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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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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쓸모없어진 위성을 미사일로 파괴했다. 그런데 당초 예상과 달리 파편들이 궤도를 벗어나면서 불행이 시작된다. 그 파편들은 우선 미국 탐사선 익스플로러 호를 덮쳤고 이어서 러시아 우주정거장을 파괴했으며 중국 우주정거장이 궤도를 이탈해 지구로 추락하게 만들었다. 무서운 사실은 파편들이 궤도를 운행하기에 빠져나갈 시간은 1차 충돌이후 90분밖에 안 남았다는 것이다. 이 극단의 위기 상황에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 홀로 우주에 방치되어 있었다. 스톤 박사는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그저 우주여행의 기초만 익힌 채 처음으로 지구밖에 나간 처지였다.

<그래비티>(Gravity, 알폰소 쿠아론 감독, 공상과학, 미국, 2013, 90)에서 보여주는 우주는 실로 놀라웠다. 비행대장 매트(조지 클루니)의 머리 위로, 발 아래로, 옆쪽으로 펼쳐지는 드넓은 우주공간과 그 사이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푸른 별 지구....... 마치 관객도 우주 유영을 하듯 감독은 자유자재로 우주 관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게다가 3D 화면의 박력은 이제까지 보았던 어떤 3D 영화를 능가했다. 특히, 스톤 박사가 흘린 눈물 한 방울이 그녀의 눈에서 나와 천천히 관객의 시야로 날아 들어오는 장면은 정말 좋았다. 눈물 한 방울의 무게감을 그렇게 세밀하게 느껴본 게 몇 년 만인가 싶을 정도였다. 3D 영화가 비단 액션뿐 아니라 따뜻한 감성까지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을 감독이 깔끔하게 보여준 셈이다.

스톤 박사가 중국(?) 상공을 날아갈 무렵 어떤 사람과 우연히 대화를 나눈다. 아마 단파채널을 통해서였을 것이다. 상대는 국제 무선 조난 신호인 메이데이(Mayday)’를 스톤박사의 이름으로 착각하고 개 짖는 소리와 아기의 칭얼대는 소리를 들려준다. 구조될 희망이 점점 사라져 죽음의 문턱까지 다다른 그녀에게 위로를 주는 유일한 소리는 공교롭게도 아기의 것이었다.

인간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만 제외하고 외롭게 죽지 않는다. 가족과 친지들이 임종을 지켜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주공간에 홀로 남은 인간에겐 죽음이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지 모른다. 감독은 완벽하게 고독한 처지에 놓인 사람도 여전히 인간의 존엄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스톤 박사의 외로운 투쟁에서 보여준다. <그래비티> 역시 할리우드 영화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해 행복한 결말을 맞지만, 그녀가 설혹 우주공간에서 자살을 택했더라도 인간의 존엄성까지 빼앗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딸이 죽은 후 하루하루의 삶이 무의미했기에 우주까지 나왔지만 그녀의 귀에는 여전히 아기 목소리에 들리지 않는가! 만약 지구로 다시 돌아간다면 스톤 박사는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산드라 불록은 실제로 폐쇄된 모형 탈출선 공간에서 몇 달을 촬영했다고 한다. 그 때 느꼈던 고독감으로 약간의 정신적인 문제까지 생겼다고 하는데, 그 덕분에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또한 관제 센터의 통제관 역을 맡은 애드 해리스는 비록 얼굴은 나오지 않지만 목소리 연기가 일품이었다.

산소가 모자란 상태에서 인간의 정신활동도 둔화되어 종종 헛것이 보이거나 들리곤 한다. 이를 두고 신의 계시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부질없는 과장이라는 필자의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동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신의 목소리를 한번 쯤 들었다고 해서 그리 책잡을 일은 아닐 성 싶다. 철저히 과학적인 합리성을 근거로 만든 영화에서 뜬금없이 신의 존재를 암시하는 장면이 나와서 하는 말이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전력을 보니 <판의 미로2006><비우티풀2010>의 제작에 참여한 바 있었다. 두 영화 모두 탁월한 상상력과 흥미 있는 이야기 전개가 돋보였던 작품들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래비티>가 감독상과 편집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은 이유다. 훌륭한 작품성을 가진 영화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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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박태식

등록일2014-03-27

조회수2,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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