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 (영화평론가) 200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액션 누아르. 이 작품이 장편데뷔작인 젊은 남아공 감독 자밀 쿠베카는 짐바브웨인들과 남아공인들간의 대규모 살해사건과 여기에 투입된 세 명의 특수경찰 스콜피온 요원들의 활약상을 대담한 연출로 그려내고 있다. 말 그대로 검은 영화의 살아 꿈틀거리는 에너지가 전해져 온다. 폭력의 어두움과 폭발력이라는 층위가 종교적 구원과 갱생의 층위와 어떻게 겹쳐지는지 들여다보면서 영화는 계속해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이는 2008년의 어느 끔찍한 사건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 나아가 글로벌화된 전지구에까지 적용되는, 외국인혐오증을 기반으로 한 파시즘의 창궐의 한 예로 보아야 할 것이다.
감독은 자국 역사와 문화를 꽃피우다가 자꾸만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짐바브웨와, 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를 잘 꾸려나가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남아공, 이 두 나라 사람들의 갈등이라는 상징적 표현을 통해 아프리카의 단결과 남아공의 역할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갱을 이용하여 비리를 일삼고 자기의 탐욕을 채우는 시의원과 이에 결탁한 법조인이 하층민 인종 간 갈등이라는 사건 뒤에 어떤 음모를 꾸며왔는가를 끝까지 명확하게 추적하지는 않는다. 이 보다는 다이내믹한 캐릭터들을 다양하게 보여줌으로써 남아공이 처한 여러 측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애쓴다. 예를 들어, 치안 유지 임무 중 사생활이 복잡하게 꼬인 경찰, 방어를 위한 폭력에 갈등하는 신부, 법조인 가문의 전통을 버리고 특수경찰이 된 청년 등 공적, 사적 갈등으로 다양하게 얽힌 개인들을 강조한다. 영화는 전형적 방식으로 서사를 구축하고, 비애감 넘치는 음악과 빠른 커팅, 화려한 카메라 워킹으로 관객을 극에 몰입하게 하여 재미를 준다. 반면, 뉴스릴 장면과 다큐멘터리, 현장 사진 등이 중간 중간에 섞이며 현실감을 끝까지 유지한다. 영화는 비극적 결말을 흑백의 슬로 모션으로 처리하며 더욱 비애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한다. 이는 폭력의 악순환과 선한 주인공의 세속적 변화라는 희망 없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지금 현재 출구 없이 나락으로 추락하는 짐바브웨의 비극적 현실을 의미한다.
현 남아공에서 인기가 높은 스타 배우진들이 총 출동했으며, <디어 헌터> <헤어> <똑바로 살아라> <대부3> <살바도르> 등에 출연했던 왕년의 스타 존 세비지가 분노에 찬 가톨릭 신부로 출연해 노인이 된 그의 최근 모습을 볼 수 있다.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아프리카 영화의 현재를 경험할 귀한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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