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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감독상: 윤가은 <우리들>
감정 없는 클로즈업, 혹은 관계 맺기의 버거움

박우성(영화평론가)

 

 

신인이라는 호명 뒤에는 으레 도전, 패기, 실험과 같은 수식이 뒤따른다. 하지만 이런 수식은 윤가은의 <우리들>을 설명하는 데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전, 패기, 실험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이 영화에는 그것으로 환원되지 않는 특별한 시선이 존재한다. 우리는 감독의 인장과 같은 하나의 시선을 발견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상징적 시선을 시작으로 실타래 풀리듯 영화의 모든 것이 음미되는 어떤 기적과 같은 경험이 좋은 영화의 미덕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윤가은의 인장은 한국영화의 발견이다.

이상한 일이다. <우리들>은 클로즈업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딱히 감정이 감지되지 않는다. 밀착된 캐릭터의 얼굴과 마주하지만 섣불리 정서를 가늠할 수 없다. 포착된 얼굴이 아이들의 그것, 말하자면 비어 있는 표정이기 때문일까. 혹은 좁은 프레임의 밀도가 클로즈업의 용례와는 달리 도리어 감정 발산을 차단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프레임 바깥의 정황이 감정을 음미할 만큼 한가하지 않기 때문일까. <우리들>의 아이들은 아프도록 치열하다. 친구들에게 외면당하고,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 골몰하고, 그러나 다시금 외면당한다. 여기서 비어 있는 표정은 흔히 아동의 순수로 명명되는 것과는 다르다. 그것은 쓰디쓴 질문이다. 대체 왜 외면당하는가? 감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이유는 이것이 단지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물리적인 나이와 상관없이 질문에 대한 우리 모두의 답안은 실상 공백으로 가득하다. 이때 클로즈업의 밀도는 감정을 발산하는 대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질문 세례 앞에서 골몰하는 어떤 잠행의 공간으로 체화된다. 하지만 이런 숙고의 풍경은 일종의 구심력일 뿐인 것 같다. 아이는 정말이지 진심을 다해 친구를 대한다. 하지만 원심력과 맞물리는 순간, 그러니까 프레임 바깥과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순간, 사력을 다한 진심은 용납될 수 없는 위선으로 오독된다.

<우리들>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클로즈업에 관한 영화이다. 혹은 좁은 프레임의 밀도와 프레임 바깥의 시선 사이의, 잠행하는 주체와 육박해 오는 세계 사이의 버거운 관계 맺기에 관한 영화이다. 관계의 온도 차이를 감내해야 하는 어떤 악전고투의 풍경. 이것이 <우리들>이 진단하는 삶의 본질일 것이다. 나는 윤가은 감독의 감정 없는 클로즈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한국영화의 발견이기도 한 이 낯설고도 절묘한 시선이 또 다른 자리에서 외연을 확대해 나가길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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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7-02-24

조회수26,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