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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 감독의 『나의 사랑, 그리스, Worlds Apart』

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 감독의 나의 사랑, 그리스, Worlds Apart

그리스의 우울을 통해본 우리의 모습

 

세 개의 에피소드. 하나의 줄기는 20, 40, 60대에 걸친 연령적 사랑을 이야기 한다. 감독은 사랑의 시원(始源)을 그리스로 설정하고 중앙도서관에 묻혀있는 에로스에 관한 장서들의 사연 같은 꿈틀되는 현재적 사랑을 애틋하게 풀어낸다. 감독은 한국 제목의 낭만적 느낌과는 사뭇 다른 분열된 세상의 위기감과 파장을 조절해내며 세상의 속내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긴 이름의 미남 감독은 그리스의 많은 신화들처럼 죽음으로 항변한 사랑, 표류하는 사랑, 깊이 있는 성찰위에 피어나는 사랑을 진설(陳設)하고 그 의미를 헤아리도록 배려한다. 영화는 현실적 주제와 모두에게 불어올 수 있는 사랑의 담론을 중심으로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함을 보인다. 등장인물들은 사랑의 선택과 치유를 위한 방법들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리스 신화와 전설이 거대한 지붕처럼 내려앉아 무리함수처럼 불가해한 것처럼 보이는 영화적 상황은 뛰어난 연출력과 수사력으로 정제되고 다듬어진다. 영화는 억지나 과장 없이 그리스의 정치적 상황, 빈한한 시대의 정의와 양심, 사랑에 관한 담론을 다 담고서도 군더더기를 보이지 않는다. 비굴해지지 않고, 당당하게 불의와 맞서는 용기는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한다.

 

What If, 어쩌지에 이은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은 배려와 소통의 말 ‘Are you O.K?, 괜찮아요 ?’, 이 세상의 모든 고민의 상징 로세프트 50mg’, 늦은 선택의 핵심어 세컨드 찬스로 극적 구성을 갖는다. 난민을 공격하는 파시스트적인 장면에 대한 우화적 희화, 토마토를 사지 못하는 아이러니적 표현은 감독이 현 그리스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에 대한 입장을 보여준다.

 

놀라운 미장센 위에 세 커플이 일구어 가는 사랑 이야기, 연기력 차이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감독은 연기력의 높낮이를 조절하면서 조화를 만들어낸다. 세대별 사랑의 차이를 다루는 젊은 감독의 솜씨는 기성세대 감독의 노련미를 앞서 있다. 회화적 프레임 속에 리듬감을 탄 연기적 유선(流線)은 절제된 대사와 움직임으로 압도적 몰입감을 제공한다.

 

영화연기의 XY, 이스라엘 배우, 그리스 흥행감독, 다양한 영화제 수상 배우가 담당한 X축은 시한폭탄처럼 다가온 미술학도였던 시리아 난민청년 파리스(타우픽 바롬), 실직의 불안감 안고 사는 매력적인 별거남 지오르고(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 세상의 이치를 달관한 노신사로 독일 뮌헨대 역사학 교수로 정년한 세바스찬(J.K 시몬스)으로 구성되어 있다.

 

데뷔배우, ‘뤽 베송등의 유명 감독의 작품에 다수 출연한 헝가리 배우, 그리스의 유능배우가 담당한 Y축은 괴한의 습격에서 도움을 받고 사랑에 빠진 난민의 아픔을 이해하는 정치학도 다프네(니키 바칼리), 구조조정을 위해 스웨덴에서 파견된 헤드헌터 엘리제(안드레아 오스바르트), 평생 가족에게 헌신하다 권태에 빠진 가정주부 마리아(마리아 카보기아니)로 짜여 있다.  

 

배우 출신 감독은 각본, 연출, 연기 어느 분야에서도 다재다능한 능력을 보인다. 음악은 감정이 차단되고 유리처럼 드러난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기원하는 그리스인들의 낭만적 기질을 응원한다. 그리스의 우울을 감싸는 것은 60대 노인들의 사랑의 감정이다. 그들에게서 그리스를 살릴 새로운 힘의 한 축인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스에 온 사람들은 영화에서건 현실에서건 사랑에 빠진다. 영화에서는 각기 다른 이유로 그리스에 왔지만 시리아 청년, 유럽 여성, 독일 남성으로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성장 환경과 문화적 이질감을 털어내고 뭉친 영화는 정석적 영화의 표본이 되었다. 그들이 써 내려간 러브스토리는 깔끔한 편집에 담겨 화창한 봄날에 사랑의 향기를 뿌리고 있다.

 

나의 사랑, 그리스는 창의적 연출력, 다양한 영화적 장치들, 훌륭한 연기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수작(秀作)이다. 영화적 황금광시대에 장르적 쏠림에 흔들리지 않고, 시대를 사유하고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관객들의 순수한 마음들을 훔쳐내는 자세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험한 세상에 나침반 같은 영화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좋은 관객이 좋은 영화를 보게 만든다.

 

 

장석용/ 영화평론가,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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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장석용

등록일2017-04-20

조회수7,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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