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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영화평

동유럽을 여행하고 싶게 만드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요즘 영화 비수기 같다....수상한 그녀를 생각없이 웃고 보고 나오고 이후 볼 영화를 찾던 중 노예 12년을 보고 싶었으나

역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은 울나라에서는 쫄딱 망하는지라 2주도 안되서 교차 상영으로 들어가 결국 놓치고 무슨 영화를 봐야하나란 생각하던 중 전혀 듣도보도 못한 우연히 보게된 영화다....물론 요즘 영화정보프로그램을 못봐서 내가 개봉을 몰랐을 수도 있다.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음...정말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거...새롭다....여운이 남는다...정말 좋은 시는 쉽게 알 수 있는 시라고 한다. 이 영화는 베를린 영화제의 은곰상 수상했지만 무겁지 않다. 내용 상 인간의 욕망을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장면이 나옴에도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상은 따뜻하다! 흥미진진하다란 말이 먼저 나온다. 그래서 이 독특한 영화를 난 추천한다.

 

 

이 영화는 옛날 문학수업을 떠오르게 한다. 이 소설은 이런 구성방식으로 되어있으며 몇 인칭 시점이에요 라고 암기하던 그 시절 문학수업 말이다. 영화적 전문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이 영화를 소설로 표현해내면 액자식 구성으로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듯 하다가 메인 이야기는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내용을 풀어낸다. 큰틀에서 화자 소설가가 등장하나 이 역시 허구된 인물이으로 마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처럼 엔딩에 참조된 것이라 말하지만 모든 것은 창조된 시나리오 안 등장인물일 뿐이다. 액자식 구성답게, 마치 액자 속 그림을 보다가 그림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 한 영화 전개가 계속된다. 유명한 소설가가 자신의 작품을 쓰는데 있어서 온전한 상상력을 바탕이 아닌 여러 사람들의 삶을 관찰함으로써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고 카메라를 앞에두고 녹화를 하다가 마치 카메라에 담긴 어떤 그림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처럼 새로운 이야기속으로 빨려들어가 듯 메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마치 희곡을 읽는 듯 사건의 중심에 있는 두 주인공의 모험담의 시작과 끝을 4막으로 나누어 보여줬다. 그리고 그 내용 안에는 시대배경과 어울려 사건의 전말을 촘촘하게 풀어내고 있다. 액자 속 그림처럼 페이퍼 아트화한 듯 케이블 카로 이어지는 산 속 분홍색 부다페스트 호텔(위 포스터 참조)은 정교하고 아기자기하게 예쁜 느낌으로 마치 카메라를 들고 zoom in 하듯 전환되면서 메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또한 이러한 동화같은 느낌의 색감과 미술 소품들은 부다페스트라는 헝가리 수도 이름과 함께 동유럽 특유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해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이야기가 끝날때는 시작과 달리 카메라를 zoom out 하듯 현실 속 1985년도로 화면으로 전환되면서 진짜 내가 동화책을 읽다가 나온 기분이 들도록 생동감 영상으로 표현했다...영화 속 전개 동안 난 액자식 구성을 차용했어요 라고 말해주는냥 감독은 영화 촬영 기법에서 이를 돋보에게 보여준다. 마치 마리오네뜨 인형극을 보는 듯 작은 무대박스 안 등장인물 확대하여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이것은 앞서 말했듯 지식이 부족하여 아래 스틸컷을 참조 요한다.

 

<주인공 무슈 구스타프의 탈출 장면에서 유난히 독보이는 철창문의 사각 프레임>


<서지의 고해소 장면을 통한 사각 프레임>

<경리 조플링에게 쫓기는 마담 D의 변호사의 열차 창문 사각 프레임>

 

이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줄거리-네이버

세계 최고 부호 마담 D.의 피살사건!
범인은 전설적인 호텔 지배인이자 그녀의 연인 구스타브?!

1927년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어느 날, 세계 최고 부호 ‘마담 D.(틸다 스윈튼)’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다녀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그녀는 유언을 통해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명화 ‘사과를 든 소년’을 전설적인 호텔 지배인이자 연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 앞으로 남긴다.
 마담 D.의 유산을 노리고 있던 그의 아들 ‘드미트리(애드리언 브로디)’는 구스타브를 졸지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게 되고, 구스타브는 충실한 호텔 로비보이 ‘제로(토리 레볼로리)’와 함께 누명을 벗기기 위한 기상천외한 모험을 시작한다.
 한편, 드미트리는 그녀의 유품과 함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까지 차지하기 위해 무자비한 킬러 ‘조플링(윌렘 대포)’를 고용하기에 이르는데…
 기상천외하고 미스터리한 사건의 세계!
 전세계가 경험할 황홀한 모험에 초대합니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 나온 열쇠>

소설가의 기념비에 달린 열쇠, 그리고 이야기 속 로비에 장식된 열쇠....열쇠란 기본적으로 외부로부터 차단을 목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은 잠금의 기능이 아닌 해제의 기능도 있다. 비밀 일기 속 자신만의 은밀한 이야기를 봉해 놓으나 가끔씩 해제하여 꺼내어 본다. 열쇠는 여기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꺼내보고 닫을 수 있는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닐까....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비밀을 안고 있는 인생사처럼 말이다. 이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비밀스런 이야기 중 하나를 꺼내보듯 한 소녀가 소설가 기념비에 열쇠를 걸며 소설가의 삶으로, 그리고 소설가는 호텔에 열쇠를 찾으며 호텔에서 만난 호텔 주인 구스타프의 삶을 엿보고 마침내 이야기가 끝날 때쯤쯤 다시 로비에서 열쇠를 통해 이야기를 봉하는 듯 하려한다. 마치 장롱문을 열면 마법의 세계가 펼쳐지듯 이 이야기는 열쇠를 통해 누군가의 삶(시공간을 넘어든 새로운 세계)을 간접체험하는 소품을 책이 아닌 열쇠란 매개물로 보여준다. 이러한 열쇠의 기능은 포스터에 잘 살려있다. 각 호텔의 방 열쇠마다 각 인물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열쇠를 열면 그 인물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열쇠란 앞서 말했듯 무언가를 숨기고픈 혹은 간직하고픈 인간의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이 은밀한 욕망이든 아니면 소중한 무언가이든....비록 열쇠가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인간의 심리에서 비롯된 열쇠의 기능은 계속해서 보여준다. 호화 호텔이란 배경 속 아무것도 부족함 없어 보이는 사치스러운 귀부인들은 자신들의 은밀한 욕망을 "do not disturb"란 팻말과 함께 잠겨진 호텔 방 내에서 무슈 구스타프와 한다. 그리고 제로와 구스타프가 함께 들고 나온 "사과를 든 소년' 작품은 처음 그것이 벽에 걸려있던 것과 달리 금고에 숨겨둔다. 

 

 <나이든 귀부인들에게 둘러쌓인 구스타프의 모습>

 

<사과를 든 소년의 작품을 금고에 숨기는 장면>?

 

<왜 하필 컨시어지인가?>

위 열쇠와도 일맥상통하는 컨시어지....컨시어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고객의 비밀 보장이다. 구스타프는 제로를 교육할 때 가장 중요한 것으로 고객에 관해 남에게 누설해서는 안된다고 하며, 제로는 아가사를 찾아가는 중 새로운 로비보이에게 "로비보이는 입이 그렇게 가벼워서는 안된다"란 말을 한다. 호텔이 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물질적 서비스 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비밀 보장이다. 그리고 비밀이란 소수만이 가질 수 있는 정보이며 이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중요한 무기다. 구스타프가 탈출 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도주가 가능했던 것은 정보력이란 무기를 가진 소수의 집단의 힘을 빌어 가능했던 것이다. 제로와 무슈 구스타프가 도주 하며 누명을 벗겨줄 핵심인물 서지를 만나는 배경이 수도원인 것도 바로 비밀이 가장 보장되고 차단된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과를 든 소년의 미술품 뒤, 서지 집사는 confidential이라 적힌 서신을 몰래 꼽아놓는다. 기밀이란 이 단어는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핵심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의문과 함께 한 사람의 비밀에서 시작해서 비밀로 끝난다고 해도 다름없다. 많은 고성과 호텔을 가진 부호 제로 무스타파가 왜 엘레베이터보다 작은 직원방에 숙박하는가 그리고 이 돈도 안되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여전히 손해를 보면서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무스타파가 간직한 비밀에 대한 호기심을 야기했다. 그리고 무스타파는 자신의 비밀을 마치 보석함을 열자 오르골 소리와 함께 태엽 인형이 나오는 것처럼....시작한다. 이러한 느낌을 살린 것이 멘들 상자라 생각한다. 아마 유난히 멘들 상자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닐까? 추억이 담긴 멘들 상자에는 달콤하고 이쁜 케익도 있으며 그 케익 안에는 날카로운 칼과 같은 도구도 들어있다. 아가사와의 달콤한 사랑 그리고 스승 무슈 구스타프와의 우정과 모험담과 같은 추억이 있다면, 그 이면에 결혼 후 2년뒤 아가사와 딸을 상실한 아픔, 구스타프의 뜻밖의 사고로 인한 죽음이 이 멘들 상자 속 실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무스타파가 사용하는 작은 직원방>

<멘들상자에 둘러쌓인 무스타파와 아가사>

사랑이란 핑크빛 기류를 분홍색 멘들상자에 둘러쌓인 그들의 모습으로 동화처럼 표현했다.

 

<미술 그리고 시>

사실 초반 구스타프가 시를 낭송할때 난 정말 뭔가 의미있는 말이 있는 것인가 하고 엄청 주목을 하였으나, 이것은 그저 낭만적인 구스타프의 성격을 표현해준 것일뿐 ?아무 의미는 없는 듯 하다. 하지만 그의 그러한 여린 감성은 이 이야기를 함에 있어 필수적이다. 전쟁으로 뿔뿔히 흩어져 불법 이민이 아닌 난민으로 자기 살 곳을 잃고 온 제로에 대한 연민과 우정의 계기를 만들어 준다. 또한 사건의 전환에 큰 역할을 하는데 "사과를 든 소년"이란 미술작품이 마담 D의 유언에 딸 구스타프에게 남겨지자 마담 D의 아들 드미트리가 이를 못가져가게 하려니까 에곤쉴레의 그림을 대신 걸고 이것을 가져가기에 이른다. 물론 사건의 주요 발단은 살인 누명이지만 "사과를 든 소년"의 그림은  많은 역할을 한다. 이동진의 리뷰를 보니 이 그림은 실존하는 것은 아니라 하며 에곤쉴레의 그림도 모작일 뿐 실제 에곤쉴레의 그림은 아닌가 보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치듯 보여줬어도 알았을 것이다. 구스타프 이름처럼 에곤쉴레의 그림을 걸려 할 때 옆에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이 나온다. 같은 구스타프군....이란 생각이 먼저 든다...딱 보면 클림트 작품이군 이라고만 알 뿐 작품명을 모르는 관계로 왜 굳이 보여줬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에곤쉴레의 모작과 사과를 든 소년은 주목할만하다. 

사과란 성경에서부터 금단 혹은 금기의 상징물로 일컫어졌다. 앞서 말했듯이 아무것도 아쉬울 것이 없는 것 같은 늙은 귀부인들은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그들에게 요하는 시대상의 정숙함과 달리 구스타프와의 욕정을 나눈다. 미소년은 구스타프, 사과는 인간의 탐욕이라 할 수 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젊음,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을 구스타프를 통해 얻으려 하며, 이러한 거스르는 탐욕을 사과에 빗대어 보여준 듯 하다.

에곤쉴레의 모작 역시 젊은 두 남여의 포옹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데 사실 에곤쉴레의 그림 대부분이 누드다. 그래서 별 의미가 없다고 볼 수 도 있으나, 난 드미트리가 그 액자를 깨부스는 순간 이 그림이 드미트리에게는 자신의 엄마와 구스타프의 관계로 보여진게 아닌가 싶다. 자신의 엄마의 부정한 행동 그리고 구스타프의 혐오감을 액자를 부스는 행위를 통해 보여준 것은 아닌지...너무 멀리간 것일까?

 

<왜 동유럽인가?>

이 영화에서는 시대적 배경(각 막을 시작할 때 직접 년도를 언급)을 직접 알려도 주지만 그 당대의 이데올로기(파시즘, 재산 공유화)를 언급해주므로써 시대적 힌트도 준다. 이제는 명성만 남은 부다페스트의 호텔과 과거 아름답고 화려했으나 구소련 즉 지금은 그저 문화적 유산만 있을 뿐 내실은 없는 동유럽의 현실이 상응하는 듯 하다. 동유럽은 몰락했으나 과거 화려한 그 시절에 대한 작가의 그리움으로써 주인공 무스타파가 그의 사랑과 추억이 있는 최고의 시절 부다페스트 호텔을 잊지 못하고 일년에 세번씩 찾아오는 그것과 같다. 고향을 찾아오듯 호텔을 찾는 무스타파의 모습은 어찌보면 구스타프의 모습에서도 보여진다. 고향이란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함 떠오르는 것이다. 구스타프는 어떤 물질적 댓가를 바라고 귀부인들을 대하지 않는다. 그는 어머니뻘 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대한다. 그에게 돌아갈 고향은 나오지 않지만 고향과 같이 따뜻한 누군가ㅏ에게 품기고 싶은 그의 감성이 나이든 노부인과의 관계를 만들어준 것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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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윤혜미

등록일2014-03-30

조회수3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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