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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합평회

영화평론가협회 합평회<무뢰한>참석자: 민병선, 송아름, 정재형, 이대연, 박태식

 

합평회

날짜: 6월 5일

참석자: 민병선, 송아름, 정재형, 이대연, 박태식

 

민병선 : 오늘 6월 5일 합평회를 영화 <무뢰한>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참석하신 분은이대연 선생님, 송아름 선생님, 정재형 선생님, 민병선입니다. 첫 시작은 송아름 평론가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송아름 : <무뢰한>을 이야기하기 전에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해 조금 얘기하고 싶은 게 어제 생겼었는데, 어제 한 영화를 보러갔는데 그 극장이 G열 정도까지 있었던 것 같아요. 7줄이 있는 되게 작은 관이었는데 거기에서 제가 네 번째에 앉아서 영화를 봤거든요. 그런데 정말 목이 부러지는 줄 알았어요. 네 번째에 앉아서 보는데도 이게 정말 너무 높고 마스킹 처리를 하나도 안하고, 앞은 완전하게 사석이 돼버리는 거죠. 네 번째에서 봤는데도 그래서 시사를 해주는 방식이 혹은 영화를 보여주는 걸 너무 신경 안 쓰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그 얘기를 먼저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뢰한>을 볼 때에도 약간 그런 게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한 가지를 알게 된 게, <무뢰한>을 저는 두 번을 봤거든요, 본의 아니게, 어제는 류승완 감독과 오승욱 감독이 하는 GV도 보게 됐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가 되게 답답하고 어둡고 피로하게 만드는 중에서도 나름대로는 흥미롭게 본 영화였는데 이 영화 화면 비율이 이상하더라고요. 처음에 봤을 때는 마스킹을 안 해서 티가 안 났는데 두 번째에 옥상에서 바라보는 씬에서는 ‘맞다 이 영화가 이렇게 답답했지’ 느껴졌던 게, 이게 아주 와이드한 비율이 아닌 비율에서 영화가 진행되니까 아무리 긴걸 보여주고 아무리 이렇게 사람을 잡게 하고 풍경을 많이 넣는다 해도 답답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운드 같은 것도 정말 또각또각 구두 소리 같은 것도 계속 들려주고 하니까 이 사람들이 보여줄 수 있는 피로함이라든지 삶의 무게라든지 그런 것들이 영화 외적으로, 물론 음악이 영화 외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조금 잘 보여주고 있는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제가 워낙 <킬리만자로>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어떤 처절함을 보여주는 방식에 있어서 약간은 약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는데 두 번째에 어느 정도 그 사람들의 관계를 알고 다시 보다보니까 일단 전도연과 김남길이라는 배우의 연기가 새롭게 들어오고 이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는 어떤 밑바닥이라는 건 좀 웃기지만, 누군가를 믿을 수 없지만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대한, 믿어야만 살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 같은 것들이 조금은 잘 드러나지 않았나 생각을 조금 했고요. 그리고 어제 영화를 다시 보면서 관객 수를 검색해보니까 이게 5월 27일 개봉이던데 지금 일주일 넘었죠. 넘었는데 지금 33만이더라고요. 저는 생각보다는 이 영화가 조금 많이 흥행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배우도 있고, 어쨌든 <킬리만자로>라는 매니악한 층이 많은, 매니악 해서 안 되는 건가?, 어쨌든 층이 이렇게 많은 감독인데 그 감독이 보여준 어떤 무게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잘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관객이 들지 않는 것을 보면서 아 이렇고 어둡고 무거운 것에 대해서 조금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구나, 약간 그런 생각을 어제 영화를 다시 보면서 했습니다. 일단은 요정도 얘기하겠습니다.

 

정재형 : 저는 여러 가지 할 얘기가 있지만 그중에서 특히 이 영화의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주제 중에 하나가 어떤 고독함, 인간의 고독함이라고 느꼈어요. ‘인간은 누구나 고독하다. 고독할 수밖에 없다’ 이런 명제를 주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형사 정재곤이 아내와 이혼한 상태고, 또 김혜경은 범죄자 박준길과 애인 관계지만 항상 떨어져 있고, 또 쫓기는 신세로도 불안한 신세죠. 재곤과 혜경이 사랑해선 안 되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관계가 된 것이 바로 고독하다는 배경 때문이다. 이렇게 설명하는 것 같고요. 재곤은 이혼한 것 외에도 원치 않는 일을 수행해야 된다는 점 때문에 사는 것에 대해 회의를 더 갖는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죠. 뇌물을 먹고 불명예로 퇴직한 선배에게 조종당하는 그런 입장에 놓여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재곤을 움직이는 것은 돈보다는 명예인 것 같아요. 재곤은 어지간하면 선배 청탁을 거절하고 싶어서 처음에는 저항했지만 선배가 한마디 말을 하면서 재곤을 굉장히 무저항으로 만들죠. “넌 내 새끼다” 이런 말 속에는 조직을 의미하는 거거든요. 그 서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재곤이 잘 알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먹고 사는 돈 보다도 조직이나 의리의 이탈은 실존 자체를 흔드는 근간이다 라는 사실이 자각이 되죠. 결국 이 영화는 애정 멜로드라마거든요. 물론 약간의 느와르적인 분위기를 깔고 가는, 그러나 주 장르는 애정 멜로죠. 재미있는 대사가 준길이가 바로 혜정씨의 약점이다, 이혼한 아내가 재곤씨 약점이다, 이런 대사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둘이 뭔가 잘 해보려고 하는 내면들이 있었지만 결국은 멜로의 정석대로 비극적으로 끝나는 그런 이야기이죠. 다른 사람의 표현에 의하면, 그 둘이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를 넘어서는 사랑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이 세상에서, 이유는 다르지만, 외톨이고 고독하기 때문에 그 고독을 풀어줄 수 있는 다른 애정의 대상이 필요하다. 그래서 둘이 결합하려고 했던 배경으로써 고독함이라는 게 이 영화를 통해서 주제로 부각이 된 애정멜로가 아니었는가 일단은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해석이 있지만 다음에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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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선 : 얼마 전에도 중견감독님께서... 배창호 감독님께서 안 좋은 일이 있으셨는데, 한국영화의 현실이 중견감독들이 자기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지 못하고, 시대 변화 그런 가운데에서 제대로 영화를 못하시고 그런 게 안타까운 게 있는데, <무뢰한>의 오승욱 감독도, 이 영화가 굉장히 오래된 영화라는 걸 느낌상 받았는데 기사 보니까 한 10년 그런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좀 제가보기엔 이야기가 올드할 수밖에 없겠구나. 그런 게 좀 아쉬웠어요. 그런 걸 좀 요즘에 맞게, 물론 더 노력하셨겠지만 대본이란 게 한번 틀이 잡히면 감독과 작가가 10년이 지나도 잘 안 바뀌다 보니까 그래서 올드해 보인다. 그 느낌이 흥행에도 영향을 미치겠다 라는 생각이 일단 들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한국영화가 잘되려면 자기 색깔이 좀 있는 감독님들이 계속 영화를 할 수 있는 시장이라든지 환경이 돼야 하는데 그게 전혀 안 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게 좀 안타깝고 그런 가운데에서 그나마 <무뢰한>같은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라는 생각은 들지만 굉장히 힘들게 나온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심지어 박찬욱 감독이 제작하려고 했는데도 7년 잡고 있다 포기했다는 거 보니까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오승욱 감독의 색감이라는 게 광고에도 했듯이 하드보일드 한 멜로라는 건데 그 하드보일드 하다는 것, 느와르적인 측면에서 영화를 그것에 맞게 충실하게 만드신 것 같아요. 그런 느낌은 많이 받았거든요. 예를 들어서 현실의 어떤 냉혹함이랄까요, 현실을 영화처럼 달콤하게 볼 필요 없이 현실을 냉엄하고 비정하게 그려보고 싶다, 하드보일드라는 게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냉정하고 그런 탐정 소설이라든지 그런 것에 충실하도록 캐릭터들이 배치가 되어있는 것 같고 비도덕적인 인물들, 형사인데 형사 같지 않다든가, 반사회적인 인물이라든지 도망치는 현상수배범이라든지 아니면 팜므파탈 같지만 어떻게 보면 냉혹한 현실에 최적화된 여자라고 할까요, 냉소적이고 희망이 없고 뭔가 비관적인 그런 캐릭터들이 모여서 어떻게 보면 그 세계를 나름대로 적나라하게 보여주려고 했던 그게 이제 감독의 어떤 방향성이고 스타일이 아니었을까 해서.. 그게 꼭 어떤 건 재미있고 어떤 건 재미없고 굳이 돈 내고 와서 저렇게 보고나서 가슴이 점점 더 먹먹한 영화를 꼭 봐야 되느냐 이럴 수도 있고, 그럴 순 있다고 보는데, 이런 하드보일드하거나 느와르적인 장르를 잘 만드는 게 저는 한국영화가 가야할 방향이라고도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영화를 보면서 한국영화가 코미디도 잘 만들지만 이런 류의 영화들을 ...<차이나타운>도 그랬고, 이게 좀 차별성이 있는 한국영화의 점 같기도 한데, 흥행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이거를 자꾸 안 만들면 감독,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투자를 받아야 하니까 자꾸 머리를 어떻게 쓰냐면 할리우드식으로 영화는 컨셉이니까 어떻게든 설정이 그럴듯하고 그 설정 안에서 내가 나중에 놀 때는 내 작가세계를 집어넣어야지, 그러니까 이렇게 절충안을 창작자가 낼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한국영화를 제가 보기에는 그게 중간에 걸쳐있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이도저도 아닌 느낌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오락영화도 아니고 상업적인 지점도 들어가면서 예술성도 붙잡으려고 하니까 이게 어중간하게, 이게 뭐라고 그럴까요, 팔다리가 제대로 안 껴져있는 인형 같은 느낌, 이런 느낌들이 있는데 그러다보니까 요런 류의 영화들이 나오는 게 그런 것 같아요. 형사인데 범인의 여자랑 드라마틱하게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이런 상업적인 설정을 놓고 어떻게 보면 스타일은 내 스타일대로 가야지, <차이나타운>도 그렇고 뭐도 그렇고, 요샌 그런 영화들이 다 그런 느낌인데 그래서 관객이 어려워하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런 지점을 잘 어떻게 하면서 한국영화가 어떻게 방향을 잡아서 나아갈까 약간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여기까지 하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대연 : 저는 이 영화 되게 개인적으로 당황스러운 영화였는데 제가 좀 뒤로 미루고 싶었는데 뒤에도 결국 할 말이 없어지네요.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봤는데 처음에 몇 가지 이유가 있었거든요. 일단 저는 <킬리만자로>를 그렇게 재미있게 본 사람은 아니었고, 영화를 보고나왔는데 영화가 그다지 재미가 없었어요. 개봉일 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일단 화면이 너무 어두워서 짜증났던 부분도 있었고 전체적인 느낌들이 화면이 깨끗하지 않은 느낌들이었어요. 기술적으로 어둡고 깨끗하지 않고... 일단 내용도 잘 이해를 못하겠고 이상해서 좀 기대를 하고 봤는데 나름 실망이네 하고 집에 와서 네티즌, 평론가 평점을 봤더니 다 7점이 넘어가는 거예요. 그때부터 멘붕이 오기 시작했는데 도대체 이 사람들은 여기서 뭘 본걸까 그게 아직도 간극이 좁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데, 제가 본 건 내용 자체를 잘 이해못하겠다라는 부분이 있어요. 이 두 사람이 그래서 사랑을 한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잘 모르겠고, 만약에 재곤이라는 인물이 계속적으로 전도연을 사랑하는 캐릭터가 된다면 그 감정의 흐름들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저는 감정선에서 그걸 전혀 읽지를 못했거든요. 둘이 같이 호감을 느끼고 그런 정도는 있었을 것 같은데, 같이 하룻밤을 보내고 이것도 정말 사랑해서 이런 걸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잘 안 나왔고 그게 그 경계를 넘어가는 부분도 단순한 형사에서 지켜보는 저기에서 당사자에 대한 인간적인 호감으로 애정으로 넘어가는 지점이 어딘지도 잘 파악을 못하겠고, 어느 지점부터는 쭉 에피소드 나열이었던 것 같거든요. 갑자기 술값 받으러 가서 항아리 들고 이런다던가, 이런종 류의 비슷비슷한 에피소드들이 쭉 나열되는데 거기서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들이 누적된다고 느껴지지 않아서 이것이 내가 이 감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어떻게 된건가 라는 부분이 일단 있었고요. 제가 그래도 이 작품에 호감을 갖는 부분은 마지막 부분이었던 것 같은데 좀 전에 민선생님도 말했지만 굉장히 올드한 느낌인데 굉장히 올드하면서도 올드하기 때문에 ‘재미가 없어, 싫어’ 이 느낌보다는‘ 올드한데 그래도 괜찮네’ 느낌이 드는 게, 재곤이 마약신고를 해서 체포를 하고 그리고 무심히 나오는데 그 장면에서 다시 오프닝 장면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뭐냐면 그 사건 후에 전도연이 슬리퍼 바람으로 나오잖아요. 재곤이 쭉 걸어 나오는 데가 엔딩으로 이어져 나오는데 오프닝에 보면 구두를 신고 또각또각 걸어가는 재곤의 모습으로 시작하잖아요. 쭉 한참을 가는데 가서 이르는 곳이 살인사건 현장인데 거기 옆에 보면 약혼자라고 하는 여자가 애인여자가 슬리퍼 바람으로 앉아서 울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엔딩과 오프닝이 겹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 오프닝을 거꾸로 돌리면 엔딩이 될 것 같은 느낌. 슬리퍼차림으로 울고 있는 여자와,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 남자와, 오프닝에서는 어떤 목적지가 있었지만 그 목적지가 사실은 이 재곤이라는 인물을 엉뚱한 지점으로 이끌고 가는 그런 거였다면, 엔딩에서는 도대체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겠는 재곤이라는 인물이 하염없이 쭉 걸어가는 그 모습자체가 이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이야기해주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들도 이해를 잘 못하겠고, 아까 말씀하셨지만 재곤이 그런 말을 하잖아요, 형사가 범죄자와 똑같아지는 순간이...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그런 얘기를 하는데, 그 선배가 이야기를 하는데 언뜻 보면 그런 얘기를 하거든요. 네가 사고 쳤을 때 왜 빼줬는지 아냐 라고 하고, 분명 무슨 사고를 쳤던 것 같고 그 사고가 단순히 실수 이런 종류였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반장인가요? 누가 차에서 같이 재곤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부산에서 누구를 추적할 때 어떤 여자를 심문을 할 때 이런 이런 방법을 썼다 라고하면 그거는 절대 경찰의 방법은 절대 아니고 어떻게 보면 폭력배보다 더 심한 것 일수도 있는데 그런 사람이 경찰이 범죄자와 같아지는 걸 두려워했다라고 한다면 그 말을 신뢰할 수 있는가 라고 하면 이 인물 자체가 기본적으로 제가 보기에는 신뢰감 없는 인물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이 인물을 어떻게 봐야 하나 그런 생각이 한번 들기 시작하니까 다른 분들은 김남길의 연기가 괜찮았다고 말씀들 하시는데 저만 그렇게 봤는지 모르겠는데 되게 딱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연기 되게 안 좋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연기가 너무 과잉되게 무겁게 잡은 게 아닌가 그럴 이유가 별로 없었는데. 와이프와 이혼을 했는데, 제 주변의 이혼한 사람들이 되게 많거든요. 그런데 이혼한 사람들이 그렇진 않잖아요. 그거 자체가 이 인물을 규정해버리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과도하게 오버, 하드보일드라고 했는데 저는 하드보일드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죠. 오히려 일반 느와르보다도 오히려 감정 자체가 과잉되게 잡은 부분이 있지 않나 의심들이 자꾸 들고 그래서 그 캐릭터를 설명하는 부분들이나 감정을 끌어가는 부분들이 설득력이 있었나 라는 거에 대해서 자꾸 회의감이 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다른 분들에게 여쭤보고 싶었는데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것인지... 그런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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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선 : 이대연 선생님의 말씀에서 느낀 거는 아마 하드보일드면 하드보일드로 가든가 멜로면 멜로로 가든가, 근게 거기서 제가 보면 어중간한 게 있잖아요. 그런 지점들인 것 같은데, 그걸 감독은 왜 그랬을까 의도를 유추하다보면 현실을 미화하지 않고, 사랑이 과연 이뤄질 수 있느냐 현실에서. 잘 안 이뤄지잖아요. 현실이란 그렇잖아요. 우리가 영화를 볼 때나 이뤄지는걸. 그러니까 이걸 상업영화나 예술영화냐 보면 이건 예술영화 같아요. 왜냐면 관객의 그걸 충족시켜주질 않는 것 같아요. 감독 색깔이 강한 것 같은데. 그러다보니까 아쉬운 게, 그러면서도 제가 보기에는 감독이 상업영화의 툴을 따라가려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걸 무시할 수 없으니까. 그냥 하드보일드면 하드보일드하게 가든가, 멜로면 멜로에 충실하게 가든가, 그러면서 자기 색깔을 담았어야 했지 않을까. 요리로 치면 재료를 딱딱 갖다 놨는데, 멜로면 상승을 하든가 어느 지점에서 둘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지점이 있어야 하고 그게 꼽혀서 폭발하고, 그게 애증이 되고, 그런 게 있을 텐데 그걸 아주 심플하게 잘라버린 느낌이 있거든요. 집에 한번 가고 같이 술 한잔 먹고, 전도연의 눈빛에서 저는 그게 하이라이트 같은데 김남길 한테 흔들리잖아요. 내가 이 남자를 따라가면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그 흔들리는 눈빛 연기 잠깐 있는데 그걸로 감독은 이건 멜로 된거야, 이렇게 생각하신 것 같아요. 근데 관객의 입장에서 그렇진 않잖아요. 그건 의미고, 관객은 어떤 과정을 자꾸 친절하게 보여주면서 감정을 상승시켜야 이게 멜로다 라고 판정을 할 텐데 그런 면에서 불친절한 영화인 것 같아요. 멜로의 감정선이 읽히지 않는 지점이라든지, 관객이 감정을 좀 따라가기 어렵다고 느낀다든지, 관객은 이게 도돌이표처럼, 뫼비우스처럼 이야기가 또 돌아 오고 돌아 오고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 이게 예술영화라 그렇지, 예를 들어서 깨달음을 얻어서 금의환향을 하든가, 결혼을 하든가, 뭔가 확실히 매듭을 짓는 걸 좋아하지 다시 또 전도연 같은 여자가 또 나오면 관객은 ‘내가 뭘 본거야’ 이럴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감독의 의도는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지 않았을까. 뉴스를 보면 비리경찰들이 나오고 비리경찰들이 항상 은폐하고 잘 살기도 하고 재수 없으면 걸리기도 하는 거지, 거기에 도덕성이 있을까 생각이 드는 부분들도 있고. 그런 것들을 다 엮어서 만들려고 한 이야기... 무뢰한이라는 뜻이 무뢰배, 깡패, 건달 이런 걸로 보는 거죠? 현실에 있음직한 그런... 아마 제작자가 이 영화를 하자 그랬을 때는 트렌드적으로는 착한 사람이 나쁜 놈을 응징하는 구도가 아니라 나쁜 놈이 더 나쁜 놈과 대결을 한다든지, 나쁜 놈이 얼마나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사람이 행위에 대해 권선징악이 된다든지 그런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 한국영화에 트렌드적으로 있지 않나 보이는 지점들이 있거든요. <끝까지 간다> 그런 영화들이 다 그런 것 같은데 여기서도 그런 느낌들이 트렌드에 좀 될꺼다 라고 생각하고 아마 정재곤이라든지 ... 준길은 .. 근데 이걸 다시 바꾸잖아요. 준길이 나쁜 놈처럼 쭉 갔고 그래도 정재곤은 약간의 흠은 있지만 결국은 이 일을 해결해야할 인물이기 때문에 그게 믿음과 신뢰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그걸 확 뒤집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준길이 죽을 때 보면 멜로의 주인공 같거든요. 여자를 지키려고 했던 순정 있는 사람처럼 보이거든요. 그 전에는 돈 꾸고 그러잖아요. 이게 확 바뀌고, 오히려 형사는 굉장히 비열한 쪽으로 해서 오히려 여자가 칼로 찔러 죽이고 ... 그게 좀 무리인 것 같긴 해요. 그게 과연 동의를 해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은 들더라고요. 저는 그런 면에서 보면 영화가 좀 ... 

 

이대연 : 그럼 혜경이 같이 사는 남자는 누구죠?

 

송아름 : 그게 아마 이사장? 그 사람의 아들인가 그럴 껄요. 다시 혜경을 팔아넘긴 거죠. 마약쟁이한테, 마약쟁이를 관리하도록. 거기 보면 ‘지금 남은 빚이 얼마지?’, ‘2억5천 남았나’ 하면서 자기들끼리 웃는 게 나오거든요.

 

이대연 : 그 사람이 준길이 아니었구나. 저는 팔이 좀 부자연스러워 보이고 그래서 원래는 쏘려고 했던 게 어깨를 쏘려고 했던 거잖아요. 머리도 길고 잘 안보이고 그래서 그 사람이 죽은 게 아니고 어깨를 맞아서 그렇게 됐나보다, 자기들끼리 얘기를 할 때 “깔끔하게 됐네” 이러잖아요. 사람이 죽었는데 깔끔하게 돼진 않을 것 같거든요. 처음 계획대로 됐기 때문에 그걸 깔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런 거 아니었나 이해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준길은 죽고 애초에 다른 사람이라는 거죠?

 

민병선 :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범인 검거과정에서 그런 일이 많이 있더라고요. 실제로 있고 그걸 또 많이 법적인 문제를 지지 않으려고 형사들이 결과를 놓고 그걸 과정을 다시 조서를 꾸미는 과정에서 조작이죠. 그런 것들이 많던데. 죽이고 그런 건 굉장히 크긴 한데 그래도 그만큼 도덕적으로 저거 돼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긴 들었어요.

   

박태식 : 저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폭력물들이 대개 조폭세계의 생리나 희화화한 게 대부분인데, 그래서 범법자들을 잔인하게 만들고 공권력이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그러면서 볼거리를 만들어주는 거 대체로 그런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가뭄에 콩 나듯이 좋은 작품들이 있더라고요. 몇 가지 보니까, 지금까지. 그런데 무뢰한이 무엇이 다를까. 어느 나라에서건 폭력물이 많이 다뤄지는데 무뢰한이 특별히 다른 이유, 그래서 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고 해서 무엇이 다른가 생각을 해봤어요. 그런데 영화를 보기 전에 티비라든가 인터넷에서 많이 돌아다니는 것들이 전도연의 연기에 대해 많은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전도연의 연기가 뛰어나다, 본인 자신이 밀양을 뛰어넘기를 원했다더라 등등등. 그 중에서 제가 주목했던 게 이게 폭력물인데 무엇이 다를까 했는데 멜로하고 하드보일드하고 잘 엮었다 그 평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거 주목해볼만하다.’ 멜로하고 하드보일드하고 잘 엮었다. 그래서 그 이야기 내용은 대체로 아실테고, 저는 김남길하고 전도연은, 그런데 앞에서 얘길 다 하셨을 것 같아서. 저는 그 김민재라는 민상무, 그 사람 정말 나쁘더라고요. 거기 보니까. 야, 진짜 나쁜 사람이다 생각이... 지금까지 김민재라는 배우가 악역들을 많이 했어요. 악역이거나 형사거나 그런데서 많이 봤잖아요. 중간역이라든가 다른 건 못 하더라고, 평범한 역은. 여기서 확실한 악역을 보여줘서 장차 자리매김을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걷는 것도 건들거리고 말하는 것도 너무나 예의 없이 말하고 그러면서도 이 사람이 전체 그림을 보는 유일한 사람이죠. 전도연은 김남길의 정체를 모르고, 김남길은 자기가 이 여자를 사랑하게 됐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고, 여기에 섞인 사람들은 모두 전체를 모르는데 이 사람이 전체를 꿰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러면서 전체 돌아가는 얘기를 가끔씩 영화 중간에 한 번씩 맥을 잡아주는 아주 좋은, 필요한 조연이었다 생각을 했어요. 이야기의 흐름이 대체로 뛰어났는데 사실은 빤한 이야기 구성이에요. 살인자를 잡기 위해서 잠입한 형사가 살인자의 애인에게 접근하다가 사랑에 빠지면서 파국으로 치닫는다, 이런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지금까지 많았잖아요. 그런데 이것은 무엇이 변별력이 있는가 너무나 빤한 내용인데 여기서 갖고 있는 변별력이 무엇인가 했더니 둘씩 둘씩 이야기를 얽히고설키게 만들고요 그 다음에 세 사람이 동시에 만나는 장면이 있어요. 빚을 갚으러 가서 채권자에게 돈을 갚는데 상무가 들어오잖아요. 상무가 들어왔더니 김남길이 여기 부장으로 와서 여기 뒷짐 지고 서있으니까 민상무는 전체가 파악이 되는 거예요. 거기에서 오가는 대화들, 전도연은 모르고, 김남길은 전도연이 모른다는 사실을 지키면서 자기는 상무역을 해야 하고, 이 민재라는 사람은 그 상황에서 적절하게 김남길을 골려먹어야 하고. 저는 셋이 같이 붙여놓은 그런 상황들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또 두 번째가 어디 나오냐면 곽도원이 호텔에 들어가서 아주 몹쓸 짓을 하려고 하잖아요. 그 때 김남길이 들어가서 셋이 또 만나잖아요. 이런 것들이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고 그리고 아주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네를 타는 것처럼 리듬을 탁탁 맞춰서 간다, 아주 구성이 좋다. 그리고 나중에 이야기가 아주 단단해진다. 줄거리가 단단해진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이 영화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데 영화를 조금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떤 영화가 떠올랐냐 하면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라는 영화 혹시 보셨나요? 그거 안보셨어요? 그 영화 굉장히 좋은데. 이 영화 한번 보세요. 난 굉장히 재미있게 봤어요. 에단 호크도 나왔고 그 형으로 필립 시모어 호프만, 아버지로 알버트 피니, 아주 옛날 배우죠. 이런 사람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엮어 나가는데 이 형제가 자기 아버지의 금은방을 털어요. 그 과정에서 어떻게 어떻게 하다가 굉장히 얽히고설키면서 파국으로 치닫는데 그 형 되는 필립 시모어 호프만이 자기가 여기서 빠져나가려고 막 하다가 결국은 못빠져나가요. 그러면서 마지막 순간에 그 얘기가 나와요. “당신은 아마 30분쯤 천국에 있을 것이다. 악마가 당신의 죽음을 알기 전에.” 이 영화는 결국 인간이 갖고 있는 양심에 대한 문제를 다루거든요. 인간의 마지막 순간에. 저는 이 <무뢰한>에서도 그 비슷한 걸 봤어요. 그래서 재곤한테도 선택의 순간이 주어졌고 자신이 사랑하는 혜경과 도망을 갈 것인가 형사로서 임무를 다할 것인가, 혜경과 줄행랑을 칠 경우 인생은 복잡하게 꼬이겠지만 평생 마음의 부담을 지고 가야겠죠. 형사로 할 바를 다하면 혜경이 겪어야할 불행이 눈에 보이듯 빤하다. 역시 양심의 문제 같은 것들이 있지 않겠는가 라는 거지요. 그래서 혜경이라는 여성이 독특했던 게 사랑했던 사람에게 모든 것을 다 줄줄 아는 캐릭터를 잡아놓은 게  재미있더라고요. 박성웅이 속이는 걸 뻔히 알면서도 3천만원도 빌려주고 계속 그러잖아요. 그런 캐릭터를 하나 잡았다가, 가끔씩 그런 여성들이 등장하잖아요. 범죄자를 사랑하고 지고지순으로 사랑하는 여자들. 옛날에 <행복>에 나왔던 임수정 비슷한 느낌, 그런 게 있더라고요. 아무튼 폭력과 애정이 섞인 영화들은 대체로 결말이 어두운 편이라서 모두 다 허무하게 죽고, 재곤에게는 사랑과 양심이라는 존재를 일깨워주는 혜경 앞에서 재곤이 마지막에 그 말을 하더라고요. ‘난 그저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야’, 그 말이 재곤이 가지고 있던 마음의 갈등, 흔들리는 마음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칸에서 왜 이 영화를 좋게 봤겠느냐 하면 혜경과 재곤 그 두 사람의 마음의 흐름을 끝까지 계속 쫓아가고 놓지 않은 것, 이야기를 털어버리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 마음의 흐름을 계속 쫓아갔던 것이 저는 이 영화가 특징 있었다고 보는 거예요. 영화의 약점을 다들 이야기 하셨나요? 저는 이게 아주 좋기는 좋은데 뭔가 좀 빠져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영화를 보고나서... 지금도 그게 뭘까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중인데 어디에 허점이 있을까 ... 그게 좀 궁금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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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선 : 멜로인데 멜로의 감정선을 따라갔는가, 툭 던지기만 하는 느낌이 있고. 의도로 봤긴 했는데 인생이 그렇지 뭐, 냉엄한 현실이 뭐, 남녀의 거리가 현실에선 잘 안 좁혀지잖아요. 결국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그런 의도들이 감독이 가지고 있는 시니컬함과 엮여서 인물들이 그렇게 보이게 하려고 하다 보니까 멜로인데 멜로가 아닌 것 같고, 하드보일드인데 하드보일드인가? 아까 다른 분이 얘기 하셨는데 하드보일드적인 측면에서 간결하지 못하고 과잉이다, 제가 보기에는 감정을 따라가기에는 그런 부분들이 있긴 했었던 것 같아요. 세 인물을 중심에 놓고 봐도 둘이 만나고 준길이란 사람과 좋아하고, 형사인 걸 은폐하고 위장하고 들어가서 이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나는 도망가야 하니까 돈을 요구하고 그랬는데 마지막에 보면 그 남자는 죽고, 나는 널 배신한거야 그러고, 그 지점들이 과연 좀 보는 관객이 따라가기에 명확했나 그것도 생각...

 

박태식 : 내가 아쉬웠던 부분은 혜경이 박성웅은 좀 멀어져있는 상태잖아요 그리고 어딘가에 이 여성에게 빈틈이 생겼어요. 그 사이에 김남길이 뚫고 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럼 둘 사이가 확실하게 사랑의 감정이 생겼다는 걸 표현을 못해줬어요. 그러니까 이게 내가 보기에는 암시적으로 보여주긴 하는데 아주 절절한 사랑같은 게 빠져있지 않나, 그러니까 나중에 전도연이 칼을 가지고 찌르고 할 때 저렇게 칼을 갖고 찌를 정도로 둘 사이에 얘기가 있었나, 스토리가 진행된 게 있었나 그런 느낌이 들기는 했어요. 멜로로서 약한 부분이 있다고 하면 잘 끌고 갔는데 어느 순간에 팍 불꽃이 튀어야 하는 그 부분이 있잖아요, 그게 잘 없더라고요. 난 나중에 칼로 찌를 때 왜 찌르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재형 : 글쎄요, 저는 보기 나름인 것 같은데 하드보일드하다 라고 얘기를 하잖아요. 이게 어디서 나온 말인지는 모르겠어요. 오승욱 감독이 맨 처음에 꺼낸 말인지, 관객 혹은 평론가들이 퍼트린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대연 : 마케팅 하면서 하드보일드 멜로라는 이런 마케팅으로 나온 거 아닌가요?     

 

정재형 : 그랬다면 오승욱 감독이 어느 정도 의도했다고 볼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겠죠. 내부에서 나온말이니까. 오승욱 감독이 의도했다고 본다면 결국은 그게 스타일에까지도 하드보일드하게 가려고 했던 연출이라고 보면 일부러 격렬한 사랑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거죠. 그것을 은밀하게 암시하는 것으로. 저는 그 모멘트가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제가 정확하게 생각이 나진 않지만, 요 부분에서 김남길이 전도연에게 사랑을 느꼈다, 그 다음에 요 부분에서 전도연이 사랑을 느꼈다, 이런 것들의 선을 분명히 연출했다고 보이는데 그것이 미약하다고 생각하면, 다른 멜로처럼 격렬하고 터트린다고 생각한다면 상식에서 벗어나는 연출이 되는 거고, 오승욱의 문맥에서 분명히 하드보일드라는 문맥을 준거예요. 아주 간결하고 냉정하게 끝까지 끌고 나간 거죠. 그런 면에서 본다면 하나의 스타일리쉬된 영화로 봐줘야 하는 거죠. 그런데 그것이 아까 민선생님이 대중의 포지션, 대중이 어디에 맞춰야 될 것인가에 실패했다면, 흥행으로 나타나는 것이 실패했다면 바로 작가와 장르의 갈등관계를 읽을 수 있는 텍스트인 것 같아요. 작가는 분명히 새로운 스타일을 통해서 대중영화의 문법을 제시했다고는 생각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한국관객들이 그 문법에 맞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고, 그렇게 본다면 이 영화가 굉장히 독특한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부패한 형사 등등의 소재나 이런 면에서 본다면, 아까 예를 들은 <끝까지 간다> 같은 것들과 일맥상통하지만 스타일에 있어서는 완전히 독보적인 영화이다. 왜? 최근 대부분의 한국영화들이 다 터트리거든요. 대표적인 것이 <끝까지 간다>죠. 이 영화야말로 어떻게 보면 끝까지 재미있는 영화로만 남는 영화, 주제가 뭐지? 생각하면 굉장히 공허해질 정도로 오락성을 추구했기 때문에 그 점 하나 때문에 관객에게 엄청난 환영을 받았던 그런 영화라고 본다면, 개인적인 견해이기도 합니다만, 저는 <끝까지 간다>가 주제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인정하기 힘든 영화로 보거든요. 그러나 오락적으로는 상반되게 아주 극단적으로 너무 재미있게 본 영화. 그래서 어떻게 평을 해야 할지 난감했던 영화인데,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보면 감독을 통해서 스타일을 읽어내고 그 스타일을 통해 어떤 주제를 이야기하려고 했는가 하는가. 아까 말씀이 나왔지만 사운드에 대한 부분이라든가 나는 사실 화면사이즈나 색채까지는 깊이 생각을 안했지만 그런 것까지 감안한다면 이건 어떤 주제가 있긴 있어요. 저는 그걸 고독으로 표현하는데 저는 오승욱 감독이 애정을 충분히 표현했기 때문에 애정을 느낀 것이 아니라 이들이 너무 고독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에서 이들은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구나 라는 식으로 저는 굉장히 제 스스로 해석을 하면서 봤거든요. 여러분들 이야기를 듣고 보면 맞아요. 너무 암시적으로 살짝살짝 표현을 했기 때문에 관객들이 도대체 뭘 표현했나 라고 질문을 던질 수도 있겠다. 그런데 저는 그 인물이 처한 상황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충분히 느끼면서 그 배경이나 그런 것들에 충분히 몰입되면서 왜 사랑할 수밖에 없는가 하는 해석을 끊임없이 하게 됐다는 거죠. 그랬을 때 이게 어찌 보면 표현된 것으로는 상당히 추상적이긴 하지만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지점이 있다. 그게 오승욱 감독의 스타일에 있지 않겠는가. 저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떻게 판단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스타일을 통해 나름대로 주제를 전달하려고 했던, 지금의 트렌드와는 다른 스타일리쉬였다는 점에서 평가하고 싶네요.

 

송아름 : 그 감정선들 저는 너무나 깊게 왔거든요. 그게 잘 표현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저는 좀 의아한데, 어제 오승욱 감독이 얘기하는걸 보면서 저렇게 수다스러운 사람이 어떻게 영화를 이렇게 조용하게 만들었을까, 그런데 그것도 대사가 별로 없이 많은 것을 보여주면서 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일단 정재곤이 김혜경을 관찰을 할 때 이 여자가 신나게 시장을 봐와서 음식을 차려놓고 그리고 다시 집에 들어갔다 갑자기 훅 다 가져가서 싹 다 버려버리고 들어가고. 그러니까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외로움에 대한 것들과 그리고 이 여자가 너무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고 그런 장면들을 이 남자가 계속 목격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김혜경도 이 사람이 늘 혼자 있고 집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고 하는 걸 포착을 하면서, 저는 그래서 마지막 그게 되게 많이 보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전도연의 눈빛이라든지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범죄자를 소탕하면서 그 앞에 서서 나는 정재곤이고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그래 넌 범죄자 애인이고 난 형사고 난 내 일을 한거야 라고 얘기를 하는데, 전도연이 욕을 하나? 쳐다보나? 그럴 때 고개를 푹 수그리고 말거든요. 이 사람은 자기가 이 여자, 나를 믿었던 이 여자에게 큰 잘못을 하고 배신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전도연이 칼로 찔렀을 때 이 남자가 이렇게 보면서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주저앉는걸 보는데 거기서 저는 오만가지의 감정과 멜로를 다 보여줬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정재형 선생님 말씀하셨지만 스타일리쉬한 면에서 그걸 잘 보여준, 그리고 화면이 너무너무 어두운데 최근에 본 <차이나타운>도 어둡지만 화려하거든요. 색채가 정말 화려했고 김혜수가 입는 옷이라든지 집이라든지 이게 정말 어두우면서도 색채가 많은데 이 영화는 정말 잿빛이잖아요. 전도연이 빨간 치마를 입고 나와도 그 조차도 잿빛인 것처럼 보여주는 그런 방식들이 이렇게 멜로에 대해서 조금 더 얘기할 수 있는 그런걸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을 하고. 그리고 저는 이 영화가 여기서 멈출 수 있었는데 감독이 끝까지 가서 조금 더 나갔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사실 마지막 부분이거든요. 같이 본 친구랑도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고 높이 산 부분인데. 마지막 10~15분정도 되는, 전도연을 다시 한 번 팔아넘겨서 정말 끝까지 가는 거기까지를 보여줄 수 있는, 박성웅이 죽고 이렇게 끝나버렸으면 되게 장르영화로 갔을 수 있는데 끝까지 보여주면서 거기서 밀고 나가서 이 사람들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고 거기에서 전도연이나 김남길의 감정선을 한 번 더 보여줄 수 있는 게 이 영화가 조금 더 나갔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런 부분일 것 같고요. 저는 최근 GV나 이런 것들 보면서 혹은 상업영화라는 용어자체에 대해서 그걸 어떻게 판단해야 될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어떤 가상의 혹은 이럴 것이다 라는 관객이 이렇게 읽는 것을 가정하는 게 사실은 불가능할 텐데 그것을 어느 정도는 가정을 하고 이걸 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약간 들거든요. 그거에 대한 것들도 조금 어떻게 봐야 될지 모르겠고. 그리고 감독들도 본인들이 하고 싶은데 가령 <무뢰한>같은 영화를 찍은 제작사는 정말 용감한 제작사다 라는 얘기를 하면서, 그렇게 얘기를 한다는 것이 어쨌든 관객이라는 혹은 돈이라는 수치로 영화라는 걸 평가하려고 한다면 <무뢰한>을 만드는 것은 위험한 짓이다 라는 게 전제되어있는 거잖아요. 그랬을 때 그걸 ...뭐라고 말해야지? 피해? 한계라는 걸 이미 정해놓고 얘기를 하는 것 같은 그런 생각들이 약간 들어서 그거에 대해서도 요새 그런 얘기들을 듣고 나오면서 약간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가령 <주먹이 운다> 이게 2005년 영화인데 10주년 기념해서 얼마 전에 기념상영 하는 걸 보러갔었는데 지금 이런 영화가 못 나올거다 라는 생각을 사실 저도 했거든요. 1라운드서부터 6라운드까지 다 복싱을 보여주는 영화를, 130분이 넘는 영화를 과연 누가 만들어줄까라는 거에서 어느 면에서는 회의적으로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런 영화는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일련의 생각들과 그런 영화가 나왔을 때 분명히 환호할 수 있는 관객은 있을텐데 라는 생각들과 그런 여러 가지 생각들이 <무뢰한>을 보면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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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연 : 저도 대부분 동감하는데 후반부라든가 혜경이라는 인물의 감정선은 잘 이해가 되는데 재곤의 감정선은 이해가 잘 안 되는 거예요. 아까 좀 전에 얘기하신 것처럼 집 앞에 와서 앉아있다든가. 저는 그거 되게 뜬금없이 봤거든요. 왜 그러냐면 재곤이라는 인물이 어떤 때는 감정이 삭제되어있고 어떤 때는 과잉되게 드러나 있고 너무 툭툭 튀는 느낌이 드는 거죠. 예를 들어 반장과 상무가 나쁜 짓을 하려고 할 때 전화를 하잖아요. 막 뛰어가면서 다급하고 격렬하게 반응을 하는데 그 격렬함이 잘 이해가 안 되는 격렬함이었던 것 같아요. 왜 저렇게 격렬하지 저거보다는 조금 톤 다운할 수 있는 부분 아닌가, 오히려 저 사람 성격에서는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부분들이 자꾸 생각나고, 오히려 조금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부분아 닌가 했을 때에는 다 삭제되어 있고. 그런데 그 삭제됨이 어딨는가 보면 그걸 재곤이라는 인물의 눈빛으로 다 표현하려고 한 것 같은데, 제가 봤을 때 재곤의 눈빛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똑같거든요. 혜경이 보여줬던 눈빛이 살짝 떨리는 걸로 다 표현될 수 있는 어떤 부분들이 아니었다는 거죠. 제가 느끼기에는. 전도연의 감정선들은 충분히 따라가기 미묘한 감정들이 포착이 되는데 재곤한테는 그 감정들의 떨림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포착이 안 되니까 재곤의 저런 반응들은 너무 뜬금없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드는거죠. 어떤 때는 마치 애인처럼 굴다가 어떤 때는 전혀 저기한 사람처럼 굴다가. 그렇게 외피적으로는 보이더라도 그 중심을 잡고 있는 그 감정의 라인이 있을 것 같은데 그 라인자체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그렇게 되는 거 아닌가 느낌이 들어서 재곤이라는 인물 자체가 이해가 안 되니까 다른 주변에 있는 여러 가지 장점들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느낌들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들이 그런 부분들이 아니었나 싶고, 그래서 후반에서 갈수록 그게 명확히 잡히긴 해요. 잡히긴 하는데 그게 초중반에 특히 중반정도에서 조금 표현되어야 될 감정들이, 오버스럽게 “사랑해” 이걸 원하는 건 분명히 아니고요, 저는 감정이 a감정이 b감정으로 변하는 선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갑자기 툭툭, 그 엘피 튀는 것처럼 감정이 튀는 것 같은 그런 느낌들을 받았지 않나 싶습니다.

 

정재형: 저도 이대연 선생님 얘기에 일부분 공감하는 부분이 전도연과 김남길에 연기를 비교하면 확실히 그거는 저도 좀 수긍이 가요. 그래서 어찌 보면 이 영화가 그.. 남자영화거든요. 근데 그게 조금 다음에 얘기를 할 만한 부분이긴 한데, 여성에 대한 어떤 부분인데, 사실은 그 무뢰한은 김남길을 말하는 거죠. 그리고 그 제목처럼 김남길을 말하고, 그리고 거기에 많은 주제를 사실 담고 있다고 보거든요. 김남길이 과연 배신이란 게 굉장히 표면과 이면이 있고 굉장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그런 묘한 어떤 배신감인데 그게 하드보일드로 연결로 되고. 그래서 표현을 잘 안하는 하드보일드라는 그 사람이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굉장히 아주 섬세한 연기가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전도연씨도 주인공이고 둘 다 주인공이긴 하지만 이 영화를 해석하는 주체는 여성보다는 남성이에요. 그래서 남성의 연기가 훨씬 더 어찌 보면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이 작품에선 훨씬 중요했단 말이죠. 그런데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건 아니지만 어쨌든 상대적으로 더 중요했던 인물이었던 김남길보다 전도연이 더 섬세하게 잘했고 전도연의 연기를 전달하는데 있어서는 큰 무리는 없었는데 김남길의 연기가 여러 가지 해석이 막 나오고 잘 모르겠다, 어떤 부분에서는.. 이런 것들은 저도 일정부분 동의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랬을 때 그 섬세함이 전달이 안 됐다는 얘기거든요. 그래서 이 작품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뭔가 아까부터 나왔던 껄쩍지근한 부분이라는 게 저는 그 스타일에도 있는지 모르지만 스타일을 제가 굉장히 옹호하는 입장이고 사실 거기서 왔다기보다는 지금 이대연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면 그게 오히려 김남길의 연기에서 온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어요. 왜냐하면 이 영화의 핵심주제 중 하나가 둘이 정말로 사랑을 했는데, 결국은 전도연은 배신을 했다고 보는 거예요. 그런데 김남길은 그걸 어떻게 받아치냐면 ‘나는 형사고 형사가 내 일을 한거지, 내가 널 사랑했느냐’ 라고 얘기를 하면서 일언지하에 애정의 관계를 무산시켜버리거든요. 그렇지만 과연 김남길은 그렇기만 한 사람이냐, 아니죠. 사랑은 했죠. 그러니깐 굉장히 이중적인 사실은 인간이잖아요. 사랑했고 그렇지만 또 어찌어찌해서 전도연을 사랑해선 안 된다는 한편으로는 생각을 갖고 있는 복잡한 인간인거예요. 사실은 아까 이대연 선생님이 지적한 다른 부분으로써 김남길의 일관성에 대한 비판은 좀 하셨는데 그 부분도 문제이기도 하고 사실 일정정도. 그 사람이 아주 정의로운 사람이고, 선하고 그런 사람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 구석이 많은데 그러 것들이 다 뒤범벅이 되어있는 혼란함이 있죠. 그래서 영화 속에서 그 사람의 캐릭터에 대해서 명쾌하게 해석하기가 힘들어요. 저도 그 부분에 동의 하는데 그 부분과 별개로 이 주제를 해석하는 데에 있어서 김남길의 전달이 안 된 부분, 이 부분은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거죠. 마지막에 (본인이 정확한 대사는 잊어먹었습니다만) 전도연한테 욕을 하죠.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욕질을 하면서, 그거는 저는 사실 애정표현이라고 보거든요. 사실 김남길이 전도연을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죠. 근데 전도연은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로 받아들이면서 사실은 복수하고 끝나는데, 또 전도연은 그럼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실은 관객들이 추측하는 재미에요. 근데 전도연도 예를 들면 김남길은 말은 저렇게 했지만 역시 우리는 사랑을 했었지, 근데 넌 배신을 한거야 라고 계속 증오를 가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김남길은 바로 남자의 시각이란 게 있고 전도연은 여성의 시각이 있거든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이영화가 굉장히 남성적인 영화에요. 뭐냐면 느와르적인 하드보일드. 느와르 형사물의 구조를 차용해 왔는데 그걸 반전시켰다는 거거든요. 종래의 느와르에 있어서 여성의 존재는 굉장히 팜므파탈적인 존재지만 이 영화에서는 거꾸로 여자가 이용당하고 남자가 말하자면 이용을 하는 주체처럼 되어있거든요. 하드보일드에서 여성의 주체를 세운 독특한 면을 갖고 있어요. 갖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남자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어쨌든 전달, 호소력이 약하다 .이런 부분에서는 저도 동의합니다. 정말 이영화가 무언가를 전달하고 싶은가 뭔가 확실하게 정리를 못 하겠다는 것이 김남길의 연기에서 전달이 어찌 보면 조금 복잡한 면을 갖고 있는데 하나하나 다 풀어내지 못한 연기력? 이라고 이야길 한다면 저도 좀 그럴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김남길의 바로 내면이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주제를 많이 생산해내니깐 그런 점에서 영화가 조금 껄쩍지끈한 느낌이 거기서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박태식 : 이 감독이 짚어주려고 하는 데는 분명히 있었어요. 혜경이 자기 집에 들어오는 걸 계속 거부하다가 김남길이 새벽에 한 번 발견하고선 들어와라 하고선 하룻밤 자요. 그 다음날 둘이 밥을 먹잖아요. 나는 그때 거기서 둘이 굉장히 중요한일이 생길 거라 생각했는데 거기서도 불분명했고. 그리고 나중에 3천만원을 주고 전도연이 먼저 내려주고 가잖아요. 그리고 김남길은 차로 쫒아가고. 거기서 이 둘 사이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떤 감정이 오고가리라 하는 것도 말하자면 어디서 많이 보기 했지만 그래도 꽤 신경을 썼구나.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근데 지금 결정적인 문제가 전도연이 연기를 잘해서 일수도 있고 전도연의 존재감이 그사이에 너무나 확실하게 돼있기 때문에 김남길이 수습을 못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김남길이 그렇게 연기를 못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둘이 비교하면서 가다보니깐 김남길이 너무 약한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김남길이 자기가 어느 순간에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를 보여줘야 되는 순간에도 별로 잘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잘못 붙인 것 아닌가 그래서 캐스팅을 나는 다른 사람으로 .. 원래 이정재 ...이정재면 나을지도 몰라. 그러니깐 김남길이 아직.... 본인한테는 죄송하지만 아직 급이 안 되는 거 아닌가? 전도연을 상대할만한 급이 안 되는 거 아닌가?

 

정재형: 저는 그렇게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거는 좀 너무 심한 말인 것 같고요, 그렇게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고요, 저는 어쨌든 전도연은 자기의 역할을 소화하는 게 분명히 보이거든요. 자신이 계속 의심을 하다가 결국 어느 순간에 이 남자를, 정체는 모르지만 자신의 애정이 쏠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반신반의하는 그런 모습까지도 보였고. 이런 것들에 대한 경계를 분명히 보이면서 마지막에는 형사라는 게 드러나면서 ‘나를 다 이용해먹었구나’ 라는 분노, 배신감에 결국 마지막에는 칼로 찔러 버리는 이런 것들이 하나도 군더더기가 없죠. 명확하게 관객에게 전달이 됐죠. 사실 그게 굉장히 단순한 인물이라는 거죠. 그에 비해 김남길의 캐릭터는 굉장히 복잡한 거예요. 저는 오히려 김남길보다 이정재가 됐으면 어떨까 라는 것 보다는 만약에 전도연이 남자였는데 전도연이 그 역할이 아니라 김남길이 했던 그 역할을 했다면 과연 전도연이 잘 소화했을 수 있었을까 라는 것을 오히려 얘기하고 싶었을 정도로 단순히 연기력에 있어서 그 역할은 누가해도 대단히 소화하기 어려운 그런 캐릭터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거죠. 왜냐하면 이 영화에서 사실 주인공은 김남길이거든요. 전도연이 아니고. 그런 의미에서 훨씬 더 많은 비중이 있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아까도 말씀 드린 대로 이 주제에서 해석하는데 있어서 김남길의 캐릭터가 더 잘 묘사가 됐어야 한다. 그런 어려운 미션이 있는 역할이었다는 점에서 김남길의 아쉬움이 있다는 거죠. 어떤 의미에서 그 역할자체가 이영화의 주제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복잡한 캐릭터 라는 거죠. 결국 이 영화의 주제라는 건 무엇이냐 이거죠. 그 남자 주인공 김남길을 통해서, 전도연의 인생을 통해서 보면 이영화의 주제는 굉장히 심플해요. 근데 김남길이라는 인간을 통해 이 영화의 주제를 들여다보면 굉장히 복잡해요. 사실은 뭔지 정확하게 잡히지 않을 정도로 대단히 복잡해요. 자기가 해석하는 방향대로 조금씩 스펙트럼이 달라질 수 있어요. 결국에는 이 사람은 여러 층의 겹 구조를 가지고 있거든요. 자기가 사랑했다 사랑하지 않았다 배신했다 배신하지 않았다 라는 것을 계속 반복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마지막에 전도연은 분명히 너는 나를 사랑했는데 라고 얘기하는데 그것을 가지고 부정을 하죠. 그렇지만 그건 부정한 것도 아니거든요. 자기가 그걸 받아들이면서 마치 자기가 잘못했으니깐 벌을 받는다는 듯이 표정을 바꾸고, 그 다음부터 가면서 전도연을 또 욕을 하잖아요. 또 그걸 부정하는 거예요. ‘나는 내 일을 한거야’ 라고 당당하게 얘기하면서 계속 자기를 부정하는 역할을 처음부터 계속 보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나 많은 부정의 역할을 보인 거고 전도연은 그에 비해서는 이 사람을 몰랐는데 나중에 알았다는 단순한 공식으로 움직였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끝까지 김남길의 캐릭터는 대단히 쉽게 포착하기 어려운 미스테리한 인물이기도 해요. 거기에 이대연 선생이 지적하신 그 부분까지 더하면, 말하자면 이 사람의 일관성이 뭔지를 모르겠다. 이 사람이 정말 정의롭고 순수한 사람이냐, 그런데 그 사람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지 라는 것까지도 명쾌하지 않은 것까지를 플러스 시키면 김남길의 캐릭터는 정말 복잡한 거죠. 단지 우리는 그중에서 하나의 면만 가지고 김남길을 해석할 뿐이죠. 그래서 사실 저는 이 영화에서 혼란스럽지는 않아요. 혼란스럽지는 않지만 그 모든 것을 감안해서 깊이 있게 해석하려고 하면 굉장히 혼란해져요. 그만큼 김남길의 역부족이 느껴지니까. 전도연은 명쾌해서 해석의 잡음이 많지 않은데 김남길은 굉장히 (해석의 잡음이 많기) 때문에 저는 어찌 보면 주제와 감독의 주제의식까지도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이라고 보이거든요. 단순히 연기를 잘했나 못했냐를 떠나서 김남길이라는 캐릭터 형상화 자체가 상당히 사실은 감독의 선에 있어서도 뭔가 좀 정리되지 않은, 부정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런 것도 많이 있었다.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기는 인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이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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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식 : 분명히 이 영화가 스타일은 있어요. 영화가 흥분시키지 않고 아주 냉정하게 가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흐르는 아주 치열한 감정 같은 것들을 드러내야 하는데 김남길이 못한 건 아닌데 내가 그 점이 좀 아쉬웠던 것 같아요.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김남길 역할에 여러 인물들을 대입시켜 봤어요. 최민식이라든가 한석규 등등등. 몇몇 해봤는데 김남길이 너무 곱지 않나? 느낌이? 그래도 어디가 괜찮았냐 하면 처음에 박성웅하고 둘이 싸우는 장면이 나와요. 주차장에서. 그 싸우는 장면은 참 좋더라고. 진짜 거기는 잘 만들었고 둘이 격렬하게 싸우고 아주 대단한 싸움꾼인 것처럼 만들어낸 그 장면은 아주 좋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그런 기대를 좀 했어요. 이 영화가 어느 정도의 세련된 풍경을 보여주겠구나. 그런데 그 이상은 없었던 게 좀 아쉬웠고 그랬죠.

 

정재형 : 저는 김남길의 장점을 분명히 보고 있는 부분은 뭐냐면요, 김남길이 아주 내면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대신에 하드보일드하게 무덤덤한 역할을 했다 라는 점은 있는데요, 그래서 좀 아쉬움이 있을 순 있는데요, 그걸 최민식이나 감정이 풍부한 사람으로 대체한다고 그러면 그 사람들은 주로 터트리거나 하는 부분에 있어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김남길이 가지고 있는, 사악하다는 건 아니지만 상당히 믿을 수 없는 뭔가 야비함 같은 것들이 느껴져요. 김남길이 가지고 있는 대단한 장점이에요, 그게. 그 부분에 있어서는 거론되는 어떤 많은 스타보다도 김남길이 가지고 있는 외모나 표정이나, 나긋나긋한 선이 주는 어떤 그런 것부터 시작해서, 그리고 그런 역할을 많이 해서 굳어진 스테레오 타입화 된 것들을 본인이 활용하는 것이기도 한데 오승욱 감독이 그런 면에서 김남길을 선택했을 때에는 그런 점들을 고려했을 거라고 보이거든요. 왜냐, 이건 자기가 결정적인 순간에서 자기의 입장으로 확 돌아서면서 야비하게, 그것도 하드보일드하다면 하드보일드 한 건데, 일상에 복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여야 하거든요. 그리고 많은 관객들이 기대했던 전도연의 애절함에 비해서 매몰찬 남자의 모습 같은 것들이 대비될 수 있었다면, 그러니까 제가 굉장히 좋게 해석하는 건데, 저는 그런 것들이 김남길의 장점이라고 보고 싶어요. 근육질적이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으면서 왔다 갔다 하는, 그리고 뭔가 표정이 주는, 알 수 없는, 속에 뭐가 들어가 있나 라고 어찌 보면 알 수 없는 야비함 같은 것들이 번뜩거리죠. 처음 격투장면에서조차도 박성웅은 우직하면서도 남자다운 모습이 보이는데 재곤의 캐릭터는 형사들이 갖고 있는 쇠막대기로 두들겨 패고, 어찌보면 주먹싸움을 해야 하는데 그런 걸 보면 잔인하기도 하고 야비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박성웅에 비하면 덜 남성다운 그런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나름대로 매력적인 캐릭터로 캐스팅 된 인물일 수 있다. 좋은 장점으로 볼 수도 있다. 단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호소력이 약했다면 뭔가 너무 어려운 복잡한 면의 캐릭터에 있지 않았는가. 면죄부를 좀 주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박태식 : 지금 말씀은 캐릭터가 너무 복잡했다는 거지, 김남길이 그렇게 쳐지는 건 아니다.

 

정재형 : 그래서 누구를 데려와서 찍어도, 송강호를 대든 최민식을 대든 각자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 캐릭터는 참 소화하기 힘든 캐릭터다, 저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박태식 : 그리고 난 재미있었던 게 싸울 때 봉고차를 들이대고 다 나가 싸우고 자기는 안 나가고 가만히 있잖아요. 자기가 형사라는 걸 드러낼 수 없는 처지인데 결국은 자기가 나서야 하잖아. 결국은 총을 쏘고 하는 그런 캐릭터들이 누가 와도 소화해내긴 쉽지 않겠네요.

 

송아름 : 저도 김남길이라는 배우를 주목해서 본 적은 별로 없는데 이번에 영화 보면서 아 이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이런 면이 있구나, 선생님이 야비함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애처로울 수 있는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무엇보다 목소리가 좋구나, 이런 생각과 전도연의 집 앞에 찾아갔을 때 쪼그려 앉아있는 그 모습도 사실 이 모습이 보여질 수 있는, ‘아, 저 남자를 두고 어떻게 그냥 가나’ 약간 이런 애처로움을 줄 수 있는 그런 게 김남길이라는 배우가 보여줄 수 있었겠다. 그리고 그 사람을 쳐다보는 거나 선택해야 하는 문제에 있어서, 남성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오승욱 감독의 <킬리만자로>를 보면 남자들의 인물 자체가 해식이랑 해철이 있는데 박신양이 1인 2역을 하는 거잖아요. 형이 형사가 된 거고 쌍둥이 동생이 공장 같은데서 살면서 제대로 살지 못하고 돈 꾸러 오고 그런 건데 이 동생이 죽어요. 죽어서 형인 형사가 돌아다니면서 동생의 경로를 다시 걷는 건데, 다들 그러는 거예요. 자기가 보기엔 자기 동생이 되게 쓰레긴데 다들 너 같은 놈이 한 배에서 나와서는 그럴 수 없다, 이 사람이 얼마나 착한 사람인데 너는 이런 모습이냐 라고 그런 대사들이 질타를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은 형사인거고. 그런 면에서 이 오승욱 감독이라는 사람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선택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감독이라면, 남성 인물을 그렇게 그리는 방식이 이해가 되고 타당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뢰한>의 인물들도 김혜경이라는 사람은 날 좀 봐줘, 날 좀 사랑해줘 이렇게 해서 닳고 닳았지만 누군가를 쫓아갈 수 있는 사람은 명확하게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생각을 막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인데, 김남길이라는 사람은 선택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혹은 숨겨야하고 계속 감춰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말도 많이 하지 못하고 이 말을 했을 때 저 사람이 저게 진담일까 아닐까 김혜경한테 마음을 주는 걸까 아닐까를 되게 미묘하게 보여주는 것이라서 되게 어려웠을 것 같고요.

 

정재형 : 그 다음 주제가 될 만한 게 뭐가 있냐면, 이게 사실 남성장르인데, 지금 송아름씨가 얘기한데로 굉장히 유약하게 보여줘요. 정말 애처롭고. 그런데 그렇게 단순하게 남자가..., 그러면 여자가 굉장히 당당하고 전도연이 먹여 살리면 되는 인간이에요. 그런데 이 남자가 그렇게 단순하질 않거든요. 굉장히 야비한 거예요, 한편으로는. 그러니까 여자는 한마디 말하면 나 당신 따라갈 수 있는, 저는 그런 부분에서는 굉장히 당혹했어요. 저 여자는 뭐야, 박성웅을 버리고 여자가 저렇게 단순해도 되나, 이전에 보여준 장면에서는 박성웅을 절대 떠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사실은. 어떤 의미에서는 여자의 지혜로운 면인거죠. 남자를 고르는 거죠. 더 좋은 거예요. 더 좋은 사람한테 가겠다는 거예요 여자의 선택은. 그런 면에서 당당해요. 그런데 김남길은 되게 복잡해요. 끝까지 대답을 안하는 거예요. 두 번인가의 장면을 통해서 재차 물어보는데도 불구하고, 전도연은 확신을 갖고 귀걸이까지 하고 나오잖아요. 그러면서 물어보죠. 그런데 거기에서도 망설이다가, 굉장히 망설이죠. 김남길이 보여줄 수 있는 표현력은 그거예요. 망설였다는 거거든요. 그런데 절대 말에서는 냉정하게 말을 하잖아요. 아니다. 거기에 여자는 목숨을 거는 거예요. 아니구나. 그리고 박성웅을 또 따라가는. 이런 인간으로 만들죠. 그러니까 여자는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희롱당하는 거예요. 이 남자는요, 사실은 굉장히 비참하고 갈 데도 없고 외롭고 정말 안 된 남자인데도 오기라고 할까요. 이해할 수 없는... 화끈하게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길을 가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이 여자를 비극으로 몰아넣는 거라고 저는 해석을 했어요. 여자는 끝까지 이용당하는 여자다 라는 걸 이 영화가 보여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정말 이 남자는 무뢰한인거예요. 인간적으로 무뢰한인 거죠. 굉장히 많은 해석의 말들이 무성할 수 있는 영화다. 그래서 김남길의 캐릭터로 다시 돌아가자면 김남길의 캐릭터는 정말 어려운 캐릭터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죠. 이제 캐릭터 얘기 그만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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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선 : 저는 그렇다면 캐릭터가 왜 그렇게 됐을까 했을 때, 감독의 세계관은 멜로를 바라보는 게 멜로라는 걸 순수하게 바라본다면 본인은 멜로조차도 거래관계가 아니었을까, 사랑이라는 건 주고받는 거다, 내가 원하는 건 네가 나에게 줄 수 있는 만큼 나도 주겠다. 여자도 결국 그걸 원하는 거였고. 그런데 그게 서로 일치하지 않는 지점이 있었던 건데 그걸 표현하는 남성의 캐릭터는 그게 어떻게 보면 많이 나오는 캐릭터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사랑을 하는 남성캐릭터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지점에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정재형 : 제가 지금 사실 민병선 선생님 얘기를 기다렸는데 결국 캐릭터에서 그 얘기로 왔네요. 이게 제가 나중에 말씀드리고 싶었던 건데, 저는 고독이라는 측면에서 이 영화를 보는데 그게 애정 멜로로서 젤 큰 면인 것 같아요. 두 번째로 무시할 수 없는 주제의 하나를 저는 뭐로 봤냐면 일과 이용, 일을 위해서 인간을 이용하는 관계, 거래관계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일과 이용의 관계로 보고 싶거든요. 영화는 인간이 일을 수행하기 위해 타자를 이용해야 하는 관계다 라는 것을 주제로 보여준다고 봅니다. 재곤은 혜경을 미끼로 사실 준기를 잡으려고 했죠. 준기는 혜경을 이용해서 중국으로 도피 할 수 있는 돈을 뜯어내려 하려 했고요. 사실 혜경은 아무것도 이용하지 못했어요. 이용만 당하다가 비극의 인물이 됐거든요. 저는 그 점을, 그런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무뢰한이고 그 주인공은 김남길이고 마지막에 살아남았다는 표현은 어폐가 있지만 마지막에 끝까지 자기 길을 꿋꿋이 걸어가려고 하는 비열한 인간, 단순히 비열하다고만 볼 수 없는, 유약한 면도 갖고 있고 불쌍하기도 하고 굉장히 우유부단하기도 한 문제적 인간을 만들어냈어요. 이 영화가. 저는 거기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고 봅니다. 분명히 김남길은 일과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신부님 말씀하신데로 자기는 우유부단하게 또 변한 거예요. 카멜레온형 인간이라고 볼까요, 김남길은? 그러니까 우리 시대의 카멜레온 같은 인간형을 보여줬다고 봐요. 사실 의리나 애정을 위해서라면 자기가 배지를 던지고 박성웅을 포기하면서까지 자기에게 달려오려고 준비가 된 그 여성한테 갔어야 했죠. 떠났어야 했죠.

 

민병선 : 그랬으면 흥행이 잘 됐을텐데 ...(웃음)

 

정재형 : 흥행이...대수죠(웃음) ..물론 대수지만 여기서 명확히 민선생님과 저의 길이 달라지는군요(웃음). 교수로서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아가는 이 부르주아와 이렇게 아등바등 현장에서 흥행을 해야만 하는, 평론가 민병선 선생님과의 (웃음) .. 저는 사실 정말 아주 복잡한 카멜레온형, 이게 즉흥적으로 제가 만든 거라 깊이는 없을 수 있겠지만, 카멜레온형 인간형이 있잖아요. 우리가 영화 속에서 보는. 아마 그런 이 시대의 자화상을 만들어낸 것 아닌가 이렇게 긍정적으로 보고 싶습니다. (조심스럽게) 이견이 없으신가요?

 

박태식 : 아, 좋아요. 카멜레온형 인간.

 

정재형 : 민선생님, 왜 그렇게 흥행에 집착을 하십니까? (웃음)

 

민병선 : 중견감독들이 영화를 못 찍어서 ...(웃음) 힘들어하는 모습이 뉴스에 자꾸 나오길래 ...

 

정재형 : 솔직한 말씀이십니다만 모든 영화들이 흥행으로만 달려가면 참 그게 문제가 있는 거죠.

 

민병선 : 문제가 많죠. 그래서 그러잖아요. 2000년대 넘어오면서 권력의 중심이 투자사로 가고 그들의 원하는 흥행공식에 맞는 영화를 상품으로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걸 80년대에 꽃을 피신 감독님들이 적응을 못하고 도태되는 과정이 참... 배창호 감독님도 다 같은 ... 부부가 나왔던 작품 <정>을 만드신 피디님하고 예전에 한번 술을 마신 적이 있는데 굉장히 어렵게 ... 급여를 다 못주고 못 받았기 때문에 그런 문제부터 해서, 저예산 독립영화로 찍는데 피디로서 굉장히 힘들다는 거죠. 왜냐하면 한때 최고의, 돈을 막 쓰셨던 감독님이 그렇게 찍어야 하는데 적응이 안 되는데 자기는 돈을 만들어야, 회계를 해야 하니까 그게 안 되니까 그게 갈등하고 그런 얘기들을 들은 게 벌써 10년 전에 들은 것 같은데 그 후 작품이 없으신 거거든요.

 

박태식 : 우울증 같은 게 있으셨다는 거 같은데요.

 

민병선 : 아니면 영화의 트랜드를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을 파괴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더 말씀이 없으시면 오늘 합평회 <무뢰한>은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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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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