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상 남우조연상 | 조정석 <관상>
인물을 살리고 관객의 심상을 어루만지는
팔색조 연기 변신
서 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대표)
연극, 뮤지컬을 포함하여 10년차 배우이지만 영화계에서는 아직도 신인인 조정석. <건축학개론>(2012)의 재수생 납득이,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2012)의 대학생 영민에 이어, 올해 <관상>에서는 계유정난 시기 천재 관상가의 처남 팽헌을 열연하여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조정석은 전반부의 익살스러운 연기와 후반부의 비극적인 연기를 통해 희비극을 넘나드는 복합적인 인물 묘사와 폭넓은 감정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희극적인 연기를 하면서도 영화 전체의 장중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며, 비극적인 연기를 하면서도 신파에 빠지지 않는 등 작품 흐름에서 튀지 않게 영화에 녹아들고 있다. 또한 사극영화에 맞는 자연스럽고 맛깔스러운 목소리 연기, 익살스러우면서도 다양한 표정 연기로 영화를 재미나게 이끌어가는 감초 역할을 확실하게 수행하였다. “관상은 저 양반이 보고 나는 심상을 보느니라”며 기생의 가슴을 훔치는 장면 등을 기억해 보라.
그뿐 아니라 조정석은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 제공자로서 원망스럽고 답답하게 보일 수 있는 팽헌을 내면화된 연기로 승화시켜 관객으로 하여금 같이 웃고 같이 울게 만들었다. 그래서 심지어 팽헌이 조카를 위하는 마음에서 어리석은 배신행위를 하고 난 뒤에도 관객은 그(팽헌 또는 조정석)를 조롱하고 야유하기보다 인물과 연기에 크게 공감하였다. 조정석은 팽헌을 지극히 순정적이고 천진난만한 인물로 연기함으로써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은연중에 인간의 약점과 사회의 모순에 대한 기밀 누설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순수'의 아이러니를 표현해 보여주었다.
제33회 영평상은 가장 뛰어난 남자 조연배우로 <관상>의 조정석을 선정하였다. 어떤 인물을 연기하든 그 인물을 생동감 있게 살아나게 만들고 관객의 심상을 어루만지는 배우 조정석. 그의 팔색조 연기변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앞으로도 계속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