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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헬 프

 

인권영화 중에 나찌가 저지른 유대인 대학살처럼 많이 다루어진 소재가 있을까? 그리고 이에 못지않게 흑백 갈등처럼 많이 다루어진 경우도 아마 없을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미국적인 소재를 할리우드의 우수한 인력들이 달라붙어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인데 언제 봐도 식상하지 않은 게 참으로 경탄할만할 일이다. <헬프>(The Help, 테이트 테일러 감독, 극영화, 미국, 2011년, 146분) 역시 경탄할만한 인권영화다.

햇빛 찬란하고 평온한 마을에 그림 같은 집들이 늘어서 있고 집집마다 멋진 옷을 차려입은 아름다운 백인 여성들이 산다. 모두들 부자 남편 덕분에 호의호식하는 처지이고 그들의 호강을 뒷받침 해주는 흑인 가정부들이 아침마다 저택으로 출근한다. 하지만 가정부들은 주인과 같은 밥상에 앉지 못하고 서로 손이 닿아서도 안 되며 주인집 화장실도 같이 사용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말끝마다 “네, 마님”이라는 경칭을 써야만 한다. 안 그랬다가 해고라도 당하면 생계에 큰 위협을 받게 된다.

1960년대 초의 미시시피는 백인들의 천국과 흑인들의 지옥이 공존하는 땅이었다. 특히, 주인공 에이블린(비올라 데이비스)은 백인 아이들만 열일곱을 키우느라 정작 자신의 아들은 제대로 키우지 못했고 그 아들마저 백인들의 무관심에 처참하게 죽고 말았다. 훌륭한 작가가 될 재능이 충분히 있지만 지금은 고작 일기나 쓰는 처지다. 그러나 용감한 백인 여성 저널리스트인 스티커(엠마 스톤)를 만나면서 그녀의 삶은 크게 바뀌게 된다. 미시시피의 흑인 차별을 고발하는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흑백갈등을 다룬 인권영화에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흑인 여성들의 처지가 남성보다 훨씬 모질고 그 와중에서 강한 생명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비록 인권침해의 현장에 살지만 유머와 끈기와 자식에 대한 애정과 용기를 갖고 있는 여성들이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모든 두려움을 떨치고 나선다. 그런 까닭에 흑백갈등을 다룬 인권영화가 종종 페미니즘 영화로 분류되곤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칼라 퍼플1985년>이 바로 교과서적인 예다.

영화 중간쯤 백인들의 보복이 겁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두려워하던 흑인 가정부들이 에이블린의 거실에 가득 모여든 장연은 정말 좋았다. 동료 가정부가 사소한 잘못으로 경찰에 끌려가자 분노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상황이 설정되고 이야기가 진부해질 무렵 다시 한 번 활력을 넣어주는 장면이었다. 또한 인종차별의 중심에 있던 백인여성 힐리(브라이드 델러스 하워드)가 단번에 무너지는 모습은 통쾌하기 짝이 없었다. 어떻게 영화를 이처럼 잘 만들 수 있을까?

비올라 데이비스를 처음 본 것은 <다우트2008년>라는 영화였다. 영화에 불과 10분정도 등장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정확하게 자신을 각인시켰던 기억이 난다. <헬프>에서도 그녀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특히, 죽은 아들을 되새기는 몇 분간의 감정 연기는 압권이었다. 에이블린과 단짝으로 나와 통쾌한 연기를 보여준 미니역의 옥타비아 스펜서와 브라이드 델러스 하워드의 교활하고 비열한 연기도 일품이었다. 힐리의 어머니로 나온 시시 스파이섹(<실종1982년>)도 여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에이블린의 지론에 따르면 백인 엄마들은 아이를 낳아 키울 자격이 없다. “나는 착하고, 아름답고, 특별하다.” 그녀가 키우던 백인 아이들에게 언제나 되 뇌이도록 심어준 말이다. 비록 억울한 신세였지만 백인 아이들을 차별 없는 사랑으로 키웠던 것이다. 진정한 인간 사랑을 그래야 한다. 영화 마지막 장면은 졸지에 도둑으로 몰려 쫓겨난 에이블린이 길을 따라 걸어가는 뒷모습이었고 그 위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왔다. 무려 두 시간 반 동안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에이블린의 당당한 발걸음을 축하해주느라 조금 더 앉아 있었다. 만일 자리 정리를 하는 직원의 따가운 눈총이 없었다면 한참을 더 앉아있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에겐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야 한다. 내일 곧 죽을 인생이라 해도 이 진리는 마찬가지다. 불행한 처지에 있던 에이블린과 미니는 좋은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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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박태식

등록일2012-01-03

조회수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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