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정(영화평론가) 다국적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재기발랄하면서도 한편 엉뚱하다. 내용은 이렇다. 홍콩의 외딴 곳에 있는 휴양지에 두 명의 여자가 찾아온다. 무료 쿠폰을 들고 찾아온 그들 중 한 명은 한국인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일본인이다. 만실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두 사람 외엔 어떤 손님도 찾아 보기 어렵다. 두 사람은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적적한 시간을 나눈다.
한국 여자는 일본 여자의 목걸이가 예쁘다는 칭찬을 늘어 놓는다. 할머니의 유품인 목걸이는 일본 여자에게 매우 소중한 물건이다. 체크 아웃을 하는 날 일본 여자는 자신의 목걸이가 없어 진 것을 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다시 호텔에 머문다.
명확히 설명되지는 않지만 아마도 한국 여자는 실연을 상처를 가지고 여행을 떠나온 듯 싶다. 두 사람은 다시 체크 인을 하며 한 방을 쓰게 된다. 두 사람은 완전히 상반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한국 여자가 털털하다면 일본 여자는 지나치게 깔끔하고 꾸미기에 열중한다. 그런가 하면 한국 여자는 일본 여자의 칫솔로 세면대를 청소할만큼 응큼하기도 하다.
그런 두 사람은 어딘가 신비로운 이미지의 폭포를 찾아간다. 그곳은 21살의 젊은 여자가 사라졌던 곳이기도 하다. 대략의 줄거리에서 알 수 있다시피 '향기의 상실'은 어떤 일관된 선조적 흐름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그 때 그 때의 즉흥적 이미지가 영화의 한 장면 장면을 구성해 전체적 패치워크를 완성해 낸다고 할 수 있다.
한국어, 일본어, 영어가 뒤섞이는 장면도 흥미롭다. 양익준 감독이 호텔 프론트 직원으로 출연해 능글맞은 호색한 연기를 하는 것도, 김꽃비가 성숙한 여성으로 등장하는 것도 '똥파리'를 본 관객에게는 색다른 체험이 될 듯 하다.
굳이 이 영화의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해 보자면 여행지의 미스테리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여행지, 삶의 일상적 공간을 탈주해 가 닿은 다른 공간은 이 곳에서 알지 못했던 다른 나를 보여준다. 여기, 이 곳의 삶에서 볼 수 없었던 진짜 “내”가 여행지에서 문 듯 떠오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여행 온 일본 여자, 한국 여자 역시 그렇다. 그들은 그곳에서 결국 자신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고 확인한다. 여행은 결국, 변하기 위해 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