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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 <범죄도시> ― 조폭영화에서의 희생제의적 전략과 인지 전략

<범죄도시> 10월 3일 개봉

(※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평점 테러와 <범죄도시>

최근 군대 폭력, 막말 파문, 역사 왜곡, 여성 혐오 등의 문제로 <해어화>(2015), <불한당>(2016), <군함도>(2017), <브이아이피>(2017) 등의 영화가 평점 테러를 당한 바 있다. 2017년 뜻밖의 흥행작으로서 9월 23일 현재 56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청년경찰>도 조선족을 범죄자로 묘사하고 대림동 등 조선족 상권을 범죄소굴로 표현하고 있다는 이유로 평점테러를 당하였다. 뿐만 아니라 중국동포단체들이 집단행동으로 법적 절차에 들어가 제작사 대표는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윤계상이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하는 <범죄도시>는 2004년 가리봉동 조선족 조폭 소탕작전 실화를 다루고 있어 평점 테러 여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폭력과 성스러움』에서 르네 지라르는 좋은 폭력인 희생제의를 통해 더 큰 폭력, 나쁜 폭력을 막고자 한다고 말한다. 조직폭력배는 조직과 폭력배를 결합한 말이라는 점에서 조직 간의 세력 다툼과 폭력을 통한 권력의 확보를 특징으로 한다. <범죄도시>에서의 폭력은 주제 면에서 희생제의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플롯 면에서 인지 전략과 아이러니로 긴장감과 웃음을 창출하고 있다. 

희생제의를 통한 폭력의 확산 막기

식인풍습을 갖고 있는 투피남바족은 전쟁에서 생존한 포로를 끌고 와서 자기 부족의 여자와 결혼시켜 공동체의 일원으로 맞이한 후 도주할 기회를 준다. 다시 생포되어 온 그 포로는 도주와 도둑질 등의 죄를 물어 처형된 후 그 부족에 의해 잡아먹힌다. 이렇듯 희생물은 의형제이면서 사회에서 배척된 자이어야 하며, 공동체의 죄를 짊어질 내부인이면서 동시에 보복의 우려가 없는 외부인이어야 한다. 
 
  

<범죄도시>에서 주인공은 남부경찰서 강력반 마석도 형사(마동석 분)이고, 적대자는 하얼빈에서 온 흑사파의 두목 장첸(윤계상 분)이다. 조력자는 전일만 반장(최귀화 분)을 비롯한 강력반 형사들, 독사파, 이수파, 춘식이파 등 조선족 조폭과 조선족 상가 주민들이다. 하얼빈 흑사파가 가리봉동에 나타나 잔인한 폭행과 살인으로 다른 조폭의 영역을 침입함으로써 폭력의 확산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더 큰 폭력, 나쁜 폭력을 막기 위해 희생물을 바치게 되는데, 희생물의 선정 과정은 4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1차 희생물로 독사파 두목 안성태가 선택되지만, 그는 법을 지키고 부하를 보호하려는 의리파 조폭이라는 점에서 희생물로 부적합하다. 그는 공적 관계에서는 조폭 간의 폭력을 저지하려는 마석도 형사에게 협조하여 이수파 두목 장이수와 화해를 한다. 사적 관계에서는 부하를 구하러 갔다가 흑사파 두목 장첸에 의해 산 채로 사지절단된다.
 
  
 
다음으로 2차 희생물로 이수파 두목 장이수가 지목되지만, 그는 폭력의 확산을 막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효자 조폭이라는 점에서 희생물에 맞지 않다. 그는 공적으로는 마석도 형사의 요청으로 안성태와 화해하고 폭력의 확산을 막으려는 경찰에 협조해 자신의 영역을 침입하는 흑사파와 유혈 폭력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사적으로는 어머니를 위해 회갑연을 여는 등 효성스러운 면모를 보이지만, 회갑연 자리에서 흑사파 두목 장첸에게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3차 희생물로 춘식이파 두목 황춘식이 선택되지만, 그는 경찰에 협조하고 자신의 부하를 아끼는 인간적인 조폭이라는 점에서 희생물에 부적합하다. 그는 사적 관계에서는 부하의 팔을 도끼로 절단한 흑사파 두목 장첸에게 복수하고자 한다. 하지만 공적 관계에서는 폭력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저지하는 경찰에 협력하여 자신의 사적 복수를 중지하고 장첸을 잡기 위한 정보를 경찰에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4차 희생물로 흑사파 두목 장첸이 지목되고, 법을 어기고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는 악당 장첸은 만장일치적 합의에 의해서 희생제물로 선택된다. 그는 사적으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부하의 여자를 겁탈하려 하고 부하의 손을 도끼로 자르려고 한다. 공적으로는 돈을 위해서라면 폭행, 살인, 사지절단, 여자 매매 등 불법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고 저지르며, 다른 조폭뿐만 아니라 경찰과 일반인에게까지 폭행을 휘두르는 나쁜 폭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조선족으로 같은 동포인 내부인으로서 공동체의 죄를 짊어질 수 있으면서, 동시에 한국에 어느 정도 정착한 다른 조선족 조폭과는 달리 중국 하얼빈에서 새롭게 온 외부인이면서 잔인한 폭행과 살인으로 조선족 사회에서 배척되어 복수의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희생제물로 적합하다. 
 
  
 
희생제의 과정, 즉 제물 선정, 제물 바치기, 제물 처리 과정은 영화의 내러티브 단계와 상응하고 있다. 1단계 제물 선정 단계에서 조선적 조폭인 독사파, 이수파, 춘식이파, 흑사파를 좋은 조폭과 나쁜 조폭으로 나눈 후, 나쁜 조폭이라는 점에서 하얼빈에서 온 흑사파가 희생제물로 선택된다. 2단계 제물 바치기 단계에서는 남부경찰서 강력반은 다른 조선적 조폭들과 조선족 상가 주민들과 합의를 도출하여 흑사파의 불법적인 행동에 대한 증거를 모아 검거하고자 노력한다. 3단계 제물 처리 단계에서는 흑사파를 검거하여 나쁜 폭력, 더 큰 폭력의 확산을 막는 희생제의를 치른다. 

인지 전략과 아이러니를 통한 긴장감과 웃음 창출

<범죄도시>는 인지전략과 아이러니를 통해 긴장감과 웃음을 창출하고 있다. 인지 전략은 무지, 오해, 인지의 차이에 따른 정보 전략으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인지의 우위를 차지한 인물이 승리한다. 이 영화에서 인지의 순서는 관객 > 흑사파/강력반 > 춘식이파> 이수파 > 독사파 > 상가주민이다. 영화에서 대부분 관객이 인지전략에서 가장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관객은 긴장감을 갖고 영화의 전개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관객은 흑사파의 잔인한 행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고 대처하는 독사파, 이수파, 춘식이파와 경찰에 대해서 불안감을 갖고 지켜보게 된다. 
 
  
 
특히 흑사파와 강력반은 각 단계마다 인지의 우위가 뒤바뀐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1단계에서 흑사파 두목 장첸의 독사파 두목 살해, 독사파 접수, 이수파 영역 침범, 이수파 두목 죽이기, 춘식이파 두목 청부살인 시도 등에서 흑사파가 강력반보다 인지의 우위를 차지한다. 2단계에서 강력반이 조선족 상가 주민의 협조를 얻어 흑사파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여 흑사파와 강력반의 인지의 정도가 같아진다. 3단계에서 중국 공안의 마약 사건과 장첸에 대한 중국집 소년의 제보로 강력반이 흑사파에게 인지 면에서 앞서게 된다. 이러한 인지 전략에서 중국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소년 왕오를 비롯한 조선족 주민의 참여와 춘식이파의 황춘식 사장 등 조선족 조폭의 협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아이러니를 통해 외면과 내면의 괴리를 드러내고 웃음을 창출한다. 가장 많이 웃음을 유발시키는 인물인 마석도 형사는 성격의 아이러니와 부조화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공적 관계에서 그는 강압수사, 촌지 등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지만 동시에 조폭들 간의 분쟁을 평화적으로 처리하고 흑사파 문제를 법적 테두리 내에서 해결하고자 애쓴다. 또한 사적 관계에서 그는 엄청난 위력으로 조폭들을 제압하는 하드바디 괴물형사이지만, 부하 형사들이나 중국집 소년 왕오 앞에서는 따듯하고 인간적인 소프트바디로 변신한다는 점에서 성격적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그리고 중국집 소년 왕오가 마석도 형사의 상처에 연고를 발라줄 때 왕오로부터 엄살을 부리지 말라며 핀잔을 듣기도 한다. 또 화장실에서 장첸과의 격투 장면에서 “혼자냐?”라는 장첸의 질문에 “아직도 싱글이야”라고 유머있는 대답을 하는 등 부조화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또한 강력반 전일만 반장은 부하들 앞에서는 큰소리를 치지만 상관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고, 생색내는 자리에서는 앞장서지만 돈을 내야 하는 자리에서는 재빨리 내빼는 등 성격적 아이러니로 웃음을 창출한다. 그리고 찜질방에서 뱀문신을 한 조폭이 경찰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계란을 까는 장면처럼 하드바디인 조폭이 경찰 앞에서 순식간에 소프트바디로 바뀌는 것도 부조화의 아이러니를 통해 웃음을 선사한다. 중국집 소년 왕오는 가장 연약하고 순수한 인물로 등장하지만, 경찰의 협조 요청을 거부하는 상가 주민을 설득하여 증거 수집에 나서게 하고 장첸에 대한 정보 제공으로 장첸을 검거하게 만드는 용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순진의 아이러니를 드러내고 있다. 

조폭영화에서의 폭력과 웃음 그리고 배우

<범죄도시>는 불법적인 폭력의 확산으로 사회적 위기상황이 생겨 희생물을 바침으로써 폭력의 위험을 배출하고자 하는 희생제의적 성격을 보여주며, 인지전략과 아이러니를 통해 긴장감과 웃음을 창출함으로써 관객의 쾌락을 배가시킨다. 이 영화는 경찰과 조선족 조폭인 독사파, 이수파, 춘식이파, 상가주민들이 협력해 잔인한 수법으로 사람들을 폭행하고 살인하는 흑사파를 검거하는 이야기 구조이다. <범죄도시>는 조선족을 일반인과 조폭으로 나누고 다시 조선족 조폭을 독사파, 이수파, 춘식이파, 흑사파로 세분화하여, 흑사파를 제외한 대부분의 조선족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조선족 상권인 가리봉동을 범죄지역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점 테러 여부는 아직 가늠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최근 <감시자들>의 정우성, <베테랑>의 유아인, <브이아이피>의 이종석, <살인자의 기억법>의 김남길 등 스타 연기자가 악역에 도전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범죄도시>에서도 윤계상이 생애 최초로 악랄한 조폭 두목 장첸이라는 악역을 맡아 강렬한 카리스마와 리얼한 액션으로 화끈한 연기 변신을 보여준다. 하지만 평소 GOD 가수이자 배우인 윤계상의 장난끼 있는 얼굴, 검은 셔츠와 긴 머리의 지나치게 멋있는 스타일 등이 계속 오버랩되어 선한 면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극악무도한 악당인 장첸을 온전히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영화에서 윤계상이 연기하는 흑사파 두목 장첸을 죽이지 않고 체포로 끝내는 설정은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네이버-영화-범죄도시



글: 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영상물등급위원회 등급위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기획이사, 서울영상진흥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미디와 전략』, 『영화와 N세대』등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장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글 출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르몽드 시네마 크리티크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List.html?sc_sub_section_code=S2N40&view_typ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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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서곡숙

등록일201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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