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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이웃들> - 박유희

박유희(영화평론가) 

웃음을 유발한다는 것은 대상에 대한 거리 확보와 관객에 대한 고도의 전략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코미디는 대중적인 장르인 공시에 매우 지적인 장르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웃음에는 미소, 냉소, 고소, 박장대소 등 여러 유형이 있다. 그 웃음의 종류에 따라 그것이 유발하는 효과도 다르다. <수상한 이웃들>은 대상을 희화화하면서도 그들을 비하하지 않고 ‘우리’로 포용한다는 점에서 ‘따뜻한 웃음’을 선사하는 코미디이다.

이 영화는 봉계신문사의 기자들을 중심으로 봉계 지역의 인간 군상을 그리고 있다. 그러기 위해 6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는데, 6개의 에피소드들은 단편으로서의 완결성을 지니는 동시에 장편의 일부로 기능하며 다양한 인물들을 보여주는 데 효과적인 형식이 된다.

첫 번째 이야기인 ‘수상한 이웃들’에서는 봉계신문사의 기자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통해 지역 신문사의 생존 방식을 보여주고, 두 번째 에피소드인 ‘해피 버스데이’에서는 박종호(박원상) 기자의 부인인 교사 조미라(전미선)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잘못된 만남’에서는 조미라의 동생이자 봉계신문사의 기자이기도 한 민기(윤희석)의 사랑을, ‘옆집 여자’에서는 박종호 아파트의 옆집에 사는 여자(윤세아)의 사연을, ‘택시 드라이버’에서는 옆집 여자의 남편을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 이 영화는 박종호 기자를 중심으로 한 봉계 주민들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 과정에서 소개되는 인물들은 비단 봉계 주민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웃의 모습이기에 ‘우리의 이웃’으로 그 의미가 확장된다. 그러면서 많은 웃음이 유발되는데, 그 웃음은 ‘우리의 이웃’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그들은 종종 비루하고 구차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라는 말이 진지하게 사용될 때 그것은 매우 강한 배타성을 지닌다. 그러나 그것이 비판을 내재하는 웃음으로 표현될 때 그 의미는 훨씬 폭넓어지며 온정을 내장하게 된다. <수상한 이웃들>은 그러한 폭과 온정을 지닌 코미디이다. 정신없이 킬킬거리다가 우리의 적나라한 모습을 발견하고 머쓱해지면서도 그것을 미워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코미디만이 성취할 수 있는 드문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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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1-12-18

조회수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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