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믿는한 유일하게 꼽는게 바로 의리야."
영화 '킹메이커'의 승리만 믿고 이기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는 선거 캠프 사무국장 '폴'이 동료 '스티븐'에게 한 말이다.
협상테이블에서 원하는 것을 놓치지 않는 '폴'은 자신이 지지하고 있는 사람을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열일하는 킹메이커이다. 그는 본 캠프의 선거인단과 지지층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한 의원에게 찾아가 도움이 되어달라고 하며, 유명언론매체의 정치부 기자와 스무고개를 하며 실제 선거에 대해서 조심스레 점을 쳐보기도 한다. 이 모든 일을 함에 있어서 공통점은 '폴'은 흥분하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단번에 압도당할만한 풍채와 분위기를 가진 사람답게 말이다. 이런 그도 목소리를 높히는 때가 있으니, 바로 자신의 믿음에 반하는 행동을 할 때이다.
'폴'은 자신의 동료인 '스티븐'이 상대편 선거캠프 사무국장과의 의도치 않은 술자리를 가진 것을 알고 그가 의리를 저버렸다고 생각한다. 사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굳이 이렇게 화를 낼 필요가 있나? 스티븐도 정확히 무슨 목적인지 모르고 간 것이고, 가기 전에 누구를 만나러 간다며 음성메세지까지 남기고 갔는데 말이다.' 라는 반문이 든다. 그러나 계속 보면 '폴의 입장에서는 화를 낼 수도 있겠구나'라는 또 다른 반문이 들었다. '스티븐'은 '폴'에게 단지 '실수'라고 하며 사과를 한다. 이에 대해 '폴'은 단호했다. "실수도 선택이며, 그 자리에 나간 것 자체가 우리 캠프와의 의리를 져버린 거야."라는 말과 함께.
종종 나도 '스티븐'과 같은 실수를 한다. 그럴 때마다 '스티븐'의 말처럼 "실수였다. 그러니 이번만 봐달라."라며 크게 개의치 않아하였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하며 속으로 다짐했지만 방심해져갔다. 마음을 점점 놓으면서 실수는 계속되었다. 결국 '실수'라는 방패막을 이용하며 어기지 말아햐 하는 신념, 규칙들의 선을 나도 모르게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스티븐'이 이 일을 '실수'라며 용서를 구할 때, '폴'이 그냥 넘겼다면 다음에는 처음의 실수만큼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을 넘는 것은 점점 담대해지고 무뎌지며 넓어지고 깊어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이나 잘못을 묵인하고 모른 척 하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폴'이 말하는 '실수'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답안지에 1,2,3이 아니라 정답,오답으로 정확히 적혀있다면 우리는 당연히 정답에 체크할 것이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니깐.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가 보고 있는 답안지는 눈에 보이지 않죠. 그렇기에 더 작은 페이크에 경계를 하고 신중하게 생각을 해야한다. 그것이 남들이 무시하고 그저 지나치는 아주 짧은 무엇인가라도. 지금부터가 내가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이다. 정답은 실수가 아닌 것이고, 오답은 실수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오답을 피하고 정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한다. "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는 문득 4년 전 받은 하나의 답안지가 떠올랐다. 1.2.3 중에 정답에 가깝게 선택을 했다고 믿었다. 4년이 지난 지금 '그것을 정답이 아니었을지도 몰라.'라는 또 하나의 반문이 들었다. 내가 조금만 더 관심있게 지켜보았다면, 페이크인지 아닌지 경계했었더라면 이 반문을 비롯해 그 답안지조차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내년에 또 다시 이 답안지를 받게 된다. 그 때는 지금과 같은 반문과 안타까움이 들지 않도록 안일했다는 자책하지 않도록 조금 더 깊은 고민과 노력을 해야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