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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류승완의 어떤 경지

<베를린>-류승완의 어떤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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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감독
    류승완
    출연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이경영
    개봉
    2012 대한민국

    리뷰보기

 

 

 

 

 

 

 

 

 솔직히 고백하건데 나는 그의 데뷔작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굉장한 걸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떤 의미에서든지 간에 대단하다라고 생각한다. 6500만원이라는 제작비와 당시 류승완을 겉돌던 열악한 환경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외양을 얼핏 조악하게 만들었지만 거기에는 분명 야수 같은 에너지가 줄곧 흐르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파격적인 데뷔 이후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예술가(artist)가 되기보다는 장인(master)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필모그래피를 꾸준히 쌓아갔다. 모두가 다른 작품이었지만 류승완 특유의 치열하고 생경한 기운이 존재했다는 점은 같았다. 그리고 나는 2013년 겨울 그가 극도의 스트레스 아래 베를린에서 완성했다는 영화를 보며 드디어 류승완이 장인(master)으로서의 영화를 선보임과 동시에 내내 거칠던 그 야생적 기질을 고전미마저 느껴지는 미장센과 컷의 편집, 쇼트의 리듬으로 온전히 통제해내고야 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느꼈다. 그의 여덟 번째 작품은 그러했다.

 

 

 

 <베를린>-스토리가 아닌 편집과 미장센의 측면에서-굉장히 밀도 있게 구축되어있는 영화다. 영화를 보며 내내 감탄했던 것은 <베를린>이 대체로 장면전환이 빠르고 구도와 편집의 타이밍이 능란한 장르영화이자 액션영화, 다시 말해 롱 테이크가 중요하게 작동하는 영화가 아님에도 미장센이 몹시 훌륭했다는 점이다. 표종성의 집이나 클라이맥스 액션이 펼쳐지는 베를린 교외 어느 오두막의 화면을 구성하는 여러 시각적 요소들은 정말 훌륭하다. 베를린이 주요 촬영지이기는 하지만 극중에서 베를린의 거리나 야외 장면보다는 상대적으로 프레임내의 시각적 구성을 통제하기가 쉬운 실내장면들이 많았다는 점도 이와 연관되어있는 듯하다. 이런 공들인 미장센은 무채색의 푸르스름한 <베를린>의 화면 톤과 어우러져 묘한 느낌을 발산한다. 어떤 마스터 숏들은 화면에서 파랗고 색이 없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최영환 촬영감독의 이런 작업은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탄탄한 미장센 위로 펼쳐지는 것은 감각적인 구도와 편집, 카메라다. 전작 <부당거래>에서도 인상적이었던, 지속적으로 줌 인과 줌 아웃을 반복하며 형성하는 영화의 내재율은 어느 순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줌인과 동시에 관객을 말 그대로 빨아들여버린다. 그와 더불어 반복적으로 시행되는 뒷 배경의 포커스아웃. 류승완은 그렇게 인물들을 베를린으로 대변되는 비정한 세상과 유리시킨다. (적어도 내 의견으로 류승완은 우리나라에서 줌 인과 아웃, 때로는 트래킹 인과 아웃을 가장 잘 사용하는 감독이다. <부당거래>의 오프닝 시퀀스를 보라. 끊임없이 화면을 밀고 당기며 어떤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동시에 생기는 리듬감은 영화에 규칙적인 긴장을 불어넣는다. <베를린>에서도 예외는 없다.)

 

 

 

류승완의 영화에서 정서가 발현되는 방식

 

 

 

 <베를린><>시리즈 이후 이제는 장르적으로 까지 인식되는 매우 사실적인 액션을 구사하는데 감독 본인도 인정하듯 굉장히 처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거칠다. 일반적으로 많은 액션영화의 경우 격투 장면을 찍을 때 동선을 따라 카메라가 거칠게 흔들리는 헨드헬드로 사실감과 질감을 부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베를린>에서는 그런 식의 연출 대신 액션 장면에서도 고정된 카메라로 패닝과 틸트, 트래킹 인과 아웃 등의 기법을 사용했다는 점은 중요하다. 극중 표종성이 동명수가 보낸 요원들과 자신의 집에서 격투를 벌이는 장면을 보라. 그 장면은 자칫하면 3편에 걸친 본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이 맞닥뜨리는 수많은 액션 씬 들의 클리셰로 전락하기 쉬웠다. 그러나 류승완이 위의 방법들을 사용해 연출해낸 주요 장면들은 그런 위기를 피해갔음은 물론 무언가 고전적인 느낌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베를린>을 그저 잘 만든 한국형 액션영화라는 한 줄 평으로 갈무리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 ‘웰 메이드 액션영화로는 현재 할리우드의 시스템을 따라갈 곳이 없기에 <베를린>을 위와 같이 규정짓는 일은 허무하고 무책임한 행위로까지 느껴진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베를린>을 보고난 이후에 그 액션 장면들에 대해서만 언급하지만 나는 그것이 영화의 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류승완의 작품세계에서 액션 씬 들은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될 수 있을지 언정 가장 주요한 동인으로 작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류승완의 관심은 언제나 인물들이 원하지도 않았고 예상치도 못했던 우연의 파국, 혹은 극히 사소한 인과관계로 인해 벌어진 소용돌이 속에서 전체를 보지 못하고 투쟁하는 개인의 반응을 연구하는데 있었고 그의 영화에서 액션 장면은 그 반응 중에서도 가장 처절한 발현일 뿐이다. 지난 8편의 작품에서 그가 치열하게 탐구해온 테마-(이게 뭔지도 모르겠고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살아야겠는 사람들을 미시적으로 바라보는 것)-<베를린>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주먹으로 싸우는 장면에서 그의 액션이 <미션 임파서블>이나 <007>의 그것처럼 깔끔하고 멋들어지게 펼쳐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것은 인생의 가장 가라앉은 저점에서 절박하게 구르는 사람들의 방식이 아니다.

 

 

 그런 유효함속에서도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여전히 들끓지만 한편으로는 서늘하면서도 세련된 외양이다. 뜨겁고 끈적거리던 초기의 류승완은 13년의 세월을 거쳐 관객에게 서늘하고 세련되었다는 인상을 주는데 까지 이르렀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부터 이어온 특유의 비관주의와 넘치는 에너지는 아직도 살아있다. 우리는 이제 류승완이 그 말에 재갈을 물리고 완전히 고삐를 틀어쥔 모습을 목격했다. 거침없이 질주해온 류승완의 시네마틱 에너지는 2막에 이르러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류승완의 다음 13년은 어떻게 펼쳐질 것 인가. <베를린>은 영원히 청춘으로 살아있을 것만 같던 감독이 40에 이르러 젊은 시절 자신의 들끓음을 어떻게 또 다른 영화적 감각으로 치환해내었는지에 대한 좋은 사례다. 나는 그의 다음 작품이 미칠 듯이 궁금하다. <베를린>이후에 펼쳐질 류승완의 어떤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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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박웅

등록일2013-04-23

조회수46,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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