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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기사)] 영화평론가협회, BIFF 포럼에서 민간 심의기구의 자율심의제 도입 공론화

(<오마이뉴스> 성하훈 기자   14.10.14  14:02)

 

"영화보다 도덕 사랑하는 영등위, 검열기관인가?"

"50년 검열의 역사를 끝내야 한다. 제한상영가 등급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

 

영화평론가협회(이하 영평)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를 해체하고 민간 심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며 영등위 해체론에 불을 당겼다. 영등위의 심의가 검열로 존재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민간 자율심의제 도입을 제안했다. 


지난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비프포럼-영화심의기구의 민간자율화와 그 해법'은 영등위 해체를 공론화 시키는 자리였다. 심영섭 영화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온 인사들은 영등위의 기준 없는 심의를 비판하고 제한상영가 등급의 폐지를 요구했다.

최근 영등위 심의 문제가 잇따른 논란을 일으키면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열린 이날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영등위에 맹공을 가했다.

"영등위 제한상영가 등급은 일반 시민 경시이자 모독"

첫 발제자로 나온 서대정 부산대 교수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서 교수는 "영등위가 청소년 보호를 구실로 예술창작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등위가 편향적 태도를 보이며 권력기관이 아님에도 권력기관처럼 스스로를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또한 지난 6월 서울에서 개최된 '영등위의 영화 속 언어 표현 개선' 토론회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영화 때문에 청소년들이 욕을 한다는 가설은 검증된 사례도 없지만 이를 일반화해 마치 청소년 윤리 선도위원회나 바른 학부모 모임과 같은 기관에서 할 법한 토론회를 열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영등위가 영화를 내버려두고 윤리와 도덕을 사랑하게 된 것은 정치에서 독립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며 국민을 훈육의 대상으로 삼는 엘리트적 태도에 기인한 것"으로 규정했다.
 

'제한상영가' 등급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1~2심 모두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영등위가 불복해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 곡사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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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김곡•김선 감독이 <자가당착> 제한상영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1~2심 모두 이겼음에도 영등위가 불복해 대법원까지 간 것에 대해서도 서 교수는 "감정적 대응"이라고 질타했다. "영등위가 권력기관이라는 특권적 우월적 지위를 영속하려는 의지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었다.

고무줄 잣대의 심의 기준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한 서 교수는 제한상영가 등급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엘리트 권위주의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성인들이 보거나 보지 못할 영화를 자의로 결정하는 것은 일반 성인 시민을 경시하거나 모독하는 것"이라며 "영등위를 대체할 수 있는 민간자율심의기구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유양근 서강대 강사는 민간자율기구로 운용 중인 미국과 일본의 예를 들며 국내의 사례와 비교했다. 민간기구로의 전환을 전제한 상태에서 주요 국가들의 사례를 비교한 것이다. 유 교수는 "자율 심의가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이 힘들지만 일단 정착되면 어떤 형태보다도 견고하고 안정적 운용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양영철 경성대 교수는 민간기구의 형태와 예산 운영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어떤 문제점들이 따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해외의 사례 등을 예시해 구체적인 민간심의기구 구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내놨다.

양 교수는 "민간자율심의기구 설립의 가장 큰 장애물은 오랫동안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한국영화계가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영화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예술적 성취보다는 수익을 우선시하기에 어느 정도 책임이 따라야 하는 민간자율심의기구에 자발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적다는 것으로 이 부분을 관건으로 꼽았다.

"영등위의 들쭉날쭉 심의는 창작자 무시하는 태도"

영화 <님포매니악>을 수입한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는 사례 발표를 통해 "예술영화들의 심의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수입을 하고 있다"며 "<님포매니악>의 경우 만든 사람들이 각국의 심의 기준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일부 장면을 흐리게 하는 블러(Blur) 처리에 감독과 제작자가 양해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제한상영가에 대해 예술영화로서 인정받게 한 후 예술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최근 예술영화관 프로그래머 모임을 가졌다"면서 "아트시네마들이 합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영화 <광해, 왕이된 남자>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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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영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심의를 민간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영화의 주제와 표현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등위의 들쭉날쭉한 심의로 인해 자본에 의해 억압받고 있다"며 "개봉일자가 잡혀 있는 상태에서 원하는 등급이 나오지 않을 경우 알아서 검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등급심의위원들이 창작자의 의도를 제대로 모르고 등급을 매긴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토론자로 나선 임창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미래의 한국영화 선택은 바뀌어야 한다"며 제한상영가 등급의 폐지를 주장했다. 제한상영가는 헌법에 보장한 표현의 자유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임 이사장은 "민간자율등급제를 위한 하나의 실험으로 독립예술영화전용관들에 자율등급제를 허용하고, 청소년관람불가 이상의 작품에 대해서는 별도의 심의기구를 두고 운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곽영진 영화평론가협회 총무이사는 "영등위가 검열적 행정기관으로 존재하고 있다"면서 <뫼비우스> <미조>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한공주> <도희야>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영등위의 고무줄 심의를 비판했다.

영화 선진국이지만 심의는 후진성 면치 못해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다들 한 방향으로 모아서 주장하시는데, 등급심의는 수용자들을 위한 것으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으로서 심의를 하는 것이라며, 수용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영등위 관계자 역시 "사례로 제시한 일부 영화는 등급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발제자가 지적한 일부 사안에 대해서도 이견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원동연 대표는 "내가 영화를 만든 사람으로서 철학과 주제와 소재를 15세 관람가로 만들었는데, 청소년불가 등급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며 "15세 관람가와 청소년불가 영화는 예산이 다른데 심의위원들은 자기들의 잣대로 아니라고 한다"고 반박했다. 서대정 교수 역시 "민간자율심의기구를 왜 해야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영등위의 영화 속 언어 표현 개선'을 두고 "적절한 토론회가 아니었다"고 다시 한 번 못 박았다.

영화계의 전반적인 의견이 영등위의 심의에 문제가 크다는 쪽으로 모아지면서 영등위 해체 및 대안심의기구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포럼을 주관한 영화평론가협회장인 민병록 동국대 교수는 "논의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 교수는 "한국영화가 1인당 영화관람수 연간 4.2회로 세계 1위 수준이고 영화 선진국인데, 심의 제도는 논란과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자율심의제도를 만들어 영화심의제도의 변환을 맞는 기회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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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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