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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없었던 해> - 강유정

강유정(영화평론가) 

아잠이 돌아온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알리는 그를 반갑게 맞는다. 언젠가 어렸을 때 갔던 섬으로 아잠과 알리 그리고 알리의 아내는 소풍을 떠난다. 어린 시절 그들은 그 섬에 보물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들은 어린 시절처럼 낚시를 하고, 고기를 구워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달빛과 함께 낚시를 하던 그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전설을 이야기 한다. 전설의 내용은 이렇다. 바다에 빠졌던 한 남자가 물의 정령에게 구출된다. 그는 물의 정령과 함께 물 속에서 살아간다. 결점이 없던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어느 덧 그는 뭍의 감촉을 그리워하게 된다. 머리카락을 날리던 바람의 감촉, 발바닥을 간질이던 풀의 감촉이 그리워진 남자는 뭍으로 돌아가겠노라고 말한다. 이별을 슬퍼한 물의 정령은 모래 알갱이 하나를 선물한다. 만약, 뭍의 삶에 실망한다면 이 모래알을 삼켜 다시 나의 곁으로 돌아오라고 말이다. 그런데 돌아간 뭍의 세계는 자신이 생각했던 곳과 다르다. 물 속의 일년이 지상의 백년과 맞먹기 때문이다. 이미 백년이 지난 뭍 위에 그가 기억하던 과거는 없다. 그는 모래 알을 삼켜 다시 물의 정령 곁으로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그만 그는 모래를 잃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그는 게로 변해 계속해서 모래를 삼키고 뱉기는 반복한다. 혹시나 그 모래 알갱이를 찾을까 싶어서 말이다. 

이야기 끝에 아잠은 물 속으로 사라진다. 이 마술적 이야기 가운데서 게는 아잠의 메타포로 다가온다. 그는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고향에 되돌아온다. 사연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아내와 얽힌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뭔가 깊은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잠이 사라진 후 알리는 그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그의 기억 속에 아잠은 늘 그곳, 고향, 바다를 떠나 도시로 가고 싶어하던 아이였다. 그렇다면 아잠이 떠나고 싶었던 고향은 어떤 것일까? 그 이미지는 영화의 초반부 달빛과 검은 파도에 실린 신비가 아니라 앞이 보이지 않는 고단한 노동의 연속일 뿐이다. 담배와 일에 찌들어 사는 아잠은 일이 싫다고, 이렇게 끝나지 않을 단순노동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호소한다.

마침내 그는 고향을 떠난다. 그리고 돌아왔다. 고향을 떠나기 전 아잠과 알리는 보물을 찾아 섬에 가지만 박쥐똥만 찾고 만다. 어쩌면 아잠도 그랬을이지 모른다. 아잠은 고향 마을의 전설의 섬이 배반한 꿈을 찾아 도시로 갔다. 그곳엔 아잠이 찾던 보물이 있었을까? 간절하게 되돌아가고 싶지만 너무나도 떠나고 싶었던 “고향”이 도시보다 덜 남루한 공간이었지만 아잠에게 마법의 모래 알갱이는 사라진 듯 싶다. 그는 그 모래 알갱이를 찾아 물 속 어딘가로 사라진다.
초월적 마술의 이미지로 그려진 수평선 너머의 평화로운 공간과 달리 탄추이 무이가 담아 낸 세상은 고요하지만 냉정하다. 그 냉정한 고요 너머에 탄추이 무이가 담고 싶었던 “전설”의 공간이 있을 것이다. 환멸을 거듭해가며 성장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곳, 어쩌면 이 지독한 현실을 관통하는 방법은 견디거나 사라지는 것 둘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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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1-12-18

조회수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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