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 스타상 | 이정재 <신세계><관상>
겨울의 끝자락에서도 뜨거운 여름을 닮은 배우
치켜뜨는 눈썹, 보폭 처리 하나에도 최선의 노력
장 석용(영화평론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관상>의 수양대군, <신세계>에서 이자성 역의 이정재는 카리스마 넘치는 열정적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표정 연기, 심리 묘사, 목소리 톤, 상황에 맞는 손?발 움직임, 시선 처리, 보폭 처리, 상대방과의 호흡, 대사의 완급조절 등은 이전의 출연작에서 확실히 일취월장한 연기였다. 비장한 각오로 몰입하는 그의 연기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주었다.
연기자 이정재는 작품에 대한 철저한 캐릭터 분석으로, <관상>에서의 경우 시대와 역사를 읽어내는 호쾌하며 남성미 넘치는 욕망과 음모, 배반의 긴장감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신세계>에서는 형사 신분으로 범죄 조직에 잠입, 범죄자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어둡고 차가운 양면의 모습을 침착하게 표현해내는 차별화된 연기를 보여주었다.
스타일과 양식에 따른 이정재의 연기 구성은 그가 출연한 작품에 용해되어 길이 기억될 불후의 명작을 직조하는 치밀함을 보여주고 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도 뜨거운 여름과 달콤한 봄의 무드를 연기해 내고, 뜨거운 여름날에도 차가운 얼음연기를 창출하는 이정재의 연기는 대중들이 왜 그를 환호하는지를 입증한다.
이정재의 도전적 연기는 계절의 미토스에 걸린 영화에 있어서 의미수준에 대한 이해와 상징, 이정재만의 원형 연기 만들기에 이른다.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은 비법처럼 관객들에게 세뇌되고, 관객들과 폭넓게 공감하는 소통의 장(場)을 만든다. 그렇게 그는 대중영화에 관한 한 자신만의 새로운 전통 형성자로서 연기의 단계를 높여 왔다.
이정재, 잊혀지지 않을 연기로 역할 비중의 경중을 떠나 <관상>에서 사심 없이 자신의 역에 충실하여 치켜뜨는 눈썹 하나와 비트는 몸짓 하나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다. <신세계>에서 구사한 연기는 열린 영역에 이르는 사회구조를 독해하게 해주고 있다. 그의 '관상'으로 미루어, 존중받아 마땅할 재물과 인연을 맺을 신세계가 그에게 도래했음을 감지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