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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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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 영화계에 큰 경사가 있었다. 2012년 제 69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것이다. 그 여세를 몰아 내년 2월에 열리는 아카데미 영화제에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출품될 계획도 있다고 한다. 오랜 세월 이런 저런 어려움을 겪었던 김기덕 감독에겐 복음과 같은 소식이었을 테고 앞으로 좋은 일만 있으리라는 예고로 여겨질 법하다. 아무튼 김기덕 감독은 큰일을 해냈다.

<피에타>(김기덕 감독, 극영화, 한국, 2012년, 104분)! 어려운 영화다. 영화제 수상 소식덕분에 김기덕 감독의 작품으로는 예외적이게 벌써 30만 명의 관객이 들었다지만 상당수는 아마 난해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그 이유를 추측해내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데 영화 이 곳 저 곳에 다양한 상징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실은 영화감독 대부분이 상징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상징을 많이 사용하면 관객에게 쉽게 다가서기 어렵고 그에 따라 흥행에도 실패할 확률이 높은 까닭이다. 따라서 여간 고집스런 감독이 아니면 상징은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할 뿐 보통 절제하는 쪽을 택하기 마련이다.

청계천의 악덕 사채업자 강도(이정진)은 야만적인 성품을 갖고 있다. 닭이나 토끼나 생선 등 살아있는 식재료를 통째로 들고 와 화장실에서 도륙을 낸다. 그 후에 화장실에 흩어져있는 동물들의 시뻘건 내장들이란... 또한 그는 자신의 잔혹함을 드러내기 위해 채무자의 아내를 그녀의 속옷으로 정신없이 패놓기까지 한다. 강도의 차가운 성격은 쇠로 표현된다. 배경이 청계천 철공소 거리이기에 영화 어느 곳에서나 강력한 장비가 등장하고 쇠 갈리는 소리가 귀에 괴롭힌다. 철로 만든 제품은 인간에게 유용하게 쓰이지만 그 제작 과정엔 불꽃 튀는 위험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상징적으로 그려내기는 엄마(조민수)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죽은 아들의 시신을 냉장고 속에 누여 보관한다. 복수를 달성하기까진 자식의 시신마저 버릴 수 없는 모성의 극단적 묘사이다. 또한 아들과 하나가 되려는 그녀의 강렬한 염원은 소나무 밑에 자식과 함께 묻히게 만든다. 어린 소나무가 두 사람의 시신에서 영양분을 받아 자라나면 그들의 한도 승화될 수 있다는 뜻일까? 아무튼 섬뜩한 표현 덕분에 소름끼치는 분위기를 제대로 구가하고, 관객에게는 어떤 방향에서든 영화의 주제를 가늠해보는 노력이 요구된다. 시간을 죽일 요량으로 편안히 감상하기 불가능한 영화라는 말이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사연이 깊을수록 존재의 모순을 불러일으키고, 이것이 죄의식으로 자리 잡으면 그는 구원을 필요로 하는 처지에 놓인다. 처음의 강도는 동물적인 야만성과 잔혹함과 냉랭함만 있을 뿐 따뜻한 마음은 아직 발현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아기 적에 자신을 내버리고 사라졌던 엄마와 재회하면서 저도 모르게 인간다운 감성을 드러낸다. 이어서 강도는 마침내 내면으로부터 구원에 대한 갈망이 필요한 존재로 거듭난다. 하지만 그뿐! 강도가 저지른 죄의 결과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영화 속에 절망과 희망이 공존한다고 봄이 옳다. 엄마가 자살하기 직전에 내뱉은 마지막 대사가 이 사실을 잘 알려준다. “강도야, 하지만 너도 불쌍해!”

많은 조각가들이 ‘피에타’라는 제목의 조각상을 만들었고 (아마) 더 많은 화가들이 ‘피에타라는 제목의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그 모든 작품에서 나름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차가워진 아들 예수의 시신을 안고 있는 모친 마리아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는 가에 따라 결정된다. 피에타의 일반적인 원칙으로, 비록 예수는 중년 남자로 그릴지언정 마리아만은 숭고한 처녀의 모습을 간직해야 한다. 피에타의 강조점이 어머니에 맞추어져있다는 뜻이다. 그래서였던가. 엄마역의 조민수는 험난한 인생역성을 누비면서 이 꼴 저 꼴 다 보아온 아주머니가 아니라 여전히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인으로 묘사되었다. 감독이 피에타의 종교적인 논리를 깊은 곳으로부터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탈리아 교황청의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서는 이 영화가 “동물적인 인간 본성을 묘사하면서도 영혼 구원에 대한 희망 간직한 작품”으로 높이 평가했다.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의 ‘피에타’나 배경 음악으로 깔린 미사곡 ‘키리에’ 등으로 대변되는 그리스도교 색채에 강조점을 둔 평가로 보인다. 영화 마지막에 이르러 엄마는 두 아들 사이에 눕는다. 하나는 처참하게 죽은 실제 아들이고 다른 하나는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잔인한 살인자 아들이다. 그렇게 모든 인간은 삶과 죽음, 복수와 용서, 절망과 희망 가운데 어디쯤 서 있는지 모른다.

김기덕 감독 특유의 폭력과 섹스에 대한 잔혹한 묘사 방식은 언제나 맘을 불편하게 만든다. 심지어 관객을 괴롭히는 게 감독의 악취미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나 영화가 제시하는 문제의식만큼은 세계 어디에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다. 다만 감독이 영화 홍보를 하느라 TV 예능프로그램에 나오게까지 만든 우리나라 영화계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영화에는 과거 청계천 복개 시절의 장면이 등장한다. 김기덕 감독이 청계천에서 일했던 시절에 담아놓은 화면인 듯 한데 힘들고 험악했던 우리나라의 과거 냄새를 물씬 맡을 수 있었다.

김기덕 감독의 전문가 정신에 찬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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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박태식

등록일2012-10-09

조회수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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