 끝부분에 가면 종대랑 용기가 죽죠. 그러면서 바로 파티장면인가, 남서울 개발계획 발표인가 하는 걸로 바뀌어요. 이 영화에는 서로 다른 욕망들이 충돌을 하고 동시에 그것을 실현시키는 서로 다른 힘들이 충돌을 하는데, 그게 강남이란 땅에 모여서 카오스적인 분위기를 일으키죠. 영화의 다양한 인물들과 다양한 사건들이 점프컷으로 거칠게 연결되면서 A라는 인물에서 B라는 인물로 건너뛰는 이러한 방식들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카오스적인 상태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가 제게 인상을 남겼다면, 바로 그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해요.

사실 이런 충격 효과라는 것이 한 번을 보고 받은 인상의 원인을 기억에 기대어 되짚어 보면서 원인을 찾아본 거라서, 이 영화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지 확신은 없지만 그런 생각을 좀 가졌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최근의 한국영화와 맥을 달리하는 건, 많은 한국영화들이 심리적 사실주의에 많이 기대고 있어요. 다시 말해서 등장인물의 심리를 쫓아가면서 그 인물에 동화되도록 만든 영화들이 많은 것이죠. 사실 대부분의 대중 영화가 그렇긴 하죠. 여하튼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오면 영화 속 등장 인물의 감정 상태에 동화되어서 느꼈던 감정, 느낌 이런 것들만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보다 이성에 기대는 영화라고 생각하구요, 또한 시각적인 것들이 파편화되어서 머릿속에 박힌 채로 영화관을 나왔던 영화여서 저한테는 최근 한국영화들과는 다른 체험을 하게 해 준 영화여서 좋았습니다.

또 한 가지 이 영화에서 좋았던 점은 배우를 쓰는 방식이었는데, 스타라는 개념이 도드라죠 보이는 영화였다는 것이에요. 다시 말하면, 굳이 스타를 배우로 보이게 하지 않았다는 것. 저는 모든 영화배우가 송강호나 최민식처럼 극 중 인물이 되어서 혼연일체의 연기를 펼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그 영화배우의 스타적인 아우라를 사용하면서 극을 이끌어가는 방식도 좋고, 자신의 스타적 아우라를 적절히 사용할 줄 아는 배우도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저는 톰 크루즈라는 배우가 그런 대표적인 사례라고 봐요. 어떤 영화에 나오거나 톰 크루즈적인 방식으로 그 영화들을 특별하게 보이게 해주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영화에서 유하감독이 이 두 젊은 배우들을 사용하는 방식이 혹은 두 배우가 보이는 방식이 스타 아우라를 잘 활용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타성을 버리지 않으면서 영화에 잘 녹여냈다는 것이죠. 유하감독이 젊은 배우, 특히 스타들을 한 단계 배우로 거듭나게 해주는 조련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그 이유를 좀 더 밝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여러 가지 장점을 말씀드렸는데, 이러 저러한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아쉬운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서로 충돌하는 이미지들 한 장면, 한 장면이 갖는 미장센의 측면에 있어서의 정교함, 세련됨의 부족이 너무 아쉬웠어요. 이 영화가 아주 모자랐다기보다는 화려해진 최근 영화를 본 관객들의 눈높이에는 아쉬운 상태라고 하는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영화가 폭력장면과 섹스장면이 많이 나오다 보니 굉장히 선정적이잖아요. 이런 장면들이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사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 폭력과 섹스라고 할 수도 있죠. 왜냐하면 밑바닥에서 몸뚱이밖에 가진 게 없는 사람들, 남자나 여자가 살아갈 수 있는 이 시대의 방법이거든요. 그래서 이게 굉장히 중요한 소재이자 주제가 된다고 보이는데, 이것들이 조금 더 서사적인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각각 다르게 표현되면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특히 전 섹스장면이 너무 아쉬웠어요. 이 영화에서 섹스가 세 번 정도 나오는데, 세첫 번째가 제비, 두 번째가 용기가 자기가 사랑하는 보스의 여자랑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죠. 세 번째가 이민호가 계획적으로 접근시킨 여자가 도시개발과장이랑 섹스하는 장면이구요. 세 가지 섹스가 사실 서사적으로 역할이 틀리다고 저는 봤어요. 예를 들어 첫 번째 제비는 주먹을 가지지 않은 남자가 자기 몸을 팔아서 사는 방식이에요. 두 번째는 보스의 눈을 피해서, 숨어서 사랑을 나눌 수밖에 없는 가진 거 없는 젊은 남녀, 그런 사랑을 나누는 섹스라면, 세 번째는 일종의 프랙티컬 조크((Practical Joke)같은 거잖아요. 도시개발과정을 속이기 위해서 하는. 어떻게 보면 권력을 가진 자를 조롱하는, 계획적으로 조롱하는 섹스인데, 그렇다면 보여주는 방식에 있어서 거기에 맞는 차이가 있어줬으면 훨씬 더 좋았지 않았겠느냐 싶었는데, 사실은 굉장히 비슷한 방식으로 섹스신이 그려지거든요. 제가 왜 아쉬웠냐면, 한국영화에서, 특히 최근에 섹스장면이 많이 나와요. 상업적인 목적이 없다고 볼 수는 없죠. 그런데, 최근 영화중에서 섹스신이 에로틱한 목적이 아니라 섹스라는 행위, 성 이라는 것을 권력관계 속에서 그것이 가지는 사회적 함의를 다룰 수 있는 섹스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영화는 많지 않거든요. 이 영화는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런 섹스장면이 단순히 볼거리를 넘어서 조금 더 의미가 부여되는 방식으로 보였다면, 촬영이 됐거나 미장센화 되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어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영화가 그런 장면들을 단순한 볼거리로만 그리지는 않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에요. 이 영화에서는 섹스신들이 어떤 분위기의 전제 없이 갑작스럽게 눈앞에 펼쳐지죠. 그리고 그 순간을 삶의 일부, 생활의 일부로 넣으려고 했다는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과연 관객들은 그렇게 받아줄까란 생각도 들면서 그런 점이 아쉬웠고. 폭력 장면에 있어서도 그것을 단순히 볼거리가 아닌 영화의 중요한 주제로서 폭력장면을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그러한 정교한 연출이 아쉬웠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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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향 : 저는 크게 영화 한 세 가지 정도 생각해보고 싶고요. 첫 번째는 복고코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봐야 되지 않을까, 지금 이야기가 안 나온 것 같아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작년 말에 <나의 독재자>를 비롯해서 지금 한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국제시장>, <강남 1970>, 그리고 이제 <쎄시봉>이라는 영화도 나오죠. 바야흐로 70년대의 귀환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이제 돌아오고 있어요. 문제는 왜 70년대가 돌아오고 있냐는 거죠. 글쎄요, 가장 단순하게 해석하자면 이게 70년대가 환기되는 상황이 자꾸 반복이 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그러니까 그 시대가 어쩔 수 없이 호출이 된 거죠. 70년대는 어떤가, 지금은 어떤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와중에 자꾸 70년대를 호출하게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조금 더 공론화 시켜서 이야기가 될 필요가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영화들은 결들이 굉장히 다릅니다. 그리고 이 중에 예술영화는 하나도 없어요. 모두 상업오락 영화,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들인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시대를 보면서, <나의 독재자>나 심지어 <쎄시봉>마저 <강남 1970>도 마찬가지로, 그 시대가 가진 폭력성도 그 시대가 가진 하나의 사태였다는 걸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들어간다는 거죠. <쎄시봉>은 전혀 사회적인 비판이나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영화가 아닌, 굉장히 즐거운 영화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에 우수처럼 서려있는 뭔가 그런 암울함에 대한 기억들, 마지막에 살짝 언뜻 내비치는 그런 기억들이 있어요. 아까 정재형 선생님께서도 <국제시장>을 언급하셨지만, 전 이 영화를 열심히 울면서 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영화가 그 시대의 어떤 불합리성을 개인적 삶 속 고생의 미담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지어버린 채 그 시대가 자체가 풍기는 폭력성이나 아우라를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태가 분명히 있는데 그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하나의 입장 표명인 거예요, 제가 봤을 땐. 그게 자연스러운 방식이 되려면 약간 이런 면도 없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고생했던 게 더 컸지 라고 얘기했으면 좀 더 균형이 맞았을 텐데, 굳이 어떤 부분을 말 안하려고 노력하는 게 더 의도적으로 보였다는 거죠. 그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영화 자체는 상업오락영화니까 더 이상 길게 뭐라고 얘기할 수 없는 영화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다시 <강남 1970>로 돌아오자면, 이 영화도 결국 그 시대의 강남을 담고 있는데, 사실 이 영화가 아까 성진수 선생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시의 적절하고 판이 잘 짜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기대를 많이 했어요. 현재 지금 우리가 보고 느끼는 ‘강남’이라는 부와 모든 산업, 문화, 가치가 집중되는 것처럼 보이는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졌나, 그럼 70년대로 돌아가 보자 이거죠. 70년대에 <남서울도시개발계획>이라는 것이 우승열패의 최정점인 한 권력자와 그를 추종하는 몇몇 사람들의 집단 이익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그것이 진행되어가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시혜를 받게 한 것이 아니라, 몇몇의 땅문서 돌려서 불리기, 몇몇 조폭들의 이권 투쟁, 독재자 근처 사람들의 재물욕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강남 신화’라는 근원이 무엇이냐를 놓고 오락영화치고는 비교적 진지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영화는 한 시대를 보여주기 때문에 앞의 영화들에서도 사회문화학적 상상력이 없지는 않지만, 이 영화처럼 진지하게 파고들어간 영화가 없다는 점에서 저는 이 영화에 점수를 주고 싶어요. 그런데 1970년대의 강남이란 어떤 곳이냐를 결론적으로 본다면, 굉장히 극단적인 상황이 가능한 공간인 거죠. 거지였던 사람들, 부랑자나 다름없던 사람들이 갑자기 권력의 최측근에 있는 조폭의 오른팔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다는 거죠. 결국 그 시기가 욕망, 성, 권력, 돈 모든 것이 집약되고 다 하루아침에 뒤바뀜 될 수 있었던 굉장히 폭력적이기도 하고 굉장히 극단적인 공간이라는 건데, 그런 점에서 저는 성진수 선생님과 약간 의견이 달라지는 지점이 있어요. 사실 그런 공간을 그릴 때 폭력과 성을 이야기하지 않고 이걸 다른 방식으로 에둘러서 너무 사회정치학적으로, 논리적 인과 등에 의해서만 풀어낸다면 그것도 약간의 거짓이 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판에 대해서 이야기하죠. 유하가 잘하는 판이 있죠. 유하가 거리 3부작이라 굳이 명명을 하고 있는데, 젊은 남자 배우가 단독 혹은 투샷으로 나오고 여자들은 거의 소모품처럼 소모 되요. 그 안에서 폭력이 강조되고 남자들이 자신의 욕망을 향해서 끝까지 가보자 얘기되는 그 판을 유하가 되게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그 판으로 돌아왔어요. 자기에게 잘 맞는 옷을 잘 입었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면에서 이 영화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죠. 이 영화에서는 아까 이야기했듯이 강남, 졸부, 욕망, 성 뒤틀린 것들이 모두 쌓여있는 강남이라는 공간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잔인함과 폭력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고 성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런 의미에서 폭력이 애들 장난 같은 그런 폭력이면 안 되는 거예요.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피칠갑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니까,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피 값으로 쓰지 않았을까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심지어. 황토물이 막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진짜 이 영화에서 원하고자 했던, 구현하고자 했던 미장센이 어떤 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을 때, 정말 날것 그대로의, 심한 표현이지만, 개떼 같은 싸움, 멋있게 각 잡고 하는 그런 싸움이 아니고 다들 찢어지고 하는 그런 처절하고 비열한 싸움인 거죠. 누런 흙탕물을 이민호 얼굴에서 보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웃음) 감독은 이런 느낌의 싸움을 원했던 것 같아요. 그런 의미라면 이 부분이 잘 표현이 됐다고 생각하고 이 장면을 전 좋게 봤습니다.

다음으로 베드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제가 봐도 베드신이 이 영화에서 되게 선명한데, 저는 그걸 성진수 선생님보다 조금 더 점수를 주고 싶어요. 왜냐하면 성적인 장면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예시가 최근에 많이 나왔죠, 송승헌도 나왔고 정우성 같은 스타급 배우도 베드신을 처리했어요. 그런데 베드신을 개인의 욕망 풀이로 끝나지 않고 문제적인 부분을 다 드러낸 예가 생각보다 별로 없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걸 구현해 내고 있어서 굉장히 훌륭하다고 봐요. 그 부분에 있어 주연배우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더 세하고 거칠은… 약간의 폭력적인 느낌, 특히 용기가 했던 베드신이 폭력적이고 잔인한 느낌이 많이 들잖아요. 상대를 배려하는 느낌보다는 분풀이, 화풀이 하는 느낌이 영화가 가진 거친 느낌, 날것 그대로의 느낌이랑 잘 섞여져서 그 장면들이 그래도 되게 배우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일 수 있는데, 영화로는 잘 표현이 됐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어요. 그래서 배우들의 열연에 박수를 보내고 싶더라구요,

배우들에 관해서라면, 김래원하고 이민호가 투톱으로 나오는데 마케팅은 거의 이민호에 집중되고 있는 것 같아요. 홍보하는 것도 그렇고 한류 쪽에 인지도가 있으니까. 그때 기자간담회에도 중국쪽 매체가 와서 질문하고 그러더라고요. 중국 기자분이 어색한 한국 말투로 질문을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만큼 이민호가 스타성 있는 배우라는 뜻인데, 말씀하신대로 스타를 스타답게 잘 요리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굳이 둘이 따지고 들어가자면 저는 김래원쪽에 훨씬 더 점수를 주고 싶었어요. 이민호는 캐릭터나 역할 자체가 약간은 단선적이라서 문제적으로 보이지 않았는데, 김래원이 날것 그대로의 싱싱한 그런 느낌,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꿈틀거리며 살아내겠다는 욕망으로 뒤틀린 그 느낌을 굉장히 잘 보여준 게 아닌가 생각해서 저는 그런 면에서 김래원 연기를 칭찬해 주고 싶어요.

그 외에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튄다는 느낌이 있죠. 매끈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뭔가 막 들쑥날쑥 이런 느낌을 주는데, 컷도 아무데나 막 끝나버리고 다른 뜬금없는 컷으로 넘어가고, 이런 장면들이 저는 의외로 영화가 가진 거친 느낌이랑 잘 맞아서 개인적으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이 영화가 100점은 아닌데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는 비교적 괜찮았다는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하고 싶습니다. 단점을 하나 그냥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스토리가 너무 교본처럼 보였다는 점이예요. 자수성가 하려고 일어나다가 정점에서 쓰러지고 출구를 찾아서 손을 뻗다가 끝나는 이런 느낌이 저는 오히려 너무, 뭐랄까 너무 정공법이여서 창의적이진 않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스토리가 되게 뻔한, 클리쉐잖아요. 성공하려고 했는데 지네들끼리 치고 박고 하다가 배신당해서 쓰러지는 스토리는 너무 시나리오 작법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약간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문학에서 이력을 시작한 유하감독치고는 좀 나이브한 스토리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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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식 : 앞에 두 분 선생님이 잘 이야기를 해주셔서 덧붙이면 망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버님이 건설업을 했어요. 옛날 70년대 이때 아버님이 나를 잠실에 데려 갔었어요. 거기 아무것도 없는데 주택하나 딱 들어서 있었어요. 아버님이 저한테 “이게 잘 되겠냐? 여기가?” 너무 갑갑하고 한심해서 아버님이 거기서 발을 뺐어요. 그걸 지금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실수였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굶어죽은 건 아니었는데, 어떻게 살긴 살았는데 놓쳐버린 꿈에 대한 어마어마한 아쉬움이 우리세대에는 있는 거예요. 이 영화를 보는 나이든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할까? 저 판에 끼어들어 성공한 사람은 사실 많지 않아요. 실제로 성공한 사람은 뭔가 움직여서 한 큰 권력 쪽에 있는 사람들이고 실제로 거기서 보상받아서 땅을 받은 사람들, 돈을 받은 사람들도 이 돈을 굴릴 줄 모르는 농민들이니까 그 보상비도 다 날리고 그래서 결국은 다 사라지고 말았어요. 그리고 그 부가 강남의 엉뚱한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는 거죠. 다만 이것이 개발될 때 어떤 일이 있었는가에 대해서 이 사람은 보여주려고 한 것 같아요. 전 근데 조금 실망스러운 게 (배우들 연기나 이런 건 다 이야기를 하셔서, 좀 실망스러운 게,) 지난번에 만들었던 <비열한 거리>나 <말죽거리 잔혹사>는 재미있게 봤거든요. 이거 참 괜찮구나. <말죽거리 잔혹사>가 보여주는 시대적인 정황이라든가 여러 가지가 그 시대 뭔가를 분명히 집어주고 있구나 생각했는데요, <강남1070>은 아까 말씀하셨듯이 너무 빤한 폭력이었어요. 두 명이 있어요. 길이 엇갈려요, 나중에 합치고요, 그런데 한명이 배신하고. 그러는 건 여태까지 많은 폭력영화에서 봤던 구조잖아요. 이 구조를 감독이 치중하다보니까 오히려 그 시대가 어떤가 하는 고발성이 약해진 것 같아요. 그 시대를 정확히 바라보는 눈이 약해져서 좀 힘들었어요. 보통 영화를 볼 때 감독이 ‘이 장면은 진짜로 꼭 봐줬으면 좋겠다.’ 감독의 가장 신경 쓰는 장면들이 있어요. 여기서 감동 받아야해, 정말 딴 건 그냥 흘려보내도 좋은데 이 장면이 가장 좋아, 그런 정면이요. 이민호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서 다 가질 거야 하면서 달리잖아요. 욕망을 잘 표현하는 모습이에요. 또 진흙탕 격투도 좋았어요. 난데없이 묘지, 장례식장에서 그렇게 싸우고 하는 등은 어느 나라에서도 금기일거예요. 왜냐면 일단 죽은 사람은 존경을 가지거든요. 일단 장례식은 정리하고 나서 그 다음에 나가서 싸우는 거죠. 장례식장이 난장판이 되는 건 참 용감한 시도를 했다. 충격이긴 했어요. 누가 느와르라고 그러더군요. 제 생가에 느와르라는 건 폭력에 대해 객관적인 눈으로, 감정 이입 없이 바라볼 수 있으면 느와르로서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그렇게 보이진 않았어요.  그리고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얽히고설킨 관계들이 너무 복잡하니까 그걸 잡아내는데 오히려 재미가 있었어요. 2시간 15분이 그렇게 지겹진 않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계속 인물들이 관계 도를 만들어 내는 게 힘들었어요. 섹스장면도 약간 뜬금없이 나왔는데, 섹스장면을 보여주려고 할 때는 포르노가 아닌 경우에는 분명히 말하려는 바가 있어요. 아까 성진수 선생이 말했듯이. 그런데 잘 안보였어요. 폭력적인 느낌이라든가, 실제로 사랑을 한다던가,섹스 뒤에 음모가 숨어있다던가, 그런 암시들은 없고 그저 탁 던져놓는 느낌이 있어서 그게 좀 아쉬웠어요. 덧붙여 김래원의 비열한 연기는 아주 괜찮았어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생각을 다듬는 겁니다. 감독이 요구를 했을 거예요, 너 지금 속으로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눈 연기를 해봐라, 그랬겠지요. 이민호는 이제 다시는 고등학생은 못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어떻게 고등학생 역할을 하겠어요, 교복입고. 또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 보니까 둘이 잘 맞췄어요, 잘 맞췄는데 조금 아쉬운 점은 이 배우들이 70년대 체형이 아니었어요. 이 영화에 70년대 체형들이 꽤 있어요. 부하들은 70년대 체형인데, 이 둘이 너무나 훤칠하고 21세기 식 몸이라서 과연 저런 몸이 70년대에 있었나? 이런 생각이 들긴 했 어요. 영화야 가공이니까. 아무튼 저는 현실감보다는 과거에 대한 회상이 있었어요. 이 영화를 보는 사람 중에 나이든 사람, 지난번 <국제시장>처럼, 나이든 사람들은 그 때 이런 일이 있었지, 실제로 그 영화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 있어요. 룸살롱 무슨 사건, 제비들 춤추고, 거기 탁구공 나오잖아요? 그건 유명한 이야기예요. 그런 이야기들이 당시에 많이 떠돌아다녔어요. 그런 이야기들을 잘 수집해서 만들었다 하는 재미는 있었어요. 그런데 <말죽거리잔혹사>나 <비열한 거리>에서 보여줬던 냉정한 시선들은 좀 떨어지지 않았는가 싶어요. 굉장히 좋은 조연들이었어요. 그런데 그 좋은 조연들이 너무 단순하게 처리했어요. 아쉬웠어요. 좋은 조연들한테 묵직한 걸 실어줘야 하는데 스토리 전개를 위해서 필요한 만큼만 사용을 했다는 게 아쉬웠어요. 나머지는 앞의 두 분이 아주 잘 정리를 해서 전 속으로 감탄만 했어요. 이 두 분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라고 말해도 아부가 안 되겠지요? 여기까지 할게요.

 

양경미 : 개봉한지 1주일이 채 안되었는데, 벌써 100만 관객이나 들었다고 하네요. 아마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재미있는 요소들 때문에 그렇지 않나 싶은데요. 예를 들어, 요즘 트렌드가 되어버린 복고적 이야기라든지 두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유신정권을 소재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그렇겠지요. 특히 유신시대라는게 그 시대를 경험했던 사람들에게는 아픔이 있는 그리고 민감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이기도 하지만 영화에서는 굉장히 드라마틱한 소재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어떻게 풀어냈을까 하는 기대감과 호기심이 생겼을 것 같기도 해요. 이러한 요소들이 흥행까지 이어진 것 같은데, 아마 2월에 접어들면서는 <쎄시봉>을 비롯해서 여러 영화들이 개봉되고 경쟁하게 되면, 밀리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해봅니다. 왜냐하면, 만듦새는 좋지만 솔직히 재미적인 부분에서는 그렇지 못했거든요. 특히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그랬는지 이야기도 복잡했고, 이민호의 캐릭터가 너무 복잡하고 외형•외모만이 두드러져서 이 작품의 캐릭터와 이민호라는 배우가 하나가 되지 못한 것 같아요. 한마디로 작품에서 캐릭터가 제대로 녹아있지 않아서 몰입이 힘들었어요. 이민호는 등장하는 인물들마다 사연들이 죄다 깔려 있어요, 아마, 이민호자신도 매 신마다 감정선을 잡기가 쉽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에 비해 김래원의 연기력은 좋았어요. 가진 것 하나 없는 비천한 인간이 욕망에 이글거리며 몸부림치는 모습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은 것 하나는 어찌되었던 공감대는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요즘 젊은 세대, 우리들이 갖고 있는 좌절과 세상에 대한 희망 없음이 두 주인공과 어찌나 비슷한지.... 공감이 가면서도 씁쓸했습니다.

저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거든요, 강남시리즈로는 <말죽거리 잔혹사>를 좋아하고요. 그런데 언급한 작품들에 비해 <강남 1970>은 너무 안타깝고 아쉬움이 많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폭력을 제거하면 의미 있는 이야기지만 지나치게 폭력장면에 공을 들인 게 아닌가 싶네요. 오히려 이야기적인 부분에 좀 더 집중을 했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강남개발을 둘러싼 조폭들의 이권다툼 이외에 강남개발로 인해 이익을 얻은 일반인과 손해를 봤던 일반인의 에피소드를 집어넣어 당시의 모습을 재미있게 보여줬다면 중장년층에게도 재미있게 그 시대를 떠올리며 영화를 감상하지 않을까요? 유하 감독, 좋아하는 감독 중 한 분인데요, <말죽거리..>와 같은 영화가 또 한편 나왔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성은 : 저도 말씀 들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1970년대 강남으로 눈을 돌린 유하의 시의적절한 영화 <강남 1970>이, 사실 거리3부작 중에서 저도 재미나 흥미도로만 치면 재미는 없었는데, 앞에 두 작품을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봤을 때 그냥 괜찮다, 영화 괜찮고 잘 만들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뚜렷한 논리적인 근거 없이, 그냥 영화를 봤을 때 어떤 장면들에서 세세한 부분들을 따지고 보면 굉장히 좋았던 부분들도 별로 없었는데 종합적으로 봤을 때 이 영화가 괜찮다, 잘 만들었다 생각이 드는 부분은, 그래도 유하감독이 소설을 썼던 사람으로서 이야기꾼의 면모를 잘 보여준 작품이고, 어떤 인물들이, 갱스터 영화들이 그렇지만, 배신을 거듭하면서 결국 다 파탄으로 가는 그런 이야기들 중에 굉장히 논리가 있고 그 부분을, 관객들에게 설명하는데 친절했다기 보다는, 제대로 관객들을 설득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설득을 당했던 것 같아요. 인물들이 변해가고 배신을 거듭해가는 행위 하나하나가 굉장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기 때문에 그 부분에 점수를 굉장히 많이 줘서 이 영화를 좋게 봤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 부분은 사실 따지고 보면 성진수 선생님도 말씀하셨지만, 미장센이나 그림 같은 건 별로, 역시나 이 사람은 재주가 없구나 이런 이미지화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거에 대해서는 탁월한 부분이 있지만, 그런 반면에 그림을 만들어내는 부분에 있어서는 여전히 약한 부분들이 보였었고, 아마도 그래서 편집이라는 부분들이 돋보이긴 했지만 그 역시도 저한테는 그렇게 충격적이거나 대단히 이 영화의 퀄리티를 높여줬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그리고 캐스팅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정말 이 영화는 캐스팅이 중요한 영화인 것 같아요. 저는 이민호라는 배우의 캐스팅에 있어서 눈이 시원해주고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캐스팅이었지만, 눈빛이라던가 표정 같은 것들은 드라마에서 어느 정도 일정기간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어색하진 않았는데, 역시 대사가, 목소리의 카리스마가 없다보니까 김래원과 비교해 보자면 상당히 목소리의 힘이 떨어지는, 굉장히 남성성을 강조해야 되는 역할인데 그 부분에 있어 김래원과 대비가 되면서 약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단히 독하고 어쨌든 그 사람이 성공하기 위해서 엄청난 야망을 가지고 도전해야 했던 많은 일들이 그 목소리 연기 대사 딕션 부분에 있어서 감이 떨어졌었죠. 그 다음에 저에게 매우 거슬렸던 캐릭터가 김지수였는데, 정말 충무로에 많은 섹시하고 카리스마 있는 여배우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하필 김지수였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마담역할에 너무 부적절한 배우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김지수라는 배우의 캐스팅도 문제지만 이민호와 베드씬이 있었는데 삭제됐다 이런 이야기도 있었는데 기사에서 보긴 했었는데, 어쨌든 이 캐릭터와 이민호가 오가는 교감 자체가 너무 부족해서 (베드씬이) 있었어도 이상했을 것 같고, 없는 것도 심심하고. 이 캐릭터의 문제는 캐스팅도 캐스팅이지만 굉장히 애매한 것에 있지 않나. 이제까지 유하감독의 영화들을 봤을 때 여성의 역할이라는 게 두 가지였던 것 같아요. 한 가지는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순수 내지는 보호해야 할 단 하나의 대상, 보석 같은, 선물 같은 존재, 이런 측면에서는 스카페이스에서 시작된 여동생 캐릭터, 여동생을 보호하려 하는 토니의 캐릭터부터 시작된 부분이 있고, 또 하나는 금기의 대상이죠. 김래원처럼 보스의 여자, 절대로 가까이 해선 안 되는, 이건 하나의 욕망인건데, 이 두 가지의 역할로 나눠지는데, 보통은 순수였죠.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이 이보영에게 가졌던 감정,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권상우가 한가인에게 가졌던 그런 감정들은 첫사랑의 순수함 같은 건데, 때 묻지 않은 어떤 그런 건데, 김지수의 캐릭터는 굉장히 브레인의 역할을 하면서 남자들을 조종하는 역할로 나오는데, 이게 전체적인 이 영화의 기조와는 너무 맞지 않는,   

 

박태식 : 김지수는 항상 봐도 안타까운 게 표정이 몇 개 없어요, 김지수는 대체적으로 표정이 세 네 개 정도입니다. 이 영화에서 보면 간교하면서 묘수를 짜내는 그런 표정이 되어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우울한 얼굴입니다. 전 미스캐스팅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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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 : 오히려 청순한 느낌이죠. 예전부터 김지수가 청초하고 가녀린 느낌이죠. 그래서 왜 이 역에 김지수를 캐스팅 했는지는 미지수가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이 부분은 이렇게 정리가 되는 것 같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정리를 하고 싶은 부분이 아까 1970년대의 천민자본주의의 시작으로 가는 것 같아요. 지금의 좌절감 이야기도 하셨지만 지금 20~30대가 겪고 있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내 미래가 밝아지진 않을 것이다’ 물론 그 미래라는 게 자본주의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밝은 미래가 돈이 있어야만 밝은 미래냐 이렇게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어쨌든 나의 생활수준이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불신과 좌절감 이런 것들의 밑바닥을 파고들어가 보면, 사실 15년 전에는 한때 주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주식은 개미들이 다 죽어버리니까 다시 부동산, 땅. 지금은 전월세 대란이 일어나면서 이 몸둘 곳 없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 내가 언제 지리산으로 내려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저의 생각을 하면서, 진짜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다시 한 번 강남이 개발됐던 그 시절로 가게 되는데, 이게 결국 정치와 부합을 하잖아요. 제가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드라마를 보면 거기 주인공이 엄청나게 잘 사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 사람이 말하는 건 돈 보단 권력이라면서 돈만 추구하는 사람은 나중에 미래를 모르는 사람이란 대사를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권력이 곧 돈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지금이 아니라 옛날부터 시작된 절대 분리할 수 없는 것이고, 그래서 지금 어떤 정치와 자본의 결탁, 그리고 그것이 뭘 지배하냐면 개인의 몸, 폭력과 섹스라는 말씀 하셨잖아요, 그게 결국에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사적인 영역인데 그거조차도 나보다, <범좌외의 전쟁>처럼, 머리 쓰는 놈들 그걸 컨트롤 하는 모든 것들을 관장하는 세력에 의해서 이게 움직여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에 제가 굉장히 인상 깊게 봤던 두산 마카브예프라는 유고감독의 <유기체의 신비>(WR-Mysteries of the Organism)라는 영화가 있는데, 거기서 정치, 가장 공적인 영역과 가장 사적인 영역인 섹스를 대비시키는 그런 것들이 나오거든요. 굉장히 충격적인 영화였는데 갑자기 그 영화가 생각이 났어요. 연결시키기에는 너무 동떨어진 종류의 작품이긴 하지만 결국에 이 영화가 갱스터영화로서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대결하는 구도로 가지만 승자는 이도저도 아니고 승자는 조종하는 권력자라는 씁쓸한 뒷 끝과 함께 말이죠. 

 

이대연 : 저는 개인적으로 액션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상당부분 실망을 많이 했고 후반 한 시간인가 30분 정도는 굉장히 지루했던 것 같아요. 정적들 처리하는 그 이후로는 진짜 좀 힘들었었고요. 거기에서 이 이야기를 더 끌어갔어야 했나 묻고 싶었는데. 그리고 처음에 두 사람이 등장을 했을 때, 그런 생각을 안 하셨는지 모르겠어요, 설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대로 갈 것인가? 예상을 충족시켜주잖아요. 그렇다면 캐릭터들이 잘 살아 있느냐, 그런 것 같지 않고. 굉장히 캐릭터를 소모적으로 사용하잖아요, 뚝딱 도식적으로 끌어가기 때문에 캐릭터가 그런 것 같지 않고, 그렇다면 이미지와 상징만 남잖아요. 그것만 가지고 뭘 만들겠다는 건가라고 생각하다 보니까, 그런 편견이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좀 그랬어요. 제가 보기에는 <말죽거리 잔혹사>하고 <비열한 거리>에서 연습한 액션과 <쌍화점>에서 연습한 베드씬을 그냥 다 한 번씩 해본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적으로 유하감독이 탐색했던 것이 폭력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는 <말죽거리 잔혹사>보다는 <비열한 거리>에 다 섞어놓은 느낌이 들어서, <비열한 거리>가 좀 더 가깝지 않나 생각이 드는 게 뭐냐면, 폭력이 어떻게 권력에 의해서 이용 되는가 라는 걸 중점적으로 보여주려고 한 것 같은데 그러기 위해서 꼭 이런 방식 이어야했는가 라는 게 사실은 좀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제일 핵심적인 것은 유하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두 가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하나는 중간에 김래원이 말하는 게 ‘땅종대 돈용기’ 이게 제일 핵심적인 거 아닌가 생각이 들고, ‘군인하고 깡패는 줄을 잘서야 해’ 그 두 가지가 이 영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하나는 줄 얘긴데 줄이라는 건, 서기도 하고 선택을 받기도 하고, 선택 하기도 하잖아요. <비열한 거리>에서 보여줬던 건 그 줄 대기였던 것 같거든요. 어떻게 저 물주와 내가 연결될 것인가 라는 욕망들이 계속 제기되는 것 같았는데, 여기서도 어떻게 내가 저 권력과 연결될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줄이라는 게 결국 권력으로 줄 세우기가 되고 그러다보면 그 권력들이, 결국 줄이라는 게 다른 줄도 있기 마련이고, 결국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 폭력이란 것을 줄로 보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또 하나는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강남 쪽에 아 저기 땅을 사둘걸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는데, 결국은 복불복이잖아요. 줄이라는 것도 결국 복불복인 부분들이 있는데 그 부분들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조금 생각이 들고. 그리고 줄이라는 것에 내제된 폭력성, 기본적으로 이런 것들이 있는 것 같고. 한국사회에서 줄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이야기를 하면서 군인하고 깡패얘기를 하는데 결국 둘 다 똑같잖아요. 싸우는 사람들이고, 결국은 다른 사람을 폭력으로 제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조건이잖아요. 그 사람들에게 있어서 왜 줄이 중요한가, 왜 특히 유별나게. 그렇다면 결국 한국사회를 특히 이 시대를 지배했던 것은 줄 서기, 줄 세우기라는 건데, 그것은 결국 서로 간에 싸울 수밖에 없는 권력 투쟁의 장 이었구나 생각이 나고 그렇습니다.

그런 것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결국 돈하고 땅 이야기인데, 돈하고 땅이라는 건 근대와 봉건 이런 느낌이잖아요. 옛날에 드라큘라 이야기가 나올 때 땅을 기반으로 한 지주의 이미지 이런 거고, 서유럽에서 본 동유럽의 이미지 이런 걸로 기억하는데, 결국 땅이라는 봉건적 이미지와 돈이라는 좀 더 근대적인 가치 이런 것들이 대립하는 것 같은데 어떤 부분은 이렇게 보이기도 하거든요. 이민호가 추구하는 건 좀 더 의리, 우정, 가정 이런 거에 더 가치를 두잖아요. 김래원이 추구하는 건 사랑하는 여자도 자기의 안전이나 자기의 입신양명을 위해서는 보스한테 모른 체 할 수 있는 비열함도 있지만. 그게 사실은 비유하자면 조조가 가졌던 비열함일 수 있거든요. 조조가 가졌던 삼국시대의 새로운 가치로서의 조조라고 한다면 약간 그런 부분도 있는데, 그렇게 새로운 가치가 대립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결국 가다보면 그 땅들이 사실 농 사짓기 위한 땅들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좀 다른 게 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 땅이 무엇을 위한 땅이냐, 농사짓고 생명을 기르고 우리가 먹는 것을 위한 봉건적 가치냐, 그런 건 아니고 굴리고 굴려서 돈을 벌기 위한 가치, 결국 똑같이 될 수밖에 없는 가치죠. 그래서 민호의 가치가 ‘형제니까 안 돼’ 이러다가 결국 죽이는 걸로 결정을 하잖아요. 민호의 가치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게 확고부동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지 않았나. 그런데 알고 보면 그게 결국 권력으로 수렴되잖아요. 그래서 땅이건 돈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고 모든 게 어떤 권력으로 수렴되는 시대적인 현상들, 상징들 이런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결국 싸우는 건 누가 싸우냐면 그 밑에 사람들이 싸우지 위에 있는 사람들은 안 싸우는 것 같더라고요. 서로 싸움 붙여서 그 속에서 이익을 얻는, 나중에 샴페인 터트리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게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고.

사실은 인상 깊은 장면들이 몇 개 있긴 했거든요. 흙탕물 싸움 같은 장면들은 <레이드2>에서도 나오죠. 원테이크로 가는 교도소 싸움장면이 있거든요. 그건 정말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진짜 보이게 되었을 텐데, 약간 그거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갱스 오브 뉴욕>의 초반 장면을 떠올리게도 하죠. 그런 장면이 한국영화에서 나올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반갑고 좋은 일이긴 한데, 너무 베낀 게 아닌가 좀 아쉽네요. 전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빛나는 건 베드씬이라고 보거든요. 영화가 끝나고 기억나는 건 그거밖에 없잖아요. 저는 긍정적으로 보는 편인데, 이 베드씬들이 뭔가 꾸밀려고 하는 게 아니라 굉장히 적나라하게 나오고. 이 관계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정상적이라고 말하는 그런 관계들이 아니잖아요. 제비족과 유부녀, 김래원과 그의 애인이자 보스의 여자, 그 과장하고 작전을 위해 투입된 여자, 정상적인 관계가 아닌데 이걸 들이미는 방식이 임팩트 있게 제시를 해주잖아요. 이런 걸 흔히 야합이라고 하잖아요. 야합의 관계를 뭔가 임팩트 있고 직접적, 노골적으로 들이밀고 싶다는 감독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만큼 베드씬 외에 다른 장면들이 의미 있고 상징적이었나 그 부분까진 동의하진 못하겠는데 여튼 그런 측면에서는 베드씬이 의미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박태식 : 강한 폭력이라든가 베드씬은 아까 말했듯이 충돌하는 게 있어요. 영화가 가다가 갑자기 베드씬을 탁 집어넣어요, 그러면 정신을 번쩍 차리게 만들게 하는 게 있어요. 우리나라의 김기덕이라든가 몇몇 감독들이 보면 그런 기술을 잘 사용합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튀어나와서 긴장을 시키고 하는 게 있어요.

 

이수향 : 저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생각입니다. 이 영화에서 사실 제비나 작업녀가 섹스하는 장면이 저한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고 김래원이 하는 장면이 중요했는데 그 섹스씬이 들어갔는데 만약 없었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봤고 또 이민호도 같이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는데, 글쎄요. 저는 김래원의 그 장면이 없었으면 캐릭터가 상당히 힘을 잃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서요. 왜냐면 ‘용기’(김래원)가 가진 욕망의 분출이나 동물성이나 비열함 같은 게 그 장면에서 굉장히 잘 드러났거든요. 저는 도리어 이민호의 캐릭터가 좀 단선적이고 덜 재미있게 느껴졌던 게, ‘종대’ 역시 엄청난 욕망덩어리고 그 마담(김지수)에게 갑자기 키스를 할 만큼 필요할 땐 야심도 보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애 장면이 너무 없는 게 오히려 타이틀롤의 형평성으로도 저는 조금 의아했어요. 파격적인 베드씬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구요. 사실 이 사람들이 가진 욕망과 집요함과 비열함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그런 장면들을 너무 예술적이고 감각적으로 표현을 해서 형체만 보이다 흐릿하게 사라지고 막 이랬으면 그것도 좀 안하느니만 못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 면에서 전 이 영화에서는 베드씬이 좀 필요한 부분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제가 만약 배우였어도 작품에는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 외에 또 지적하고 싶은 것은, 복고가 다시 돌아왔는데 그냥 말초적으로 추억팔이만 하고 끝나면 의미가 없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가 의미를 조금 더 가지는 지점이 뭐라고 생각하냐면, 윤성은 선생님이 말씀하신 부분과도 연결되는 것 같은데, ‘땅종대 돈용기’가 요새도 없어졌냐 이 말이죠. 지금도 땅이랑 돈 있으면 사실 크게 고생안하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시대잖아요. 오히려 30~40년이 지났으면 뭔가 다른 완전한 패러다임의 변화 같은 게 있었을 것 같은데, 여전히 땅이라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상당히 봉건적인 가치가 아직도 유효성을 발휘하고 있지요. 몸 한 칸 뉘일 방이 없고 전세가 어떻고 이런 게 굉장히 2000년대 이후의 현실상에 가까운 이야기 같지만, 이미 이때부터 시작되고 있었던 거고, 그것이 70년대나 지금이나 이어져 영향을 미치고 여전히 문제가 된다는 점이 잘 지적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시대와 지금을 비교해봤을 때, 단 하나 바뀐 게 있죠. 문제의식은 동일하고 아직도 땅이나 돈이 갈급한건 비슷한데, 이때는 빈 몸으로도 어떻게든 죽을 힘을 다해 굴리면 바뀔 가능성이 있었던 시대라면, 지금은 그런 로또같은 일이 불가능한 시대잖아요. 태어난 환경, 학력, 고향 모든 것이 계층 지어져 버려서 더 이상 이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개인이 스스로 돌파하기에는 힘든 상황이 되었으니까, 이 시대와 가장 공명하는 시대이지만 그 시대가 가진 추악함을 바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귀환, 이 영화에서 말하는 70년대의 귀환은 단순한 추억팔이들 보다는 조금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대연 : <강남 1970> 같은 경우는 저는 고증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는데, 지금 한국사회에 강남이 상징적인 곳이잖아요. 한국의 경제와 부와, 사실은 정치가 강북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실질적인 것들은 강남에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그랬을 때 상징적인 것이고 한국의 사회적인 구조조차도 상징적으로 드러내주는 곳인데, 이곳이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가 한 번 살펴보자는 것까지는 알겠어요. 그리고 살펴보는 것도 알겠는데, 그래서 어쩌자는 건지에 대해서는 전혀 답을 못주고 있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인물 하나정도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사실은 옛날의 음유시인이나 작가들이 하던 역할들이 관찰자의 역할이기도 하잖아요. 그 사람들이 그것을 관찰하고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후대에 전하고 그러면서 어떤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 영웅적인 사건을 기억하도록 하는 것들이 있을 텐데, 여기서는 이 두 사람이 죽고 끝나는 것으로 결말이 나니까 이 결말이 그냥 우리의 결말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럼 나보고 죽으라는 이야기인가 이런 얘기 밖에 안 되는. 과거의 이야기, 역사라는 걸 이야기할 때는 그 역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이 필요한 거잖아요. 그래서 전 <국제시장>이 싫은데.

 

박태식 : 난 정진영이 왜 필요한지 몰랐어요. 세탁소 하고 은퇴하고, 이 인물을 통해서, 다들 미쳐 날뛰는 중에 그래도 이 사람은 올바른 가치관을 지켜보려고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 시대에 이런 사람이 하나쯤 있었다는 거에서, 구태여 말하자면 그런 캐릭터 하나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대연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게 너무 흐지부지되고 너무 이야기에 어설프게 묻혀버리는 바람에 심지어는 ‘나중에 왜 나와야 했지?’ 라는 의문도 생겼어요. 이 감독이 아직은 좀, 뛰어난 스토리텔러는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윤성은 : 캐릭터 중에서, 중앙정보부 부장이죠, 부장이 결국 이걸 다 만들어내잖아요. 약간 생긴 것도 장도영 그런 이미지로 갔던 것 같아요. 그런 걸 보면 어쨌든 이 캐릭터의 역할이 그 정치와 깡패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정확하게 하면서, 물론 대단히 이 영화가 갱스터 장르 안에서는 유하감독의 시리즈 중 하나이지 대단히 날카로운 뭔가 비판의식이나 그런 걸 보여주려고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구색은 갖췄다 그렇게 봤거든요.

 

박태식 : 이 사람들은 자기 위에 있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잖아요. 그러니까 계속 2인자끼리 경쟁을 시키는 구도가 있었거든요. 가장 위에 대통령이 있고요. 정치학에서는 이걸 두고 보나파티즘(bonapartisme)이라고 그런데요. 나폴레옹이 계속 2인자들끼리 경쟁을 시키면서 자기 지위가 유지가 되는 거예요.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밑에 사람들이 싸우다가 난리가 나지요. 그렇게 정권을 유지하는 것처럼 말이죠. 당시의 정치적 구조를 보여줬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재형 : 이 영화가 박정희 정권 시기의 공작정치의 실상 이런 걸 잘 보여준 것 같아요. 차지철과 김재규가 대통령을 중심으로 서로 경호실, 비서실 서로 충성경쟁, 권력 투쟁을 했다던가, ‘한강 다리를 탱크 몰고 넘어온 게 당신뿐이야’ 뭐 이러면서 동기들끼리 얘기하던 대목이라든가 이런 걸 보면, 그게 마치 5•16 쿠테타 세력들이 나중에 정치를 농단할 때의 그것을 재현했다는 점에서는 굉장히 리얼하게 느껴졌고, 축소판을 잘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런 면에서 저는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본 부분들이 있어요. 이 영화가 많은 이야기를 했다. 단지 현실을 재현하는데 있어서 한국사회를 복고적인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있어서 <국제시장>은 겉핥기로 갔다면 이거는 꽤 치밀하게 그래도 정치의, 그 당시의 강남개발이라는 게 어떤 과정에서 됐고, 그래서 서민들이 그 당시에 착취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었고, 그것이 정치적 권력에 의해 농단이 됐고, 이런 과정을 한 면에서 자세하게 풀어나간 면도 있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어떤 사적인 측면에서 그걸 충실하게 복원해 내려고 했던 그런 노력이 유하 감독의 이 영화에 분명히 있었다는 점은 분명히 높게 평가를 하고요, 나름대로 역사적 판단을 감독이 분명히 한 거니까. 그러니까 그런 부분은 좋게 봤습니다. 

 

윤성은 : 전 전반적으로 괜찮다는 쪽으로 기울어져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다녔는데, 어제 검색을 해보니까 기자, 평론가 평점이 낮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좀 걱정을 하면서 왔는데 이대연 선생님 빼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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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식 : 전 그 점이 좀 아쉬워요.

 

정재형 : 저는 사실 아쉬움을 많이 이야기한다면, 이 영화가 복고소재일 뿐만 아니라 굉장히 캐릭터 유형, 두 명의 중심인물이라든지 이야기의 전개 서사구조에 있어선 굉장히 올드하다. 이런 느낌을 받았어요. 아주 상투적인 서사구조에다 두 인물 유형이 어디서 너무나 많이 봐왔던 인물이거든요. 형제간이든 친구간이든 마지막에 살려주는 것까지도 너무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그런 정서가 너무나 많이 영화 속에서 반복이 됐기 때문에 적어도 유하감독의 관록과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었던 장인으로서 이번 영화에 기대했던 바가 많았는데, 그 기대를 넘지 못한 작품이죠. 그냥 평작이에요. 본인 자칭, 타칭 인가요? 3부작이라고 하는, <비열한 거리> 이런 영화와 완성을 하려고 해서 안이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사실은 굉장히 잘 찍어야 된다는 관객들의 기대가 있거든요. 조폭을 서민으로 그린 애정, 아주 서민으로 그렸잖아요. 그런 애정이 그대로 역시 유감없이 들어가 있는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이 효자노릇 하면서 가는 그 모습이 그대로 연상되더라고요. 하나도 다르지 않고, <비열한 거리>의 조인성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았잖아요. 결국은 자기 집을 가지고 싶고 서민이, 조폭이 아니라 서민으로서의 꿈과 욕망을 가졌던 두 청년이죠. 그 모습을 그대로 가져가죠.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더라는 거죠. 그것을 작가의 일관성으로 좋게 이야기해야 할지, 아니면 비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비판하고 싶었어요. 그게 사실은 한국영화사상 본격적으로 나온 게 장현수 감독의 <게임의 법칙>인데 거기서부터 TV드라마 서울의 달이라든지 등등해서 이 소위 서민드라마, 서민에 대한 애정, 우리의 시민 구성에 있어 잘 해석한, 조폭을 그렇게 해석한 한국적인 풍경인데, 그것을 <비열한 거리> 같은데서 잘 보여줬죠. 그렇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다른 해석을 해줬으면 했는데 거기서 하나도 벗어나지 않고, 서사구조도 상투적이고 캐릭터 구성도 상투적이고, 잔혹한 것은 지금의 트렌드를 그대로 가져가고 있어요. 제가 딱 하나, 아까 말씀 드린 데로 그 당시의 정치권력의 구조를 잘 보여줬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크게 살만한 구석이 없는. 재미있게는 봤는데 그건 유하감독의 내공이라고 생각은 해요. 영화를 오락, 상업영화로서 큰 손색은 없다. 그러나 작가로서, 예술 감독으로서 유하에는 조금 못 미치지 않았나. 아까 말씀드렸지만 예술영화라면, 예술파 감독이 됐든, 일반 상업영화에서도 조금 더 경지를 올리려면 사회의 지배이데올로기를 대체할 수 있는 자신의 비전 같은 것들이, 파격적인 비전이 있어야 했는데 현실 안주적인 거거든요. 굉장히 패배적인 결말이고. 단지 보여줬다, 이거에서 끝나니까 그런 예술파 감독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조금 못 미치지 않았는가 생각을 합니다.

 

윤성은 : 저는 반대로 너무 기대가 없어서 재미있게 봤던 것 같아요.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도 만들었지만 이분이 최근, 사실 감독님들이 주목할 만한 작품을 만든 다음에 더 좋은 작품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분들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보다보면 좋은 작품도 있고 별로인 것도 있고 그런데, 저는 거리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데 앞에 두 작품에 대해 그리 높게 평가하질 않았기 때문에 이 작품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었고, 이분이 <하울링>같은 영화도 만들었거든요. <하울링>도 너무나 실망스러운 작품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기대치가 낮다보니까 거기에 비해서 이게 굉장히 말씀드렸듯이 설득력이라든가 인물의 논리 같은 것들, 배신의 논리 같은 것들이 괜찮았던 것 같아요.

 

이수향 : 저희가 아까 다 이야기 했던 거잖아요. 사실은 뭔가 스토리 자체는 클리쉐같은 느낌을 주고 어떻게 보면 시나리오 작법의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이 순서를 완전 따라간 느낌이 들어서 조금 지루해서, 저는 느와르를 약간 더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게 개인적 호불호의 차이도 있는 것 같아요. 좀 실망스러운 부분은 그 부분이죠. 유하만이 창조한 뚜렷한 새로운 그런 어떤 캐릭터성이나 스토리텔링의 빼어난 부분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예 중에 하나로 여자를 그리는 부분에 있어서 너무나 나이브하죠. 특히 종대의 여동생을 아이돌 가수 중 한 명이 역할을 맡았는데, 이게 70년대 스타일, 민폐형 여주인공 이잖아요, 끊임없이 주변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계속 사건을 만들어서 민폐만 일으키는, 근데 요새 약간 이런 민폐형 여주인공이 약간 배제되는 추세잖아요. 너무 현실성이 없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올드하단 느낌이 들었어요. 끊임없이 남자를 잘못만나서 얻어맞고, 하지 말라는 결혼해서 또 살고, 이런 게 조금 올드하단 느낌인데, 70년대라는 시대에 있을 법한 삶이기 때문에 넣은 지는 모르겠으나, 현재의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기에는 좀 부족하죠. 사실 이런 부분이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는 ‘첫사랑’이라는 모티프 자체로 승화된 면이 있었는데, 거기서부터 감독의 인식이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니, 여자는 지켜줘야 할 대상 아니면 자기를 유혹하는 떡볶이 집 아줌마 같은 느낌으로, 두 가지 중 하나로밖에 여자를 못 그린다는 게 뭔가 좀 예술적으로 나아가기에는 안일한 부분들이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

 

이대연 : <비열한 거리>의 조인성 여동생하고 똑같아요. 구조가 똑같아요. 저도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못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얘기를 하면 얘기가 커지고 쓸데없는 얘기가 많이 나올 것 같아서요. 그런데 저도 사실 <게임의 법칙>부터 이야기하고 싶었거든요. 저는 좀 그걸 단순하게 도식화시키는 건지 모르겠는데 ‘거짓가족의 서사’에 이어진 측면이라고 보거든요. 한국사회에 나오는 거의 모든 가족영화와 조폭영화는 구조적으로 저는 거의 동일하게 보는데, 그런데 <말죽거리 잔혹사> 같은 경우는 그거라기보다는 조금 더 시대적인 배경이나 그 시대의 폭력성이 일상 속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를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좀 더 알레고리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지만 예를 들어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이나 이런 서사들과 차별화된 지점이 있느냐 라고 봤을 때는 권상우가 나왔다는 점 말고는 별로 그런 건 못 느꼈는데요. <비열한 거리> 전에 <우아한 세계>가 있었을 것 같은데 일상인으로서의 조폭을 다루는 건 되게 재미있었거든요. 개인적으로 저는. 소시민적인 깡패를 내세움으로써 그 폭력조차도 그것 자체가 특별한 옛날 액션 영화처럼 의미가 있고 우정, 정의 이런 게 아니라 먹고사는 과정 속에서 일어난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는데, 사실 <비열한 거리>는 전통적인 거짓가족에 의해 배신당하는 서사이고, <우아한 세계>가 갖는 일상인의 소시민의 평범한 생활을 다룬 이야기가 합쳐져서 나름 신선하게 봤었거든요. 그래도 비교적 신선한 부분이 있었고. 그게 핵심적으로 그런 말을 조인성이 하잖아요. ‘먹을 식 입 구, 같이 먹으면 가족이다’ 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까지 끌고 왔던 거짓 가족의 서사에 종지부를 찍고 한국조폭영화의 이런 트렌드는 여기서 끝, 이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그 다음 조폭영화는 어떤 게 나올까 기대를 했는데 이 <강남 1970>에서 보여준 건 70년대란 역사적인 배경이 보여준 거, <말죽거리 잔혹사>로 돌아간 느낌? 후퇴해서 돌아간 느낌? <비열한 거리>에서 나아가질 못하고 조폭의 서사를 후퇴시킨 그런 느낌이 들어서 조금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고, 그리고 <대부>의 어떤 장면을 가져온다든가, <레이드>와 <갱스 오브 뉴욕>의 어떤 장면을 가져온다든가, 오마쥬 인지 패러디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이미지들만 가지고 뭔가를 자꾸 만들어내려고 했다는 게 저는 유하 감독의 위치에서 그다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인가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성진수 : 정재형 선생님께서 갱스터영화라든지 우리나라 조폭영화의 전형적인 인물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라고 말씀하셨고, 이대연 선생님도 유사가족서사나 조폭을 다루고 서민을 다루는데서 거기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알레고리적으로 다루면서 좀 더 가치가 있었는데 더 회귀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이게 더 가치가 있는지 아닌지를 떠나서 저는 이게 같은 맥락에 있다고는 보지 않아요. 이민호나 김래원이나 어떤 유사형제에다 유사가족을 이루고 서민을 대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같아 보이는데, 이 영화의 가장 차별점은 그 많은 조폭영화에서 알레고리로만 그려지지 폭력과 권력 관계를 실질적으로 드러내지는 않거든요. 분명히 최고의 권력과의, 혹은 한 국가라는 조직 안에 최고 권력과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폭력이 보이지만, 많은 갱스터영화에서는 그 권력을 실질적으로 드러내지는 않거든요. 그 권력을 핵심에 놓고 이야기를 펼치진 않아요. 나 갱스터 영화에서 신분상승을 꿈꾸던 청년이 엔딩에 가서 죽는 전형적인 서사구조는 언제나 그 자본주의 사회의 알레고리만 되지 그 자본주의 사회에 실제로 있는 걸 끌어들이진 않는데, 즉 보여주진 않는데, 이 영화는 분명히 최고 권력이라는, 어떻게 보면 그 전 서사에서 숨어있던 것을 서사 안에 집어넣고 있어요. 이민호나 김래원이 연기하는 두 명의 조폭은 기존 조폭과 개별 캐릭터로 보면 차이가 없지만, 이 영화는 분명히 다른 영화가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 전에 <비열한 거리>나 <말죽거리 잔혹사>는 조금 더 개인서사 안에서 그 한명의 개인이 은유가 된다면, 이건 그 은유와 알레고리의 차원이 아니라 이들이 어떤 커다란, 우리나라라는 권력, 최고 권력 안에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벌레라는 게 훨씬 더 직접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기존에 있는 서사에서의 조폭이나 <게임의 법칙>에서 보이는 서민, 혹은 밑바닥 인생에 대한 그러한 조폭하고는 분명 차이가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캐릭터 자체의 차이가 아니라 캐릭터가 어느 판에 들어가 있느냐에 따라서 그런 차이를 갖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알레고리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어떤 것이 더 예술적으로 혹은 영화적으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저는 당장 판단을 못하겠지만 그런 차이는 분명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태식 :  부연설명을 하자면,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는 학교가 사회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비열한 거리>에서 보면 약간 다른 점이 중간에 검사를 살해하는 장면이 나오지요? 천호진이 사주를 해서요. 권력과 복잡한 관계에 있다는 뜻이지요. 유하감독이 두 번째 영화 <비열한 거리> 만들면서 아 이걸 좀 더 발전적으로 계승해서 세 번째 작품을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그러다보니까 강남이 눈에 띄었고 강남이라는 데가 그야말로 권력자의 만들어낸 산물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나름대로는 자신의 이야기들이 발전이 되어간다고 생각을 했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대연 선생님과 생각이 같아요.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거예요. 실제로 발전했다는 느낌, 지난번보다 훨씬 좋아졌다 그런 느낌이 잘 안 듭니다.  세 번째 가서는 너무 이야기를 웅장하게 만들려고 하는 욕심이 앞섰던 게 아닌가 싶어요.

 

정재형 : ‘거리 3부작’ 이라고 얘기하는 유하감독의 세 편의 영화들의 세계와 또 다른 세계, 두 개의 세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리 3부작이라고 얘기되는 것들이 사실은 본인이 정말 영화를 하면서 본인의 자전적인 것과 결부 지어져서 예술가가 뭔가 이 이야기만은 내가 한 번 풀어내보고 싶다, 나의 젊은 시절과 내가 성장했던 모든 사회구조와 모든 것들에 대한 경험을 한 번. 센티멘털하다고 할까요, 그런 개인적인 감상주의 같은 것들이 굉장히 많이 집약된 그런 영화들이라고 사실은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애착이 가는 세계의 작품들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했던 건 <쌍화점>이라든가 기타 다른 영화들에서 정말 영화 예술의 다른 세계를 시도했다고 보이고요. 그래서 제가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개인적인 필모그라피로서는 상당히 의미가 있고 나름대로 애정도 있고 해야만 하는 작업일 수도, 누구나 그런 꿈을 꾸지 않겠습니까, 내가 경험한 이것만큼은 영화로 만들고 죽어야지 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런 점에서는 유감이 없지만, 제가 작품적으로 봤을 때, <강남 1970>에서, 아까와는 다른 부분과 다른 측면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두 명의 인물이 인간에 대한 묘사에 있어 단순화 되어있다. 제도와 관습에 역사에 희생된 인간으로만 단순화 시켰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문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쌍화점>이라든가 이런 여타의, 사실 역사를 초월한 욕망의 대한 이야기잖아요 <쌍화점>같은 게, 그런 것이 인간에 대한 문제를 깊이 파고든 부분인데, 이러한 자신이 좋아했던 풍속적인 영화에서는 너무 감상주의가 작용해서 그런지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을 못 내리고있다는 결론을 저는 가지고 있어요. 굉장히 표피적인 인간, 사실은 제도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됐다고 보지만 인간에 대한 해석은 너무 단순화되어 있다는 거죠. 굉장히 삐뚤어진 욕망을 가지고 있는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부분에 대해 정확한 해석을 하고 있지 않아요. 이들이 패망하는 것이 마치 제도의 희생으로만 단순히 될 수밖에 없는 인간이라고 간과하는데, 이들이 살려고 하는 의지를 갖는 것의 근저에는, 물론 본인들이 가난했기 때문에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성공에 대한 꿈을 꿨죠, 그렇지만 그 이면에는 그들이 그것 자체가 형성된 욕망 자체가 잘못된 거죠. 그 부분에 대한 해석을 한다면, 그 부분을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았을까 이야기에서는. 마치 도식적으로 마지막에 소모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이들의 꿈이 좌절됐다 라고만 인간을 해석할 수밖에 없는가, 그러니까 다르게 이야기를 전개시킬 수 있는 구석들도 있었을 텐데, 분명 이 한국사를 비난할 때 저는 사실 물질주의적인 욕망 자체를 비판했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정치권력의 게임 이면에 사실은 한국사회가 달려갔던 근대화라는 건 ‘잘 먹고 잘 살자’ 라는 물질주의적 욕망이 있었던 거거든요. 그 정치지도자들도. 그래서 강남도 개발 했을 거고. 정치자금만 끌어들이기 위해서 자기들이 돈을 착취하기 위해서만은 아니고, 분명히 한국이 잘 먹고 잘 살자 라는 좋은 의도도 있었겠지만 그 좋은 의도라는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따져보자면, 인간적으로 보자면, 인간을 타락하게 만드는 굉장한 물질주의적 욕망인 거죠. 그렇다면 70년대 근대와 개발독재 논리가, 지금의 현대까지도 계속 한국이 어느 정도 물질적인 부를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인 공허를 낳는 것이거든요. 그 후유증은 계속 가고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강남 1970>을 과거를 회고하는 영화로만 끝낸다는 것은 굉장히 실망인 거죠. 유하감독이 현재의 한국사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 걸 왜 접목시키지 못했는가, 여전히 인문학이다 뭐다 정신의 공허를 외치는 안티이데올로기는 뭡니까, 도대체. 이건 한국사회가 가난하기 때문입니까? 절대 아니거든요. 가난을 너무 극단적으로 위로하는 <국제시장>같은 경우도 너무 극단적이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그냥 단지 복고의 영화라는 게 현재의 시점과 동떨어져서 단지 감상주의와 과거 우리가 이랬어 라는 것으로만 회고하는 것에 대해, 저는 문제의식이 좀 현재적인 시각에서 그런 불만을 갖고 있고요.

그런 예를 들면 내가 최근에 본 영화중에서 그런 대안적인 메시지를 주는 게 다르덴의 <내일을 위한 시간> 같은 거예요. 그게 분명히 제도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도 한 개인이 개인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거든요. 그래서 자살할 뻔 하다가 결국은 다시 일어나는 인간에 대한 깊이를 보여주는, 인간이 단순하지 않구나, 정상적으로 쓰러지는 것까지 보여주죠. <강남 1970>는 쓰러지고 끝나요. 그런 의미에서 아까 얘기로 다시 돌아가면 예술영화적인 성취도에 있어서 한 단계 아래로 떨어졌고, 그 비전이 바로 인간의 내면의 깊은 문제, 모든 것을 푸는 것은 결국 인간이거든요. 그것이 노조운동을 하든, 정치운동을 하든, 가난한 서민이 됐든, 자기 삶의 주인은 인간이기 때문에 문제는 인간,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 거예요. 그런데 인간에 대한 해석이 단순해요. 욕망을 좇다 권력에 희생된 인간, 그 욕망도 그릇된 욕망인데 그거에 대해서 훈계를 내리는 것도 없고, 사실 헛된 꿈이잖아요. 정치권력으로만 희생된 게 아니에요. 그들의 근본적인 결함은 그들이 헛된 꿈을 꾼 것 자체부터도 잘못 안착이 된 거예요. 인간은 그렇게 살면 안 되는 거죠. 정치권력에 희생되기 이전에 이미 그 친구들이 세팅한 그 욕망 자체가 잘못 된 거예요. 그런 것들을 보여줬더라면 훨씬 더 이중적인 측면에서 정치적으로도 희생됐고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헛된 물질적 욕망을 가지고 그러면서 조폭으로 성공하겠다는 생각자체도 잘못 된 것이고, 조폭은 알레고리가 될 수 있고, 모든 서민들이 그렇게 뛰었던 것들도 우리가 도대체 왜 사는가 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짚어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점을 짚어주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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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식 : 다르덴하고 유하하고 비교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유하가 그 정도 능력은 없어요. 저는 같은 생각을 어디서 했냐면 <국제시장>을 보면서 사람들이 감동을 받은 부분이 “우리 후대에는 우리와 같은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살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게 가만 보면 물질적인 측면에서 가난을 벗어나게 해줬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그 세대들이 후대에 인간의 가치에 대해서는 무엇을 알려줬는가? 우리 시대가 세끼 밥은 안 굶게 됐어요. 그렇지만 지금 벌어지는 수많은 가치관의 혼란을 만들어낸 장본인이이 전 세대잖아요. 그러니까 인간과 가치에 대한 감각은 없고 물질적인 것만 있는 거예요. 이제 잘 먹고 잘 사는데 자네들이 우리한테 이럴 수 있어? 이런 거 보면 역시 다르덴하고 비교하면 안 되는 거예요. 전 윤제균 감독은 언젠가 이렇게 일방적인 시각의 영화를 만들 줄 알았어요.

 

이대연 :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라는 애니를 보면, 이게 약간 자연재해 이야기가 있거든요. 마법소녀가 나오는 이야기인데 마녀가 재해도 일으키고 그래요. 그런데 그게 하필 상영시기가 2011년 일본 쓰나미 올 때였어요. 그래서 중단이 됐다가 나중에 전설이 돼서 했는데, 다크 판타지에요. 마법소녀들이 어두운 데, 마지막에 가서 결국 모성성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다루는 다시 이런 이야기에요. 감동적이고 뭔가 보여주는 게, 마법소녀들은 이런 비전을 가지고 살아야해 하고 보여주거든요. 근데 <강남 1970>에는 이게 없는 거예요. 마도카가 보여주는 비전이. 생명을 다 끌어안음으로서 가치들을 회복하려는 의지들이 안 보이는 거예요.

 

윤성은 : 물론 어떤 현실을 정말 죽으라는 거냐, 이렇게 하는 거에서 끝나는 것 보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게 한 수 위다, 고수라는 거에 동감은 하는데, 40년이 지금 상황이 너무 암울하니까 어떤 거짓말을 할 수가 없잖아요.

 

정재형 : 나는 아까 그런 이야기를 반복하자면, 이 영화가 이렇게 유하 감독 자신에게도 그렇겠지만 종래 한국영화에서 크게 발전한 부분이 없어요. 재미는 있는데. <신세계>도 있고 재미있는 조폭소재 영화들이 많았거든요 나는 이 영화 보면서도 잔혹하다든가 두 명의 캐릭터가 나온다든가 이런 면에서는 가장 최근 영화인 <신세계>를 많이 연상시켰어요. 그래서 이게 그럼 <신세계>보다 더 재미있나? 그렇다면 또 그런 것 같진 않고,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럼 더 문제의식을 예리하게 때리는 그런 게 있었나 생각해보면 이건 관습적으로 모든 상업영화의 컨벤션을 잘 버무려서, 유하 감독이 영화 참 재미있게 잘 만드는 감독이거든요. 내가 젤 재미있게 본 영화도 초기에 나온 <결혼은 미친 짓이다>이런 영화 보면서 영화 신인감독으로서 영화 참 잘 만든다, 그러면서 <비열한 거리> 등등 이야기꾼은 분명한데, 영화적인 컨벤션도 잘 구사하고, 한국영화가 최근에 해외에서 비판을 많이 받는 부분이 있데요. 너무 조폭영화가 많다는 거예요. 너무 한국은 조폭이, 오랫동안 조폭영화만을 잘 만드는 나라처럼 이미지가, 그게 초기의 시각이죠. 초기 중기에서 끝날 때가 됐는데도 여전히 이게 나온다하면 나는 그런 책임이 좀 보이는 거예요. 이런 중견 감독들이 조금 거기에서 진일보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기대가 있는 거죠.

개인적으로 두 가지로 나뉘는데, 평론가로서는 좀 아쉬움이 있고, 기대감에서. 하나의 관객으로서는 재미있게 봤어요. 크게 손색은 없었어요. 복고적인 것도 즐길 수 있는 나이여서 그런지 재미있었고요. 유하 감독의 ‘이소룡 세대에 바친다’ 그 세대로서 그런 것들이. ‘무림일기’에서 오는 풍자정신 이런 것도, 특유의 그런 것들, 정치를 풍자하는 것도 충분히 즐겼는데, 평론가로 돌아와서 평을 할 때는 그런 면에서 좀 냉정해 지는 거죠. 유하감독이면 적어도 흥행, 오락 이런 것을 뛰어넘어서, 새로운 영화에 대해 기대하는 중견 감독인데 그런 면에서는 조금 못 미치는 거 아닌가, 아쉬움이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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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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