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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주] <신과함께 - 죄와 벌> - 죽어서 이루는 ‘소통’의 판타지.

“당신은 진심으로 소통하며 살아가는가?”


살아있는 동안에 진심으로 소통하며 살기는 쉽지 않다. 친구들, 동료들, 형제들, 그리고 부모에게까지도 마음속 깊이 감춘 진심을 털어놓기란 참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신과함께 - 죄와 벌> 같은 판타지 영화에서도 가족의 소통이 ‘죽음’에 이르러서야 가능했으니 말이다.

소방대원 김자홍(차태현)은 화재 현장에서 아이를 구하기 위해 건물 밖으로 목숨을 걸고 뛰어내린다. 이때 자홍의 눈앞에 스쳐 가는 장면이 있다. 소방서 사무실 책상에 놓인 화초, 그리고 어머니다. 영화를 관통하는 열쇠는 바로 이 장면에 있다.
 
19년 만에 나타난 48번째 귀인이 되었다며 자홍의 죽음을 축하하는 강림 차사(하정우), 해원맥 차사(주지훈), 덕춘 차사(김향기). 이들은 49명의 귀인을 환생시키면 본인들도 ‘원하는 삶으로’ 환생하게 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자홍은 차사들에게 “어머니를 한 번만 보고 가게 해주세요.”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그 부탁은 7 지옥의 심판을 통과하고 환생이 결정되어야만 현몽(現夢)으로 가능한 일이다. 자홍이 현몽으로라도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서는 지옥에서 마지막 문까지 반드시 살아남아 환생을 판결 받아야 한다.

삼 차사들은 자홍의 변호를 맡으며, 지옥의 심판대에서 대왕들에게 자홍의 무죄를 설득해야 한다. 살인 지옥, 나태 지옥, 거짓 지옥에서 자홍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강림차사가 대왕들을 설득한다. 강림 차사와 대왕들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자홍은 첫 관문인 살인 지옥조차도 통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소통을 방해하는 것은 다름 아닌 자홍이었다.

48번째 귀인을 만나 들뜬 차사들과 달리 자홍은 나태 지옥 앞에서 “환생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한다. 이에 불안함을 느낀 강림 차사는 나태 지옥의 초강대왕에게 “말대꾸 하지 마라”고 명한다. 그러나 밤낮없이 일만 하고 살아온 자홍을 인정하고 동상까지 세워주자며 기뻐하는 초강대왕에게 자홍은 “돈을 벌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 말대꾸를 해버린다. 돈 신을 섬긴 죄로 나태 지옥으로 추락하게 될 자홍을 강림 차사가 변호한다. 그 돈은 어머니와 대법관을 꿈꾸는 동생을 위해서 번 것이므로 이타적 무죄라고 말이다. 이렇게 영화는 자홍이 삼 차사의 도움으로 하나하나 소통의 관문을 통과하면서 내적 욕망인 어머니와의 소통에 다가가게 만든다. 자홍은 어머니를 만나 무슨 말씀을 드리고 싶었을까? 그리고 어머니와 동생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자홍은 왜 환생하고 싶지 않았을까?

영화는 소통의 근간에 부모와 자식의 코드를 깔고 있다. 바로 선배와 선배의 딸 지영, 수홍과 강림 차사 그리고 그의 아버지, 자홍과 수홍 형제와 어머니이다.

스토리 진행상 처음으로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는 시간은 139분의 영화 시간 중 절반도 지나지 않은 60분부터다. 자홍이 죽은 선배를 대신해서 선배의 딸 지영에게 거짓 편지를 쓴 벌을 받게 되는데, 이때 강림 차사가 업경으로 실제 내막을 보여준다. 자홍의 거짓 편지로 인해 지영이 정서적으로 성장하고, 아버지의 유골함 앞에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고 잘살아 보리라 다짐하는 답장을 써서 넣는 부분이 그것이다. 관객은 이미 첫 번째 살인 지옥에서 지영이의 아버지를 보았다. 그는 죽음 앞에서 딸을 그리워한 아버지이자, 자홍에게 좋은 선배였던 선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자홍의 거짓편지를 이해하고, 지영이의 답장에 감동할 수밖에 없다. 지영이와 선배 부녀간의 소통을 자홍이 해냈다고 볼 수 있다.

수홍과 강림 차사의 소통에는 강림 차사의 전사가 개입한다. 삼 차사 중 가장 이성적이고 과거를 보는 능력이 있으며 힘도 강한 강림 차사. 과거를 보는 능력으로 생매장되던 수홍을 본 강림 차사는 수홍이 죽어가며 뻗은 손을 보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손을 떠올리게 된다. 강림 차사의 아버지 역시 전장에서 생매장되었던 것이다. 강림 차사가 원귀 퇴치의 목표를 버리고 이승에 개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만드는 것이 바로 생매장되어 죽어가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영화는 강림 차사의 전사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지만, 과거 전장에서 아버지를 구하지 못한 강림 차사의 정황을 간략하게 전하고 강림 차사가 수홍의 죽음에 개입하게 되는 심적 변화를 만든다. 강림 차사 아버지의 죽음이 수홍의 죽음과 연결되면서, 강림 차사는 짧은 순간 망설임에 빠지게 된다. 이대로 원귀를 없애고 자신의 임무에 충실할 것인지, 아니면 이승에 개입한 죄로 환생에 대한 목표가 실패로 돌아갈 것을 무릅쓰고라도 아버지를 연상케 하는 수홍의 죽음에 개입할 것인지 말이다. 강림 차사는 후자를 택한다. 환생을 위해 자홍에게 검수림에서 시키는 대로 하라며 명령까지 했던 강림 차사가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 지점이 139분간의 영화 시간 중, 중간점인 70분에 일어나는 일이다.

강림 차사의 변화는 더 나아간다. 땅에 묻힐 때 살아있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는 수홍에게 답답하게 생매장된 그 마음이 어떤지 안다고 아버지를 언급하며 달래기까지 한다. 죄책감에 자살하려는 동연을 살려달라는 수홍의 부탁도 들어주고, 동연과 수홍 사이에서 소통의 매개체가 되어 수홍의 말을 전하기도 한다. 그리고 브로맨스가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진 강림 차사와 수홍. 관객들은 이들의 소통에 동의가 된다.

죽음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일이다. 그런데 귀인 자홍은 왜 “환생하고 싶지 않다”고 할까? 자홍의 마음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 15년 전 어머니를 죽이고 동생과 함께 약을 먹고 죽으려 마음먹었던 죄책감이다. 그 뒤 집을 나가서 15년간 어머니와 수홍을 위해서 뼈 빠지게 일을 하고 돈을 보내면서도 거짓 편지를 써서 어머니를 안심시키고 찾아뵙지는 못한 불효자라는 죄책감이다.

자홍이 폭력 지옥을 거쳐 천륜 지옥으로 가는 장면은 어머니가 동연이 던지고 간 지도를 들고 부대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과거에도 지금도 어머니는 자식을 지키는 선택을 한다. 박 중위에게 당하고 쓰러지는 어머니의 모습에 선해졌었던 수홍이 원귀의 모습을 다시 드러내게 된다. 그리고 원귀 수홍의 움직임 때문에 자홍은 지옥에서 모래 속에 묻혀버린다. 분노했던 수홍은 강림 차사와 해원맥 차사의 도움으로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만, 천륜 지옥으로 가게 된 자홍의 앞에는 천륜의 죄를 지은 벌이 남았다.

천륜 지옥에서 염라대왕의 말을 통해 어머니의 진심을 알게 된 자홍. 어머니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자홍이 동반자살을 결심한 그날, 의식 없이 앓고 있는 어머니의 얼굴 위로 베개를 들던 모습을 수홍에게 들키고, 그 부끄러움에 수홍을 때리던 그 날, 어머니는 모든 것을 듣고 죽음을 받아들이려 했었다. ‘내가 그렇게 죽어야 남겨진 자식이 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죽음을 받아들이려 했던 어머니였다. 죄책감에 집을 나가 15년 동안 찾아오지 않고 돈과 거짓 편지만을 보내오는 큰아들을 가슴에 대못이 박힌 채 기다려온 어머니였다.

자홍이 어머니를 찾아뵙지 못한 시간은 동반자살에 실패한 자홍에게 염라대왕이 준 기회의 시간이었다. 살아있던 시간 동안 자홍은 어머니께 잘못했다고 고백하지 못했다. 그래서 자홍은 환생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환생이란 또 부모를 두어야 하는 일이니까.

그러나 원귀인 수홍이 쓰러진 어머니에게 대법관 옷을 입고 현몽으로 나타나 마지막 인사와 사과를 전한다. 대법관이 되어 하늘나라 가서 나쁜 놈 심판할 거니까 부대에 찾아오고 그러면 안 된다고, 그리고 형이 집을 나간 날 우리 다 죽이려고 했던 거라고 그 죄책감에 병신같이 15년을 찾아오지 못하면서 일만 하고 돈 보내준 거라고.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수홍에게 사과와 용서를 전한다. 

이때, 천륜 지옥의 모래는 그날의 상황을 재현한다. 자홍이 어머니의 얼굴 위로 드리웠던 배게 아래로 어머니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모래로 재현된 어머니의 눈물을 보고 잘못했다고 울며 용서를 비는 자홍은 아무리 어머니에게 달려가도 이제는 어머니를 만질 수도 말을 걸 수도 없다. 그렇게 자홍은 수홍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어머니께 용서를 받고 환생한다. 그리고 원귀였던 수홍은 49번째 귀인이 된다.

영화를 되돌려 생각해보면, 애초에 자홍은 귀인으로 불려갔지만, 수홍의 죽음이 없었다면, 그 전에 강림 차사가 아버지를 떠올리며 수홍의 사건에 개입하고 문제를 확장 시키지 않았다면, 자홍의 환생뿐만 아니라 삼 차사의 환생도 물 건너가게 되는 상황이었다.

자홍은 동생을 때린 죄로 폭력 지옥을 넘어서기 힘들었고, 합산 처벌을 신청해서 천륜 지옥으로 가더라도 어머니를 죽이려 했던 죄가 있었으며, 그 죄를 용서받지 못했기에 벌을 받을 처지였다. 그것을 아는 인물은 염라대왕뿐이었다. 그러나 염라대왕은 삼 차사들에게 귀인 자홍의 죄를 미리 알려주지 않았고, 인간 세상에 개입하는 강림 차사를 시험하기까지 했다. 마치 용서받을 기회를 한 번 더 준 것처럼.

처음으로 돌아가면, 자홍이 죽음을 맞는 순간 떠올리는 화초가 있다. 원귀를 찾으려는 강림 차사가 과거 자홍의 유품을 정리하던 수홍과 어머니를 보게 된다. 소방서 사무실 책상에서 죽어가고 있던 화초를 꼭 챙기는 어머니. 죽은 것이라며 버리라고 수홍이 타박해도 어머니는 그 화초를 놓지 않고 기어이 집으로 가져간다. 어머니의 방 창가에 자리 잡은 화초는  자홍이 7지옥의 심판을 거치는 중에도 메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에는 화초가 싱싱하게 자라 있다. 처음에는 자홍처럼 죽어가던 화초였는데, 자홍의 환생과 함께 화초도 살아난 것이다. 마치 자홍의 분신처럼.

소통을 표현하는 도구로 ‘편지’도 있다. 자홍이 지영에게 보낸 거짓 편지와 어머니에게 보낸 거짓 편지다. 편지는 발신인이 직접 나서지 못할 상황에 메시지를 전하기에 좋은 도구다. 자홍은 발신인을 감출 수 있는 편지로 ‘진심 어린 거짓’을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에 누룽지 밥솥 속 편지로 ‘진짜 진심’을 전하게 된다. 밥솥을 전한 강림 차사가 편지의 내용은 모른다고 했지만, 영화는 친절하게 자홍의 내레이션으로 편지의 내용을 읽어주며 어머니와의 소통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자홍과 어머니의 소통은 결국 강림 차사를 통해 이뤄진 셈이다. 그래서 염라대왕이 이승에 개입한 강림 차사를 테스트했고, 경고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머니를 왜 농아로 설정했을까? 자홍은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 목소리를 농아인 두 아들이 모두 죽고 난 뒤, 현몽으로 들을 수 있었다.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첫아들은 죽었고, 둘째 아들은 실종인 상태에서 꿈에서나마 자신의 목소리로 아들들을 어루만졌으니 너무나도 슬픈 이야기이다. 사과할 용기도, 진심으로 용서할 목소리도 죽음을 통해서 판타지로 가능했다.

1400만이 넘는 관객이 <신과함께 - 죄와 벌>를 보고 부모에 대해 생각을 했다고 한다. 사과와 용서, 그리고 소통은 부모와 자식 모두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지만, 판타지 영화에서도 죽어서나 할 수 있을 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가 불통하는 현실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세상 모든 부모와 자식들이 서로에게 듣고 싶은 말을 이 영화가 해 준 것은 아닐까.

“저는 어머니께 잘못했단 말씀을 드려야 합니다.”
“수홍아 내 새끼 늬들은 아무 잘못 없어. 모든 건 엄마가 잘못한 거야. 
엄마가 잘못했다. 미안하다. 내 아들. 엄마가 사랑한다. 수홍아. 사랑한다.”

  
 
  
 
  
 
  
 
  
 


송연주 “부모님! 사랑합니다.”
시나리오 작가. 
세종대학교 영상예술전공 박사과정.

* 글 출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르몽드 시네마 크리티크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List.html?sc_sub_section_code=S2N40&view_typ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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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서성희

등록일201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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