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감독의 『소녀와 여자』
여성할례 중단에 대한 감독의 옹호
여류감독 김효정은 모험과 신비로 가득 찬 상상속의 아프리카 여행을 하다가 문화인류학의 살아있는 현장과 현상을 접하게 된다. 참혹한 여성할례 의식을 접하면서 할례 중단을 옹호하는 집단이 있음을 알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그 진상을 차분히 밝히고, 전통의 수호자들, 피해 여성들, 현대의학을 담당하는 의료진들, NGO 단체, 부족의 일원들의 입장을 차분하게 정리해 낸다. 그렇게 정리된 여성할례에 관한 핵심 용어는 ‘여성’, ‘순결’, ‘전통’이다.
‘꿈꾸는 오아시스’가 제작한 『소녀와 여자』(Where am I?: Beyond Girl and Woman, 95분, 2015)는 기록영화 전통의 두 갈래를 모두 소지하고 있다. 오지의 탐험과 계몽적 목적을 동시에 갖고 있는 영화는 냉정한 카메라 웍으로 객관적 진실에 접근한다. 할례 반대주의자 엘리자 구티, 할례 실행자 아니타 쾀보카를 출연자로 삼고, 찬반 입장을 전개시켜나간 영화는 감독이 의도했던 소기의 목적, 문명사회의 이해, 동정, 분노를 이끌어 낸다.
감독은 케냐 쿠리아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쿠리아에서는 해마다 우기가 되면 할례가 시작된다. 공포의 면도날을 떠올리는 여성의 할례란 여성성기절제(FGM:Female Genital Mutilation)를 뜻하는 말로 음핵제거, 음부봉합, 봉쇄 등 여성의 성기를 훼손하는 행위이다. 현재 이 잔혹한 행위로 고통 받는 여성들은 전 세계 30여 개국, 2억 명이 넘는다. 전통이라는 이유가 그 첫 번째이지만 실은 남성들의 여성 성욕억제와 통제 수단으로 이 전통이 이용되어 왔다.
할례반대 캠프가 끝났다고, 할례에 대한 위협이 끝난 것은 아니다. 할례/비할례 집단으로 나뉘어진 마을에서는 모든 것을 용기 있는(?) 할례 집단의 여성들이 우선한다. 심지어 결혼이 이루어진 주부도 이런 암묵적인 차별을 피하기 위해 할례를 자청하는 경우도 많다. 할례는 대부분 무허가 전통 시술자를 통해 이루어지며 과다출혈, 불임,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 이들이 사용하는 약들은 불법약국에서 판매하는 약이거나 세균덩어리인 쇠똥을 사용하기도 한다.
할례반대 캠프에서는 여성성기절제의 역사, 방법, 여성의 권리를 가르친다. 가족들의 강요를 피해 도망쳐온 엘리자(17세)와 달리 오늘 할례를 받은 ‘아니타’(14세) 는 마을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이곳에서 결혼을 하려면 일종의 성인식인 할레를 하는 것이 당연시 된다. 할례를 하지 않은 여성은 ‘아이’일 뿐이며, 할례를 한 여성은 당당한 ‘여자’로 여겨진다. 하지만 FGM을 하지 않고 딸이 어른이 된 것을 고맙게 여기는 신식 아빠도 있다.
2016년 6월 16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모처럼의 기록영화 『소녀와 여자』는 작년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다큐멘터리경쟁 부문, 제9회 케랄라 국제 다큐멘터리&단편영화제 국제영화 비경쟁 부문에 출품되었던 영화이다. 5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문명사회의 참회의 기록의 일부가 된 『소녀와 여자』는 『트럭』(2008), 『안녕?! 오케스트라』(2013), 『특종: 량첸살인기』(2015)의 프로듀서이며, 17년 영화 경력을 지닌 김효정 감독의 데뷔작이다.
사람의 눈을 떠난 기록영화의 카메라 아이는 시작부터 왜곡이라는 딱지를 벗어날 수 없지만, 감독은 『소녀와 여자』의 영상은 자연스런 아프리카, 아프리카 사람들의 모습과 문화, 전통과 인습 사이에서 갈등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너무 자연스러우며, 익숙한 도시적 제스처와 화술, 능숙한 대화를 구사, 좀 더 원시적이고, 덜 가공된 영화, 투박한 진실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반감시킨다.
절망적 아프리카의 현실, 할례는 곧 결혼으로 이어진다. 가족들의 강요와 바람인 여성성기절제를 피해 도망쳐온 할례 반대 캠프의 17세 소녀 엘리자의 이야기, “저는 꿈이 있어요. 아직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엘리자가 집으로 돌아가면 그는 면도날 절제를 받아야 한다. 캠프가 그녀를 구해줄 수 도 없고, 법적 제재도 없다. 절제의 선택은 본인의 몫이지만 비할례자가 불명예와 불평등을 안고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힘든 공동체이다. 엘리자는 소녀로 남기로 했다.
다양한 영화제작 방식과 촬영 방법으로 기록영화의 범주에 끼는 몇 작품들의 흥행 성공, TV에서 교육되어온 관습, 고정 관객층 확보 등으로 우리나라의 기록영화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소녀와 여자』가 다루는 할례 이야기는 이미 익숙하게 들어온 문화인류학의 작은 단면이지만, 감독의 의지와 주장, 열정이 배어있는 영화이다. 결론은 여성의 ‘할례’ 반대 이다. 이 영화는 모든 것이 너무 깔끔해서 문제적 영화가 된다. 그 간의 노력을 존중한다.
장석용/영화평론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