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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티아고

나의 산티아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스페인의 이 소도시가 우리나라에 알려지게 된 것은 800km에 달하는 순례길 때문이다. 예수님의 제자인 성인 야고보가 걸었다고 하는 전설의 길인데 산티아고에 있는 성인의 무덤에 도착해보니 시신이 조개껍데기로 뒤덮여 있었다고 한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순례자들은 십자가가 새겨진 조개껍질을 기념품으로 사들고 돌아간다. <나의 산티아고>(Ich bin dann mal weg, 줄리아 폰 하이츠 감독, 극영화/코미디, 독일, 2015, 92)라는 영화에 조개껍질이 종종 등장하는 이유다.

최근에 산티아고 순례를 갔다 온 이의 말을 들으니 독일 순례객들은 하나같이 동명소설을 읽고 순례길에 나섰다고 하더란다. 독일 코미디언 하페 케르켈링이 쓴 나는 한번 길을 나서 보았어라는 소설이다. 주인공 하페(데비드 스트리에소브)은 나름 성공한 코미디언으로 즐겁고 화려한 인생을 살아갔다. 그러다가 건강이 극도로 나빠져 휴식이 필요하다는 충고를 의사에게 들었고 그 다음 날로 산티아고 순례 길에 나선다. 몇 년, 몇 달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출발한 사람들과 다르게 그는 맘을 먹은 다음날 출발한 것이다. 원래 여행이란 그렇게 해야 하지 않는가?

하페의 눈에 비친 순례길은 그의 코미디만큼이나 냉소거리이다. 안락한 호텔을 놓아두고 유스호스텔에도 못 미치는 환경의 숙소를 선택하지 않나, 바로 옆에 쌩쌩 달리는 최고급 버스를 거부한 채 무거운 배낭을 지고 도보로 길을 걷지 않나, 중간 기착지를 거쳤다는 사실을 확인받으려 스탬프 줄 뒤로 길게 늘어서지를 않나, 이런 악조건의 여행길에서도 젊은 남녀들이 서로 시시덕거리지 않나, 그리고 피레네 산맥을 넘으려 10km 이상 오르막을 걸어 올라가는 미련한 짓을 또 무엇이란 말인가.

하페가 순례길을 걸으며 던지는 질문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끊임없이 바뀐다. 하느님, 붓다, 야훼, 알라, 천제天帝 중 누구라도 좋으니 산티아고에 가면 당신이 누구인지 물어볼 것이다. 질문의 답을 찾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질문이 무엇인지 물어볼 테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왜 끝까지 가야 하는가? 많은 순례객들이 중간에서 포기하는 데 말이다. 어머니는 왜 어린 나만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는가? 왜 나는 그 때부터 사람들 앞에서 웃기기를 좋아했을까? 거기다가 순례길에 친구가 된 두 여성들의 질문까지 더해진다. 죽은 딸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스텔라)?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레나)

영화는 질문 투성이였다. 그리고 이 많은 질문들을 통괄하는 하나의 질문으로 영화가 서서히 나아간다. 하페는 비록 매사에 즐거워 보이는 코미디언이기는 하지만 속으로는 고통스런 존재의 갈등을 겪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니 산티아고 순례는 인생의 길을 놓친 그에게 숙명과도 같은 여정이었다.

척박한 스페인 땅을 가로지르는 거친 여정도 볼만했지만, 산티아고 성당의 향로 의식은 압권이었다. 예로부터 미사를 드릴 때면 향로가 등장했다. 그 연기로 집전자인 주교와 사제를 축복하고, 성서도 축복하고, 미사에 참여한 그리스도인들도 축복한다. 원래 악귀를 내쫓고 성당을 정화淨化하는 의식이었으나 그 의미가 축복으로 발전한 것이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오래된 성당, 이를테면 명동의 가톨릭 주교좌성당이나, 덕수궁 옆 정동의 성공회 주교좌성당에 가면 천장에서 길게 내리어진 향로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산티아고 성당의 향로의식은 그 자체로 볼만한 것이었다.

하페는 산티아고를 얼마 앞두고 성모상이 있는 돌무덤에 어머니로부터 받은 돌을 올려놓는다. 평생 간직해온 돌맹이였다. 하도 만져서 표면이 반짝거리는데 미련 없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산티아고 성당의 미사에 참여한다. 거기서 드디어 하페는 질문의 답을 찾는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한다. “나는 지금 크고 웅장하게 울리는 종소리를 들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종소리는 희미해졌다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겠지만 그 여운은 내 맘 속에 길게 남을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시금 길을 잃은 느낌이 들 때 그는 이 곳 산티아고에 다시 찾을 것이다. 돌무덤에 돌을 얹은 이는 반드시 다시 온다는 전설에 힘입어.

42일간의 여정을 담은 원작 소설이 바탕으로 해서인지 순례 여정 하나하나가 의미 있게 다가왔다. 개다가 대사도 무척 아름다웠고 이야기의 끈도 튼튼했다. 감독이 소설을 읽고 이리저리 연구를 많이 한 티가 물씬 났다. 무슨 주제라도 한 번 붙잡으면 끝까지 늘어지는 독일인 고유의 감성이 풍겨 나왔다.

나는 여기서 영화 평을 가능한 한 건조하게 썼다. 독자 분들이 영화를 직접 보면서 훨씬 더 많은 메시지를 넘겨받으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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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박태식

등록일2016-10-27

조회수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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