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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 ‘트루스 오어 데어’ ― 진실 혹은 도전 게임, 도덕적 딜레마와 장르적 변주

 
 

2018년 5월 22일 개봉


1. 진실 혹은 도전, 장르의 차이

로맨틱 코미디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君の膵臓をたべたい>(일본, 2017)에서 소년은 불치병에 걸린 소녀 사쿠라와 ‘진실 혹은 도전’ 게임을 한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서 사랑을 키워나간다. 반면에, 공포영화 <트루스 오어 데어 Truth or Dare>(미국, 2018)에서는 ‘진실 혹은 도전’ 게임이 인물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장치로 작용한다. 이 영화에서는 인물들이 진실 혹은 도전의 실패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그 대가는 보통 목숨이다.

2. 진실 게임: 불편한 진실의 은폐와 노출

<트루스 오어 데어>는 대학생들이 진실 혹은 도전 게임으로 인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올리비아, 마키, 루카스 등 6명의 남녀 대학생이 함께 멕시코로 여행을 간다. 그들은 카터라는 새로운 인물을 만나 수도원에 무단침입하고 친구들끼리 진실 혹은 도전 게임을 하며 논다. 대학교로 돌아온 후 악령에 의한 진실 혹은 도전 게임이 시행된다. 이때 심각한 진실과 목숨을 건 도전으로 인물들은 결별이나 부상·죽음을 당한다. 올리비아 등은 과거 생존자인 수녀를 찾아내는 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한다.

1단계 친구들의 진실 게임은 웃고 장난칠 수 있는 가벼운 진실이지만, 이후 심각한 위험에 대한 복선의 역할을 한다. 올리비아에게 친구들과 멕시코 중에서 누구를 선택할지를, 마키에게는 루카스에 대한 올리비아의 마음을 아는지를, 타이슨에게는 위조처방전을 만드는지를, 카터에게는 올리비아에 대한 마음이 어떤지를 질문한다. 친구들이 요구하는 진실은 자신들의 일부분이 알거나 짐작하고 있는 것에 대한 확인이 많다. 1단계 진실 게임에서는 가벼운 진실에 대한 질문들이 오고가지만 추후 이 진실은 무거운 진실에 대한 복선이 된다. 올리비아의 도덕적 선택, 루카스에 대한 올리비아의 감정, 타이슨의 위조처방전, 카터의 수도원 유인 등은 나중에 인물들 사이의 위험을 초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2단계 악령의 진실 게임에서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에 대해 질문하여 관계를 위태롭게 만든다. 올리비아는 친구의 비밀을 묻는 질문에 마키가 애인 루카스를 속이고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루카스는 올리바이에 대한 진심을 묻는 질문에 올리비아를 처음부터 좋아했다고 고백한다. 브래드는 아버지에게 게이라는 사실을 커밍아웃한다. 타이슨은 처방전 위조에 대한 질문에 거짓으로 대답하여 죽게 된다. 루카스는 두 여자에 대한 마음을 묻는 질문에 올리비아를 좋아하지만 마키를 사랑한다고 대답한다. 올리비아는 비밀을 묻는 질문에 마키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성추행을 하여 죽는 게 낫다고 폭언한 사실을 털어놓는다. 악령에 의해 진행되는 2단계 진실 게임으로 인해 은폐된 진실이 수면으로 떠오른다. 올리비아(절친의 애인 사랑), 브래드(게이), 타이슨(처방전 불법 위조), 루카스(올리비아·마키에 대한 혼란스러운 감정), 올리비아(마키 아버지의 성추행과 자살) 등. 이러한 불편한 진실이 노출되면서 인물들의 관계는 균열이 생기게 된다.

3. 도전 게임: 성욕과 죽음에 대한 위험한 도전

1단계 친구들의 도전 게임은 신체 노출과 동성애 등의 성적 유혹에 대한 도전이다. 로니에게 타이슨 무릎 위에서 춤추는 것을, 루카스에게는 나체로 나타나기를, 페넬로페에게는 올리비아와 키스하기를 요구한다. 친구들이 제시하는 도전은 거의 성적인 요구에 관한 것이며 신체의 노출과 동성애적 코드가 많으며, 대부분의 인물은 도전에 성공한다.

2단계 악령의 도전 게임에서는 도덕적으로 금기된 성적 유혹과 죽음에 대한 도전이다. 악령은 처음의 힘든 미션에서 점점 죽음에 직면할 수 있는 불가능한 미션을 부과한다. 마키에게 올리비아의 팔을 부러뜨리기를, 페넬로페에게는 술 마시고 지붕 위에서 걷기를, 지젤에게는 올리비아에게 총을 쏘기를, 올리비아에게는 루카스와 동침하기를, 브래드에게는 아버지로 하여금 “살려 달라”고 말하도록, 루카스에게는 올리비아와 마키 중에서 1명을 죽이기를, 마키에게는 올리비아에게 총을 쏘기를 요구한다. 2단계 성적 유혹에서는 우정과 도덕적 문제로 인물들 사이에서 금기시되는 구체적인 성적 유혹에 대해 도전하게 만든다. 또한 죽음에 대한 도전에서는 자신이 살기 위해서 친구나 애인을 죽여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인물들은 성적 유혹에 대한 도전은 성공하지만, 죽음에 대한 도전에서는 대부분 실패하여 죽음을 당하고 소수만이 살아남는다.


4. 경계의 붕괴와 도덕적 딜레마

올리비아와 마키는 금욕/쾌락의 대비를 보여주고, 올리비아와 카터는 이타주의/이기주의의 대비를 보여준다. 하지만 악령의 진실과 도전 게임에 직면하여 인물 사이의 경계가 붕괴된다. 올리비아는 순수하고 금욕적인 여대생으로 공포 영화의 전형적인 주인공 역할이다. 반면에 마키는 쾌락을 추구하는 여대생으로 공포 영화에서 주인공의 친구로 조연 역할이다. 올리비아는 여자친구 마키의 애인인 루카스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악령의 요구에 따라 루카스와 동침함으로써 마키와 유사해진다.
한편 올리비아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질문으로 우리와 멕시코 중에서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는 친구의 질문에 멕시코라며 다수를 살리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반면에 카터는 “나만 산다면 나머지 사람은 죽어도 상관없어”라고 말함으로써 희생적이고 선한 인물인 올리비아와 대치된다. 하지만, 결말에서 올리비아는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 전 세계에 ‘진실 혹은 도전’을 공개해 버림으로써 카터와 유사해진다. 이렇듯 올리비아의 변화로 인해 금욕/쾌락, 이타주의/이기주의의 경계가 흐려진다.

악령의 진실 혹은 도전 게임을 수행하게 되면서 인물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살인하는 것과 자신이 죽음을 당하는 것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과거에는 원인 제공을 한 소녀가 스스로 해결하여 악령 갤록스를 몰아낸다. 하지만 현재는 1차적인 원인 제공을 한 인물인 샘이 책임을 지기보다는 도망 다니는 데 급급하고 의식을 수행하려는 찰나에 죽게 되면서 해결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악령에 의한 진실 혹은 도전 게임으로 인해 친한 친구들 사이에 감추진 진실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죽음에 직면한 도전에서 무엇을 선택하는지를 드러낸다. 진실 혹은 도전 게임의 첫 번째 딜레마는 진실을 말하거나 도전을 하거나 둘 중에 한 가지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건 도전보다는 진실을 택하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에 인물들은 할 수 없이 감추어둔 비밀을 털어놓게 된다. 두 번째로 악령의 진실 혹은 도전 게임으로 인해 자신과 친구·연인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친구와 연인을 죽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부상 혹은 죽음 등으로 자신을 희생시킨다. 올리비아 자신은 끝까지 살아남지만, 결국 도덕적 신념, 친구,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을 잃게 된다. 결국 도전으로 인해 인물들은 자신/타인에 대한 자살/살인 중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점점 어려운 딜레마로 빠지게 된다.

5. 희생물과 생존 전략

악령의 도전 게임에서는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커터와 올리비아가 희생물로 지목되지만, 루카스의 자발적인 희생으로 인해 올리비아와 마키가 살아남는다. 커터가 일차적 문제의 원인이고 올리비아는 이차적 문제의 원인이어서 두 사람이 희생물로 지목된다. 우선, 커터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려 자신의 생존을 탐하여 희생물로 바쳐진다. 다음으로, 올리비아를 희생물로 지목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올리비아 주변의 인물들이 죽어나간다. 결국 올리비아와 마키 둘다가 사랑하는 루카스가 희생물이 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다.

올리비아와 다른 인물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자신의 쾌락과 생존을 위한 이기주의가 만연해지는 가운데 루카스가 희생물로 바쳐진다. 그는 둘 중 한 명을 선택해서 죽이라는 악령의 요구를 거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과 좋아하는 친구를 지켜낸다. 루카스의 자발적인 희생으로 그가 지키고자 했던 두 사람은 일차적으로 살아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가장 많이 인지한 올리비아가 살아남는다는 점에서 공포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인지는 적극적인 해결의지뿐만 아니라 비밀의 담지자라는 점에서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인지는 올리비아 > 루카스 > 친구들 > 마키의 순서이다. 올리비아는 마키 아버지 자살의 원인, 루카스에 대한 마키의 배신, 자신에 대한 루카스의 마음 등에 대해서 가장 인지한 인물이다. 반면에 마키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 다른 인물보다 무지하여 조롱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진실 게임으로 인해 마키가 마침내 이러한 사실에 대해 모두 인지하게 되면서 올리비아와 동등해진다. 전반부에는 인지로 인해 올리비아와 마키의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그들은 진실에 대한 인지와 외부의 공포스러운 적으로 인해 더 단단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6. 인물의 욕망과 장르적 변주

올리비아의 사랑과 생존에 대한 욕망, 악령의 진실과 도전 게임으로 인해 내부 공동체가 분열된다. 하지만 진실에 대한 인지와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해 내부 공동체가 화합하여 외부의 초현실적 적에 함께 대항한다. 여주인공인 올리비아는 사랑과 생존을 욕망한다. 그녀는 사랑에 있어서는 루카스를 욕망하여 마키와 라이벌이 된다. 생존의 경우에는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악령과 적대관계를 형성한다. 전반부는 진실 게임으로 올리비아, 마키, 루카스 사이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절친인 올리비아와 마키의 관계가 깨어진다. 후반부는 도전 게임으로 생명의 위협으로 느끼게 된 올리비아와 마키는 협력하여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장르 영화는 대부분 전반부는 내부 공동체의 갈등을 보여주다가, 후반부에는 내부의 갈등이 화합으로 마무리되어 함께 외부의 적에 대항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이 영화도 그런 점에서 대중 장르 영화의 기본 관습을 따른다.

공포영화 중 슬래셔영화는 젊은 학생들이 여행을 가서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즐거운 게임 후에 차례대로 죽음을 당하지만, 결국 순결하고 도덕적인 여주인공이 살인자를 처치하는 공식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경우 전반부는 슬래셔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후반부에서는 변주를 보여준다. 순결했던 여주인공이 절친의 애인과 동침함으로써 순결을 잃게 되지만, 여주인공의 문제해결 의지와 주인공의 희생으로 일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이후 도덕적이었던 여주인공이 자신과 친구가 생존하기 위해서 전 세계의 네티즌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결국 이 영화는 도덕성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현대 사회에 대한 우울한 반영으로 끝을 맺게 된다.


사진 출처: 네이버 - 영화 - 트루스 오어 데어 - 포토

글: 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기획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미디와 전략』, 『영화와 N세대』등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장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 글 출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르몽드 시네마 크리티크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List.html?sc_sub_section_code=S2N40&view_typ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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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서성희

등록일201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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