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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에 대한 탐구를 멈추고 어떻게 괴물성에 몰두하게 되었는가- 김영진

괴물에 대한 탐구를 멈추고 어떻게 괴물성에 몰두하게 되었는가
: 공포영화의 기이한 아이러니와 틈을 드러낸 <드림홈> 

김영진 (영화평론가 / 명지대학교 영화뮤지컬학부 교수)


1.
  <드림홈>은 팡호청의 필모그래피에서 좀 놀라운 작품이다. 다양한 장르를 연출한 팡호청이지만 그가 ‘드림홈’이라는 서정적인 제목이 주는 느낌과는 달리 연쇄살인마가 준동하는 고어 공포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은 좀 뜻밖이다. 이 영화는 부동산 폭등으로 인해 집을 살 수 없는 극빈계층 여성 라이가 어릴 적 꿈이었던 빅토리아 항구 근처의 전망좋은 아파트를 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동원하는 가장 핵심적인 수단은 살인이다. 그녀는 아무리 노력해도 사기 힘든 고급 아파트, 그렇지만 자신이 입주하려고 어릴 적부터 꿈꾸던 아파트의 자산가치를 떨어트리기 위해 그곳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해한다. 살해의 방식도 다양하다. 성교 중인 남녀의 침대를 급습해 남자의 잘린 성기를 여자 머리맡에 던져 놓는가 하면 출산을 곧 앞둔 임산부의 얼굴에 비닐팩을 씌워 질식사시키는데 그 임산부의 성기에서 충격으로 피가 흥건히 흘러내린다. 임산부 살해의 시각화를 이처럼 끔찍하게 시도한 예도 드물 것이다. 마약에 취해 혼음을 즐기던 젊은이들을 급습해서는 칼로 배를 난자하는데 그때 한 청년의 몸에선 내장이 줄줄 흘러내린다. 청년은 마약기운에 의지해 곧바로 죽지 않고 배 바깥으로 흘러내린 내장을 주섬주섬 주워 끌어안으면서 목숨을 어떻게든 부지하려고 한다. 요컨대 이 영화에는 꿈자리가 뒤숭숭해질 악몽의 이미지가 극단의 고어 형태로 고안돼 있다. 단순히 잔인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묘사의 방법 면에서 혁신적이라고 할 만큼 충격적인 이 살인장면들은 사실적이라고도, 초현실적이라고도 말하기 애매한 경계에 걸쳐 있다.

  무엇보다 곤란한 것은 이 살인의 이유를 딱히 캐묻기 힘들다는 것이며 인간의 악행의 표면적인 전시라는 것 말고는 맥락을 가늠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조시 호가 연기하는 라이는 매우 친근한 외모를 지니고 있고 발랄한 여대생의 태를 간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의 여자다. 조시 호의 외모가 풍기는 그 일상적인 느낌과 살인마의 이중성이 겹쳐지기 힘들다는 것이 충격효과를 배가시킨다. 그녀는 성실한 직장인과 감정이 없는 살인마의 생활을 왕복하는 것에 아무런 거북함을 느끼지 않는다. 공식적인 생활의 공간에서 친절하고 얌전하며 심지어 대책 없이 어리석을 정도로 순진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이를테면 자신의 몸을 탐할 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도 않을 뿐더러 어떤 인간적인 감정을 보여주지도 않는 유부남 정부와의 관계에서 그녀가 거의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상황의 연속에서도 드러난다. 그녀는 업무 때문에 회식을 늦게 끝내고 모텔에 온 정부가 시시껄렁한 농담을 던진 뒤에 그녀와 관계를 끝내고 그녀가 잠든 사이 몰래 모텔을 먼저 빠져나간 걸 알고도 크게 책망하는 기색이 없다. 심지어 그가 모텔 숙박비를 계산하지 않은 걸 모텔 종업원을 통해 알고 자신이 지불하는 상황에서도 별달리 감정표시가 없다. 야외에서 자동차 밀회를 즐기며 아마도 남자의 요구에 의해 오럴섹스를 해줄 때에도 그녀는 거의 일방적인 지배 복종관계에 순응한 것처럼 보인다. 돈을 좀 빌려달라는 자신의 부탁에 대해 유부남 정부가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애 취급을 하며 쌀쌀하게 거절할 때도 그녀의 표정엔 별다른 변화가 없다. 남자는 아마도 그런 여자를 바보처럼 여겼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살인을 저지를 때는 냉정하고 집요하게 달려든다. 영화 첫 장면에서 거의 반항할 틈도 없이 무기력하게 당하는 건물관리인을 살해할 때를 빼곤 그녀는 매번 희생자들의 격렬한 반항이나 안간힘에 부딪친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걸 체감하게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치러지는 살인행위의 곳곳에 인간의 신체 일부가 크게 훼손되어도 생명이 멈추지 않는다는 역설을 체감케 하는 상황이 벌어져도 그녀는 일관되게 살인기계로 행동한다. 마약에 취해 혼음하는 젊은이들을 습격했을 때 죽지 않고 버티던 그들 중 한 여자는 날카로운 나무로 머리를 관통당한 뒤에도 라이를 향해 복수하려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입가에 나무막대가 박힌 채, 그 나무가 뒤통수를 관통하도록 튀어나와 있는데도 걸어 다니며 라이를 공격하려는 그녀의 질긴 행동을 보여주는 영화 속 장면은 공포스럽다 못해 거의 초현실적인 유머로까지 받아들이게 될 지경이다.


2.

  <드림홈>에서 가장 이상한 것은 라이의 괴물성의 원인이 거의 해명되지 않고 오로지 제시 형태로만 드러난다는 것이다. 라이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이중자아의 고전적인 도식에 잘 들어맞는 인물이다. 낮에는 대출회사 상담원으로, 회사 업무가 끝난 후에는 의류매장 점원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다. 투잡족으로 성실하게 살며 사회적으로 크게 모난 행동을 하지도 않는다. 밤에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죽인다. 신속하게, 어떠한 일말의 가책도 없이 죽인다. 이것을 감독 팡호청은 연대기순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분절적인 에피소드의 결집으로 담아냈는데 라이의 과거를 설명하는 대개의 단락은 그녀의 성장과정을 설명해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괴물성의 가닥을 추측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니다. 라이는 항구 근처의 빈민가에 살았고 할머니에게 언젠가 커서 좋은 아파트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라이에게 현실적으로 그런 경제적 능력을 갖출 시간은 많지 않다. 라이가 성인이 되어 돈을 벌 수 있게 되었을 때 할머니는 사망하고,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라이는 무척 슬퍼하는 듯이 보인다.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가책이 라이의 연쇄살인마로서의 심리적 동력의 전부라고 믿기에는 어딘가 모자란다. 비교적 자상한 할머니 외에 라이는 다른 어른들에게서는 그다지 따뜻한 정서적 배려를 받지 못하고 자랐다. 특히 라이의 아버지는 가난하고 무식한 빈민계급의 가부장적 전형을 드러내는 인물로 자신의 삶에 대한 피로와 짜증을 아이들이나 다른 식구들에게 어쩔 수 없이 전가하기도 하는 그런 성격이다. 라이가 어렸을 적 남동생과 싸우자 아버지는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라이를 후려친다. 라이가 밖에서 울고 있을 때 저녁을 먹으라고 데리러 온 라이의 아버지는 아빠는 무능해서 너희들에게 잘 해주지 못한다, 네가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한 사람이 되라,는 요지의 말을 한다. 무뚝뚝하지만 어쩔 수 없는 미안함이 배어 있는 그 말이 그가 자식에게 드러낼 수 있는 배려의 전부다.
  어린 시절의 일상을 담은 여러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추측하건대, 라이는 다감한 성격을 지녔으며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사는 빈민가는 개발예정지역으로 용역깡패들이 그곳에 사는 빈민들을 쫓아내기 위해 뱀들을 풀어놓는 것을 서슴지 않는 무섭고 잔인한 공간이다. 라이는 자신의 가족이 행복할 수 없는 것을 이 주거의 불안 때문이라고 여긴다. 할아버지를 비롯한 라이 집안의 어른들은 라이에게 자신의 집을 갖는 것이 인생 최고의 목표가 되는 꿈을 간접적으로 불어넣는다. 여기까지 지그재그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된 내러티브를 추리면 대략 라이의 삶을 지도그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주거안정에 대한 욕망과 보호받지 못한 성장시절에 대한 결핍으로 라이의 괴물성이 납득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 영화의 분절된 내러티브는 그 기능을 해내지 못한다. 매우 자세하게 배치된 에피소드들은 통합되는 것이 아니라 분리된다. 영화가 후반에 이르러서도 라이라는 인물의 내면에 대해 우리가 어림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것들이 여백이나 생략의 틈에서 새롭게 생성될 수 있는 캐릭터로 열려있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이를테면 앞서 말한 아버지와의 관계에 있어서 라이는 그다지 육친의 정이 절실하게 보이지 않는다.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서서히 지친 그녀는 아버지와 곧잘 말다툼을 벌이고 이윽고 위급상황에 처한 아버지에게 산소호흡기를 대주지 않는 행동으로 아버지의 임종을 앞당긴다. 어린 시절의 누적된 상처로 그녀가 육친에 대한 정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라이의 삶을 보여주는 단락 곳곳에 분절적으로 배치된 과거 단락의 기능을 생각할 때 이런 극단적 상황전개가 인과율의 논리로만 바라보기에도 뭔가 구조적 결함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라이의 성격이 분열적인 것처럼 이 영화의 내러티브 구조도 분열적이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가난과 비관으로 점철된 악몽의 외피라는 것이 점차 분명해지고 이 과정에서 애초에 할머니에게 했던 어린아이의 약속은 원인이 사라진 삶의 절대명제가 된다. 라이는 무조건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항구 근처의 전망좋은 아파트에 입주해야 한다. 아마도 그것이 어렸을 적부터 자신에게 조건으로 달려있던 실패자의 삶이라는 지긋지긋한 굴레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라고 그녀는 생각하는 듯이 보인다. 영화의 말미에 마침내 아파트에 입주한 그녀의 행복하고 의기양양한 모습을 우리가 볼 때 화면에는 미국발 부동산 폭락 사태로 빚어진 전 세계 거품경제 붕괴의 여파가 홍콩에도 밀어닥쳐 부동산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현재의 상황에 관한 정보가 깔린다. 라이는 마침내 꿈을 이뤘지만 그녀가 안은 것은 달콤한 과실이 아니라 또 다른 재앙의 폭탄일 수도 있다는 어쩐지 불길한 기운이 느껴진다.


3.
  내러티브가 <드림홈>의 강력한 뇌관인, 연쇄살인마로서의 여주인공 라이의 이중성을 맥락적으로 드러내지 못한다면, 남는 것은 형상적인 것의 강렬함뿐이다. 그럼으로써 이 영화는 어떤 면에서는 현대적인 스타일의 제스처를 취한 듯이 보인다. 단선적인 원인 결과로 이어지는 사슬의 이야기 논리에서 벗어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연대기순을 허물고 마구 분절시켜 일종의 분열적인 내러티브 구조를 방치한 채 이 영화는 라이가 사람들을 살해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자세히, 길게 그 과정을 탐닉하듯이 묘사한다. 사회비판 드라마가 유희적인 고어 공포영화로 비약하는 순간들이 몇 차례 이어지면서 내러티브의 분열된 기능이 비등점을 뛰어넘어 고어적인 살해장면 묘사에서 펄펄 끓는 듯한 인상을 준다. 경비원, 임신한 유산계급의 미모의 주부, 술과 마약과 혼음에 탐닉하는 젊은이들에 이르기까지 중산층 주부와 그 계층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고용인과 유한계급의 젊은 세대를 아우르며 무차별하게 진행되는 이 살인장면의 광포함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설명할 수 없는 좌절과 절망의 카오스다. 우리는 이 괴물이 되어버린 여성을 알 수가 없다. 공감은 당연히 할 수 없고 그녀가 살인을 저지르게 된 과정조차도 납득할 수가 없다. 그러나 살인과정 자체의 과도한 폭력성에는 경악하게 된다. 

  전혀 목적성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라이의 폭력은 예상 이상으로 과도하게 진행된다. 그녀가 상대하는 사람들은 첫 장면의 살해장면에 나온 피해자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버틴다. 그녀의 살해행각도 점점 집요해지고 사투에 가까운 것이 되어간다. 감독 팡호청은 이것을 관객에게 즐기라고 제시하는 것인가, 아니면 사회비판적 맥락이 내재된 불쾌의 매개로 제시하는 것일까. 이것 역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는다. 괴물이 된 여주인공과 괴물이 된 사회, 그 괴물 같은 사회에서 안간힘을 다해 살아남는 인간들의 놀라운 생존력에 관한 확인의 인장이 선명하게 화면에 새겨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현대적인 혼성장르의 어떤 스타일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형상의 맥락을 해부하기보다는 형상적인 것, 부분의 극대화와 충격효과를 과장하는 이 영화에서 우리는 개인과 사회 모두 괴물이 되어가는 현실에 압도돼 버린 창작자와 우리 자신의 위치를 본다. 순간적으로 낄낄거리고 상황을 즐길 수는 있지만 어느새 괴물이 되어버린 사회는 우리를 집어삼킬지 모른다. 그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영화 속의 라이처럼 더 센 괴물이 되어가는 것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드림홈>은 어느 쪽으로도 종잡을 수 없는 혼성 장르, 곧 사회비판 드라마와 고어 공포영화가 혼재된 것으로서 사회적 부패가 야기했을지도 모를 인간의 괴물성의 부분을 극한까지 파고 들어가 그것이 야기하는 불안과 불쾌와 분열의 현상을 노골적으로 지켜본다. 파국을 앞둔 지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는 없다는 듯이, 이 혼성장르영화는 유희와 비판 사이에서 종잡을 수 없이 요동치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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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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