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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시네마 크리티크] <튼튼이의 모험> ―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길

 
 
1. <델타 보이즈>와 <튼튼이의 모험>

2017년 고봉수 감독의 <델타 보이즈>가 화제에 올랐다. 이 영화는 총 제작비 250만 원이라는 초저예산 독립영화로 4,303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치열하게 도전하는 이야기, 번 돈으로 모두 영화를 찍어 200여 편의 영화를 만든 감독, 리얼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들로 인해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고봉수 감독이 이번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2천만 원 저예산영화 <튼튼이의 모험>을 통해 존폐 위기에 처한 고교 레슬링 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 장밋빛 환상과 현실의 민낯

<튼튼이의 모험>은 충길을 중심으로 수미상관식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레슬링 부의 유일한 부원인 충길이 혼자 연습을 한다. 충길은 버스기사를 하는 코치, 공사장에서 일하는 진권, 불량서클 블랙타이거인 혁준을 설득해서 레슬링 부를 다시 꾸리게 된다. 충길은 반대하는 아버지와 천재형 혁준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진권은 체중 문제와 엄마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혁준은 레슬링에는 적응을 잘 하지만 블랙타이거 탈퇴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 레슬링 부는 혁준의 탈퇴를 막기 위해 찾아온 블랙타이거 일당과 대결을 하여 부상을 당하게 된다. 전국체전 예선대회 시합에서 진권은 부상으로 기권을 하고, 혁준은 몸싸움으로 블랙카드를 받아 패배하고, 충길은 상대편 선수의 배앓이로 승리하지만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하게 된다. 코치는 다시 버스기사가 되고, 진권도 공사장으로 돌아가고, 혁준은 집에서 만화를 보며 빈둥거린다. 다시 혼자 남은 충길은 연습에 전념한다. 

보통 장르 영화의 수미상관식 구성에서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형식은 비슷하지만 내용에서 차이를 보임으로써 전후의 대비를 많이 보여준다. 이를 통해 결정적인 사건을 계기로 인물이 변화하는 모습을 강조한다. 반면에, 이 영화의 수미상관식 구성에서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형식과 내용이 똑같다. 유일한 변화는 혁준이며, 그는 전반부에는 블랙타이거의 일원으로 폭력을 행사하지만, 후반부에는 집에서 빈둥거린다는 점에서 근소한 변화를 보인다. 대부분의 인물들은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상황이 달라지거나 하는 부분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장르 영화의 컨벤션에서 벗어나 있다. 

<튼튼이의 모험>에서 인물들은 저마다 외적 갈등을 겪는다. 충길은 연습벌레 노력형으로 세계챔피언 사진을 걸어놓고 연습을 하며, 본선에 진출하지 못해 레슬링 특례 입학이 좌절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연습하며 레슬링 한 길만 바라보는 인물이다. 전직 운동선수인 아버지는 운동선수로서의 길이 힘들다며 충길이 운동선수가 되는 것을 반대함으로써 충길과 아버지는 사적 갈등을 겪는다. 진권은 필리핀 외국인 엄마가 다른 남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에 불만을 품어 엄마와 사적 갈등을 겪는다. 또 진권은 실력이 다소 떨어져 체급을 낮추어야 하는데 체중이 빠지지 않아 문제에 직면한다. 혁준은 타고난 실력으로 레슬링 연습에는 잘 적응하지만, 블랙타이거 탈퇴와 레슬링 부 가입으로 인해 레슬링 부와 블랙타이거 사이에 공적 갈등을 발생시킨다. 코치는 학교 공사로 인해 레슬링 체육관이 허물어질 위기에 처하게 되어 선배인 교장을 설득하는 등 공적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인물들 중에서 특히 충길은 내적 갈등에 직면하게 된다. 진로를 선택할 때 보통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의미 있는 것이라는 세 가지 기준을 생각한다. 충길은 레슬링을 좋아하지만, 선수가 될 만큼 뛰어난 기량이 있지도 않고, 주변 인물들 중 누구도 그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천재형으로서 단기간에 탁월한 기량을 보여주는 혁준으로 인해서 충길은 좌절감을 느끼며 내적 갈등을 겪게 된다. 이런 갈등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레슬링에 꾸준히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에, 레슬링에 소질을 보인 혁준은 레슬링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 시합에서 패한 이후 바로 그만둬 버린다는 점에서 두 인물은 대조를 이룬다. 

보통 장르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인물들의 갈등이나 문제는 대부분 해결되며 공적 혹은 사적 부문에서 성취를 거둔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어떠한 갈등이나 문제도 해결되지 않으며, 어떤 인물도 공적 혹은 사적 부문에서 성취를 거두지 못한다. 이 영화는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인물의 갈등이나 문제가 해결되는 장르 영화의 장밋빛 환상을 통해 희망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정공법을 쓰고 있어 영화를 보는 내내 화해로 이어지지 않는 갈등이나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암울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코미디 영화 <튼튼이의 모험>은 인물·사건의 대비와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끊임없이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전반부에 혁준은 수년간 힘들게 연습해 온 충길의 노력을 2주간이라는 단기간에 따라잡음으로써 계속해서 고지식한 충길을 조롱한다. 반대로 후반부에서는 실력은 있지만 욱한 성격에 규정에 어긋나는 몸싸움으로 블랙카드를 받아 탈락하는 혁준을 조롱한다. 이러한 충길과 혁준은 노력형/천재형, 겸손/자만 등을 통해 인물의 대비를 보여줌으로써 웃음을 창출한다. 또한 현재 충길이 시합하는 장면과 함께 과거 아버지가 밥상을 엎으면서 파리채로 때려 충길이 도망 나오는 장면, 부원들이 힘들게 달리기 연습을 하는 장면을 교차편집해서 보여줌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대비시켜 웃음을 창출한다. 

그리고 진권의 쥐약 자살 소동에서는 진권이 자살하는 걸로 오해하여 친구들이 말리는 장면에서 친구들이 2단 옆차기로 진권을 때리는 등 실제 몸싸움을 통해 리얼한 액션을 보여줌으로써 웃음을 창출한다. 또한 30대 배우들이 18세 고교생을 연기함으로써 영화의 리얼리티는 다소 떨어지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배우들의 표정 연기는 고교생과 어울리지 않아 코믹한 웃음을 창출한다. 

  
 
  
 
  
 
  
 
  
 

3. 최고와 최선

헤르만 헤세의 책 『데미안』을 10대에 읽었을 때에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최근에 다시 이 책을 읽고는 “각성된 인간에게는 한 가지 의무 이외에는 아무런, 아무런, 아무런 의무도 없었다. 자기 자신을 찾고, 자신 속에서 확고해지는 것, 자신의 길을 앞으로 더듬어 나가는 것, 어디든 마찬가지였다.”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았다. 

<튼튼이의 모험>에서 충길은 장래 계획이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치열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열정이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비전문배우를 기용하고 저예산영화를 만들어서 손익분기점을 낮춤으로써 영화의 컨셉에 맞게 예산을 설계해서 계속해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며 200여 편의 영화를 연출한 고봉수 감독도 바로 충길과 같은 인물이다. 이 영화는 비록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그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만 중단 없이 계속해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 <델타 보이즈>의 맥을 잇고 있다. ‘해야만 하는 것’에 치여 정작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용기 없는 우리들이기에 <튼튼이의 모험>과 같은 영화가 울림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 글 출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르몽드 시네마 크리티크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List.html?sc_sub_section_code=S2N40&view_typ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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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서성희

등록일2018-10-09

조회수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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