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 |
외로움은 딸꾹질 같다. 언제 찾아왔는지 모르게 불쑥, 평온한 호흡을 끊어놓는다. 누구도 제대로 멈추는 법을 모른다. 숨을 참거나, 물을 마시거나, 또 누군가가 쿵 심장이 내려앉는 겁을 줘야 한다. 원인도 해법도 모른 체 딸꾹질이 멈추는 순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온을 되찾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잊고 살지만 또 언제 요상한 소리를 내며 내 호흡을 흔들며 찾아올지 모른다.
이와이 슌지는 그 지독한 외로움의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립반윙클의 신부>를 통해 얼핏 우리와 동떨어진 세상 속 이야기처럼 보이는 기묘한 이야기를 우리의 맨살과 맞닿아있는 까끌까끌한 옷처럼 직조해 낸다. 그리고 그 속에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 세상과 소통하기 어려워 끙끙대는 우리의 모습을 담아낸다.
카메라는 늘 숨죽여 사는 주인공처럼 숨을 멈춘 것처럼 요동 없지만,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있자면 잔인하고 냉정하다. 하지만 그 냉정함 속에 맞잡은 손, 껴안은 사람의 체온을 믿는 마음을 녹여낸다. 그래서 SNS 세대를 바라보는 이와이 감독의 시선은 냉정하지 않다. 그리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두 여자의 속 깊은 관계와 사랑에 가까운 우정은 그의 전작 <하나와 앨리스>와도 맞닿아 있다. 일본에서는 179분 감독판이 개봉했고,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해외 관객들을 위해 이와이 슌지가 직접 커팅한 인터내셔널 버전이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와 이봄씨어터가 함께 기획한 <제1회 이봄영화제> 선정작으로 3월, 단 한 차례 상영 예정이다.
재개봉일 : 2018년 3월 6일(화) 오후 7시
장소 : 이봄씨어터 (신사역 가로수길_문의 : 070-8233-4321)
글: 최재훈
영화평론가. 제37회 영평상 신인평론상 최우수상 수상. 현재 서울문화재단에서 근무하며 객석, 미르 등 각종 매체에 영화평론과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 글 출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르몽드 시네마 크리티크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List.html?sc_sub_section_code=S2N40&view_type=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