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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

2018년 6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개봉이 공개된 가운데, 어떤 기사를 봤다. 1억 년 전 공룡의 피를 빨아먹은 진드기가 발굴됐다는 내용이었다. 놀라운 점은 그 진드기가 호박 화석에 보존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모기에서 진드기로 바뀐 점만 빼면 ‘쥬라기 공원’의 출발 지점과 똑같았다. 그 기사를 본 나는 ‘쥬라기 공원’을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는 랩터와 T-렉스가 보고 싶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공룡보다는 ‘인간’에 더 눈이 갔다. 영화 속 인간과 메시지를 살펴보자.


공룡 복원에 성공한 존 회장(리차드 아텐보로)은 쥬라기 공원의 개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안전 검증만을 앞둔 그는 고생물학자, 앨런 박사(샘 닐)와 그의 애인이자 고식물학자인 엘리 박사(로라 던)등의 전문가들과 손자, 손녀를 쥬라기 공원에 초대한다. 그런데 시스템 엔지니어인 네드리(웨인 나이트)의 배신으로 쥬라기 공원의 시스템이 마비되고 공룡들이 우리에서 풀려나 버린다. 앨런 박사 일행은 T-렉스와 맞닥뜨리게 되고, 그들의 벅찬 관람은 공포로 뒤덮인다.


“이기적인 인간과 그들을 처단하는 공룡. 그리고 구원자”


“이안 박사(제프 골드브럼) - 신이 공룡을 창조하고 신이 공룡을 멸종시켰죠. 신이 창조한 인간이 신을 파괴하고 인간이 공룡을 창조했어요. 엘리 박사 - 공룡은 인간을 먹고 여자가 지구를 물려받지.” 인간의 지나친 이기심과 욕심을 표현한 대사이자 영화의 구조를 보여주는 대사이다.

‘쥬라기 공원’은 인간, 엄밀히 말하면 남성을 이기적 인물로 묘사한다. 존 회장은 다른 무엇보다 쥬라기 공원의 개장, 즉 이익만 좇는다. 네드리는 뒷돈을 받은 뒤 존 회장을 배신한다. 그런 뒤 공룡을 “이렇게 멍청하니 멸종됐지.”라며 비웃다가 결국 그 공룡에 의해 죽는다. 공룡에 관심이 많은 손자, 팀(조셉 마젤로)은 관련 지식이 부족한 누나, 렉스(아리아나 리처즈)를 구박한다. 심지어 공룡을 사랑하는 앨런 박사조차 비슷한 양상을 띤다. 아파서 쓰러져 있는 트리케라톱스를 보며 치료는 안중에 없고 부둥켜안고 눈물만 흘린다.

그리고 공룡은 이들을 심판한다. 선봉으로 T-렉스가 거대한 몸집으로 공격하여 혼비백산하게 만들고, 랩터는 살인마 표정연기까지 하며 맹렬히 쫓아온다. 실제와는 달리 원작 소설과 영화에선 창작이 섞여있는 딜로포사우루스는 괴성과 함께 목도리를 뽐내며 네드리를 잡아먹는다(독도 뿜는다).

이 무지막지한 괴수들에게서 벗어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여성이다. 엘리 박사의 손으로 시스템을 복구하여 모두를 구한다. 그녀는 쫓아오는 공룡을 피해 관리 창고 안의 차단기를 올리고 시스템을 재가동시킨다. 이 와중에도 동행하던 남성은 헛된 자신감 때문에 죽는다. 관객에게 답답함을 선사하던 렉스마저 변모한다.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렉스 남매와 랩터의 대치 장면을 보면, 초반 T-렉스에게 공격 받을 때 괜히 조명을 켜서 위험을 자처하고, 무서운 나머지 조명도 못 끄던 그녀는 온데 간 데 없다. 앞장서서 동생을 이끌고 기지를 발휘해 랩터에게서 벗어난다. 개인적으로 꼽는 명장면도 여기에 있다. 잠시 긴장을 풀고 간식을 먹던 렉스. 팀의 뒤로 다가오는 렙터의 그림자가 보인다. 이에 렉스의 숟가락은 요동치고 그녀의 표정은 경악 그 자체이다. 나는 그녀의 표정연기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특히 눈알 연기).


“관객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


‘쥬라기 공원’의 흥행 요인이자 주된 볼거리는 활개 치는 공룡에서 오는 긴장감과 웅장함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할 점은 공룡이 등장하기까지 이를 고조시키는 방식이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기계오작동으로 잡아먹히는 한 인물의 비명소리와 공룡의 괴성을 시작으로 관객과의 줄다리기를 시작한다. 나중엔 대놓고 염소를 먹이로 유인까지 한다. 하지만 앨런 박사의 “T-렉스는 먹이 안 먹어, 사냥해.”라는 말과 함께 관객의 기대에 뒤통수를 때린다. 이 눈치싸움을 통해 관객은 기대와 배신을 겪으며 자연스레 긴장감이 고조되고 기대치가 올라간다.

영화의 첫 장면은 쥬라기 공원에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후에도 네드리의 뒷거래 현장, 이안 박사의 시스템의 위험성 주장과 카오스 이론 설명 등 지속적으로 문제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곧 공룡이 풀려날 것을 앎과 동시에 문제발생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 이야기의 개연성은 중요하다. 아무리 허구라 해도 납득이 가야 영화에 집중도 가능하다. 이 점에서 ‘쥬라기 공원’은 탄탄한 스토리까지 갖춘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관객을 쥐락펴락할 줄 아는 사람이다. 적재적소에 배치시킨 장치를 통해 기대감과 긴장감을 높이지만 충족시키진 않는다. 그 결과, 관객은 안달이 나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리고 감정이 무르익었을 때쯤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선사한다. 이러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몬스터 콜’, ‘더 임파서블’ 등의 연출을 맡았던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이 ‘쥬라기 공원’의 아성을 넘어설 수 있을까.


김민구(go9924@naver.com)
(https://brunch.co.kr/@go9924)
(https://blog.naver.com/go9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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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김민구

등록일201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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