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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영화평

공동경비구역 JSA-분단은 작동하는 동시에 오작동하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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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분단은 작동하는 동시에 오작동하는 시스템이다

 

 

 박찬욱의 네 번째 영화, 그의 암흑기에 마침표를 찍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개인의 비극과 체제의 비극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 가를 소피(이영애)못지않게 꼼꼼하게 추적해나가는 작품이다. 영화는 모든 일들이 벌어지고 난 후 그 조사를 위해 파견된 스위스 정보 장교 소피가 사건을 역추적해나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미 벌어진 총격전, 알 수 없는 진실-사실은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진실-. 남성식의 비극, 이수혁의 비극. 그리고 다시, 오경필의 비극. 이미 벌어진 한국전쟁, 역시나, 알 수 없는 진실-이제는 잊혀져버린 진실-, 민족의 비극. 박찬욱 감독은 종결된 사건을 답답한 상황 속에서 조사해 나가는 소피처럼 1950년에 끝난 한국전쟁이 어떻게 정전협정 이후에도 세 사람을 더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 탐구해 나간다.

 

 

 

 이 영화는 메멘토처럼 영화 속의 순서를 가지고 극단적인 장난을 치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시간순서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JOINT, SECURITY, AREA,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 영화의 진행 방식은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우리는 소피의 입장에서 이 사건이 대충 어떤 일인지 파악을 마친 채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간다. 이수혁(이병헌)의 증언도, 오경필(송강호)의 증언도 엇갈리지만 그 엇갈림 속에서 분명한 사실은 북한군 병사 한 명이 죽음을 당했다는 것. 이야기의 엔딩에 반드시 누군가의 죽음이 존재함을 명백히 알고 있는 관객으로서는 지뢰를 밟은 성식이 경필에게 구출되고 이후 북한군 초소를 오가며 그들과 우정을 쌓아가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동지애를 느끼는 장면이 마냥 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러닝 타임 내내 분단의 비극과 인물들의 고통을 그려내는 음울한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남한군과 북한군이 서로 아무리 동지애를 느끼며 초코과자를 주고받고 우정을 쌓는다 해도 결국 그들 중 하나는 그들 중 하나의 총에 맞아 죽을 것이라는 점이다.

 

 

 

비극悲劇, 성식의 것이든 수혁의 것이든.

 

 

 

 당신이 이미 이 영화를 봤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과감히 말해보자. 영화의 주인공 네 명중 성식은 심문 도중 히스테리를 부리며 투신하고, 심지어 이름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신하균이 연기한 북한군 병사는 그의 여동생 초상화까지 그려줄 만큼 친한 사이가 되었지만 그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수혁도 마지막에 가서는 권총자살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아 제대를 앞두고 있는 오경필의 삶, 수혁과 대질조사를 받게 된 도중 수혁이 수상한 낌새를 보이자 살아남기 위해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그를 걷어차고 미친 듯 인민공화국 만세와 수령님 만세를 울부짖었던 오경필의 삶 또한 평생 그 기억을 짊어지고 가야만 한다는 점에서 밝아보이지는 않는다. 이 들의 삶은 모두 비극적으로 끝났고 또 비극적으로 끝날 것이다. 심지어 상상력을 좀 더 확대해 보면 영화에 잠깐 등장한 성식의 여동생의 삶 또한 비극이 되어버렸다. 삶의 비극에는 분명한 인과관계가 존재하는가. 만약 그런 것이 없다면 이 모든 비극은 일순 희극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인생을 망쳐버린 네 사람.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이들의 죄는 무엇인가. 성식도, 수혁도, 경필도, 신하균이 연기한 병사도. 이 사람들이 패악무도한 사람들이었는가? 한 사람은 그림을 잘 그렸고 북에 두고 온 예쁜 아내도 있었으며 다른 한 사람은 그의 생일선물까지 챙겨줄 만큼 돈독한 사이였다. 누가 그에게 그를 죽이도록 만들었단 말인가?

 

 

 그들에게는 그들이 당했던 어마어마한 참극에 마땅한 명백한 죄가 적어도 영화상에선 존재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영화의 중반부, 모두가 함께 사진을 찍는 장면. 성식은 북한군 초소에 걸려있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사진을 어떻게든 구도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보다가는 좀 더 가까이 붙어보라는 권유로 사진의 구도에서 김일성 부자의 사진을 없애는데 성공한다. 성식이 그토록 지우고 싶었던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 그러나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져버린 참극. 성식은 김일성과 김정일을 그들 사진, 나아가 그들의 우정과 삶의 구도에서 완전히 제외시키고 온전히 네 명만 남기를 바랐지만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사진이 찰칵 하고 찍히는 순간, 카메라는 그것을 총이 불을 뿜는 것과 동일하게 표현한다. 온전한 이념의 배제를 박제한 그 순간은, 총이 불을 뿜는 것으로 그들에게 다시 돌아왔다.

 

 

 극중 성식이 투신하는 장면, 그리고 수혁이 권총으로 자살하는 장면. 두 장면은 모두 카메라가 거꾸로 되어 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으로 촬영되었다. 마침내, 스스로 죽음으로써 체제 안으로 복귀한 그들. 그들은 죽음을 택함으로써 잠깐의 일탈에 대한 죄를 씻고 거꾸로 된 카메라가 다시 제대로 그들을 응시하듯 체제 안으로, 대한민국 안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얼마나 기쁜 일인가. 또 다행스런 일인가. 저 북쪽의 빨갱이들과 잠시 우정을 나눔으로 민족을 배신했던 남성식과 이수혁은 온전히 돌아왔다. 분단은, 작동하는 동시에 오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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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박웅

등록일2013-02-10

조회수27,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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