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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의 『암살, Assassination, 2015』

최동훈 감독의 암살, Assassination, 2015

독립군의 암살 비사를 다룬 블록버스터

 

암살의 러닝타임은 139분이다. 오랜만에 두 시간이 넘는 장편영화를 접하고 가벼운 흥분이 일었다. 다양한 캐릭터를 창출하며 최동훈의 각본에 걸린 데라우치 총독 암살미수사건’, ‘여자 독립군 안옥윤’, ‘독립군과 의열단의 갈등등은 낭만시대의 연한 파스텔 톤을 넘어 격정의 전장으로 환치된다. 감독의 역사와 상상의 틀 안으로 독립운동의 낭만적 서사가 스며든다.

 

무명의 독립군을 기리며, 자신의 소명을 다하며 쓸쓸히 쓰러져간 코리안 레지스탕스 저 멀리 일곱 명의 캐릭터가 구체적으로 설정된다. 관객을 흡인하는 연기파들인 전지현(안옥윤), 이정재(염석진), 하정우(하와이 피스톨), 오달수(영감), 조진웅(추상옥) 이경영(강인국), 최덕문(황덕삼)은 의미 있는 창조적 역할로 영화의 흥미를 견인하며 자신들의 개성을 마음껏 발휘하였다.

 

순제작비 백 팔십억 원에 걸 맞는 대규모 오픈 세트, 1930년대의 경성과 상하이 풍경의 재현은 작품의 사실감을 살렸고, 흥행감독과 흥행배우들의 조합은 시대 액션물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관객들의 기대를 거스르지 않았다. 특히 전지현은 여자 저격수 안옥윤과 미츠코의 12역을 맡아 장르에 관계없이 배역을 소화해내는 눈부신 액션 연기를 보여주었다.

 

정제된 통속미, 암살은 영화의 가치를 살리면서 잘 포장된 오락물이다. 구국의 애국심에 할리우드 배우시스템이 동원된다. 흐릿한 옛 기억을 끄집어내며 암살은 구체적 연도인 1933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아 허구의 사실화를 구축하고 독립군 제3지대 저격수 안옥윤, 신흥무관학교 출신 폭탄 전문가 황덕삼,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을 암살단으로 조직한다.

흥행영화의 전통인 구체적 목표 설정, 암살단은 조선주둔군 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강인국을 암살을 도모한다. 상하이 일본영사관과 내통하는 배신자에 대한 정보가 입수되고,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이 암살단의 뒤를 쫓는다. 이 정도의 복선이면 암살은 관객을 위한 영화가 되는 셈이다. 냉혹하지만 휴머니즘이 깔린 이 영화는 관객의 공감을 산다.

 

독립에 얽힌 비사, 독립군, 임시정부대원, 청부살인업자는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지만 모두 허무로 얼룩진 역사의 수레바퀴 속 희생물이다. 조국이 사라진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몸부림을 실타래처럼 엮어간 최동훈 감독은 이름 없는 한 줌의 재로 산화한 독립군 사진 한 장에서 영화의 동인(動因)을 얻고, 자신의 충격을 흡수하고 진혼(鎭魂)의 예를 갖춘다.

 

위대한 흥행의 법칙은 주제에 밀착되는 배우들의 내면연기를 끌어내는 것이다. 감독은 연기자들이 다름의 가치를 창출하라고 주문한 것 같다. 연기자들은 각자 깊이 간직하고, 탐구하고, 작은 디테일도 포착해내고, 깊이 호흡하고, 노련미가 돋보이게 하고, 내공에서 우러나오는 우직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감독은 그들의 연기를 존중하고 영화의 도구로 삼았다.

 

암살이 흥행에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명쾌한 근거와 징후는 최적의 로케이션, 박진감 넘치는 음악, 미술, 의상 등을 당시 방식 그대로 제작한 점, 빛의 논리를 따라가는 안정된 촬영과 조명, 시대의 풍경을 담아낸 CG, 리얼한 액션 등 이다. 흥행의 조짐은 북미, 중국, 독일 등 15개국에 이 작품이 선판매 되었다는 점이다.

 

암살은 독립군의 이면인 백범 김구와 약산 김원봉의 관계, 생계형과 기회주의형 독립군, 신념의 독립군의 입장 등에 대한 진보적 수사(修辭)로 고도의 진지성, 고귀한 숙명과 연계, 숙성의 모습을 띄고 있다. 최동훈은 자신의 연출 기교와 상상의 깊이, 교훈적 서사, 창조적 시도로 민족의 비전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최 감독의 영화는 연출의 탁월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죄와 벌에 대한 자중적 판단, 연민과 공포가 정묘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가운데, 우화와 허구가 사실을 뛰어넘는 현상은 그만큼 감독의 상상력 스펙트럼과 구성이 촘촘하게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여유가 녹아 들어간 영화는 보기에 따라서는 허술하게 보이기조차 하다. 암살은 근대성을 물씬 풍기며 입신의 길에 오른 감독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 영화이다.

 

장석용(영화평론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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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장석용

등록일2016-06-12

조회수7,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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