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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영화평

<Rabbit Hole 래빗홀>

 이 영화는 포스터에서 부터 시선을 잡아끈다. 마치 여러개의 시점에서 본 두 주인공들의 모습이 퍼즐처럼 연결되어 대비된다. 무엇보다 포스터의 가운데에서 행복한듯 미소짓는 부부의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듯 너무나도 슬프고 암담한 표정을 짓고있는 양 끝쪽 주인공들의 모습은 래빗홀이라는 제목과 더불어 단순히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것을 넘어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의미를 염두에 두게함으로써 보는 이가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하나의 힌트가 될만한 문구를 적어놓는다 The only way out is through.
 작품은 불의의 사고로 차에 치여 죽은 아이인 대니의 죽음이라는 비극 속에서 비춰지는 모든 인물들(엄마인 베카 아빠인 호위 그리고 사고 차량의 운전자인 10대 소년)의 행동과 심리를 천천히 그리고 담담하게 담아내며 그 전개 과정에서 슬픔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주인공들의 태도는 흥미롭다.
 여주인공인 베카의 경우 이웃의 식사초대를 거짓말을 하면서 거절하고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그룹상담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참여하지 않는등 주변사랑들과의 교류를 끊고 아들과 관련된 작은 일에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행동한다. 또 아들의 옷가지, 그림와 같은 흔적을 지우려하는등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수없어 아예 그 슬픔을 회피하고자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그녀의 남편인 호위는 친구와 함께 운동을 하고 그룹상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하는 등 슬픔을 잘 순응하고 감정을 컨트롤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영화의 중후반으로 갈수록 둘의 모습은 점차 상반되어져간다. 베카는 자신의 아들을 친 운전자인 청년을 만나 이야기하고 교류하며 슬픔, 아픔에 직면하여 이를 순응하려는 태도를 보이지만 호위는 밤마다 아들의 동영상을 보고 운전자를 용서하지 못한채 화를 내는 모습을 통해 오히려 슬픔을 회피하려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두 주인공 모두 자식을 잃은 슬픔을 감내하려하는 한 인간의 모습인 것이다. 슬픔을 빨리 이겨낼수 있는 인간은 없다. 오로지 이를 온몸으로 겪어냄으로써 그 슬픔의 크기를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은 영화 속 아들을 잃은 베카의 어머니가 하는 대사를 통해서 전달된다 (베카가 아들의 물건을 지하창고에 옮기고 어머니와 하는 대화 중)"그 느낌 ...사라지나요?"
"아니 사라지지 않는것같아 그래도 변해 잘모르겠어 무게가 변하는지도 어느 순간 견딜만해지는 거지 너가 그 아래에서 기어나올수 있을 정도가 되는거지 그리고 주머니 속에 넣어가지고 다닐수 있는 벽돌이 되는거지 절대 잊을수없어 한동안 그렇지 그러다가 손을 뻗어서 잡으려고 하먄 그곳에 있어 아 여기 있구나 하지 ..."그리고 이 순간 어머니와 베카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로써 서로를 대면하고 위로한다
 영화속에서 이런 부부의 심리상태를 가장 인상깊게 표현하며 이 영화의 또다른 결말 혹은 부모에게 위로를 주는것은 사고 운전자인 소년이 만든 한편의 만화이다. 그리고 이 만화속 평행 우주라는 새로운 공간, 시각으로부터  베카는 어쩌면 자신들은 단지 한 스토리의 비극적인 버전이며 다른 세상 즉 평행세계 어딘가에서 자신들은 행복할것이라는 희망을 남겨둔다 .(이 장면은 부부의 슬픔을 다룬 다소 어두운 분위기에서 처음으로 희망이라는 존재를 등장시키는 개인적으로는 영화속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인듯하다) 특히 만화책속 토끼굴을 표현한 그림은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심오함을 담고있다
 무엇보다 영화의 특이점은 대부분의 작품들이 부성애보다는 모성애를 강조하는 관점을 보이는 반면 '래빗홀'은 서두르지않고 부부의 일상을 천천히 스크린에 담아내고 부성애와 모성애를 동등한 비중으로 다룸으로써 또다른 먹먹함을 안겨준다는 것, 또한 다른 영화들에서는 사고의 직접적인 피해자의 심리와 고통만을 다룬 것에 비해 사고 당사자를 적지않은 비중으로 스토리에 참여시키는 것은 물론  피해자인 베카가 자신들에게 슬픔을 안겨준 당사자로부터 위로를 얻게 된다고 설정한것 이 두가지 이다.(후자의 경우 실수로 사람을 치게된 당사자가 베카에게 자신의 심정과 죄책감을 털어놓는 장면은 영화가 끝났음에도 계속해서 뇌리에 남았다.)

 영화의 엔딩은 그 작품에 대한 전반적 이미지를 완성시키는 요소로써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특유의 담담함 그러나 결코 쉽지않은 담담함으로 마지막을 마무리하며 사고 이전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고자하는 그들의 모습을 담는다. 다소 열린 결말이라고도 볼수있겠다 .영화속 상담그룹의 멤버인 개비의 경우 결국 자신도 남편인 케빈과 헤어지고말았다는 대사가 암시하듯 그들 역시 언젠가는 헤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이 영화에서는 The only way out is through 라는 대목이 말하듯 그저 담담하게 겪어나가는것, 즉 살아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엔딩을 통해 그저 그렇게 보여주고있다 .
  사실 이 영화는 한순간 욱해서 눈물이 나는 영화는 아니다 그저 이들 주인공들의 표정하나하나 행동과 말 하나하나를 보며 나도 모르게 짭짤한 눈물을 흘리게된다. 그래서 이영화가 좋다 눈물을 강요하는것이 아닌 그저 있는 그대로 그들의 슬픔 그대로를 보여주는 방식이 순수하면서도 소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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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김혜민

등록일2013-01-03

조회수2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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