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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 <러브> ― 사랑/기억/죽음의 플래시백과 이상/현실의 대비

1. 과거/현재의 사랑, 질투, 섹스

가스파 노에(Gaspar Noe) 감독은 도살자와 그의 딸 이야기를 다룬 첫 단편 영화 <까르네(Carne)>(1991, 프랑스)로 칸영화제에서 비평가들이 선정하는 조지 사둘상을 받았다. 그리고 마약밀매상 오스카와 스트리퍼 여동생 린다의 이야기를 다룬 <엔터 더 보이드(Enter The Void)>(2009, 프랑스·독일·이탈리아)로 제62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였고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였다. 노에 감독의 <러브 Love>(2015, 프랑스)는 제68회 칸영화제 심야상영 작품으로, 머피가 실종된 옛 연인 일렉트라를 그리워하는 이야기이다.


2. 사랑, 기억, 죽음에 대한 역순행적 구성

아내 오미,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머피는 옛 연인 일렉트라가 2달간 연락이 두절되어 자살의 위험이 있다는 전화를 받고 과거 일렉트라와의 사랑을 떠올린다. 머피와 일렉트라는 학교 파티에서 만나 서로 사랑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머피가 폴라와 바람을 피고 일렉트라는 전 남친 노에와 바람을 피면서 갈등이 생겨난다. 이별 위기에 처한 둘은 다른 사람과 몰래 섹스를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프리섹스를 함께 즐긴다. 두 사람이 옆집에 사는 오미와 쓰리썸을 한 후 머피가 일렉트라 몰래 오미와 섹스를 한다. 그 결과 오미가 임신한 것을 알게 된 일렉트라는 분노하며 머피에게 이별을 통고한다.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머피는 일렉트라와의 첫 만남과 첫 섹스의 순간을 생각하며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고통스러워한다.

<러브>는 머피의 현재 생활과 과거 회상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며, 과거 회상은 시간 역순으로 진행됨으로써 현재/과거의 차이로 인한 감정의 간극을 드러낸다. 플롯은 총 7단계의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3장 구성을 보인다. A(대과거)는 머피가 루실을 사귀고 일렉트라가 노에를 사귀던 시기이다. B(과거)는 머피와 일렉트라가 처음 만나 첫 섹스를 하던 날이다. C(과거)는 머피와 일렉트라가 둘만의 사랑으로 충만하던 시기이다. D(과거)는 바람을 피운 두 사람이 프리섹스를 하는 시기이다. E(과거)는 오미와의 쓰리썸 이후 머피가 오미와 몰래 섹스를 한 시기이다. F(과거)는 오미의 임신으로 머피와 일렉트라가 이별하는 시기이다. G(현재)는 오미,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머피가 연락이 두절된 일렉트라를 그리워하는 시기이다. 플롯은 [G-F-G-F-G-F]=[G-E-G-E-C-F-C-G-C-(A)-C-D]=[G-B-G-B-G-B]의 순서로 진행된다. 아내, 아이와 살고 있는 현재(G)는 플롯의 기준점으로 작용하며 각 구성 단계에서 항상 현재(G)로 시작하여 회상 장면과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머피의 과거 회상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시기는 머피와 일렉트라 둘만의 사랑단계(C)이다.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시기를 중심으로 보면 [G-F]=[G-C]=[G-B], 즉 현재/이별(1장)→ 현재/사랑(2장)→ 현재/첫 만남(3장)으로 전개되는 3장 구조이다. 영화는 현재 머피의 심정과 과거 일렉트라와의 사랑을 대비시키고 있다. 과거 회상은 일렉트라와의 이별→ 오미의 임신→ 오미와의 쓰리썸→ 일렉트라와의 사랑과 갈등→ 일렉트라와의 첫 만남의 순서로 시간 역순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회상 장면은 일렉트라와의 이별(F)에서 시작하여 첫 만남(B)으로 끝이 난다. 처음과 끝이 수미상관식 구성으로 되어 있고 현재(G)가 동일한 기준점으로 계속 제시되기 때문에 앞부분의 현재/이별의 차이에 비해서 뒷부분의 현재/첫만남의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지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는 현재 머피의 불행한 결혼생활과 대비시켜, 과거 첫 만남 때 머피와 일렉트라의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다. 그래서 현재와 과거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감정의 간극도 점점 커지고 과거를 회상하는 머피의 후회와 슬픔도 점점 커지게 된다.

시간 순서로 살펴보자면 머피와 일렉트라의 관계는 사랑→기억→섹스→마약→죽음으로 진행된다. 머피와 일렉트라의 첫 만남 시기부터 이별 시기까지 가장 많이 반복되는 사랑, 기억, 죽음이라는 모티브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살펴보자.

 

  
 
  
 

첫 만남 시기(B)에는 사랑과 섹스가 서로 어우러지는 단계이다. 머피가 학교 파티에서 처음 만난 그녀는 안경을 쓰지 않고 있으며 포니테일 머리를 하고 있다. 둘은 ‘사랑은 빛이고 밝음이며 인생의 의미는 사랑’이라는 점에 서로 동의하며 “어떤 일이 있어도 서로 지켜주자”라고 약속한다. 그리고 그녀가 ‘죽을 때 아픈 게 싫기 때문에 자살할 것’이라고 말하자 그는 ‘삶은 시련이니까 같이 이겨내자’고 말한다. 섹스를 할 때 “안에 싸”라는 그녀의 말에 그가 “그래”라고 대답하자 그녀가 미소를 짓는다. 둘은 욕조에서 서로 포옹한 채 “절대 날 떠나지 마”, “죽는 날까지 사랑해”라며 사랑의 맹세를 한다.

 

  
 
  
 

사귀는 시기(C)에는 사랑, 섹스, 기억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단계이다. 서로 깊이 사랑하는 두 사람은 머피의 아파트에서 섹스를 하며 행복해 한다. 그녀가 아기를 무척 원해 둘은 나중에 태어날 아기를 상상하며 아기 이름을 “가스파”로 미리 지어놓는다. 그는 그녀에게 “사진 찍자”고 제안하면서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그는 그녀에게 “너가 죽으면 사진으로 기억할거야 (그리고) 울거야”라고 말한다.

 

  
 

갈등과 프리섹스 시기(D)에는 사랑, 섹스, 마약, 비밀, 기억이 공존하는 단계이다. 머피는 화장실에서 폴라와 몰래 섹스를 한 후 일렉트라에게 폴라와 아무일도 없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일렉트라는 밖에서 섹스하는 소리가 다 들렸다며 머피의 거짓말에 화를 낸다. 그러다가 일렉트라가 전 남친인 노에와 섹스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머피는 파티장에서 “로리타 새끼”라고 말하며 노에를 술잔으로 내려쳐 경찰서에 가게 된다. 경찰은 머피에게 “몰래 하지 말고 대놓고 하라”며 “머피가 다른 여자와 하는 것을 보고 일렉트라가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충고한다. 머피는 예전 일렉트라가 안경도 쓰지 않고 포니테일 머리를 했으며 서로 웃었다는 점에서 좋았다고 말한다. 일렉트라는 둘다 일은 안 하고 마약과 싸움만 한다며 서로 떨어져 지낼 것을 제안한다. 헤어진 후에 머피가 폴라와 섹스를 시도하는데 발기가 되지 않아 실패하고는 스스로 진정한 사랑을 놓친 “얼간이”라며 자책한다. 두 사람이 화해하고 섹스를 한 후 머피는 일렉트라에게 “섹스 비디오를 찍자”고 제안한다. 사랑이 섹스와 기억으로 대체되고 이때 일렉트라는 객관적 대상물로 그려진다. 두 사람은 몰래 하지 않고 대놓기 하기로 약속한 후 집단섹스 파티에 참여하고 트랜스젠더와 섹스하는 등 함께 프리섹스를 즐긴다.

 

  
 
  
 

쓰리썸과 배신 시기(E)에는 사랑이 섹스, 마약, 비밀로 대체된다. 이때부터 사랑이라는 말보다 섹스라는 말을 많이 쓰기 시작한다. 일렉트라는 머피에게 “마약 먹고 하는 섹스가 최고”이며 “내 안에 너를 넣는 것”은 “하나 되기”라고 말한다. 머피의 성적 판타지가 “푸른 눈 금발 여자와의 쓰리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일렉트라가 옆집에 이사온 푸른 눈의 금발 여자인 오미를 보고 쓰리썸을 제안한다. 세 사람은 클럽에 가서 춤을 춘 후 집에 돌아와 대마초를 피우고 쓰리썸을 한다. 일렉트라가 집에 없는 날 머피는 섹시한 오미를 보는 순간 “좆의 목적은 섹스”여서 오미의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결국 머피의 성적 판타지 욕구를 일렉트라가 들어주다가 머피를 오미에게 빼앗기는 결과가 된다.

임신과 이별 시기(F)에는 사랑이 비밀, 마약, 아이로 대체된다. 일렉트라가 머피에게 “기분 안 좋을 때 먹어”라며 마약을 건네고 머피는 오미의 임신을 알린다. 일렉트라는 자기 몰래 오미와 섹스를 한 머피를 용서하지 못하고 이별을 선언한다. 일렉트라는 계속해서 애걸하며 매달리는 머피를 거부하고 훌리오가 제공하는 마약에 빠져든다. 머피는 오미에게 앞으로 태어날 아기 이름은 “가스파”로 하자고 말한다.

머피의 결혼생활과 일렉트라의 실종 시기(G)는 사랑이 기억, 마약, 아이, 죽음으로 대체된다. 머피는 아내 오미가 CIA같아서 비밀이 불가능하고 현재 결혼생활이 불행하게 느껴져 비디오케이스에 숨겨놓은 일렉트라의 마약을 먹는다. 머피는 2달 동안 연락 두절이라는 일렉트라 엄마의 전화를 받고 일렉트라의 죽음을 예감한다. 머피는 아들 가스파를 안고 ‘첫날 밤으로 돌아가고 싶으며 죽음 뒤엔 아무 것도 없으며 사람은 기억을 가지고 죽는다’고 독백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사랑·섹스 단계→ 사랑·섹스·기억 단계→ 섹스·비밀·기억 단계→ 섹스·비밀 단계→ 비밀·마약·아이 단계→ 기억·마약·아이·죽음 단계로 진행된다. 이때 사랑이 기억, 비밀, 마약, 아이, 죽음 등으로 대체되는데, 이 중에서도 기억, 비밀, 아이가 두 사람의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선 사랑 대신에 기억이 대체됨으로써 이별과 죽음을 예고한다. 머피가 과거 일렉트라와의 사랑을 기억하게 된 계기는 일렉트라의 실종과 죽음에 대한 예감이다. 머피는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찍은 사진 슬라이드와 동영상을 꺼내 보면서 그녀를 기억하기 시작한다. 기억의 도구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은 “너가 죽으면 사진으로 기억할거야”라는 머피의 말처럼 이별과 죽음을 예고하는 매체로 작용한다. 예전에 머피가 찍은 사진 슬라이드에 그녀의 따뜻하고 순수한 눈 클로즈업 사진과 함께 권총 자살 흉내를 내는 사진이 나온다는 점에서 그녀의 상처받은 영혼과 죽음을 예고한다. 머피는 과거의 일렉트라에 대해 기억함과 동시에 과거의 자신을 평가한다. 현재/과거를 대비시키면서 머피는 진정한 사랑을 놓쳤다는 점에서 자신은 얼간이며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계속 독백한다.

다음으로 사랑이 비밀로 대체되면서 파국을 예고하게 된다. 그들은 서로에 대한 배신으로 이별을 했다가 화해한다. 그리고 머피의 배신과 오미의 임신으로 끝내 이별하게 된다. 머피가 폴라와 바람을 피고 일렉트라가 노에와 바람을 피워 1차 이별 위기가 왔을 때 둘은 더 이상 다른 사람과 “몰래” 섹스를 하지 않고 솔직해지기로 약속한다. 이후 그들은 함께 집단 섹스, 트랜스젠더와의 섹스, 쓰리썸 등 프리섹스를 하게 된다. ‘비밀은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머피는 일렉트라 몰래 계속해서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한다. 반면에, ‘비밀은 어둡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일렉트라는 머피의 배신으로 믿음을 상실한 후 마약에 빠져들게 된다. 두 사람의 이별 이유는 머피가 오미와 섹스를 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일렉트라 “몰래” 오미와 섹스를 했다는 것이다. 비밀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 차이로 두 사람의 간극은 점점 벌어지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랑이 아이로 대체되면서 파국을 맞게 된다. 일렉트라는 미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엄마 사이에 태어난 혼혈이며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이다. 그녀가 나이 많은 노에와 미국인 머피와 사귄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일렉트라는 아이를 좋아하고 7이 행운의 숫자라서 7명의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한다. 일렉트라는 항상 섹스를 할 때마다 “내 안에 싸”라고 하며 계속해서 노력하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 반면에 오미는 머피와 콘돔을 끼고 섹스를 했으나 콘돔이 찢어지면서 아이가 생긴다. 오미는 자기 엄마가 자기를 낙태하려고 했던 가족사 때문에 낙태를 반대한다. 일렉트라는 전 남친 노에가 더 어린 여자를 원해서 버림받은 경험이 있는데 이번에도 17살 먹은 어린 여자 오미로 인해 머피에게 배신을 당하게 된다. ‘어린’ 여자는 여자의 생산성을 의미하고 일렉트라는 임신, 엄마의 자리를 차지할 수 없는 자신에게 절망한다. 이별로 인해 머피는 행복에서 불행으로, 일렉트라는 삶에서 죽음으로 추락한다.


3. 과거/현재의 대비와 이상/현실의 차이

 

  
 

<러브>는 동일한 세트, 조명, 카메라 움직임을 통해 달라진 차이를 부각시켜 머피의 불행을 강조한다. 세트의 주요 장소인 머피의 아파트는 사랑의 장소→ 섹스의 장소→ 기억의 장소→ 죽음의 장소 등으로 변모하며 유채색에서 무채색으로 서서히 어두워져간다. 조명에서는 색채의 변화를 통해 심정의 변화를 표현한다. 침대에 누워 있는 머피를 묘사할 때, 과거 일렉트라와 가장 행복했던 사랑의 순간은 따듯한 주황색 색조로 표현되지만, 뒤이어 바로 나오는 장면에서 현재 진정한 사랑인 일렉트라를 상실한 머피의 공허한 표정은 어두운 색조로 표현됨으로써 두 장면의 차이를 더욱 강조한다.또한 과거 머피와 일렉트라의 다정한 일상은 화려한 유채색으로 표현하고 있는 데 반해, 현재 머피와 오미의 냉담한 일상은 흐릿한 무채색으로 표현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머피와 일렉트라의 섹스는 선명한 유채색으로 그려지고 있는 반면에 집단 섹스나 쓰리썸 장면은 흐릿한 유채색으로 그려지고 있어 대조를 보여주고 있다. 머피와 일렉트라의 섹스 장면은 유채색으로 그려진다. 두 사람의 관계가 사랑→ 사랑·섹스→ 섹스 단계로 변화하면서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으로 점점 진해지고 있어 욕망이 사랑을 대체하고 있음을 색채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미장센의 변화를 통해 관계의 변화를 예고하고, 동일한 카메라 움직임을 통해 대조를 강조한다. 머피와 일렉트라의 섹스 장면은 인물과 카메라의 거리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표현한다. 두 사람이 사랑할 때는 미디엄숏, 바스트숏, 클로즈업으로 점점 카메라가 인물에게 다가가며, 특히 사랑과 환희에 찬 얼굴 클로즈업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나중에 두 사람이 갈등할 때는 미디엄숏을 더 많이 보여줌으로써 두 사람 사이가 다소 소원해진 것을 표현한다. 나중에 사랑이 섹스로 대체될 때는 집단 섹스, 트랜스젠더와의 섹스, 쓰리썸 등을 거리감 있는 롱숏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섹스를 하는 육체를 강조한다.

 

  
 
  
 

머피, 일렉트라, 오미의 관계의 변화는 미장센의 변화를 통해 잘 드러낸다. 우선 세 사람이 클럽에서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오미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게 되면서 오미로 인한 갈등을 예고한다. 처음에는 머피와 일렉트라가 마주 보고 춤을 추는 장면을 투숏으로 보여준다. 나중에 두 사람 사이에서 오미가 춤추고 있는 모습을 쓰리숏으로 찍고 있어 오미로 인해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될 거라는 것을 암시한다. 다음으로 세 사람의 쓰리썸 장면에서도 오미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게 되면서 오미로 인한 두 사람의 파국을 예고한다. 세 사람이 나란히 누워있는 장면에서 오미의 시선은 계속해서 머피를 향해 있어 오미가 머피에게 마음이 있음을 보여준다.

 

  
 
  
 

머피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 일렉트라가 쓰리썸을 제안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일렉트라가 쓰리썸을 주도한다. 일렉트라가 머피와 오미의 중간에 누워 머피와는 이성애적 관계를 하고 오미와는 동성애적 관계를 보여준다.

 

  
 
  
 
  
 

세 사람이 키스하는 장면에서 화면의 위아래가 뒤집어짐으로써 관계의 반전을 암시한다. 일렉트라 양쪽에서 머피·오미가 일렉트라와 키스를 하다가, 갑자기 머피·오미가 중간에 누워 있는 일렉트라 위에서 둘만의 키스를 나누게 되면서 관계의 반전을 예고한다.

 

  
 

그러다가 머피와의 키스로 인해 성적으로 흥분한 오미가 갑자기 머피와 일렉트라의 중간으로 끼어들게 되자 머피가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래서 일렉트라의 상체에서는 오미가 키스·애무를 하고, 일렉트라의 하체에서는 머피가 오랄 섹스를 한다. 하지만 머피가 다시 위쪽으로 올라올 때 오미의 옆으로 가게 되면서 오미를 중심으로 양옆에 두 사람이 눕게 된다. 그래서 오미의 앞쪽에서는 일렉트라가 마주보며 키스·애무를 나누고, 오미의 뒤쪽에서는 머피가 콘돔을 꺼내 후배위 섹스를 하게 된다.

 

  
 

오미는 처음에는 일렉트라를 바라보다가 머피가 자신의 뒤에서 후배위 섹스를 하자 시선을 머피 쪽으로 돌리게 되어 일렉트라만 따로 떨어지게 된다. 결국 쓰리썸에서 일렉트라는 머피와 오미 사이에 있다가 나중에는 두 사람의 섹스에서 버림받게 된다.

머피와 일렉트라가 헤어지려는 장면과 처음 만나는 장면을 트래킹백이라는 동일한 카메라 움직임으로 표현함으로써 차이를 드러낸다. 두 사람이 헤어지려는 장면에서는 일은 하지 않고 마약과 싸움만 한다고 말하면서 계속 갈등하는 모습을 긴 트래킹백을 통해 담아냄으로써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됨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카메라가 처음에는 뒤에서 두 사람을 따라가다가 그 다음에 두 사람의 앞으로 가서 트래킹백을 하면서 배신, 실망, 포기의 단계로 하강하는 관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사랑은 빛이며 인생의 의미는 사랑이라며 키스를 나눈 후 서로의 이름을 묻는 첫 만남 장면에서, 긴 트래킹백을 통해 공감, 사랑, 키스의 단계로 상승하는 관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특히 첫 만남 장면의 트래킹백이 헤어지려는 장면의 트래킹백과 똑같이 연출되었고 시간 역순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첫 만남 때 두 사람의 순수한 끌림과 따뜻한 관계가 더욱 강조됨과 동시에 하강/상승의 대조를 통해 이후의 갈등과 이별을 가슴 아프고 안타깝게 느껴지게 만든다.

 

  
 
  
 

그리고 머피의 현재 순간과 두 사람의 첫 섹스를 욕조라는 동일한 세트와 미디엄숏이라는 동일한 카메라 움직임으로 표현함으로써 대조를 강조한다. 현재 머피가 욕조에서 혼자 앉아 과거 일렉트라와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을 동일한 자세와 동일한 미디엄숏으로 보여줌으로써 일렉트라의 빈자리를 강조한다. 이후 머피가 가스파를 안고 울면서 일렉트라를 그리워하는 장면을 또다시 똑같은 자세와 똑같은 미디엄숏으로 보여줌으로써 일렉트라가 아이로 대체되었음을 암시한다. 영상은 바로 다음 장면에서 과거로 돌아가 머피와 일렉트라는 첫 섹스를 하고 난 후 욕조 안에 나란히 앉아 “절대 날 떠나지 마. 죽는 날까지 사랑해”라며 서로를 껴안고 키스하는 장면을 미디엄숏으로 보여준다. 이 장면이 가슴 아픈 이유는 현재 서로 이별했고 죽는 날까지 사랑하자는 약속을 어기고 배신했기 때문이다. 과거 가장 순수했던 사랑은 현재 배신, 후회, 고통으로 변질된다. 이때 현재/과거를 똑같은 자세와 똑같은 카메라 움직임으로 보여주지만 현재의 영상에서 조명을 더 어둡게 설정하여 머피의 비참한 심정을 강조한다.

사운드에서는 영상과 대사의 불일치를 통해 머피의 내적 갈등을 드러낸다. 현재 머피와 오미의 결혼생활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영상으로는 머피가 침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대사로는 오미에 대한 혐오, 경멸, 증오의 감정을 쏟아내는 머피의 독백을 들려줌으로써, 외양과 내면의 차이를 드러낸다.

편집에서는 현재/과거의 교차편집을 통해 과거의 행복과 현재의 불행을 대조시켜 보여준다. 특히 머피가 침대에 누워 있는 장면에서 과거 일렉트라와 사랑을 나누는 모습과 현재 오미 옆에 누워 있는 모습을 교차편집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과거 행복해 하는 머피의 표정과 현재 고통스러워하는 머피의 표정 사이의 차이를 강조한다.


4. 사랑/섹스와 여성/남성의 차이

<러브>는 시간 역순의 구성, 현재/과거의 교차편집으로 현재 인물의 암울한 심정과 과거 연인의 충만한 사랑을 대비시키고 있다. 동일한 장면 묘사를 통해 현재/과거의 차이를 부각시킴으로써 사랑, 기억, 죽음에 대한 단상을 보여주고 있다. 가스파 노에 감독은 <러브>에서도 전작들처럼 사랑, 질투, 섹스를 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영화공부를 하고 있는 인물, 트랜스젠더와의 섹스, 사랑하는 사람을 절대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설정 등은 전작들과의 공통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전작인 <돌이킬 수 없는>(2002)처럼 시간 역순의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하고 남자는 섹스 중인 사람을 사랑한다. 성칼럼니스트 배정원은 책『여자는 사랑이라 말하고, 남자는 섹스라 말한다』에서 사랑과 섹스에 대한 남녀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몸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통하는 섹스에 있어서 여자는 풀코스를 원하고 남자는 일품요리를 원하는 등 차이를 보인다. <러브>에서 일렉트라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를 원하지만 머피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의 섹스도 원한다. 그래서 두 사람에게 있어서 섹스는 처음에는 몸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통하는 소통의 역할을 했지만, 나중에는 몸으로만 말하고 마음은 통하지 않는 불통이 되어버린다.

다그마 반 데어 노이트는 책『인간의 섹스는 왜 펭귄을 가장 닮았을까 : 다윈도 알지 못한 지구상 모든 생명의 사랑과 성에 관한 상식과 오해』에서 생물학자에게 있어서 섹스란 두 생물체가 성기라고 하는 도구를 통해 유전 물질을 교환하는 ‘유전자적 재조합’에 지나지 않으며 인간의 본능은 생각보다 동물의 왕국 가까이에 있다고 말한다. 동물은 일부다처제뿐만 아니라 일부일처제, 일처다부제, 다부다처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하고 섹스를 나누며, 인간도 천성적으로 일부일처제를 거부한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생각해 볼 때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 사는 현대사회에서 바람기가 심한 남자와 질투가 심한 여자의 갈등과 파국은 결코 결핍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듯하다.

 

<러브> 개봉 예정
사진 출처: 네이버-영화-러브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9520)

 

 

 

글·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영상물등급위원회 등급위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기획이사, 서울영상진흥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미디와 전략』, 『영화와 N세대』등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장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글 출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르몽드 시네마 크리티크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List.html?sc_sub_section_code=S2N40&view_typ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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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서곡숙

등록일201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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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송아름의 시네마 크리티크] 그 지긋지긋함에 몸서리치면서도 - <밍크코트>

서성희

2018.12.315,206
335[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이여>

서성희

2018.12.316,440
334[안숭범의 시네마 크리티크] ‘공간-인물’로 읽는 사랑의 유형학- <쓰리 타임즈>로 허우 샤오시엔 읽기

서성희

2018.12.317,147
333[최재훈의 시네마 크리티크] 나그네라도 길 위에서 잠시 쉬어가야 한다, <에브리띵 윌 비 파인>

서성희

2018.12.315,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