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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상: 모그 <밀정>
<밀정>을 한층 더 정교하게 세공시킨 음악의 기술

윤성은(영화평론가)

 


<밀정>은 시간에 관한 영화다. 국가가 주권을 잃어버렸던 수십 년의 암울한 시간, 의열단이 일제의 폭압에 맞서는 치열한 항쟁의 시간, 한 인간이 조국의 독립과 자신의 안위 사이에서 갈등하는 각고의 시간이 이 작품에 켜켜이 담겨있다. 또한 <밀정>은 의열단이 갈망하고 있는, 아직 오지 않았고 기약도 없으나 반드시 오리라 믿는 그 어떤 시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정채산에게서 이정출에게로, 다시 학생의열단 선길에게로 이동하는 회중시계의 내연은 세대와 공간을 가로지르며 퍼져나가는 바로 그 시간에 대한 믿음과 닿아있기에 의미심장하다.

모그가 연출한 <밀정>의 음악은 거의 일관되게 이러한 시간의 다층적 의미를 내포한 채 진행된다. 시계 초침을 모티브로 한 규칙적 리듬은 김장옥 일행이 함정에 빠지는 첫 시퀀스에서도, 일본경찰과 의열단이 각자의 작전을 바쁘게 수행하는 와중에도, 숨 막히는 정찰과 혈투가 벌어지는 경성행 기차 안에서도, 동족상잔을 강요당하는 끔찍한 고문실에서도 중량과 세기, 템포를 달리해 등장한다. 힘찬 초침소리에서 때로 긴장한 심박처럼 육중하고도 빠르게 변이되는 이 리듬단은 다른 사운드 디자인의 요소들과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드라마에 긴박감을 조성하고 음악에 통일성을 부여한다. 무엇보다 아날로그시계의 사운드는 디지털 시대의 관객들을 1920년대라는 시간 속으로 끌어들이는 데 효과적인 기제였다.

이렇듯 말초신경을 자극함으로써 물질적 영역-관객-을 탐하던 비물질의 세계-음악-는 종반으로 치닫는 동안 직관을 넘어 이지력의 확장을 요구한다. ‘When You're Smiling’과 ‘Bolero’는 1920년대 서양에서 발표된 곡들로, 내러티브 밖 공간을 인식하게 함과 동시에 내러티브 안 상황과 대비시킴으로써 제3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When You're Smiling’의 느리고 차분한 선율과 아름답고 희망적인 노랫말은 의열단이 무자비하게 척결되는 영상에 삽입되어 비극성을 부각시키는 기능을 하며, 반복적 멜로디에 악기가 하나씩 추가되면서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Bolero’는 극의 절정을 예비하고 폭발시키는 데 기여한다. 뿐만 아니라 이 곡은 형식상 무수한 실패를 딛고 높은 곳으로 올라서고자 하는 의열단의 기조를 그대로 담고 있는 음악이기도 하다. <밀정>을 한 단계 더 정교하게 세공시킨 탁월한 선곡 및 편곡이었다.

올해 영평상 본심에서 <동주>와 <밀정>, 본인이 작업한 두 작품으로 음악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모그 음악감독에게는 계속해서 자신의 음악을 넘어서야 하는 까다로운 과제가 남아있다. <밀정>에서 훌륭하게 성취했듯 전형을 탈피해 영화음악의 지평을 넓히고 오로지 음악으로써 모든 감각의 경험치를 높여줄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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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7-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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