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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러 라이브 위험한 선택

더 테러 라이브

 

TV 방송국 뉴스 앵커, 방송국 보도 국장, 서울시 경찰청장, 청와대 정무수석, 청와대 대테러 특별팀장 그리고 대통령...... 직업 분류로 보면 서로 크게 상관될 게 없다는 느낌을 주는 조합이다. 하지만 난 데 없이 등장한 테러범 한 명이 이들을 순식간에 묶어낸다.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기상천외한 발상이다.

<더 테러 라이브>(김병우 감독, 극영화/스릴러, 한국, 2013년, 97분)는 마치 우연인 듯 시작한다. 어느 날 오전, 시민들의 불만을 들어주고 마음을 달래주는 라디오 시사/음악 방송은 평범하게 하루를 시작할 참이었다. 그런데 약간 과격한 느낌을 주는 전화 목소리가 윤영환 앵커(하정우)에게 사연을 들려주었고 윤영환은 으레 그랬듯이 무성의하게 사연을 받아넘겼다. 사실 이것 역시 테러범 박신우(이다윗)의 각본에 들어 있던 내용이다. 그 때부터 끝날 때까지 영화가 숨 돌릴 틈 없이 힘차게 나아간다.

김병우 감독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솜씨가 대단했다. 주로 스튜디오 안에서 상황이 연출되지만 실제로는 전국을 무대로 하는데, 스튜디오 안과 밖의 연결에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필요할 때 마다 필요한 인물을 등장시켜 영화의 속도와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도 좋았고, 다리와 건물을 폭파시키는 장면도 자연스러웠다. 불과 23억의 제작비가 들었다고 여겨지지 않았다. 관객의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시켰기에 그런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는 표현이 절로 생각나는 영화였다. 무려 450억이나 들여 같은 시기에 상영한 <설국열차2013>에 절대 뒤지지 않았다.

<더 테러 라이브>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짜임새 있는 구성과 속도감이다. 하지만 또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적나라한 허위의식이었다. 사실 이 허위의식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순을 정확하게 찌르는 것이기에 기억해 둘만 한다.

앵커들은 특종에 목말라 한다. 그래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을 세워 TV 메인 뉴스를 거머쥐려 한다. 보도 국장은 여의도에서 배지를 다는 게 목표다. 그래서 실시간 시청률이 73%에 도달하자 만세를 부르며 스튜디오를 빠져나간다. 경찰청장에게 테러범과 타협이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그는 TV에 나온 김에 테러범을 진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극도로 자극한다. 그 역시 최고 권력에게 잘 보여 출세하려는 속물에 불과하다. 대테러 특별팀장은 앵커가 시간을 끌어 테러범의 위치를 잡아내는 데 목표가 있다. 처음부터 테러범과의 타협이란 없었던 사람이다. 전화 목소리만 나오는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 모든 허위의식을 대변한다. 그는 “정부는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강구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동요하지 말라.”는 하나마나한 말을 늘어놓는다.

박신우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 온갖 노력을 기울였으나 모두 실패했고, 이제 최후의 수단으로 테러를 택했다. 그러나 상황은 마찬가지. 테러의 TV 생중계라는 전대미문의 단계까지 왔지만 누구도 그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여기서 감독이 말하려는 바는 분명하게 다가온다. 힘 있는 놈들은 다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감독은 위선덩어리 경찰청장을 처단하고 결국 대통령까지 죽이고 만다. 관객 입장에선 속 시원한 결말이라 할 수 있다. 속 시원한 결말? 아니, 그렇지 않다. 감히 대통령까지 죽이다니?

테러범의 말에 정신을 놓고 귀 기울여 듣다가 그만 현실 감각을 잠시 놓친 모양이다. 그리고 테러범을 만사형통의 능력을 가진 슈퍼맨처럼 그린 것도 거슬렸다. 의욕이 앞서다보니 과장을 하고 말았다. 감독은 위험한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의 허위의식을 영환 전반에 적나라하게 풀어놓은 작업은 칭찬할 만하다. 영화는 현실 세상의 반영이라는 영화문법을 충실하게 따른 것이다. 사실 한 가지라도 칭찬할 게 남아있다면 다행이다. 감독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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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박태식

등록일2013-09-01

조회수6,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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