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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희]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계신가요, 모씨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모씨의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

금산에 사는 모씨는 보건소에서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듣는다. 느닷없이 암 선고를 받았다. 여러분 같으면 어떻게 했을까. 사실 암 선고를 받는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 한 개인은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암 선고를 받았지만 세상은 무심한 듯 또 그냥 그렇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는 여느 때처럼 정장을 입고 서류가방을 들고 언제나 처럼 출근한다. 그리고 언제나 처럼 동네 주민과 평범한 인사를 나누며 지나간다. 도착한 곳은 ‘마을 이발관’. 그는 이발사이다. 이발관 청소를 하고, 매일 가는 수영장에 가서 운동하고, 퇴근길에는 언제나 처럼 단골 술집에 들러 벽을 보며 맥주를 한 잔하고 집으로 온다. 집에 와서는 소파에 앉아 혼자 강냉이를 먹으며 스포츠 경기를 지켜보다 자러간다. 가는 길에 서울 간 아들의 빈방 문을 할 일없이 열어보고 이내 잠자리에 든다. 그러나 새벽 3시가 되어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 그때서야 알 수 없는 억울함이 솟구친다. 애꿎은 베개만 두들겨 패 줄 뿐이다. 
 
  
 
모씨의 까칠한 인간관계
 
동생의 부인은 혼자 사는 모씨를 위해 아침부터 반찬을 싸가지고 온다. 그냥 고맙다고 받아두면 될 텐데 모씨는 그러는 법이 없다. “이거 받으면 나도 해줘야 돼”라며 한사코 받지 않으려 한다. 동생이 “가족끼리는 그냥 주고 받는겨”라고 말해도 묵묵부답이다. 보건소에서 큰 병원에 가라도 재촉하자 더 이상 이대로 참고 살 수 없다. 아들의 어릴 적 모습을 찍어둔 비디오를 보다가 강냉이에 목이 메인건지 눈물 때문에 목이 메인건지 아무튼 눈물이 났다. 벽을 보며 술을 마시며 아들의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내려와”
 
영문도 모른 채 소환된 모씨의 아들 스데반과 여자 친구 예원 
 
 
  
 
모씨는 그 둘에게 <사제 폭탄을 삼킨 남자>라는 시나리오를 보여주며 영화를 찍어 달라고 한다.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19살에 생긴 아들을 위해 꿈을 포기해야 했던 아버지. 찰리 채플린을 좋아했던 고생만 시킨 아내를 위해, 젊은 날 자신의 꿈을 위해, 홀로 남을 아들을 위해 그리고 돌이켜보니 소중한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을 위해 크리스마스에 영화 상영회를 준비한다. 서울에서 영화감독을 하겠다고 하지만, 사실 서울에서 빌빌거리고 있는 아들에게 무뚝뚝한 아버지가 죽기 전에 보내는 은근한 지지이다. “감독이 영화를 찍어야지”
 
흑백영화 속 블랙 코미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는 블랙코미디이다. 그리고 말 그대로 블랙 앤 화이트, 즉 흑백영화다.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감독의 선택은 화면을 흑과 백의 농도에 따른 수많은 그레이들로만 세상을 그려낸다. 일상의 쳇바퀴를 돌던 중년 남자의 일상을 그리기에, 크게 남기는 것 없이 죽어가는 한 중년 남성이 마지막에 뭐라도 하나 남기기 위해 물밑작업을 하는 모습을 그리기에 흑백영화는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 기주봉이라고 배우 특유의 체념하거나 혹은 달관한 듯한 태도는 흑백 톤과 조화를 이루며 슬프지만 마냥 슬퍼만 할 수 없는 분위기를 남긴다. 
 
  
 
흑백영화를 선택한 임대형 감독은 2014년 단편영화 <만일의 세계>로 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과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고 이 작품으로 장편영화로 데뷔를 했다. “낡았거나 감상적이라는 오명 아래 외면 받는 몇 가지 중요한 인간적 감정과 의식들을 제자리로 복귀시켜보고 싶었다”라는 작품 의도는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이라는 잊혀져가는 희극 배우를 다시 등장시켜 슬프면서 유머가 있는 그러면서 인간에 대한 사려 깊은 배려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버킷리스트는 찢어 버려라, 빅 피처를 그리자 
 
  
 
죽기 전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적어놓고 하나씩 실행해나가는 ‘버킷리스트’가 도달하는 목표 지점은 목록 하나가 도달할 수 있는 행복감의 성취이다. 그리고는 다른 리스트 목록을 향해 다시 나아가야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면벽을 하며 혼자 맥주를 마시던 금산에 사는 모씨의 죽음 계획은 좀 다르다. 단발적인 행복감으로 점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그 결과물을 자신이 알고 지냈던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큰 그림 즉 ‘빅 피처’를 그린 것이다. 죽기 전에 이런 ‘빅 피처’ 하나쯤 가지고 살라고 말하는 모씨가 건네는 안부인사 같은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이다.
 
글: 서성희
영화평론가. 대구경북영화영상협동조합 이사장으로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대표이자 대구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 출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르몽드 시네마 크리티크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List.html?sc_sub_section_code=S2N40&view_typ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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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서곡숙

등록일2018-05-05

조회수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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