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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여우상: 정하담 <스틸 플라워>
낯선 영화 속 더 낯선 인생의 존재감

안숭범(영화평론가)

 

 

영화배우는 극중 상황으로 들어가 상상적 배역을 핍진하게 살아내야 한다. 실제가 아닌 허구의 상황에 자신을 투사한 후 영화 속 현실을 ‘자기 인생’으로 믿어야 한다. 더 나아가 관객들에게도 그 허구적 현실이 실제라는 환영을 안겨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이 거기 펼쳐지고 있는 것처럼 믿게 해야 한다. 이것을 해낼 수 있느냐가 배우의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라면, 정하담은 올해 등장한 신인 여배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내게 가장 답답한 영화는 주인공의 전사가 파악되지 않고, 영화가 끝난 이후의 삶이 예측되지 않을 때다. 그런 면에서 <스틸 플라워>는 내용적으로 대단히 불친절한 영화다. 사실 <스틸 플라워>는 화면의 흔들림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불편함이 큰 초저예산 영화다. 핸드헬드의 영상 속으로 현장음은 난삽하게 끼어들고 자연광 촬영 때문에 사물의 윤곽을 알아보기 힘든 장면들이 연속한다.

그러나 그 불친절함이 이색적인 영화체험으로 용인될 수 있었던 건 배우 정하담이 살아낸 영화 속 인생의 생생한 울림 덕분이다. 정하담이 연기한 하담은 평범한 삶의 자리 변방으로 내몰린 낯선 여자의 몸부림을 실감 있게 보여준다. 이런 영화를 신인 배우 혼자의 힘으로 끌고 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러닝타임 대부분 그녀는 뒷모습으로, 사실상 실루엣으로 연기한다. 극적인 스토리텔링, 자극적인 사건이 많지 않기에 과장된 양식적 연기를 할 기회도 없다. 심지어 대사를 할 수 있는 순간도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어렵게 일감을 얻은 빈대떡집에서 ‘몸 파는 년’이라는 욕지거리를 견디다가 “일하고 싶어요”라고 소리칠 때, 그러니까 영화가 끝나기 10분 전쯤에야 그녀의 본심이 생생하게 쏟아진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어느 모로 보나 단출한 영화인 <스틸 플라워>가 인상적이었다면, 그건 정하담이 선보인 연기의 몫이 크다고 말하고 싶다.

<스틸 플라워>의 마지막 장면은 육지의 끝이, 곧 육지의 시작이기도 하다는 역설을 전한다. 폭풍우 치는 그 바닷가에서 하담이 추는 탭댄스를 ‘희망’이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 그저 절망의 틈새를 비집어내고픈 한 인생의 몸부림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자리에서 그녀가 바닷가를 등지고 돌아서 눈물을 참으며 억지웃음을 의도할 때, <400번의 구타> 엔딩 속 앙트완이 떠올랐다. 정하담은 그런 낯선 여운을 안기며 우리에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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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7-02-24

조회수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