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정(영화평론가)
장츠위 감독의 '아내와 배나무'는 중국의 현재를 냉정하면서도 차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다. 이 태도는 첫 장면에서부터 드러난다. 한 남자가 커다란 배나무에서 배를 따고 있다. 그는 이 배들을 담아 도시를 향한다. 도시에는 가족을 위해 일하는 아내가 있다. 그런데, 아내는 어떤 일을 할까? 아내는, 매춘부로 일하고 있다. 아내는, 배나무가 있는 고향 마을에 이층집을 짓기 위해 자신의 몸을 허물어 내 일한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만나러 도시에 간다.
젊은 부부는 어엿하고 의젓한 집을 갖고 싶다. 그런데 돈은 부족하고 일단 짓기 시작했으니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돈을 구할 방법이라곤 묘연하다. 아마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내를 매춘에 내보내는 일은 너무나 아이러니하다. 집은 가족의 행복을 보호해주기 위해 필요한 물질적 공간이다. 집이 없다고 가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내가 없으면 가족은 존재할 수 없다. 집을 짓기 위해 몸을 파는 아내, 집이 몸을 팔아야 할 만큼 소중한 것이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누구나 쉽게, 몸을 파느니 집을 짓지 않는 게 낫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도 그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좀 더 극단적 상황이기는 하지만 우리들 역시 물질적 재산의 축적을 위해 정말 소중한 것들을 잃는 경우가 많다. 남자는 공공연히 잠자리에서 아내를 불러내는 남자들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어야만 한다. 심지어 “저 여자 정말 죽인다”라는 말에 아무런 대꾸도 못할 정도이다.
집을 짓기 위해 도시에 와서 몸을 파고 있지만 어쩐지 그 꿈마저 희미해진 듯 싶다. 금붕어를 갖기 위해 야바위를 하는 아내나 돈을 벌려고 도박을 하는 남편에게 있어 물질적 부를 늘리고 축적한다는 것은 속임수와 다를 바 없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배나무는 베어지고 없다. 그리고 잘은 모르겠지만 아이의 울음, 남편 그리고 어린 아이가 화면을 채우고는 사라진다. 그들이 언제까지 매춘을 하고 언제 그 집을 완성했을 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우리는 아내의 매춘을 조용히 견뎌야만 하는 한 남자의 슬픈 눈빛을 기억할 뿐이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술을 마시고 취해 현실을 잊거나 애꿎은 담배를 피워 없애는 것 정도이다.
뒷물을 가지러 오가는 아내의 느린 발걸음과 연신 담배를 만지작 거리는 남편의 굽은 어깨가 영화가 끝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잔영을 남긴다. 풍성한 배나무로 상징되었던, 그들의 꿈, 사랑,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지켜내고 싶었던 미래도 이렇게 시들어 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 급속도로 자본주의화되어가는 중국의 현재도 그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