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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자전_박태식 평론가

 

                                     방자전

 

     ‘방자전’(김대우감독, 한국, 극영화, 2010년, 124분)은 상영되기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비록 사전에 확인 할 수는 없었지만 주연 여배우의 노출이 굉장하다더라, 춘향전을 비단 패러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바꿔놓았다더라, 김대우 감독의 이전 작품인 ‘음란서생2006’에 비해 훨씬 노골적이더라, 등등.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들이 대체로 맞아떨어졌다. 주연 여배우는 그간에 어중간 했던 처지에 바야흐로 배우로서의 위상이 급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었던지 이 영화에 승부를 걸었다. 마치 ‘타짜’에 나왔던 주연 여배우가 과감한 노출 연기로 일거에 인기를 회복했던 전례를 이번엔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듯 했다. 그 정도 노력을 했으니 결과도 좋았으면 한다.

     춘향전의 패러디 문제는 상당히 심각했다. 춘향전의 고향인 남원市에서 대대적으로 영화를 비난한 모양인데 스토리 왜곡이 심해 춘향전 원래의 모습, 이를테면 정절과 권선징악 같은 고전적 가치가 훼손되었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니 물론 그런 점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영화나 연극 같은 극본 중심의 창작물들은 언제나 관객의 예상을 앞질러야 한다는 암묵의 원칙이 있다. 흥행을 전제로 할 때 뻔한 이야기 전개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원市의 문제 제기 덕분에 영화 흥행에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는 후문도 있었다.

     ‘음란서생’에서 이미 간파한 바지만 김대우 감독은 전통 계급사회에게 대해 강렬한 반발심을 갖고 있다. ‘음란서생’에서 집안 어른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 한석규의 부인이 당돌하게 가운데로 나와 남편을 요란하게 꾸짖는 장면은 대단한 파격이었다. 감히 아녀자가 할 일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방자전’에서는 그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영화에 나오는 조선 시대 양반과 관리라고 하는 자들의 행태는 꼴불견의 극치였다. 관료주의, 양민수탈, 반상구별, 출세지향, 역사왜곡........ 그 모든 허위의식들이 이른바 정도를 추구해 마땅한 양반들의 숨은 진실이었다. 특히, 이몽룡의 비열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게 ‘방자전’이었으니 망정이지 만일 ‘영포전’이었다면 과연 이렇게 유쾌한 웃음이 나올 수 있을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김대우 감독의 목적이 만일 그런 것이었다면 ‘방자전’은 대단히 통쾌한 영화이다.

     마노인 역의 오달수와 변학도 역의 송새벽과 향단역의 류현경은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오달수는 어떤 역할이든 노골적인 색깔을 내는 데 명수다. 요즘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마노인 역에 오달수 말고는 다른 배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방자전’의 변학도는 감독이 온전히 새롭게 만들어낸 캐릭터이다. 그런데 송새벽이란 배우는 정말 이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딱 감독이 원했음직한 설정이다. 방자에겐 사실 향단이 제격인데 그만 일이 틀어져  향단은 처량한 운명의 여인네가 되고 말았다. 류현경은 자신의 몫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한 평생 몸종으로 살아온 방자에게 어느 날 햇살이 들이닥친다. 그러나 종놈의 신세라 악독한 양반의 노리개 감이 되어 희망이 사라진 세계에서 살아야만 한다. 그것이 방자의 운명이라면 세상은 너무나 잔인한 곳이다. 방자의 순수한 사랑은 세상을 적당히 이용해 잘 먹고 잘 살려는 이몽룡의 형편없는 윤리 의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경지이다.

    방자의 행보를 통해 지배계급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돋보였다. 섹스 코미디라는 코드를 지나치게 부각시키지만 않았더라면 참으로 좋은 영화가 될 뻔했다. 아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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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0-11-06

조회수6,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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