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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시액션영화의 한국적 특성_정재형(동국대교수)

한국도시액션영화의 한국적 특성

 

정재형(동국대교수, 영화평론가, 한국영화학회 회장)

 

1. 서론

 

도시 액션은 액션쟝르의 한 종류이다. 액션쟝르는 무협 액션(흔히 말하는 무협영화), 도시 액션, 서부 액션(흔히 말하는 서부극), 스파이 액션, 모험 액션, 느와르 액션, 갱스터 액션(흔히 말하는 갱영화), 등 여러 유형의 액션쟝르로 불리워진다. 액션의 요소는 코미디, 뮤지컬 등을 빼고는 거의 대부분 쟝르 영화에 들어가는 영화적 장치로서 서스펜스, 드릴러와 같은 미학적 개념의 쟝르구분이다. 따라서 위에서 열거한 대로 소재적 개념의 장르구분으로는 광범위하게 걸쳐져 있다고 본다.

서구에서 도시액션영화라 하면 흔히 암흑가를 소재로 한 갱영화에서의 액션과 느와르 모험액션을 말한다. 하지만 한국 도시 액션영화는 의외로 넓은 범주를 차지한다. 멜로드라마, 느와르, 갱스터 등에서 액션이 두루 나타난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도시 액션을 정의하는 시론적인 성격으로 한국도시 액션 영화의 기원과 도시에서 액션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은 무엇인지, 즉 한국의 역사적 상황에서 액션의 의미와 액션의 성격이 무엇인가를 밝히려 한다.

 

2. 본론

 

1) 한국 도시 액션의 기원

 

한국의 도시 액션은 한국의 역사적 소산이다. 도시 액션의 대표적인 장르는 갱스터 장르라고 볼수 있으며 현재 운위되는 한국의 깡패들은 625전쟁 직후 양산되어졌다. 갱들은 전쟁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한국의 갱영화는 크게 두 가지 역사적 유산을 갖는다:

1) 일제 식민지 시기 일본 야쿠자와 싸우는 민족주의 갱들. 김두한, 시라소니 등을 다룬 영화들이 그런 식이다.

2) 1950년에서 53년까지 625 한국전쟁과 그 가난에서 비롯되었고 50년대의 재건과 60년대 경제개발 이후 빈부격차가 나면서 그 생존조건으로 출발한 암흑가 조직과 그 조직들의 세력권 다툼의 영화들.

 

이 두 가지 가운데 첫 번째 식민지상황이란 세계 2차 대전을 의미하므로 세계적으로도 공유되는 특징이며 제1, 제2세계보다는 제3세계적 특성이라고 볼수 있다. 피식민지 상황에 놓여 있었던 나라들은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도시적 상황이다. 두번째는 자본주의 발달, 근대화, 부의 욕망 상승, 물질주의 팽배, 경제개발 등의 가치관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생기는 사회의 어둠을 기반으로 하며, 빈부격차, 소외계층 발생, 도농(都農)간의 격차, 계급갈등 등의 사회적 개념을 생산한다. 암흑가의 활동은 이러한 것을 토대로 하여 형성된다. 이것 역시 전세계 보편적인 현상이며 그런 점에서 갱영화에서의 갱조직의 암투및 부의 축적과정은 자본주의의 발달과정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

여기서는 장르적 특성을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한다. 의미론(semantics)과 통사론(syntax)이다. 의미론이란 영화의 등장인물, 미쟝센, 촬영, 편집, 사운드 등의 스타일적 요소들을 말하고, 통사론이란 영화적 내러티브구조를 말한다. 갱영화의 통사론적 구조는 철저히 갱 내부의 암투와 사회에서의 신분상승을 목표로 하는 계급갈등의 모티프를 담고 있다.

 

한국 도시 액션의 대표적인 영화들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이 두 가지를 한 영화에 축소하여 보여준 대표적인 영화가 <명동잔혹사>(변장호, 최인현, 임권택, 1972)이다. 이 영화는 세 감독에 의한 세편의 옴니버스 영화인데 명동을 소재로 하여 일제 시대, 해방 직후, 1970년대 세 시기를 다루고 있다. 일제 시대를 다룬 내용은 바로 일본 야쿠자와 한국 조폭과의 투쟁을 다루고 있어 다분히 민족주의적인 색채를 띄고 있고, 두 번째 에피소드는 해방 직후 미군정기에 활약하는 가난한 사회속의 조직폭력배를 그리고 있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70년대 근대화 시기의 조폭을 그리는데 비정한 현실이 묘사된다. 한 웨이터(허장강)가 세 시기를 회고하면서 명동이라는 단일 공간에서 조폭들이 어떻게 변천해왔는가를 보여주는데 직접 사건에 간여하기도 한다.

 

한국의 갱영화 서사 가운데 특징은 역사적 특수성으로 인해 민족주의적 주제를 액션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은 현대에 와서도 송능한 감독의 <넘버 3>에까지 이어져 그 영화안에는 룸 싸롱에서 일본 야쿠자와 한국 조폭이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이냐를 갖고 서로 신경전을 벌이다가 마침내 집단 폭력에 까지 이르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러한 소재 혹은 주제가 흥미를 끄는 이유는 한국인 특유의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으며 그러한 관객 심리를 기반에 깔고 영화가 작동되기 때문이다.

<의리에 산다>(권영순, 1970)는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민족주의적 성향을 지닌 액션 영화다. 김태일(장동휘)은 임금을 착취하는 기업인 야마다(이예춘)에 저항하여 조선인들을 조직화시켜 저항한다. 김태일의 싸움방식은 연장을 들지 않고 반드시 맨주먹으로 싸운다는 것이다. 당연히 희생이 크고 하인이 자신을 대신하여 장열히 전사한다. 이 일로 야마다는 형무소에서 13년을 복역하고 복수를 다짐한다. 김태일은 죽은 일꾼의 아들 동수(김희라)를 성인으로 잘 키워내고 장차 후계자로 삼을 생각까지 한다. 그러나 조직의 선배들이 동수를 질투한다. 동수는 일꾼의 아들로서 지도자의 자리에 오를순 없다는 것이다. 영화는 계급갈등의 세계를 설정한다.

이 영화는 액션에 있어서 독창성이 없다. 주인공을 맡은 동수는 선배들에게 린치를 당해 한쪽 팔을 쓰지 못하고 한 팔로만 권법을 익혀 고수가 된다. 일본 야쿠자를 혼자 무찌르는데 그건 왕우 주연 <외팔이>의 영향을 그대로 받은 것이다.

<의리에 산다>는 정착/유랑, 가정/국가의 이분법을 갖고 있다. 동수는 여자를 만나면서 주먹을 쓰지 않기로 맹세하지만 야쿠자에 의해 선생과 동료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선 가정을 버린다. 서사 역시 무협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선배들의 질시로 인해 조직을 떠난 동수가 혼자 고립되어 왼팔의 무공을 익히고, 현실에서 떠났던 그가 나중에 야쿠자들을 복수한다는 설정은 무협영화 복수서사와 거의 동일하다.

 

2) 한국 도시액션영화의 특성

 

한국 도시 액션 영화 가운데 첫 번째 큰 특징은 인물의 묘사에 있다. 주인공을 맡았던 남자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장동휘, 최무룡, 박노식, 김희라, 악당역은 이예춘, 이들 주인공들은 배우의 이미지에 맞게 설정되어 있었는데 장동휘는 큰 형님 다운 면모로 점잖은 신사 조폭이다. (물론 악역으로 나온 경우도 있다) 최무룡이 연기한 역할은 다혈질이며 정의롭고 인정이 넘치는 주먹이다. 박노식은 지방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지방스럽지만 의리의 사나이로서의 매력을 발산하는 정의한이다. 순박하고 순수하며 코믹한 너스레를 떠는 것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처럼 한국 깡패들의 면모는 차갑고 잔혹한 냉혈한의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인정이 넘치고 인간주의적인 결함 혹은 개성을 갖고 있는 유형화된 주인공들로서 관객들의 동정을 한몸에 받았다.

 

한국 도시 액션에서의 이들 인물들이 펼치는 주먹, 의리, 인정 혹은 순정 등은 도시액션 장르에서 의미론적으로 중요한 개념을 갖는다. 특히 액션의 표현에 있어서 박치기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한국액션영화에만 등장하는 표현이다. 박치기의 기원을 알수는 없으나 박치기는 한국적인 것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의리에 산다>에서는 일본 야쿠자들이 한국의 박치기에 대항하기 위해 채찍을 이용한 새로운 싸움기술을 발명하는 얘기가 나온다. <5인의 건달들>에서도 최불암이 했던 역할은 바로 박치기의 명수라는 것이었다. 특히 이북지역('평양박치기')을 중심으로 한국 특유의 싸움 기술이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한국인들은 이 박치기가 나오면 스트레스를 풀며 통쾌해한다. 1960-70년대 대중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프로레슬링에서 김일선수의 박치기는 한국인의 스트레스를 날린 시대적인 코드였으며 그 민족적인 액션은 영화의 액션과도 연관성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이 영화들이 같은 축의 관객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먹 싸움은 흔히 칼 싸움, 총 싸움과 대비된다. 그래서 주먹 싸움을 하는데 상대방 악당이 칼을 들거나 총을 들면 주인공은 항상 내뱉는 대사가 있다. "비열한 놈", 혹은 "비겁한 놈", "치사한 놈", 등이다. 이 말은 주먹 싸움이 정당한 싸움이며 형평한 싸움이며 실력 싸움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처럼 주먹 싸움은 순수한 싸움이며 스포츠 정신과 같이 정당한 수단으로 상대방과 실력을 겨뤄본다는 페어플레이 정신이 깃들어 있는 반면 총이나 칼을 쓰는 것은 상대방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기면 된다는 식의 비 순수한 방식이다.

한국 도시 액션 영화에서의 주먹싸움은 이와 같은 순수한 싸움을 강조하며 그 정신은 의리적 주제를 강조하는 한국적 액션의 한 측면과 통한다. 의리는 도시 액션에서만 발견되는 전유물이 아니라 오히려 그 기원은 무협액션에서 찿아야 할 것이다. 무협에서는 협객들의 의리가 강조된다. 무협에서는 무와 협을 구별한다. 의리란 중국 무협적인 의미에서 협의 정의에 가깝다. 의리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발견되는 협의 정신과 통하며 공통적인 성격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서양의 전통에선 찿아보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서구영화와 비교할 때 한국적 혹은 동양적 특성의 주제라 할만한 것이다.

 

시골/도시의 이분법은 순수/사기의 개념과 같이 진행한다. 이러한 개념을 잘 드러낸 대표작은 <맨주먹으로 왔다>(최영철, 1970)이다. 이 영화는 철수(박노식)라는 시골에서 올라온 굴비장사가 서울의 조폭들에게 사기를 당해 할수 없이 서울에서 생존해가는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것은 조폭 영화의 주인공이 전문 조폭이 아니라 소위 '촌놈', 즉 서민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인 조폭영화의 인물 대립은 '깡패/깡패'이지만 이 영화는 '깡패/서민'의 구도라는 것이다. 소위 '촌놈 주먹'이라고 불릴수 있는 그 인물형은 한국 액션 영화의 의미론적 내용의 하나일 것이다.

<여선장>(최영철, 1969)의 서사는 전형적인 복수극의 구조를 갖고 있다. 도입부에는 현주(윤정희)의 아버지가 강사장(이예춘)에 의해 살해된다. 강사장은 아버지에 이어 선장이 된 현주를 없애고 배를 손에 넣고 싶어한다. 현주는 아버지의 원수를 찿아 복수를 하고자 한다. 민호(장동휘)의 아내 선영(김지미)은 과거 강사장에 의해 겁탈당했고 그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민호는 이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아 방황을 한다. 민호는 우연히 현주를 알고 친하게 지내게 되며 현주를 돕게 된다. 민호는 현주의 밑에서 일하며 강사장 일당을 만나 격투를 벌이게 되고 그들에게 당해 한 손을 못쓰게 된다. 가까스로 구출된 민호는 고립되어 외팔이 무공을 익힌후 다시 나타난다. 우연히 선영을 만나지만 매정하게 거절하는 선영을 완전히 잊기로 한다. 그러나 민호는 선영이 당시 민호가 죽은 줄 알고 체념한채 강사장의 정부(情婦)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사정을 친구로부터 전해듣는다. 현주와 민호는 강사장에게 당해 위기에 몰리게 되고 뜻밖에 나타난 선영이 강사장을 죽이고 자신도 유탄에 맞아 죽는다. 민호는 여선장 현주와 행복하게 결합한다.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인 민호역은 전형적인 깡패영화의 주먹이 아니다. 그저 서민으로서 암흑가 인물인 강사장과 대결한다. 서사구조는 민호와 선영과의 오해로 점철된 숙명적인 사랑을 그렸다는 점에서 멜로드라마적이고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딸 현주의 이야기는 무협서사이며, 강사장의 이야기는 갱영화 서사이다. 이 세 가지 서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복합쟝르적 성격을 띄게 된다. 한국도시액션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이처럼 갱, 멜로가 복합된 혼합쟝르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도시 액션에서는 깡패와 건달을 구분하였다. 일반적으로는 혼용되었지만 의리가 있는 깡패를 특히 건달이라고 불렀던 것을 알수 있다. <5인의 건달들>(고영남, 1971)은 그러한 의리의 깡패를 그린 대표적인 영화라 할수 있다. 이 영화는 한편의 무협영화나 서부극을 연상시키는데 서부극 <황야의 7인> 혹은 그 원조가 되는 구로자와 아끼라의 무협물 <7인의 사무라이>에서 보여준 것처럼 선한 5인의 건달들이 악한 깡패들을 몰아내고 서민들을 도와준다는 흡사한 서사구조를 갖고 있다. 아마 그 영향을 받아 제작된 것이란 느낌이 든다.

<암살자>(이만희, 1969) 역시 의리있는 깡패의 모습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주인공 암살자(장동휘)는 좌익 단체의 청부를 받아 정적(政敵)인 우익의 장군을 암살해달라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액션 장면은 없고 거의 대부분이 암살자와 장군의 심리적 상황을 묘사하는 것으로 할애된다. 이 영화가 강조하는 것은 암살자의 인간적 회의를 통해 이데올로기 대립의 무상함과 깡패로서의 윤리를 강조한다. 비록 깡패라 할지라도 의리가 있어야 하며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도 의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깡패가 나오지 않지만 액션이 가미되어 있는 영화들도 있다.

<석양에 떠나라>(이원세, 1973)는 사회 드라마며 휴먼 드라마고 멜로 드라마다. 엘리아 카잔의 <워터 프론트>를 연상케 하며 엄밀히 액션 영화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이 영화는 노동자들을 소재로 한다. 같이 기계를 빼돌렸다가 자수하여 승진한 친구가 있었다. 그는 현재 공장장이다. 복역하고 나온 두 친구가 다시 한탕하자는 제의를 했는데 그걸 무시하면서 이 영화는 비극이 된다.

이 영화에는 하류층/상류층, 고아/가족의 이분법이 존재한다. 주요 인물 세명이 고아라는 설정은 625 전쟁의 후유증을 대변해 준다. 고아 캐릭터와 그 트라우마를 그린 영화들은 주로 한국영화가 갖는 특수한 역사적 상황에 기인한 것이므로 한국 영화의 정체성으로도 볼수 있다. 이 영화는 액션 영화는 아니지만 액션 멜로적인 설정에서는 유사한 점이 있으며 마지막에 서로간의 의리로 뭉치는 모습을 통해 깡패들의 의리가 사회 정의로 연결된다는 상징적 의미로 해석된다. 주인공 매(신일룡)의 행동은 사회정의이고 그것을 지키고자 애쓰는 주인공과 대립하던 두명의 친구들은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매와의 의리를 지킨다. 이 결말은 깡패들이 사회적 지위는 낮지만 의리를 통해 사회 정의도 지지할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준다. 그 의리를 지키는 인물로서 여성도 등장한다. 술집 작부인 그녀는 남자들 못지않게 의리를 지키는 모습으로 나타나 여타의 다른 액션 영화가 남성중심적인데 반해 여성의 의리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후일 류승완 감독의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두여성 전도연과 이혜영의 의리적 단합을 예감케 한다.

<예라이샹(夜來香)>(정창화, 1966)은 장르적으로는 멜로드라마이며 단 한 장면 액션이 나온다. 이 영화는 고아/가정이라는 대립항이 존재한다. 4.19를 소재로 부상당한 대학생 세영(신성일)이 술집여급 난(문정숙)의 치료로 살아나고 둘은 사랑하게 된다. 세영은 고아로서 난을 통해 가족의 사랑을 느꼈고 난은 잃어버린 순수한 사랑에 대한 갈구로 세영을 사랑하게 된다. 그녀의 천한 계급, 신분이 그러한 사랑을 부채질한 것이다.

또한 서민/부자의 이분법도 작용한다. 세영은 재벌 딸을 가르치는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되고 딸 정숙은 세영을 사랑한다. 박사장(최인현)은 딸과 세영을 결혼시키려고 하는데 세영이 난을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된 박사장은 둘 사이를 떼어놓으려고 난에게 모욕을 준다. 또한 지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질투심에 불탄 정숙 역시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세영과 난을 떼어놓으려 한다. 난과 세영은 서민의 대표이고 박사장과 딸 정숙은 부자의 상징이다. 이 두 계급은 대립하면서 갈등을 일으킨다. 그러나 난과 세영은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계급차별과 세인의 질시를 극복하고 불변의 사랑을 하게 된다. 물론 그 과정상 난은 계속 좌절하고 자기파괴적으로 변해 알콜중독이 되기도 하지만 세영의 변치 않는 사랑으로 불멸의 관계로 발전한다.

영화의 마지막은 출생의 비밀과 우연이 발견된다. 박사장은 난의 부모를 죽인 원수이며 그의 딸 정숙은 난의 친동생이었다. 난은 박사장을 살해하고 형무소에서 복역한다. 난이 자신의 언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정숙은 형무소에서 난을 만나 오열한다. 이 영화의 유일한 액션장면은 박사장의 심복인 허상무(하장장)가 세영을 제거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세영에게 당하는 장면이다.

<강력계>(김인수, 1976)는 당시 유행하던 수사반장류의 범죄수사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여자들을 납치하고 강간하는 연쇄범이 등장한다. 그는 형사 반장인 박반장(이낙훈)의 딸 현숙(서미경)을 납치하여 강간하고 돌려보낸후 일부러 그랬다고 선언하면서 박반장을 괴롭히는 지능형 범죄자이다. 하지만 범인이 나중에 검거된 이후에도 그가 왜 박반장에게 원한을 품게 되었는지 설명되지 않는 허술함이 있다. 이 영화는 사적인 정/공무(公務)의 이분법적 갈등이 있다. 박반장은 범죄의 대상이 자신의 딸이라는 점 때문에 딜레마에 빠진다. 그는 형사라는 직업에 맞게 행동하고 그 결과 아내로부터 질책을 받는다. 마지막에 범인을 잡고서 박반장은 사표를 내고 그제서야 딸도 그동안의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을 털어버리고 용서를 한다.

 

3. 결론

한국도시액션영화는 액션 영화의 한 흐름으로서 갱영화, 멜로영화, 누와르 영화, 그 영화들의 혼합 장르속에서 기능했다. 주로 식민지의 경험, 해방 이후 빈부격차의 시대적 배경속에서 조폭의 생존, 암투와 연관된 서사를 형성하였다. 한국적 특징으로는 동양 삼국에 공통한 의리의 강조로서 의협의 세계를 구사하였다. 또한 서민이 조폭과 투쟁하는 형태를 발전시켰으며 지방색이 강하게 묻어나는 영화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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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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