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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합평회

씨네톡:정재형, 민병선, 이대연, 이수향, 성수진_혜화, 동>

<혜화동>,<무산일기>,<사이비>

 

씨네톡: 정재형, 이대연, 성진수, 민병선, 이수향

 

<사이비>

이대연:   저는 원래 애니메이션을 좀 좋아해가지고 보는데, 한국에서 예전에 <사이비> 전에, <돼지의 왕>보고 되게 충격을 받았는데, 이런 게 한국에서 만들어지는구나 싶어서 반갑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 비슷한 시기에 <마당을 나온 암닭>도 재밌게 봤는데, 그림체가 취향문제도 있을 것 같긴 한데, <마당을 나온 암탉>이 아무래도 연령층을 고루 배려를 하다보니까 아무래도 밋밋한 그림체가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연상호 감독의 그림체가 전 되게 좋거든요. 근데 그게 왜 좋은가 하면, 일단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그림체이기도 하고, 일본뿐만 아니라 다른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런 그림체를 흔하게 볼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림체가 되게 사실적인데 가만히 보면 되게, 위악적이라고 해야 하나요? 약간 어떤 부분들을 과장되게 그리는데, 그게 위악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사람들이 다 조금씩 강하게 보이잖아요. 그게 예쁜 그림체는 아닌데, 일종의 추의 미학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부분들이 있어가지고, 거기다가 한국 사람들의 표정이나 체형, 정서 이런 것들을 담기에 좋은 그림체 중의 하나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즐겁게 봤는데, 요번에 <사이비>보면서도 그런 느낌은 같았구요. 내용 같은 경우가 저는 사실 정리가 잘 안되는 느낌이 들어요. 캐릭터들이 되게 다양하고 성격도 뚜렷하고 그런 캐릭터들이 부딪혀서 얘기가 만들어지는데 이게 종교얘기로 풀려고 하니까, 기본적으로 중심에 있는 게 정상 종교가 아니고 사이비 종교다 보니까 이걸 올바르게 정석적인 방법으로 풀 수 있는가란 생각도 좀 들고, 그렇다고 그걸 둘러싼 사람들의 얘기로 풀려고 하니까, 욕망이 충돌하는 상황들 이런 거 말고 또 뭘 얘기할 수 있는가 저는 잘 못 찾겠더라구요.

                정리하자면 한 두 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파고들자면 되게 애매하게 겹치는 부분들이 발생을 해가지고 저로서는 되게 난감한 것 중에 하나였구요, 점점 어렵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가 뭐냐면, 중간에 나오는 칠성이, 가게 집 부인이 죽은 걸 보며, 이 표정을 보고 얘기하라고 하는 장면에서 그때까지 제가 쭉 봐왔던 그 앞에 부분들이 한 번 깨지고, 쭉 가다가 민철이 딸이 죽은 것을 보고 거봐 내 말이 맞았어, 라고 외치는 부분에서 이전에 봐왔던 것이 한 번 또 깨지고, 이런 상황에서 끝에 가서 동굴 속에 들어가는 그 장면에서 앞에 봐왔던 것이 또 한 번 깨지고, 그러다 보니, 아, 이게 뭐지?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이수향:   저는 이걸 보면서 일단 그림체 얘기를 해야 될 것 같은데, 제가 애니메이션을 잘 안 봐서 그나마 제가 최근에 접한 게 3D나 뭐...

정재형:   겨울왕국? 미야자키 하야오?

이수향:   네, 뭐 그런 것들.. 굉장히 색감도 예쁘고 뭐 그런 헐리우드나 일본의 것들의 자연스러움을 보다가, 너무 영상 충격이..(웃음). 그림체가 뻣뻣한, 그러니까 그림체가 센 것 더하기 움직임이나 연결이 자연스럽지가 않고 기계적이라는 느낌, 덜 발달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이대연:   돈이 없어서 그래요...(일동 웃음)

이수향:   그리고 시작하자마자 바로 그런 그림체가 세게 딱 다가오는데 부자연스러운 몸짓과 함께 다가오는데 거기에 또 성우의 더빙이 확 들어가잖아요. 권해효 씨의 목소리가 처음에 크게 한 십분 굉장히 확대되어서 나올 때 처음 한 십 분 정말 몰입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아, 이런 걸 오히려 노린 건가 아니면 가지고 있는 제작비라든가 여러 가지 조건의 한계인가 하는 그림체에 대한 생각이었구요. 감독이 그냥 종교가 좋다 나쁘다 이런 것만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다양한 지점을 다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정리 안 되는 느낌이 있긴 있는데 전 그들이 사이비든 나쁜 사람이든 이 사람들은 돈을 위해서 하는 것이든 말든 간에 그것 때문에 위안을 받는 사람들이 있고 행복하게 죽은 사람이 분명히 있잖아요. 심지어는 명선이 같은 경우에는 진짜를 알려주는 아빠보다 그들에게서 훨씬 더 행복감을 느끼잖아요. 그게 잘못된 것이든지 뭐든지 간에. 그런 면에서 또 그 사람들의 상황이 수몰직전의 고장이라는 굉장히 불안한 분위기가 같이 있고, 생각 있는 젊은 사람이 거의 안 나오는, 그런 의미에서 정보라든가 인식이라든가 그런 것이 차단된 상태의 사람들이라는 한계성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이런 저런 것들을 통해서 단순히 사이비가 나쁘다는 일차원적인 것이 아니라 그게 또 다른 측면에서 기능하는 면들까지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옛날부터 역사에 보면 나라가 뒤집어 지거나 큰 우환이 있거나 그러면 말세 사상 같은 것도 나타나고 신흥 종교같은 게 발흥하고 그러잖아요. 지금은 그런 종교들 자체도 하나하나 분석하는 연구들도 많이 있는데, 그게 또 그런 사람들이나 시대에 맞춰서 어느 정도 순기능과 역기능을 하게 되는 그런 지점들을 다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감독이 사이비를 몰아붙이거나 종교에 대한 좋다 나쁘다 이런 게 아닌, 복합적인 면들을 다 말하고 싶었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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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선:   저는 감독이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극영화를 포함해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문득 이런 분이 왜 만화를 할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근데 한편으로는 웹툰같은 데서도 보면, 그런 분위기라든지, 예전 만화나 애니메이션하고는 다른 그런 지점들이 나오면서,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아마 그게 된 게 아닌가... 하여튼 이분이 만드는 극영화를 나중에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측면이 있구요. 이야기적으로도 예를 들어 이게 과연 사이비를 얘기하고 싶은 건지, 말이 사이비지, 실은 종교를 얘기하는 큰 틀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가 보통 이야기를 여기까지 간다하는데, 한 발 더 나아간다는 느낌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목사가 반성하는 지점에서 최장로를 죽이잖아요. 거기서 이야기가 끝날 것 같지만, 그래서 명선이 아버지 편으로 돌아온 줄 알았는데 다시 살인을 시도하면서, 난 너한테 회개할 기회를 줬어 이러면서 이야기가 한 번 더 뒤집는데,

이대연:   거기서 그거 나오잖아요, 어, 안 속네? (웃음)

민병선:   그런 양면성들이 그렇게 능수능란하게 하는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 능수능란함이 잘 보면, 많은 얘기를, 이 얘기도 하는 것 같고 저 얘기도 하는 것 같은데, 인간의 어떤 보편적인 그런 심리를 굉장히 증폭이 크게 다루더라구요. 그러니까 이야기가 굉장히 세고, 강한 충격파들이 오는 이야기꾼인데, 소재적으로는 수몰민, 그 안에서 외지인이 들어와서 결국은 보상금을 노리고, 또 어떤 맹목적인 종교...그런 것들이 많이 문제가 되고 나왔던 것들이거든요. 점점 신화화되면서 인간의 어떤 맹목적인 믿음들, 이런 거를 하고 싶었던 얘기는 아마 그 아버지를 통해서 계속하는 "가짜다, 가짜야, 가짜" 그 애기를 스릴러적으로, 사건을 계속 엮고, 물론 그 투르기는 추격자나 일반 극영화에서도 많이 썼던 방식이지만, 그걸 통해서 우리가 관념처럼 그것을 낫질하듯이 깨는 분위기들이, 하여튼 극영화를 한 번 만들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성진수:   특정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기보다는, 믿음에 대해서 얘기를 하려고 하는 측면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측면에서 사이비가 굉장히 복합적이고 훌륭한 측면이라고 느껴졌던 것이, 특정한 신을 믿는 사람, 그것이 가짜라는 믿음을 쫓는 사람-물론 우리는 영화를 보기 때문에 그 중에 뭐가 fact라는 것은 알지만-어쨌든 간에 그 극 속에서 그것을 믿는 사람, 어떤 믿음이라는 게 진짜 맹목적이 될 때, 그게 사람을 괴물처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특정 한 종교만이 아니라, 거기에 나오는 다양한 사람들, 예를 들어서 경찰, 술집 주인, 뭐 저렇게 선하게 생긴 사람이 왜 사기꾼일 수 있겠어요, 너같이 생긴, 욕하는 니가 나쁜 놈이지라는 그런, 소위 말하는 선입견이라는 믿음부터, 그런 것들이 다 그 안에서 충돌하고 폭발하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측면에서 폭발적으로, 이렇게 한 번 갔다가 더 극단까지 가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상상력이 되게 좋았고, 그런 의미에서 거기에 있는 어떤 인물에 대해서도 되게 객관적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각각의 다른 곳을 향하는 믿음들이 서로 충돌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처음에는 보면서, 아, 그냥 사이비 종교가 나와서 <사이비>인가 보다 했는데, 보다보니까, 아, 사이비라는 것은 어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자신의 믿음을 향한 어떤 충성이 사이비를 만들어낸다 라는 생각이 영화를 보면서 들어서 그런 의미에서 종교를 다룬 영화 중에서 가장 진폭이 넓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좀 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지만, 그림체의 힘, <돼지의 왕>보다는 좀 더 순화됐지만, 그래도 그 그림체의 힘이 미장센적으로 하는 역할도 정말 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민병선:   <돼지의 왕>하고 저는 봤을 때, 돼지의 왕을 종교소재로, 그건 학교 소재잖아요? 학교에서의 어떤 괴물을 종교적인 그런 맹목적 신앙이 주는 그런 괴물로 바꿔놓고 그 안에서 어떤 집단이 어떻게 화학적 반응들을, 학교에서는 폭력 앞에 살아남기 위해, 생존을 위해서든 뭐든 서열화가 되어야 되든. 그 목사는 결국 돼지의 왕에서는 옥상에서 미는 애랑 똑같은 역할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상처받고...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괴물이 되어야 한다고 종용하는 역할이죠. 근데 갑자기 회개하고 반성을 해버리니까, 괴물이 되어야 할애가 괴물이 안 되겠다고 그러니까 우리의 믿음을 위해서 밀어버리잖아요, 그런 역할을 또 목사가 하고, 어떻게 보면, 작가 세계가 분명하더라구요. 자신의 세계가 굉장히 분명하더라구요.

성진수:   그러네요

민병선:   저는 <돼지의 왕> 보다 사이비를 좀 더 재밌게 봤어요. 돼지의 왕은 학교의 문제라는 것들이 어떻게 보면, 현실적인 문제다 보니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처럼 그것이 어떻게 보면 관습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좀 그랬는데, <사이비>는 그걸 이야기적으로 잘 바꾼, 허구적인 이야기의 소재로 좀 진일보한 느낌을 받았어요. 기존에 있던 것과 허구의 이야기 속에서 이제 내가 그런 얘기를 메시지나 주제 의식을 담을 수 있다라는 방점을 좀 찍는, 그런 느낌이 있더라구요.

정재형:   난 할 얘기가 많은데, 사실 <사이비>를 굉장히 대단한 영화다라고 높게 평가하는 편인데, 작년에 나온 영화들 중에 가장 최고의 영화다라고 개인적으로 평가하는데, 그 이유가 다 중복되는 이야기도 있지만, 크게 짚으면 영화적 완성도에 있어서 이게 애니메이션이지만, 애니메이션이 그동안 가졌던 그런 서사적인 한계, 단순한 서사라는 것들을 굉장히 복잡미묘하고 그러면서도 굉장히 큰 파장으로, 우리가 흔히 가졌던 동화수준의, 그리고 동화수준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에 강세가 있기 때문에 흔히 서사가 좀 부족해도 된다라는 것에 대한 그런 취약점을 완전히 불식시켜서 정말 웬만한 극영화의 퀄리티를 능가하는 서사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뛰어난 영화고,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이 영화가 추구하는 것이 뭔가라고 했을 때, 그런 의미에서 애니메이션적인 얘기를 마무리하자면, 나는 에니메이션에 있어서의 굉장한 대안적인 애니메이션으로서 아주 소중한 보석과도 같은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는 거다, 말하자면 성인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는 건데 그 성인 애니메이션의 세계가, 더구나 인디 애니메이션으로서 이것이 단순히 어린애 동화수준에 머물렀던 것을 성인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끌어올리면서 그런 완성도를 보여줘서, 인디 극영화가 보여주는 현실에 대한 고발, 어떤 문제점들을 아주 잘 보여주는 영화 같은 그런 기능을 하는 애니메이션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높게 평가를 하고, 이게 연상호 개인, 옛날에 그런 씨앗이 보인 게, <아치와 씨팍>이라는 게 있었는데 그것을 잇는 굉장히 중요한 성취이고, 그리고 훨씬 <돼지의 왕>보다도  진일보해서, <돼지의 왕>이 좀 굉장히 선악이분법적인 면도 강하고, 굉장히 복수에 대한 것, 적개심 이런 것들을 사회 정의하고 맞춰가지고 굉장히 그런 선악이분법적인 잔재가 여전히 있었고 굉장히 단순했다면, 이 <사이비>에 와서는 훨씬 그런 이분법적인 가치관이 전복이 되서 경계가 불분명해 지면서, 훨씬 더 깊은 인생의 문제를 파고드는, 단순함이 복잡해 져서 훨씬 더 현실의 문제를 깊이 파헤치는 그런 시각으로 진일보해다고 보고, 그런 의미에서 이 연상호라는 작가가 굉장히 주목받을 만한 작가인데, 그런 것들을 더 휩쓸 수도 있는, 그런 존재였는데, 그런 것들이 잘 안 되서 아쉽고, 평단에서도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조금 소홀히 다루려고 하는 관습에서 손해를 본 그런 작품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그걸 쫌 많이 끌어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이비>는 종교를 다루고 있지만 종교는 표피적인 단순한 소재이고, 종교를 정면으로 다뤘다기 보다는 수몰지구 사람들의 상태, 그 돈을 이용해서 사기를 친 그런 ‘사이비’도 있고, 단순히 종교적 사이비 보다는. 근데 ‘사이비’라는 것이 암시적인 상징성을 갖고 있는 게 가짜라는 것. 이 영화는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던지고 있다고 봐요. 이 영화의 가장 큰 성취가 무엇인가 하면, 이 서사에서 가장 중요한 성취가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묘사인데. 이 주인공 캐릭터가 사실은 관객에게 전혀 동정 받지 못하는 인물이거든요. 그래서 관객은 이 사람을 악당으로 규정하고 보죠. 그런데 사실은 이 사람은 반영웅인 것이죠. 결국 이 사람이 봤던 진실이 맞는 것이고, 사실은 우리가 동정했던 믿음이 가짜였다는 것이에요. 결국 이 사람을 억압했던 경찰이라든지 사이비 일당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결국은 또 뒤집어 지잖아요. 동정 받지 못하는 인물을 통해서 이 주제를 전달한다고 하는 것이, 이 영화가 처음은 아니지만, 결국 이 영화에서 몰고 가려고 하는 것이 이 세상의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하는 것 같아요. 결국 이것이 정치 얘기를 하는 건데, 결국 이 사람이 반영웅적이고 악한으로 그려지잖아요. 딸에 대해서 횡포를 부린다던지. 결국은 이 사람이 올바른 진실만 봤지, 하는 행태는 악당이거든요. 그러니까 정확하게 악당으로 나쁜 사람으로 그리고 있어요. 마지막에도 이 사람이 동굴에 들어가서 보이는 종교적인 모습도 애매모호함을 주고. 그래서 이 사람을 한 인간으로 그리는데 성공했다고 봐요. 굉장히 결함이 많은 인간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이 사람을 완벽하게 그리고 정의의 문제를 단순하게 해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러나 단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사이비적인 세계라는 것. 이 세계를 거꾸로 뒤집어서 반영웅을 통해서 결국은 이 영화가 가짜와 진짜라는 것을 구분해야한다는 메시지를 궁극적으로 준다는 것이고.

                그리고 그림체 얘기가 나왔는데. 나는 이 작품이 80년대 민중 판화라든가 하는 80년대적인 정서가 있는 그림체라고 보이는데. 그 당시의 궁핍한, 그러니까 역설적인 인물이죠. 사실은 농부를 그렸는데, 농부가 굉장히 빈궁한 악마적인 얼굴을 하고 있는 거예요. 굉장히 핍박당한 민중의 모습을 통해서 그 상황을 인간의 얼굴에 비추어 그린 것이 그 당시를 이해하는 시대가 지났으니까 지금은 그런 그림체에 익숙하지 않지만. 이 작가는 분명히 그런 믿음을 갖고 있다고 보여요. 여러 가지 다른, 제작비가 없다든지 하는, 인디라든지 하는 제작 여건에서 오는 투박함을 차치하고라도 일단 나는 80년대의 민중을 묘사했던 그림에서 보이는 민중의 모습들, 궁핍하고 그래서 악하게 보이기도 하는, 악만 남은 거죠. 그래서 절규하고 데모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선한 사람들의 얼굴에도 나타날 수 있는 그런 모습 속에서, 결국은 그렇게 행동하거든요. 그 수몰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그렇게 보이거든요. 오히려 경찰이나 다른 사람은 굉장히 선하게 그려져 있죠. 그래서 나는 그 착취자와 피억압자가 경계가 지어지는 것이라고 보여요. 대체로 투박한 가운데서도 내가 기억하기로는 사이비들, 즉 사기꾼들이라든가 경찰의 모습은 그렇게 삐죽삐죽하지 않았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앓고 있는 아낙이라든가 주인공이라든가, 눈도 악당처럼 찢어져 있고 궁핍해 있고. 그런 것들이 이미 어떤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이거든요. 그러면서도 80년대 투쟁적이거나 민중지향적인 메시지를 주지 않고, 어떻게 보면 지금 2010년대의 현실로, 즉 가치관의 혼동 속에서 무엇이 진짜인지 구별할 수 없는 것을 아이러니하게도 반영웅적인 주인공, 전혀 동정 받을 수 없는 주인공을 통해 그렸다는 것. 그래서 이 영화의 재미가 거기서 생기기도 하는데, 그게 혼란으로 여겨지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걸 굉장히 재밌게 봤거든요. 거기서 호기심도 많이 생기고. 어떻게 저런 사람을 통해서 저런 사람을 믿으면서 어떻게 이 부조리를 파헤치려고 하는가를 굉장히 관심 있게 봤는데, 결국은 그런 식으로 귀결이 되었을 때 나는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얘기할 수 있지만, 스토리텔링에 대한 힘도 대단히 있고. 우리가 극영화를 해야 잘하는 게 아니잖아요.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바로 이 성인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은 성인들이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극영화의 리얼리티나 극영화의 스토리텔링이랑 똑같은 필력을 구사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경지가 생긴 것이라고 보이는데. 그것이 시스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연상호라는 개인에 의해서 성취되었다는 것이 조금 조심스러운 것이죠. 이것을 어떻게 확산시켜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중요한 성취로 만들 것인가의 문제도 있고. 그렇게 보거든요. 일본이 미야자키 하야오를 자랑하듯이 우리나라는 연상호 애니메이션 같은 것들이 굉장히 특징이 될 수 있다. 왜? 전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굉장히 독특한 위치에 있고, 그래서 국제적인 상을 다 휩쓸었거든요. <돼지의 왕>도 그렇고. <사이비>가 큰 상을 더 많이 휩쓴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 것으로 보면 굉장히 소중한 성과인데. 그에 비해서 그 전에 있었던 <마당을 나온 암탉>하고는 아주 그런 점에서 질적인 차이가 있죠. 그것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과 같은 맥락의, <겨울왕국>과 같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연장선상에 있고 그런 것을 개척하는 것이라면, 연상호가 갖고 있는 대안적 영화, 인디영화의 성인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은 대중 상업 오락영화에 있어서의 애니메이션의 성취이지만 그리고 여전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의 전통적인 범주 안에 있구요. 성인 애니메이션은 전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드물거든요. 단편 실험 애니메이션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제외하고는. 장편으로 대중을 상대로 하면서 장편 상업 영화계에서 대안적인 목소리를 내는 작품이나 작가들은 흔치 않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왕성하게, 한 작가에 의해서 <돼지의 왕>에 이어서 나오고 있는 것은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그런 지점이 좀 조명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수향:   저도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주인공이 너무 특이해서 정말 절대 악인처럼 그려지잖아요. 대사는 욕만, 욕을 위주로 해서 대사를 하고, 심한 폭력을 휘두르는, 누가 봐도 정말 악인인데, 그 사람을 주인공을 내세워서 이끌어가니까 관객들은 애매하고 모호한 거예요. 저 사람이 주인공인 것도 알고, 맞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 알지만 편을 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라고 갈등하면서 어떻게 진행이 되나 계속 보게 되요. 그런데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목사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게 되는 거 같아요.

민병선:   선하게 느껴지니까

이수향:   외모도 그렇고 사기꾼하고는 다른 지점이 있잖아요. 그렇게 하지 말자는 얘기도 하고. 그런데 감독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하게 영화 구성을 하면서 선과 악을 나누거나, 그 인물이 어떻게 되는 모습을 일차원적으로 다룰 텐데, 감독이 한 번 넘고 두 번 넘고 세 번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목사가 변하는 데서 넘었고, 그 마지막 장면에서 그 폭력적인 인물이 자신의 딸이 자기 때문에 죽었는데 그 상황 앞에서도 “내가 맞았다.  내가 진짜다.”라고 소리를 지르게 될 때, 사람들은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 지 전혀 모르게 되는 거죠. 그 곤란한 지점에 관객들을 세워놓는다는 것. 그 자체가 굉장히 문제적인 지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고요. 마지막에 동굴 속을 들어가는 지점이 재밌었는데 동시에 신기했던 것이, 그 사람이 어떤 종교를 따르는지가 제대로 안나온다는 거죠. 성경책이라도 하나 나왔거나 하면 알 텐데, 촛불을 켜 놓고 신당처럼 되어 있으니까 토속 신을 믿는 것도 아닌 거 같고. 감독의 의도가 있지 않겠는가 했어요. 어떤 한 종교에 귀의했는가 아닌가를 말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고, 그 폭력적인 인간이 나름의 방법을 찾은 것 같은데 그것이 뭔지는 의문점을 남겨 둔다는 것이죠. 또 재미있었던 것이 수몰지역이라는 표지판과 이 지점부터 물이 차오른다는 것을 강조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마지막에는 결국 수몰이 안 되어서 수몰예정이라는 표지판만 덩그러니 남아서 영화가 마무리 되는데. 그 혼란과 난리와 보상금과 죽어간 사람들과 이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되면서, 그 사람들이 평온하게 늙어가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이런 모든 것들이 감독이 생각을 많이 하고 일차원적인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데 굉장히 감동을 받았어요.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까지 복잡한 단계를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도 그렇지만 극영화도 많이 못 봤거든요. 상당히 흥미롭고 놀랍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대연:   근데, 여기 캐릭터들이 대충 다 그런 종류 같은데. 경찰들은 게으르고, 술집 여주인은 편견에 가득 차 있고, 마을 주민들은 어수룩하지만 착한 것 같은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예를 들어 기도회를 하면서 바람을 폈냐, 안 폈냐를 고백하라는, 종교적인 형식을 들어서 강요하게 되고. 이런 식으로 캐릭터 하나하나가 선악이 아니라 그냥 나쁜 놈이거나 어리석거나 그런 정도의 인물인 것 같은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들이 무엇인가 보면 분노가 있는 거 같아요. 아주 약한 경우는 짜증 정도, 심하면 증오로 가는 거 같은데.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그 성목사 같은 캐릭터인데. 착한  것 같거든요. 뭘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 자기가 있던 교회에서 배제된 사람인데 그 계기가 오해였고 그 좋은 의도가 남한테 이용당했고 하는 분노가 있는 사람인 것이고. 민철이라는 인물 자체도 진실을 쫓는 것 같지만 그 사람이 쫓는 게 진실일까 하는 걸 자꾸 의심하게 되는 게 뭐냐 하면. 진실을 밝히겠다거나 진실을 향해서 간다기 보다는 나를 증명하려는 욕구가 더 크지, 이 사람이 진실이라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고, 그 사람의 부인은 너무 무기력하고 책임 회피하는 사람이고. 이런 것들이 다 중첩되어 버리니까, 나중에는 극이 어떤 느낌이냐하면, 그 수몰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야’라고 펼쳐 놓고는 거기에 물을 부어버린 느낌이 들거든요. ‘이거 아무것도 아니야.’ 달리 말하면, 우리가 사회라고 만들었던 이런 작은 탑 하나를 부숴버린 느낌이 들어서 사실 기분이 개운치가 않았던 부분이 있구요. 그 딸 같은 경우도 ‘죽기까지 했어야하나?’ 하다가도 이해가 될 거 같기도 하고. 그 아이도 절대적인 피해자라고만 놓을 수 없는 게 그 아이의 마음속에서 뿌리 깊은 증오가 있잖아요. 한 번도 아빠라고 불러 본 적이 없는. 민철이 자신도 성목사라 편지를 읽어 줬을 때, ‘그 애는 나를 아빠라고 부르지 않았어. 그 애는 나를 한 번도 좋아한 적이 없어’라고 말할 정도로 극단적인 증오심으로 가득 찬 아이인데. 절대로 화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화해한 것처럼 살고 있는 그 공동체 자체가, 데이비드 린치의 드라마 <트윈픽스>의 느낌이 드는, 기괴하면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정재형:   근데 <돼지의 왕>도 그렇고, 연상호라는 감독이 특징이 있는데, 분노, 증오감 그런 것을 모티프로 만드는 작가임에는 분명해. 아주 긴장되어 있는 감정들, <돼지의 왕>도 화가 나 있잖아요, 애들도. 막 분노하고 패죽이고 싶은 증오의 감정들을 많이 쌓아 올리잖아요. 그런 것들이 연상호라는 작가에게 형성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사에서 된 것일 수도 있지만. 이 사회를, 수몰지구에 빠져있는 설정을 했듯이, 보는 단면도가 분명하고, 그것이 그렇게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는 것인데. 어찌했든, 뭐랄까, 증오감 같은 것이 남보다는 굉장히 강해서, 그것을 쉽게 와 닿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가 확 나게끔, 그런 거 같아요. 보면서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여하튼 그런 면에서 굉장히 강한 작가인 거 같아요. 굉장히.

민병선:   에너지가 높으니까, 세니까. 평범할 수 없는, 또 그럴 수 없는 인물들의 폭발. 이런 것들이 화학작용을 만드는 것에 능한 재주가 있는.

정재형:   그래서 나는 개성 있는 좋은 작가라고 보는데.

성진수:   나는 인생여정이 이상한지, 그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이 한 없이 평범해 보였거든요.

민병선:   더 쎄서 그런 거 아녜요.

이대연:   내가 볼때 이 정도 분노는 분노도 아니야, 이런....

정재형:   유형화 되어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지 모르지.

민병선:   일단은 만화 자체의 그림체가 비호감이라.

성진수:   맞아요. 비호감인 건 확실해요.

민병선:   머리 크게 그리고 다리 짧게 그리고...

성진수:   굉장히 사실주의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돼지의 왕> 봤을 때, ‘드디어 만화에도 5등신, 6등신이 나오는구나.’ 보면서 정말 사실적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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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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