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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스물

두 번째 스물

 

                                             박태식(영화평론)

 

맘에 드는 영화를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해 온지 이미 오래다. 그러면서 한 가지 방법을 찾았는데, 반복적으로 기억나는 영화는 도대체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따져보면 된다. 이를테면, 나는 영화 전반부에 깔아놓은 복선이 뒤쪽으로 가면서 세련되게 풀어지면 일단 만족한다. 게다가 영화 중간에 맘에 착 달라붙는 소주제들이 발견되면 덤을 받은 듯 기분이 더욱 좋아진다. 왠지 횡재를 한 느낌이 들어서 인가보다. 오랜만에 이런 기준에 맞아떨어지는 영화를 만났다.

<두 번째 스물>(박흥식 감독, 극영화, 한국/이탈리아, 2015, 116)이라는 영화의 첫 장면을 보는 순간 개성 있는 애정물이라는 점을 직감했다.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감독 민구(김승우)가 민하(이태란)에게 인사를 건네자 민하는 냉정하게 그의 시선을 거절한다. 그리고 카라바조에 대해 민하가 처음으로 민구에게 설명을 하자 영화를 통해 카라바조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과연 감독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두 사람의 애절한 러브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면서 동시에 거장의 작품세계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기대감이 분명해지자 영화의 세부 묘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민구는 과거에 매달린다. 두 사람 사이에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민하가 자신에게 동조해주길 바라지만 민하는 의외로 냉정하다. 그녀가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것이었다. 민하가 카라바조와 여행길에 만나는 이탈리아 작품들에 내리는 분석 하나 하나는 그녀의 숨겨진 모습을 잘 반영한다. 옛사랑을 다시 만났지만 민구가 속한 현실에서 강제로 그를 끌어낼 정도의 용기는 없다.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입이 뭉개진 소년의 그림에서 혹시 소년이 벙어리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민하가 끌어내고 이는 두 사람의 상황과 적절하게 맞아떨어진다. 사실 민구 역시 맘에 담아둔 말을 허심탄회하게 말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둘의 사랑 이야기와 이탈리아 미술 작품들 사이의 개연성을 부지런히 찾아보기 바란다.

다음으로 집중할 대목은 민구와 민하, 두 주인공의 행보에 기대어 영화를 이끌어가는 점이다. 물론 민하의 의붓딸 수미(문가영)가 잠시 부각되기는 했으나 핵심엔 역시 민구와 민하가 있다. 따라서 김승우와 이태란이 갖는 연기 역량이 영화의 온전한 관건일 수밖에 없다. 두 배우의 연기가 어느 정도나 작품을 받쳐주는 지 눈여겨보기 바란다. 훨씬 재미있는 영화감상이 될 것이다.

토리노, 피렌체, 토스카나, 시에나 등등의 도시를 거치면서 두 사람의 사연을 감쌌던 껍질들이 하나씩 벗겨지고 이에 곁들어 카라바조의 굴곡진 인생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미숙한 연출력의 감독이라면 쉽게 잡아내기 힘든 대비였다. 감독은 이 대목을 아주 그럴 듯하게 묶어냈다. 연구를 많이 했으리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인간은 대체로 복잡하고 아쉬웠던 과거를 묻어두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자신을 안전지대로 피신시켜 놓으면 그런대로 평온한 삶이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운명은 마치 예상치 못한 폭풍처럼 우리에게 다가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우리 아예 같이 살까?” 시에나에서 던진 민하의 간단한 물음이 갖는 무게감이 확 느껴졌다. 13년 전에 아깝게 놓쳐버린 사람이 불쑥 나타나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두 번째 스물>이라는 영화에 빠져 들어가게 만드는 또 한 가지 방법이다.

한국에 돌아온 뒤의 에필로그도 좋았고 카라바조를 소개한 시도도 신선했다.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소재를 박흥식 감독은 잘 골랐다. 다만 영화가 너무 침착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못하리라는 우려가 앞서기는 한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랴. 세상 구경 한 번 잘 했는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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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박태식

등록일201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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