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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허슬

아메리칸 허슬

 

당신이 젊고 모든 게 열려있던 시절엔 입버릇처럼 말했지. 남들도 생각하면서 좀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모질게 변하는 세상을 겪어보니 다 부질없는 일. 이젠 옛날은 포기하고 말해야지. 죽기 아니면 살기라고.” 영화 <아메리칸 허슬>(American Hustle, 데이빗 O 러셀 감독, 극영화, 미국, 2013, 138)의 중감쯤 로살린(제니퍼 로렌스)이 집안 청소를 하면서 부르는 노래다. 폴 메카트니와 윙스의 명곡 Live and Let Die 중 일부이다. 그 장면을 기준으로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이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를 꼽아보자. 우선 제목에 맞게 사기꾼 남녀 어빙(크리스찬 베일)과 시드니(에이미 아담스)의 행적이 상당한 흥미를 끈다. 두 남녀는 언제 어디서든 머리를 굴려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지금 무엇을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확히 파악하려 노력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사기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신중하게 따져본다. 하지만 사기의 속성을 볼 때 일이 점점 커지면 커졌지 줄어드는 법은 없으니 술수와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기는 언제나 불가능하다. 지금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두 배우가 그 역할을 훌륭히 소화한다.

다음으로 흥미를 돋우는 이유는 무턱대고 판을 키우는 남녀인 리치(브레들리 쿠퍼)와 로살린의 활약이다. 이 사람들은 사실 미래를 향한 세심한 대책 따윈 없는 이들이다. 그저 주목받고 싶고, 그저 크게 놀아보고 싶고, 그저 왁자지껄하게 세상을 살아보고픈 사람들이다. Hustle의 또 한 가지 뜻인 난장판은 이런 유의 사람들에게 해당한다.

거기에 뜻은 숭고하지만 더러운 뒷거래로 난국을 풀어보려는 카마인 시장(제레미 레너)과 뜻이라곤 없이 그저 정치적 수직 상승만 원하는 FBI 국장, 그리고 암흑가의 보스(로보트 드 니로)까지 가세하면서 통제 불가능한 거대한 그림이 형성된다. 영화의 진짜 재미는 바로 거기에 있다.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일이 진행될지 전혀 모르는 상황들이 마치 꼬리를 물 듯 이어지기 때문이다. 비교적 긴 상영시간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까닭이다.

데이빗 O. 러셀 감독은 이런 유의 작품을 유난히 좋아한다. 그의 전작인 <실버라이닝 플레이 북2012>에서도 대책 없이 나대는 젊은 남녀를 등장시켜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게 만들더니 여기서도 불안하게 흔들거리는 세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원래 세상이라는 곳이 불안하기 짝이 없고 거기서 살아가는 인간은 매우 아슬아슬한 존재다. 그러니 툭하면 트마우마가 어쩌고 외상장애가 저쩌고 하지 않는가!

사기꾼들은 사기에 속아 넘어가 패가망신 하는 피해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렇게 멍청하니까 당하지, 나도 좀 먹고 살아야지, 나만 사기를 치나 등등의 이유로 자신을 적당히 합리화시키기 마련이다. 그렇게 불안한 세상에서 교묘하게 살아가는 게 사기꾼들의 삶이다. 하지만 결국엔 제 꾀에 제가 넘어가 어빙과 시드니는 암흑가의 거대 보스 앞에서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 이르고 만다. 사기꾼의 전형적인 말로末路. 비록 <아메리칸 허슬>에서는 위기의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절묘하게 빠져나왔지만 다음번에도 그렇게 빠져나갈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영화 제목만 보면 미국에서나 있을 법한 난장판 사기행각이 영화의 주제다.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가 미국이 가진 두 가지 얼굴을 잘 표현해준다는 뜻에서이다. 한 측면에서는 사회 정의가 강조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추악한 속임수가 판을 치는 곳이 미국이다. 그러나 요즘 세계를 보면 American Hustle이 꼭 미국에만 한정되어있지 않다는 느낌이다. 그만큼 미국의 영향력이 막강해졌다는 뜻일까?

우선은 재미, 다음은 다양한 인물 묘사, 그리고 미국식 정의에 대한 세밀한 서술이 <아메리칸 허슬>의 강점들이다. 즐거운 맘으로 영화를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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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박태식

등록일2014-04-24

조회수6,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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