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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 타임슬립과 변신을 통한 소망 충족 '28세 미성년'


1. <수상한 그녀>와 <28살 미성년>

<수상한 그녀>(2014)에서 70살 할머니 오말순(나문희)은 청춘사진관에 들어갔다가 20살 오두리(심은경)로 변신하여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이때 마음은 그대로인 채 겉모습만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 <28살 미성년>(28岁未成年, 2016)은 이와 정반대이다. 28살 량시아(니니)가 회춘 초콜릿을 먹고 다섯 시간 동안 겉모습은 그대로인 채 마음만 17살로 돌아가는 내용이다. 그래서 작은 량시아가 큰 량시아의 삶에 균열을 일으킨다. 이 영화는 타임슬립 로맨스영화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사실상 변장코미디영화의 의미를 담고 있다.

 

2. 타임슬립로맨스영화: 두려움으로부터의 탈출

타임슬립영화는 현재 인물이 과거나 미래로 가거나 아니면 과거나 미래의 인물이 현재로 오는 내용이 많다. 다른 시대로 가게 된 인물이 일탈적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랑을 얻게 된다. 타임슬립영화의 내러티브에서 드러나는 세계관은 운명론적 세계관, 순리론적 세계관, 주체의 의지로 나눠진다. 또 스타일에서 드러나는 특성으로는 찰나적 순간, 운동 이미지, 동일한 장소로 타임슬립의 순간을 표현한다. 그리고 타임슬립영화의 쾌락은 현실의 세 가지 제한, 즉 시간, 죽음,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가상세계의 목표와 연관된다.

<28세 미성년>에서는 인물이 다른 시간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 28살의 인물이 17살의 자신으로 바뀌는 내용이다. 이때 현재 인물의 정신이 어디로 간 것인지는 알 수 없으며, 현재 인물의 육체 속에 과거 자신의 정신이 결합된다는 점에서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다. 회춘 초콜릿이라는 음식물을 통해 5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정신이 바뀐다는 설정으로 인물의 나이가 바뀌면서 벌어지는 코믹한 상황이 연출된다.

이 영화에서 드러나는 세계관은 운명론적 세계관, 순리론적 세계관 등 예정된 운명보다는 인물 스스로의 각성과 선택에 의해 삶의 방향이 바뀐다는 점에서 주체의 의지를 강조한다. 또한 타임슬립의 순간은 자신의 눈 속에 자신의 모습이 담기는 장면을 익스트림클로즈업으로 강조함으로써 찰나적 순간으로 표현한다. 나중에는 17살의 량시아의 희미한 실룻엣 이미지가 28살의 량시아에게로 들어가는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자아의 분열 형태로 그려진다. 그리고 28살 량시아와 17살 량시아의 일상에서의 대조적 모습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줌으로써 두 사람이 점점 교감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인물과 관객의 쾌락은 시간이나 죽음보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과 연관된다.

 

3. 변장코미디영화: 은폐, 위협, 변신의 욕구

<28세 미성년>은 타임슬립영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변장코미디영화이다. 변장은 본래의 모습을 감추려고 얼굴, 옷차림, 머리 모양을 고쳐서 다르게 꾸미는 것이다. 변장에는 남녀 간의 성변장과 세대, 계층, 지역 간의 신분변장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한 인물이 28세와 17세를 오간다는 점에서 세대 간의 신분변장의 변형을 보여준다. 변장을 소재로 한 영화는 자신의 변장에 대한 인지와 무지의 차이를 통해 무지한 인물을 조롱함과 동시에 인물의 은폐, 위협, 변신 욕구를 충족시킨다.

이 영화에서는 인물의 은폐, 위협, 변신 전략을 통해 관객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사업가 마오(곽건화)를 사랑하는 큰 량시아는 자신의 17살 모습을 은폐하는 반면, 폭주족 얀(왕대륙)을 사랑하는 작은 량시아는 자신의 28살 모습을 은폐한다. 이러한 은폐는 사랑을 유지하고 성취하기 위한 인물의 전략이다. 또한 17살 량시아로의 변모는 비판의 양방향성을 보여준다. 자신의 꿈을 버리고 남자친구의 청혼에 목매다는 28살 량시아, 10년간 자신의 뒷바라지해온 여자친구를 버리려는 마오, 사랑보다는 가벼운 유희의 삶을 사는 얀을 모두 비판한다. 특히 량시아의 변모를 눈치채지 못하고 행동의 변화에 당황해 하는 마오에 대해 가장 강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모는 젊은 자신을 소환해 잃어버린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인물의 변신 욕구를 표현한다.

 

4. 과거 젊은 시절의 소환

<28살 미성년>은 기존의 타입슬립영화와는 다르다. 기존의 영화들은 주로 과거로 가는 내용이 많다. 아직 경험하지 않은 미래보다는 자신의 과거에 대한 회한으로 현재의 연륜 많은 인물이 과거로 가서 자신의 인생을 새로 살게 됨으로써 현재까지도 변화시킨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과거의 젊은 시절을 현재로 소환한다. <수상한 그녀>가 젊은 시절의 육체를 소환해 소망을 성취한 데 반해, <28살 미성년>은 젊은 시절의 패기 가득한 정신을 소환해 자신감을 회복해 자신의 꿈을 이룬다. 누군가는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어느 지점이 있다. 혹은 현재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과거의 자신에게서 찾고자 한다. <28살 미성년>은 바로 우리의 이러한 욕망을 반영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 영화 - 28세 미성년 - 포토

글: 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기획이사, 서울영상진흥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미디와 전략』, 『영화와 N세대』등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장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 글 출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르몽드 시네마 크리티크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9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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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서성희

등록일2018-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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