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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헤이즐

                                 안녕 헤이즐 

 

! 헤이즐(쉐일린 우들리)은 불과 18살 나이에 말기 암 환자로 살고 있다. 부모는 딸 앞에서 가슴이 미어지지만 내색을 하면 안 되겠기에 과도하게 긍정을 가장한다. 헤이즐은 그럴 때마다 오히려 부모의 삶이 자신에게 담보 잡힌 것 같아 슬픔이 더해진다. 엄마(로라 던)는 딸에게 몇 번이고 심리치유 모임에 나가보라는 권고를 했고, 잔소리에 지친 헤이즐은 마침내 모임에 나간다. 가슴 저미는 영화 <안녕 헤이즐>(조쉬 분 감독, 극영화/애정물, 미국, 2014, 125)은 그렇게 시작한다.

나이 지긋한 어른이라도 감내하기 힘든 고통. 당장이라도 병이 심각해지면 죽고 말리라는 불안한 생각이 꽉 들어찬 오늘. 그렇게 절망의 하루하루를 보내는 내게 무슨 모임을 나가란 말인가? 어거스터스(안젤 엘고트)가 모임에 등장하기 전까지 헤이즐의 삶은, 엄정한 의미에서 제대로 된 삶이 아니었다.

어거스터스. 비록 영화 제목은 <안녕 헤이즐>이지만 설혹 <안녕, 거스>라고 해도 될 법했다. 그만큼 영화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인물이 어거스터스다. 그는 근육 암으로 이미 다리 한쪽을 잘라낸 바 있고 암이 딴 곳으로 전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처지다. 모임에서 만난 둘은 강하게 끌렸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랑을 시작한다. <안녕 헤이즐>이 삶을 반추하는 철학영화가 아니라 애정물인 까닭이다.

헤이즐과 어거스터스에게는 나이에 맞지 않는 어른스러움이 있다.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남을 밀어낼 줄 알고,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 줄기차게 생각하며, 그러다보니 자신들에게 남은 날들을 어떻게 가치 있게 보내야하는지 성찰이 가능하다. 암에 안 걸린 채 수십 년을 살아도 결코 얻지 못할 지혜를 불과 10대에 터득한 셈이다. 그처럼 삶의 지혜는 나이와 무관하다. 아마 지혜란 경험의 양이 아니라 질에 좌우되는 문제여서인가보다.

대사들 하나하나가 치밀하게 다듬어진 느낌이 들어 좋았다. 어거스터스는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자신의 몸에 암 세포가 퍼져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표현해놓으니 암이 마치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십 년 전쯤 죽은 내 친구의 CT 촬영 사진에는 마치 불꽃놀이를 하는 듯 암세포가 간 구석구석까지 퍼져있었다고 한다.) 특히, 서로의 죽음을 위해 써놓은 추도사와 그 추도사를 미리 읽어주는 장면은 인상 깊었다. 남은 이들에게 내가 어떤 의미를 주는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기 때문이다. 이 역시 주변의 친지들과 한번쯤 나누고 싶은 경험이었다.

주인공 역할을 한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났다. 특히, 쉐일린 우들리의 연기는 놀라운 발견이었다. 그녀는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디센던트2011>에서 제멋대로인 청소년 역을 멋지게 소화해내더니 <다이버전트2014>라는 영화에서는 뜬금없이 초능력 전사로 활약했다. 앞으로 큰 기대를 해도 될 법한 배우다. 갑작스레 등장해 헤이즐에게 충격만 안겨준 채 사라진 피터 반 후텐 역의 윌리엄 데포는 존재 자체가 연기였다. 슬슬 관록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안녕 헤이즐>은 사랑하는 친구를 잃는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가르쳐준다. 더불어 어떤 고통 속에서든 인간이란 존재는 삶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새삼 확인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그러니까 장례식이란 헤이즐의 말대로, ‘죽은 자들을 위한 게 아니라 남은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 게 옳다.

  어렸을 때는 어서 어른이 되고 싶은 적도 있었고 좀 늦추고 싶은 적도 있었다. 어른이 되면 이 지겨운 공부를 안 해도 된다는 희망과 함께 다른 한 편으로 더 이상 어리다고 봐주지 않으리라는 두려움도 있었다. 아무튼 나의 희망이나 두려움 따윈 아랑곳 않은 채 세월은 흘렀고 나이에 관한한 이젠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다. 참으로 인생이라는 게 부질없기도 하고 말이다. 앞의 영화에서 이런저런 도전을 하면서 한창 인생을 즐겨야할 나이에 서둘러 심각하게 삶의 의미를 고민해야 하는 가여운 소녀를 보았다. 영화를 통해 그녀들의 슬픔을 온 몸으로 넘겨받았다.

<안녕 헤이즐>은 영화의 뒤로 갈수록 아름다운 수사修辭들이 쉬지 않고 나온다. 하나하나 버리기아까울 정도다. 몇가지는 꼭 기억해 두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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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박태식

등록일2014-11-01

조회수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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