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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 <스테이션 7> ― 냉전시대 우주전쟁, 규범/일탈과 삶/죽음의 대비

<스테이션 7> 12월 7일 개봉 

1. 냉전시대 우주전쟁과 러시아 영화 <스테이션 7>

1957년 소련(현 러시아)은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고,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을 마치고 돌아온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지구는 푸른 빛이었다!”는 말을 던진다. 1963년에 발사한 6호에 탑승한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 발렌티나 테레시코바는 우주에서 외친 “야 차이카(나는 갈매기)”라는 말로 강하고 자유로운 여성의 상징이 되었다. 1958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발족하고,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탄 루이 암스트롱이 최초로 달에 첫 발자국을 남기게 되었다. 소련은 우주 진출의 전초기지를 마련하기 위해 우주정거장에 관심을 가진다. 1971년 세계 최초의 우주 정거장 살류트(Salyut) 1호를 발사시켜 국제우주정거장의 모체가 되고, 11년 동안 1호부터 7호까지 발사시킨다. <스테이션 7(Salyut 7)>(러시아연방, 2017)은 ‘불꽃놀이’라는 뜻의 우주정거장 살류트 7호에 관한 이야기이다(제작 노트 참조). 

1988년 처음 접한 소련 영화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구)소련, 1980)는 충격이었다. 그 당시 할리우드 영화의 공공의 적인 적대국 공산국가 소련에도 눈물이 있고 사랑이 있고 유머가 있고 심지어 영화도 재미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12월 7일 개봉 예정인 <스테이션 7>도 항상 미국의 관점에서 봐왔던 냉전시대 우주전쟁을 소련의 관점에서 본다는 점에서 신선한 느낌을 안겨 준다. <후 엠 아이?>(러시아연방, 2010)의 각본과 연출을 담당했던 클림 시펜코 감독이 <스테이션 7>에서도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스테이션 7>은 1985년 살류트 7호의 궤도 이탈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러시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냉전시대 소련과 미국의 우주전쟁에서 소련 우주비행사의 문제와 갈등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2. 일탈/규범과 원한/자책의 대립

우주비행사 블라디미르 자니베코프(블라디미르 브도비첸코프)는 우주정거장 용접 중에 산소 부족으로 환각을 봄으로써 비행금지 판정을 받는다. 엔지니어 빅토르 사비뉴(파벨 데레비앙코)의 추천으로 다시 사령관이 된 블라디미르는 제어 불가능한 우주정거장 살루트 7호와의 도킹이라는 유례없는 임무를 위해 떠난다. 문제가 계속 발생하여 위기 상황이 닥치자, 실무책임자 자랴 발레리, 니나 자니베코프(마리야 미로노바), 릴리아 사비뉴(루보프 악쇼노바) 등은 사랑하는 동료와 가족의 생사 문제로 걱정에 휩싸이게 된다.

<스테이션 7>은 우주비행사에게 닥친 문제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고 있다. 공적인 문제는 크게 보면 세 가지, 즉 제어 불가능한 우주 정거장의 도킹, 우주정거장의 정상화, 우주비행사의 귀환이다. 

첫 번째 공적 문제는 제어 불가능한 우주정거장과의 수동 도킹이다. 이상 신호가 포착된 후 죽은 정거장이 된 우주정거장 살류트 7이 궤도를 벗어나 제어 불가능한 상태가 되자 수동 도킹을 계획한다. 시뮬레이션 단계에서 우주비행사 게네와 실무책임자 자랴가 수동 도킹을 시도하지만 모두 실패한다. 우주비행사 엔지니어 빅토르의 추천과 자랴의 도움 요청으로 다시 사령관이 된 블라디미르는 빅토르와 우주비행에 나선다. 블라디미르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우주정거장과 1차 도킹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한편 본부에서 속도를 측정해 본 결과 예상보다 3배나 빠른 가속상태여서 포기하기로 결정내린다. 전파 음영지대에 있어서 본부와 통신이 안 되는 상태에서 블라디미르는 명령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2차 도킹을 시도하여 성공한다. 

두 번째 공적 문제인 우주정거장 정상화와 세 번째 공적 문제인 우주비행사 귀환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블라디미르와 빅토르는 우주정거장 추락이 22일 남은 상황에서 우주정거장을 살리느냐 버리느냐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면서 7가지 세부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첫째, 추위이다. 우주정거장과의 도킹에 성공했으나 우주정거장은 얼음과 눈으로 덮여 있고 물탱크가 터져 있는 상태이다. 우주비행사가 극심한 추위에 직면하게 되자 자랴는 러시아는 추위에 강하다고 장담하지만, 의사는 오래 못 버틴다고 경고한다. 총책임자가 우주정거장을 바다에 버리라고 명령을 내려 자랴가 그 명령을 블라디미르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블라디미르는 우주정거장을 정상화시킨 후 귀환할 것이라며 명령을 거부하고, 이에 자랴도 동의한다. 한편 추워서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2일 기한을 두라는 의사의 조언을 무시하고, 자랴는 5일 작업을 하고 6일째에 귀환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추위로 건강이 악화된 우주비행사들은 블라디미르가 몰래 반입한 술과 의사 처방에 따른 항생제를 먹으며 추위를 견뎌낸다. 

둘째, 물이다. 얼음으로 덮여 있는 우주정거장을 우주선과 연결하여 얼음을 녹이자 우주정거장이 물로 가득 차게 된다. 높은 열에 시달리며 악화된 몸 상태로 추위에 떨며 우주비행사들은 얼음이 녹아내려 만들어진 물을 빨아들인다.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자 자신들의 옷을 벗어서 물을 흡수하는 도구로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셋째, 태양센서 케이스이다.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정거장의 고장 원인을 조사하던 중 태양센서 케이스가 찌그러진 것이 원인임을 밝혀낸다. 하지만 태양센서를 정상화시킬 수 없고 태양센스 케이스도 부서지지 않아 실패하고 만다. 그래서 우주정거장을 정상화하는 것을 포기하고 우주정거장을 바다에 떨어뜨려 회수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하게 된다. 

넷째, 불이다. 우주정거장의 물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물 한 방울이 우주선에 들어가게 되어 전기 접촉을 일으켜 내부 화재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우주선 외부에 있던 블라디미르는 무사하지만, 내부에 있던 빅토르는 화재와 폭발로 연기를 많이 마시고 화상을 입게 된다. 빅토르의 화상은 약으로 치료하여 문제를 해결하지만, 우주선과 우주정거장은 화재로 인해 산소 부족 사태가 발생한다. 

다섯째, 제어 불능이다. 화재로 인해 산소 통기가 되지 않고 CPU(중앙처리장치)가 작동되지 않고 배선이 녹아서 제어 불능 상태가 된다. 우주선과 우주정거장이 모두 제어 불능상태가 되어 애초에 우주정거장을 바다에 떨어뜨려 회수하려고 한 계획은 무산된다. 총책임자는 첨단기술인 우주정거장을 미국에 넘겨줄 수 없기 때문에, 우주선과 우주정거장을 분리한 후 우주정거장을 격추시키기로 결정을 내린다. 

여섯째, 산소 부족이다. 우주정거장을 격추시키고 우주선을 바다에 불시착하게 하여 우주비행사를 구하려고 계획한다. 하지만 화재로 인한 산소 부족으로 1명만 귀환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자랴는 선장이 남아야 한다고 사령관인 블라디미르에 말하자, 블라디미르는 이에 수긍한다. 하지만 본부와 블라디미르의 결정에 대해 빅토르는 자기 혼자만 귀환하는 것을 거부한다.

일곱째, 다시 태양센서 케이스이다. 혼자 귀환하는 것을 빅토르가 거부함으로써, 블라디미르와 빅토르는 다시 태양센서 케이스를 부수는 것을 시도한다. 해가 있을 동안 부수는 작업을 시도하지만, 해가 져서 지구 그림자가 생기고 기온이 떨어지게 되어 작업을 할 수 없게 되어 1차 시도는 실패한다. 한편 본부에서는 시간이 다 되어서 우주정거장 격추를 준비한다. 추울수록 잘 부서진다는 생각에 착안하여 두 사람은 해가 떨어진 상황에서 다시 작업을 시작하고 결국 태양센서 케이스가 떨어져 나간다. 우주정거장에 전기가 들어오고 불이 켜지고 다시 정상화가 되어, 우주정거장 정상화와 우주비행사 귀환이라는 두 가지 공적 문제를 마침내 해결하게 된다. 

이 영화는 세 가지 커다란 공적 문제들을 제시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어려운 문제들이 계속 터지지만 우주비행사가 불굴의 의지로 그것을 하나씩 극복하는 과정이 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또한 문제해결 구조를 통해 관객이 영화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영화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든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 해결로 인해 또다른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이러한 상황의 아이러니로 인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계속해서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스테이션 7>은 이러한 공적 문제 외에도 공적 갈등이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된다. 우선 일탈적 인간인 블라디미르와 규범적 인간인 빅토르의 공적 갈등이다. 전반부에서는 블라디미르와 빅토르가 우주정거장 도킹과 진입 문제로 갈등한다. 우주정거장 1차 수동 도킹에서 실패한 후 자랴의 대기 명령에도 불구하고, 블라디미르는 2차 수동 도킹을 시도한다. 빅토르가 말리는 것을 듣지 않고, 블라디미르는 그냥 연습이라며 “키스 한 번이면 돼”라고 중얼거리면서 도킹을 시도한 결과 성공한다. 이에 빅토르는 당신같이 명령대로 하지 않는 사람과는 더 이상 일하기 힘들다며 화를 낸다. 또한 우주정거장에 진입할 때 자랴가 어떤 상황일지 모르니까 블라디미르에게 대비책으로 남으라고 명령하지만, 블라디미르는 이를 어기고 빅토르와 함께 우주정거장으로 들어간다. 이렇듯 영화의 전반부에서 일탈적 인간인 블라디미르는 사령관임에도 불구하고 매사에 명령을 어기고 독단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규범적 인간 빅토르와 사사건건 충돌한다. 

중반부에서는 블라디미르와 빅토르가 음주와 흡연 문제로 갈등한다. 극심한 추위에 떨고 있는 상황에서 블라디미르는 술을 꺼내 마신다. 고르바초프 금주법 시절에 금주법을 어긴데다가 우주선에 술을 불법 반입한 것이다. 빅토르가 금주법이라고 문제를 제기하자, 블라디미르는 여기는 우주이기 때문에 금주법 영역이 아니라고 답변한다. 빅토르가 소련 우주선이기 때문에 금주법 영역이라고 하자, 블라디미르가 우주선 밖을 내다보며 경찰이 없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빅토르도 우주선 밖을 내다보며 경찰이 없네라고 말하며 같이 술을 마신다. 또한 블라디미르가 담배를 꺼내 피우자, 빅토르는 우주선에 담배를 가져오는 것은 불법 반입이고, 특히 지금처럼 산소가 부족한 우주선에서는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며 말린다. 하지만 블라디미르가 계속해서 피우자 빅토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버려둔다. 이처럼 중반부에서는 규범적인 인간 빅토르가 일탈적 인간 블라디미르에게 점점 동화되어 묵인하거나 아니면 같이 일탈적 행동을 한는 점에서 변화를 보인다.

후반부에서는 블라디미르와 빅토르가 환각과 귀환 문제로 갈등한다. 화재로 인한 산소 부족으로 환각 상태에 빠진 빅토르가 미국인이 도킹하여 우리를 구하러 왔다며 우주선 문을 열려고 한다. 이에 블라디미르는 나도 예전에 환각 상태에 천사를 본 적이 있다며 정신 차리라며 필사적으로 말린다. 그리고 산소 부족으로 1명만 귀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랴는 선장이 남아야 한다고 명령하고, 블라디미르는 이에 복종한다. 사령관인 블라디미르가 이 말을 전달하자, 빅토르는 혼자서는 안 간다며 명령을 거부한다. 이렇듯 후반부에서는 상황이 역전되어 블라디미르가 명령이나 규범을 준수하는 데 반하여 빅토르가 오히려 일탈적 행동을 하면서 상황이 역전된다. 

여기에서 드는 의문은 두 가지이다. 빅토르는 왜 처음에 자신과 정반대 성향의 인물인 블라디미르를 사령관으로 추천했을까? 그리고 상황에 따라 인물의 일탈적 성향과 규범적 성향은 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일까? 엔지니어로서 우주비행을 하게 되는 빅토르로서는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만큼 공학도로서의 자신의 기술뿐만 아니라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과 유연성이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블라디미르의 일탈은 명령이나 규범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위기 상황에서 모든 원칙과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반면에 빅토르의 일탈은 위기 상황에 닥치자 자신이 지켜온 규범이나 원칙을 지키는 것이 힘들어졌다는 점에서 소극적 의미에서의 일탈이다. 영화는 복종/불복종, 규범/일탈, 합법/위법, 정상/환각 등에서 블라디미르와 빅토르의 전반부의 팽팽한 대립, 중반부의 이해와 동화, 후반부의 상황의 역전을 보여준다. 이렇듯 전혀 다른 두 인물 사이의 긴장감, 갈등 등이 해소되고 전도되면서 합일점을 이루는 것도 영화의 쾌감에 일조한다. 

다음으로 원한의 인간인 총책임자와 자책의 인간인 실무책임자 자랴의 갈등이다. 소련은 살류트 7호가 원인 불명으로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죽은 정거장이 되어 추락까지 22일 남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 미국이 챌린저 호를 발사한다고 하자, 총책임자는 우주프로그램 기술을 미국이 가져가게 하면 안된다며, 자랴에게 제어불가능한 우주 정거장 도킹이라는 불가능한 임무를 내린다. 우주비행사가 추위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는 위기에 처하게 되자, 자랴는 동료들의 목숨을 담보로 20톤 고철(=우주정거장)을 구하고자 한다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나중에 화재가 발생하고 통신이 두절되자, 총책임자는 자랴에게 당신이 죽게 만들었기 때문에 책임을 묻겠다며 비난한다. 

총책임자는 자신이 불가능한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무책임한 인물이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성공을 장담하는 등 대중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영광은 혼자서 독차지하지만, 우주정거장 정상화와 우주비행사 귀환이라는 임무의 실패는 전부 부하에게 떠넘기는 책임전가형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반면에 자랴는 최첨단의 우주기술이 집약된 우주정거장을 ‘20톤 고철’에 비유할 만큼 동료들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만, 너무나 인간적이고 도덕적이어서 문제의 본질을 흐릿하게 만들며 모든 책임을 다 떠안으려고 한다. 총책임자와 실무책임자 자랴의 갈등은 원한의 인간과 자책의 인간, 가학적 인간과 자학적 인간으로 한 쌍을 이루며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다. 
 
  
 
 
  
 
 
  
 

  
 
3. 죽음/삶과 최대/최소의 대비

<스테이션 7>은 아이러니, 버즈아이뷰숏과 클로즈업, 밝은 조명, 교차편집 등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다양한 아이러니를 사용하여 의미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는데, 첫째, 부조화의 아이러니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우선 블라디미르와 빅토르가 우주선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하는 장면. 최초로 우주선에 탑승한 바퀴벌레이기 때문에 지구라면 죽여야 하지만, 우주에서는 동지이니까 살리자는 데 둘다 서로 동의한다. 가장 뛰어난 우주비행사와 가장 해로운 해충인 바퀴벌레가 대비되고, 보통 인간은 갈 수 없는 우주선에 바퀴벌레가 있다는 것이 부조화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다음으로 블라디미르가 선장이기 때문에 격추될 우주정거장에 남아야 하는 상황에서 과거 아내와 나눴던 대화를 회상하는 장면. 아프리카 마다카스카르에 착륙해서 왕이 되고 싶다는 블라디미르의 말에, 아내 니나가 공산주의 국가에서 아내, 딸, 축구가 있는 삶은 재미없겠다고 말하자, 블라디미르가 “그래도 난 내 삶을 사랑해”라고 대답한다. 과거에 삶을 사랑한다고 아내에게 말하는 블라디미르의 대사가 들려오는 가운데, 현재 죽음을 앞두고 있는 블라디미르의 얼굴을 영상으로 대비시켜 보여준다. 이러한 영상과 사운드의 불일치로 그 간극을 더욱 벌여놓음으로써, 슬픔을 강하게 느끼게 하고 부조화의 아이러니와 극적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블라디미르가 빅토르에게 자신은 격추되는 우주선에 남고 혼자 귀환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 우주정거장에 처음 진입할 때 빅토르가 자신이 잘못되면 코코넛 등이 있는 인도양에 떨어뜨려 달라고 농담을 한 적이 있다. 블라디미르가 불법으로 반입한 담배를 꺼내서 피우자, 빅토르가 숨쉬기도 힘든데 담배를 피우냐며 잔소리를 한다. 블라디미르가 빅토르에게 우주선과 우주정거장의 도킹을 해제할 것이며 너 소원대로 인도양에 떨어질 거라고 말한다. 산소가 부족해서 1명만 귀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블라디미르의 처지를 모르는 채 잔소리를 하는 빅토르를 보여줌으로써, 인지와 무지의 차이, 죽음과 삶의 차이, 비극과 희극의 차이를 통해 부조화의 아이러니와 극적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둘째, 상황의 아이러니이다. 태양센스 케이스를 부수는 장면. 처음에는 해가 떠있는 동안에만 작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부수는데 점점 해가 떨어지고 지구에 그림자가 생기면서 어두워지자 좌절한다. 그런데 엔지니어인 빅토르가 추울 때 오히려 더 잘 떨어질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를 낸다. 그래서 어둠 속에서 열심히 부수고 있는데 서서히 해가 떠올라 밝아지자 또 좌절한다. 앞부분에서는 빛이 긍정이고 어둠이 부정인 반면에, 뒷부분에서는 어둠이 긍정이고 빛이 부정이 된다. 빛과 어둠이 한 장면에서 긍정/부정이라는 다른 의미로 작용하면서 상황의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셋째, 극적 아이러니이다. 블라디미르가 우주정거장 수동도킹에 성공했는데, 통신 장애로 인해 그 사실을 모른 채 자랴가 불가능하다며 포기 명령을 내리려고 한다. 블라디미르가 성공 사실을 알리자, 자랴가 “대단한 친구”라며 박수를 치며 앞으로는 상의하라고 타이른다. 이때 인지/무지를 대비시켜 극적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이렇듯 이 영화에서는 부조화의 아이러니, 상황의 아이러니, 극적 아이러니 등 다양한 아이러니가 사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개의 아이러니가 복합적으로 사용되어 다층적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아이러니를 통해 상황에 따라 진정한 내면이 드러나고 상황이 역전되는 등 극적 흥미를 배가시킨다. 

<스테이션 7>은 버즈아이뷰숏과 클로즈업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첫째, 전체적으로 우주공간이라는 점에서 버즈아이뷰숏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주정거장에서 블라디미르와 스베틀라나가 용접 작업을 하는 장면, 블라디미르와 빅토르가 우주정거장에 접근하는 장면, 우주선과 우주정거장이 도킹한 채로 지구를 배경으로 날아다니는 장면 등에서 사용된다. 버즈아이뷰숏과 익스트림롱숏을 결합시켜 광활한 우주공간을 표현하고, 버즈아이뷰숏과 롱숏의 조합으로 우주공간 속의 우주선 혹은 우주비행사를 스펙터클하게 표현하고 있다. 

둘째, 중요한 사건의 경우 클로즈업을 많이 사용한다. 우선 우주선에서의 무중력 상태를 클로즈업으로 표현해 강조하고 있다. 우주정거장에서 물방울들이 떠있는 장면, 술을 분사시키자 물방울 형태로 날아가서 인물이 흡입하는 장면, 자신의 체온이 정상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무중력 상태로 떠다니는 38도가 넘는 온도계, 우주정거장에서 떨어져 화재를 일으키는 물 한 방울, 우주정거장을 마비시킨 원인인 태양센서 케이스가 부서져서 떨어져 나가는 장면 등에서 피사체를 부각시켜 이야기에 집중시키고 있다. 그리고 인물들의 갈등과 주요 장면에서 클로즈업을 사용하여 감정표현을 강조한다. 블라디미르가 격추되는 우주정거장에 남기로 결정한 후 아내 니나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는 장면, 블라디미르가 빅토르에게 자신이 남고 빅토르 혼자 귀환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 등 내러티브상 강조해야 하는 장면에서 인물들의 감정표현을 극대화할 때 클로즈업을 사용하고 있다. 

셋째, 속도감을 표현하고 있다. 카메라가 정지한 상태에서 우주선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장면을 통해 속도감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우주선이 빠르게 움직이는 우주정거장과 도킹하는 장면에서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화면을 통해 속도감과 도킹의 어려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렇듯 버즈아이뷰숏과 익스트림롱숏으로 광활한 우주공간을 표현하고 클로즈업으로 주요한 사건과 인물을 강조함으로써, 최대와 최소를 오가는 미장센을 통해 공간 속의 피사체에 대한 극과 극의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스테이션 7>에서는 밝은 조명이 중요한 순간에 자주 사용된다. 우선 블라디미르가 스베틀라나를 구출해서 인도할 때 갑자기 블라디미르가 멈추어 서서 멍한 표정이 되는 장면에서 밝은 조명이 사용된다. 이로 인해 블라디미르는 비행이 금지되고 이 장면은 뒤에 가서야 블라디미르가 산소 부족으로 천사를 보는 환각 상태였다는 사실이 설명된다. 다음으로 블라디미르가 격추될 우주정거장에 남기로 결정할 때 목 뒤로 팔베개를 하는 장면에서 밝은 조명이 얼굴에 비친다. 이 장면은 블라디미르가 자신의 동료는 귀환시키고 자신은 죽어야 하는 상황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밝은 빛으로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주정거장이 격추되기 직전 아내 니나와 마지막 통화를 하는 장면에서 블라디미르가 “사랑해”라고 말하자 니나가 “나도 많이 사랑해. 돌아와”라고 강한 어조로 말한다. 이를 듣는 블라디미르의 얼굴에 밝은 조명이 비치는데, 이미 죽음이 예정된 상황에서 아내가 반드시 돌아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비치는 밝은 빛은 불가능한 희망을 나타낸다. 자신도 아내와 딸이 있는 지구에서의 삶을 살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우주에서 죽음의 상황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비치는 이러한 밝은 빛은 관객들의 마음을 더욱 참담하게 만든다. 이렇듯 이 영화에서 밝은 빛은 비극적인 상황이나 위기 상황과 대비되는 주인공 블라디미르의 초연하고 초탈한 태도를 강조할 때 많이 사용된다.

또한 <스테이션 7>은 복선, 암시, 긴장감을 표현할 때 교차편집을 주로 사용한다. 우선 우주정거장 스테이션 7에 이상 신호가 포착될 때 예전에 우주정거장에서 일한 적이 있었던 블라디미르와 스베틀라나가 악몽을 꾸면서 힘들어하는 장면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줌으로써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복선을 표현한다. 다음으로 수동도킹 시뮬레이션을 하는 자랴와 거칠게 자동차를 운전하는 블라디미르에 대한 교차편집을 통해, 유사한 회전 이미지를 비교함으로써 앞으로 두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를 암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주선 궤도 진입 장면, 우주선 화재 장면, 블라디미르가 귀환하지 못하는 상황 등에서 우주선이나 우주비행사의 모습과 지구에 남은 가족들의 모습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줘 긴장감과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렇듯 교차편집은 복선, 암시, 긴장감 등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되며 힘든 상황이 닥쳐올 것이라는 불안감, 특히 우주비행사와 가족의 모습을 비교대조할 때 많이 사용되어 감정적으로 고조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4. 냉전시대 우주전쟁의 다른 시선

1985년 살류트 7호 궤도 이탈 사건은 제어할 수 없는 우주정거장 도킹에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우주비행사는 극한의 추위, 제한된 산소와 물, 병마와 싸우며 20톤에 달하는 우주정거장 수리에 성공한 후 지구로 무사귀환하였다. 이러한 실화를 담은 <스테이션 7>은 실존 인물인 두 우주비행사의 조언에 기초한 생생한 내러티브, 실제 우주 장비들로 제작된 대형 세트, 최장 시간 40분간의 현실감 넘치는 무중력 촬영, 20분의 실제 우주 촬영 장면, 무중력 훈련에 기초한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 등으로 화제가 된 영화이다(제작 노트 참조). 

이 영화는 냉전시대 우주전쟁을 벌인 소련과 미국의 팽팽한 긴장감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미국 챌린저 호가 발사되기 직전 제어할 수 없는 우주정거장이 미국에 넘겨질 것을 염려한 소련 당국이 두 명의 우주비행사를 보낸다. 두 명의 우주비행사는 궤도 이탈한 우주정거장 도킹과 정상화라는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하는데, 우주정거장의 정상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챌린저 호가 발사되자 우주정거장 격추라는 결정이 내려진다. 하지만 이러한 상부의 팽팽한 긴장과는 달리 마지막 장면에서 우주에서 마주친 미국 우주비행사가 경례를 하자 소련 우주비행사도 경례를 하는 등 우주비행사들은 동지애적 관계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달 착륙은 미국이 먼저였지만 사실상 우주선을 먼저 띄우면서 우주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소련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만드는 작품이다. 미국이 아니라 소련의 관점에서 우주전쟁을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다른 시각이 주는 신선한 즐거움이 있다. 이 영화는 인물의 갈등뿐만 아니라 문제를 제시함으로써, 인물들이 그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하는지 관객들이 흥미를 갖고 지켜보게 만드는 내러티브 전략을 택하고 있다. 위험한 상황 혹은 위기의 상황에서 던지는 유머의 힘, 인간의 이기심을 벗어던지는 초탈한 태도, 광활한 우주 속에서 한낱 티끌일 뿐인 인간, 우주 속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원시안적인 미장센 등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원제인 <살류트 7>이 우주정거장이라는 느낌과 국가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반면 <스테이션 7>은 지극히 평범하다는 점에서 제목 변경이 한 가지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진 출처: 네이버 - 영화 - 스테이션7 - 포토

글: 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기획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미디와 전략』, 『영화와 N세대』등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장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글 출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르몽드 시네마 크리티크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List.html?sc_sub_section_code=S2N40&view_typ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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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서곡숙

등록일201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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