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

customer center

070.8868.6303

이준익 감독의 『사도, 思悼, Sado, 2015』

죽음을 견인한 영조의 사도세자 애증사

이준익 감독의 사도, 思悼, Sado, 2015

 

이준익은 장르를 떠나 영화를 직조하는 영화 연출의 달인이다. 그가 차린 가을 밥상, 사도에는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그의 사극에는 세상을 풍자하고, 힐란하는 사도세자의 서민적 풍취와 어쩔 수 없이 죽음으로 희생되어야 했던 사도세자에 대한 연민과 정, 변명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두 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은 팽팽히 유지된다.

 

감독은 영화를 극으로 즐기게 하고, 뻔한 이야기를 자신의 무한 상상력으로 채운 영화는 왕인 아버지와 세자인 아들 사이의 심리적 간극의 구석구석까지 놓칠 수 없게 만든다. 이 영화를 두드러지게 만드는 것은 두 연기자 송강호(영조)와 유아인(사도세자)의 불꽃 튀는 심리적 연기이다. 두 연기자가 연기에 몰입할수록 가끔 희극적 상황이 도출되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영화가 감독의 예술임을 입증 예, 감독이 작의적으로 구성한 긴 상영시간, 궁중정재가 아닌 무속과 국악에 대한 해석, 세월을 표현한 분장, 피의 제의를 거친 다음의 궁중 연회에 등장하는 생뚱맞은 소지섭(정조)의 연기에도 불구하고 사도는 미학적 성취를 이룬다. 암전에서 들려오는 낮은 징소리와 소리로 편제된 프롤로그는 집중과 관심을 끄는 영화적 장치이다.

 

해답을 두고, 그 풀이과정을 보여주는 이준익의 자신감과 여유는 프롤로그, 여덟 째의 날, 에필로그의 구성을 갖는다. 이 영화는 이준익 감독의 풍부한 상상력, 두드러진 연기력과 미장센, 촘촘히 짠 구성력으로 주장과 신념, 입장과 관용에서 고민했던 왕조의 비극을 재해석해낸다. 고통과 고뇌의 정점에서 참혹하게 삶을 마감했던 사도세자를 위한 이준익의 제의는 성공이다.

 

갇힌 공간의 죽음을 상징하는 뒤주는 첫 날부터 등장한다. 임오화변의 희생자, 사도세자 이선(李愃)1735121일 영빈 이씨의 소생으로 창경궁에서 출생했다. 영조의 트라우마는 세자에게 치명적인 정신적 상처를 남긴다. 뒤주 안, 죽음에 이르는 과정 속에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고, 사도세자의 비범한 유년, 아버지로 부터의 훈계, 제왕학 등이 차분히 전개된다.

 

활달한 무인 기질의 이선의 행실은 노련한 통치술로 완벽을 추구하던 영조의 행보에 커다란 짐으로 여겨진다. 존재가 역모가 되었던 세자에 대한 영조의 끝없는 치졸한 공격은 세자의 죽음으로 종결된다. 양파 껍집 속의 이야기, 궁궐과 뒤주의 공간은 극적 틀을 연상시키고, 긴 스토리 라인은 텔레비전 사극 드라마와의 차별화를 원하는 관객들에게 서운함을 안기기도 한다.

 

사도세자 이야기는 국수호 안무의 무용 사도’, 이윤택 연출의 연극 혜경궁 홍씨’, 드라마 대왕의 길등의 주인공이 된 사도세자의 스키마가 되어왔다. 사도에 대한 열광적 환대는 이준익 감독에 대한 신뢰감, 존재감을 가진 송강호, 유아인의 연기에 대한 사랑, ‘종사의 끝없는 복이었던 세자가 죽임을 당하는 과정에 대한 기대감을 확인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사도는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고수의 검법에는 내공의 느림이 있듯, 이준익의

사도는 조급증과 저급한 치장이 없다. 느긋하게 시대에 걸친 부자의 갈등을 음미하며, 난장판이 된 이 시대의 울분을 느끼게 만든다. 전통사극의 새로운 해석을 알리는 영화로써 손색이 없는 이 영화의 생산을 기뻐하며, 관객들이 인내하며 자신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장석용/영화평론가,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역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0

추천하기

0

반대하기

첨부파일 다운로드

등록자장석용

등록일2016-06-12

조회수6,457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밴드 공유
  • Google+ 공유
  • 인쇄하기
 
스팸방지코드 :
번호제목등록자등록일조회수
342[정재형의 시네마 크리티크] 가짜의 세상에서 가짜를 노래하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사랑을 카피하다'

서성희

2018.12.319,458
341[손시내의 시네마 크리티크] 포장되지 않는 삶, 타마라 젠킨스의 '프라이빗 라이프'

서성희

2018.12.318,203
340[남유랑의 시네마 크리티크] “스릴러라는 불가능한 이름을 넘어서서, 예술 그 자체에 대한 물음을 촉구하는 자리로” - <108: 잠들 수 없는 시간>

서성희

2018.12.316,702
339[장석용의 시네마 크리티크] 리처드 론크레인 감독의 <해피 댄싱> - 황혼 무렵에 풀어보는 삶의 방정식

서성희

2018.12.315,852
338[서성희의 시네마 크리티크] 무사히 할머니가 되고 싶은 두 자매 이야기 <어른이 되면>

서성희

2018.12.315,648
337[정동섭의 시네마 크리티크] 콜롬비아 마약왕에 대한 또 다른 클리셰 - <에스코바르>

서성희

2018.12.315,980
336[송아름의 시네마 크리티크] 그 지긋지긋함에 몸서리치면서도 - <밍크코트>

서성희

2018.12.315,206
335[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이여>

서성희

2018.12.316,440
334[안숭범의 시네마 크리티크] ‘공간-인물’로 읽는 사랑의 유형학- <쓰리 타임즈>로 허우 샤오시엔 읽기

서성희

2018.12.317,147
333[최재훈의 시네마 크리티크] 나그네라도 길 위에서 잠시 쉬어가야 한다, <에브리띵 윌 비 파인>

서성희

2018.12.315,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