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만 했을까?'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이다. 말 한마디 하기가 어려웠던 독재시절.' 레지스탕스'라는 비밀 혁명단체에 단원으로 활동한 4명의 리스본 시민이 있다.
판사아들인 의사 그레고리, 야채장수 아들인 조지, 평범한 가장 주앙 그리고 모든 것을 기억하는 여자 스테파니아. 점점 조여오는 독재의 그림자로부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 그 결과는 30년 뒤에 각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물음을 가지면서 영화를 보았다. 특히 두 개의 장면에서는 나의 물음표는 더욱 깊어졌다. 첫 번째는 '그레고리의 고등학교 졸업식 연설장면'이다. 그는 독재자마저 신의 자비로 용서하라는 자들을 비판하였다. 거대한 혁명을 애기하듯 차분하면서도 직접적으로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그레고리의 모습을 보며 마치 내가 말 한 것 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두 번째는 '의사가 된 그레고리가 비밀경찰 멘데스를 살려주는 장면'이다. 독재자 밑에서 일하는 자를 살려야 하는지 마는지 고뇌하는 그의 모습은 짧지만 아주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인간이며 리스본의 시민으로서의 그레고이냐, 의사로서의 그레고이 이냐'라는 물음을 말이다. 그리고 그는 의사의 모습을 택했다.
연설을 하고 비밀경찰을 살려낸 그레고리는 글과 행동으로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에 따른 후회는 하지 않았다. 그는 시민으로서 학생으로서 반독재의 소리를 외쳤고, 의사로서는 직업에 대한 지켜야 할 철학을 지켰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그리 편하지 못했다. 국민으로도 학생으로도 숨겨진 부패와 독재에 당당히 소리치지 못했다. 저 많은 사람들이 외치고 있으니 나는 그저 뒤에 숨어있었다. 소신도, 철학도, 용기도 지키지 못한 채 침묵 만을 했었다. 혹여 염려되는 것은 숨겨진 그들이 '침묵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입을 다물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지 않으며 당신들이 한 일들은 모두 우리가 기억하고 있고, 그 모든 것들은 글이 자유롭게 쓰여지는 어디라도 기억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용기가 없는 나를 대신해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지키는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하며, 다시 모이는 그 날은 부디 그리 춥지는 않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