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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합평회

<오빠생각> 합평회 (참석자: 박태식, 정재형, 성진수)

 

<오빠생각> 합평회

날 짜: 2016년 1월 27일

참석자: 박태식, 정재형, 성진수

 

박태식 : <오빠생각>은 내가 연재하는 잡지에서 급하게 글을 좀 써 달라고해서 쓴 게 있어요. 그 글을 쓰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어요. 그랬더니 오빠생각이 갖고 있는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들이 있더라고요. 그 포인트들이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옛날에 봤던 <코러스>, 프랑스 영화랑 비교를 하게 됐어요. 근데 프랑스 영화 코러스에 비교를 하니까 약간 시시한 느낌이 드는 겁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너무 장광설이 지나쳐요. 너무 많은 것들을 다뤄보려고 하는 겁니다. 그래도 기본적인 것은 어쨌든, 1952년의 난장판 부산이에요.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있어요. 전쟁고아도 있고 피난민도 있고. 거기 인구가 원래 40만인데 갑자기 피난민만 70만 명이 유입하는 그런 도시가 됐고, 등등. 그 가운데서 한 소위 라는 인물은 전쟁고아들을 데리고 걔들도 인격적인 삶을 살게 해주자, 걔들도 한번 사람답게 한 번 살게 해주자 도와주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죠. 그런데 군부대 안에는 어쨌든 질서라는 게 유지가 돼요. 반면 군부대 밖에는 무질서의 상태더라고요. 거기에 고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려고 하는 한 소위가 한 축이고, 그 밖에 갈고리라고 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이희준. 갈고리는 말 그대로 무법천지예요. 이 사람은 무력과 공포로 자기 집단을 통제하고 있더라고요. 이 둘이 부딪치는 구조가 기본으로 있는데, 그 위에다가 이념이 대립하고 그 대립이 대물림되는 것, 전쟁의 참상과 전쟁에서 희생되는 국민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이와 피난민들의 처참한 일상, 전쟁판에서 빚어지는 탐욕과 부정부패 등이 그려져요. 어릴 때 어머니 아버지에게 들었었는데 부산에 이 배를 준비해놓은 사람이 있었대요. 부산이 점령되면 배를 타고 제주도로 도망가려는, 그런 사람들도 등장하고. 그리고 그 모든 것에다 어린이 합창단 노래까지 담아낸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러닝타임 124분이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이 되더란 말이에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음악영화잖아요. 한 영화에 너무나 많은 것을 담아내려고 하는 거예요. 이한 감독이 <완득이>라는 영화 만들었잖아요. 거기서는 그 우리나라에 정착해서 살게 되는 이민자의 문제라든가 그거 하나를 심도 있게 포커스 하나로 맞춰서 간 것에 반해서 이번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게 되니까 내가 보기에는 그 부분에 있어서 실패를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음악영화로 감동도 줘야 되고, 그 외에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도 같이 한 번에 다루려고 하니까 영화가 아무튼 조금 길을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영화로 볼 때는 나름대로 재밌었어요. 처음에는 그 아이가 오디션을 보면서 고향의 봄을 부를 때,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성진수 : 남자 아이가 부를 때요?

 

박태식 : 남자아이가 오디션 받을 때. 고아들이 모여 있는데서 네가 한 번 노래불러봐라 했을 때, 그 아이가 고향의 봄을 부르니까 나머지 애들, 그 애들이 다 고향을 떠나 피난 온 애들이잖아요. 그 장면이 아주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아이와 이념대립을 하는 같은 동네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하고 둘이 ‘애니 로리’하고 ‘대니 보이’를 같이 부르는 그런 이중창도 괜찮았고. ‘오빠생각’을 부르는 마지막도 좋았어요. 순이가 입을 다물어요. 자기가 입을 열어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아빠가 죽었다는 죄책감이 있어서 노랠 더 이상 부르지 않겠다고 얘기를 해요 순이라는 아이가. 그런데 그런 것을 오빠생각을 불러서 해결하는 것도 괜찮았고. 음악영화로만 오히려 집중을 했으면 훨씬 더 성과가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가, 자기가 평소부터 하고 싶었던 말을 다 넣어 놓은 것 같아요, 전쟁에 대해서. 여기까지만 얘기하죠.

정재형 : 지금 음악영화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음악영화로 안 갔다는 얘기잖아요. 저도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가 이데올로기, 이념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보거든요. 이 영화가 전쟁론이나 이념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그 논리가 단순해요. 전쟁은 무조건 나쁘다, 그 한 마디로 가는 식이기 때문에 단순하고 센티멘탈하다고 생각해요. 전쟁이라는 것이 왜 발생했으며 왜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또 전쟁은 어떻게 끝나야 되는가의 전쟁의 원인과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 논의하지 않고, 그냥 무조건 전쟁은 나쁘다는 것이죠. 전쟁이 없는 지금 시점에서 과거의 전쟁을 바라보는 무책임한 얘기를 하거든요.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거야 당연한 거죠. 그런데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은 세대나 그 트라우마를 겪은 세대의 입장에서 보면 전쟁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죠. 그래서 그분들도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겠지만 전쟁은 계속 일어나잖아요. 그러니까 바로 전쟁에 대한 견해를 이렇게 단순하게 보여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어요. 이왕 전쟁이라는 것을 소재로 다루고, 전쟁에 대한 논리를, 감독이 비전을 제시한다면 예리하고 정확한 해석을 해야 하는데, 이 영화는히 단순하고 센티멘탈하다는 점에서, 이념적인 문제를 단순하게 건드렸다는 것이 불만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박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이념 문제를 건들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예요. 이념은 걸쳐져 있는 배경일 뿐이고 음악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음악과 같은 행위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것에 조금 더 집중했다면 훌륭한 음악 영화로서 존재할 수 있었겠죠. 그런데 이 영화는 그것을 목적으로 한 영화인지, 음악을 배경으로 하고 이념문제를 좀 더 메시지로 얘기하려고 한 것인지가, 애매모호하게 보일 수도 있어요.

 

박태식 : 그러니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 겁니다. 내가 보기에도 차라리 음악영화로 가는 게 더 좋았을 뻔했다는 겁니다. 괜히 이거를 건드려가지고, 산만한 상태가 된 게 좀 아쉽죠. 그래서 이 감독이, 아까도 얘기했지만, 그런 감독이 아니었는데, 옛날에 <완득이> 같은 경우는 안 그랬는데, 왜 이렇게 욕심을 냈지 하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재형 : 제가 부연해서 이념론에 대해 예를 들어보죠. 인상적인 장면이 있어요. 인물이 정형화 돼있어요. 대표성을 갖고 있어요. 한소위는 중립적인 입장이고요. 좌와 우의 중간에 서 있는 인물입니다. 동주는 좌익을 상징하죠. 아버지가 좌익 활동을 해서 불미스럽게 돌아가셨으니까요, 피해자 아버지의 아들 춘식이 있어요. 두 아이가 그 트라우마 때문에 서로 싸우죠. 이게 마치 하나의 이데올로기의 대립처럼 보이게끔 알레고리화 시켰어요. 화면의 구도로 보면 두 아이를 화해시키기 위해서 한 소위가 가운데 심판관처럼 서고, 둘이 싸우지 말라고 훈계를 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그게 바로 이한감독이 이 영화에서 제시하는 동족상간의 이념대립을 해소하는 식이예요. 한 소위라는 중재자가 서로 싸우지 말라고 해서 해소하죠. 그리고 음악으로 통일이 되는, 말하자면 센티멘탈하고 이상적인 이념지도를 그리고 있다는 말이죠. 그런 우화적인 설정 속에서 이념이 해소될 수 있는 대안을 관객들이 가질 수 있는지 저는 의심이 좀 들어요. 그런 영상은 상당히 의도적인 거거든요. 나름대로 또 다른 감동의 이데올로기를 만들고, 감동을 그렇게 보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 이념이 해소될 수 있을 거란 주장을 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관객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생각합니다.

 

박태식 : 예. 이 두 아이가 ‘애니 로리’하고 ‘대니 보이’라는 노래를 불러요. 그런데 그 둘의 음악적 스케일이 같거든요, 둘이 같이 불러도 화음이 되고 어지간히 어울리는 노래예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하는 얘기가, 두 노래가 다르지만 같이 부르면 어울릴 수 있다, 그래서 이념의 대립을 해소하겠다는 건데, 나는 그런 것들이 아까 얘기했지만 너무 아마추어적이라고 봐요. 거기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같은 건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차라리 음악으로 가든지 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어설프게 그런 이념 문제, 사실은 그 아버지가 공산군에 원해서 들어간 게 아니라 살려고 했던 거죠. 인공기하고 태극기 두 개 준비하고 다니다가 이게 헷갈리는 바람에 아주 어이없는 죽음을 맞았는데, 그런 것도 얘기하고 있죠. 그러다보니 이 영화가 도대체 왜 많은 것을 건드리는 지 의문이 생겼어요. 그 대립들이 나중에 합창단으로 하나가 돼서 마지막에 발표회를 하잖아요. 발표할 때 심지어 갈고리마저 착한 사람이 돼서 거기 앉아 있어요. 그 인물은 악역으로 계속 갔어야 돼요, 그런데 그런 인물마저 개과천선을 한 겁니다. 모든 악인이 다 선인이 되는 거죠. 이건 참 욕심이 대단한 거 같아요.

 

정재형 : 그게 제가 센티멘탈한 세계관, 인생관이라고 보는 부분이고요. 좌익을 상징하는 아이의 노래와, 우익을 상징하는 아이의 노래가 서로 부딪치는데 한 소위가 그걸 ‘자, 이게 바로 화음이다.’ 정의를 하면서 ‘이게 얼마나 아름답냐’ ‘화음을 만들어내야 한다.’ 하며 화음, 하모니를 중시해요.

 

성진수 : 너무 닭살 돋아요.

 

정재형 : 어법을 분석해 보면 모순이 있어요. 지금 남북이 서로 대치하고 있잖아요, 그럼 이것 자체가 화음인 거겠네요? 현실을 긍정하라는 얘기랑 똑같은 얘기잖아요. 지금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대치하고 있는 상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자체를 화음으로 보고 하모니로 본다면 남북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 좋은 거겠네요?. 통일이 되는 게 좋은 게 아니라. 한 목소리가 되는 게 좋은 게 아니라, 화음 자체가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것이고, 그 상태가 좋다고 그러면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게 좋다, 라는 얘기로도 들릴 수 있는 것이죠. 근데 그런 얘기는 또 아니거든요. 통일이 돼야 한다는 얘기를 사실은 하고 싶은 거죠. 그러니까 그런 비유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순간적으로 와 닿지 않더라구요. 서로가 대치되고 있는 음이 그 자체를 화음으로 인정했는데 그럼 서로 대치되고 있는 남북의 정국을 인정해주면 그대로 있는 자체를 아름다운 하모니로 보면 된다? 이런 반문을 갖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비유도 적절치 않고 뭔가 하모니라는 자체를 이렇게 남북 이데올로기 집어놓고, 서로가 대립되는 걸 갖다가 하모니로 통일을 설명하다 보니까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다, 그런데 그걸 못 알아듣지 않거든요. 다 알아들어요. 그런데도 굳이 비유로서 설명하고 주입을 시키려고 하는 것들이 싫은 거죠, 그런 태도가. 더 깊이 있게 파헤치든가 해야 하는데 말이죠. 부분, 부분 보면 굉장히 와 닿는 것들이 있어요. 그런데 하나도 깊이 있게 파헤치지 않아요. 아까 말씀 나온, 한손에는 남한 국기 한 손에는 북한 인공기 두 개를 준비해서 왔다 갔다 하면서 결국은 좌익 활동을 한 순간에 국방군에게 걸려서 죽은 그 아버지의 이야기를 가지고도 두 시간짜리 영화를 할 수 있거든요. 그런 영화도 있고. 그렇다면 그 장면을 봤을 때 관객들은 와 닿거든요.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인간적인 서민의 모습을 읽을 수 있잖아요. 그렇게 순간순간 느끼는 부분들이 와 닿는 것은 있는데, 전체적으로 갖고 가는 주제는 깊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논리예요.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갈 데 없는 전쟁고아들이 멋진 하모니를 내서 전쟁 속에서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런 장면이 연출됐다는 게 메시지인데, 그 부분에 대한 깊이가 약하고 이념에 대한 것들이 단일한 주제를 방해하는 거죠. 그런 느낌을 갖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산만함을 많이 느꼈어요.

아까 말씀하셨던 프랑스 영화 <코러스>는 초등학교의 마티유 라는 아주 훌륭한 선생님이 노래를 통해서 희망을 심어줬던, 교사 영화거든요. 훌륭한 교사상을 심어준 영화고, 거기서 아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음악으로 개과천선도 되고 희망을 계속 갖고 변해가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여주는 영화인데, 그 주제가 명확하잖아요. 전쟁은 그냥 배경일 뿐이죠. 그런데 <오빠생각>은 전쟁이 배경이 아니라 실제로 주인공이, 군인이 이데올로기를 갖다가 계속 해소하려는 역할을 하려다보니까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않은 거예요. 그러다보니 주제가 산만해졌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박태식 : 그게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단점이고, 그래도 이제 이 영화의 장점들을 얘기를 하고 싶어요. 요즘 응팔(응답하라 1988)이라고 있잖아요. 옛날 얘기에 대한 것. 난 이 영화를 보면서 60대 70대들은, 실제로 전쟁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굉장히 동감했을 것 같아요. 거기 나왔던 전쟁고아들, 넝마주이들, 다리 밑에 사는 사람들, 또 전쟁 물자 빼가는 사람들 등.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우리 동네에 전쟁고아들 많이 살았어요. 걔네들이 깡통을 갖고 구걸하러 온다고. 그럼 우리 어머니가 거기다 밥을 넣어주고 그랬다고. 그리고서는 군대 문자를 빼돌린 게 이른바 ‘씨레이션 박스’라는 게 있어요. 아버지가 남대문 시장에서 씨레이션 박스를 사갖고 오면 그게 그날 잔치하는 거죠. 거기 보면 초콜릿도 있고 그래요. 그래서 나는 옛날, 과거의 자료를 준비를 잘 해서 잘 표현해서, 60, 70대 나이든 사람들한테는 꽤 정감 넘치게 가지 않겠는가 생각해요. 그리고 오히려 그런 분들한테는 ‘아, 정말 그때도 꿈이 있었지’ 라는 생각을 하게 할 거 같아요. 영화에 별이 자꾸 등장해요. 엄마, 아빠가 별이 됐지만 우릴 보고 있을 것이다 라고 하면서. 그래서 그런 분들을 겨냥했다면 노스탤지어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느 정도 과거에 대한, 향수에 대한 만족감도 줄 수 있을 것 같고. 근데 이걸 현재 60만 군인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으세요? 이게 보나마나 군대에서 이걸 돌아가면서 상영도 하고 그럴 거라고요. 아마 그것도 노렸을지 모르지요. 아마 군인들이 이걸 보면 뭐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정재형 : 전쟁은 무조건 없어야 된다는 메시지가 계속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겠죠. 본인들이 어쨌든 고생을 하고 있는 입장이니까. 국토방위를 위해 고생하는 군인 입장에서는 뭔가 그 나름대로 재밌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박태식 : 군인들은 이걸 굉장히 재밌게 볼 것 같아요. 군대의 질서를 희화적으로 그리면서, 어떨 땐 군인 정신도 있고 해서. 오히려 군인들을 대상으로 만들었다면 말이죠.

 

정재형 : 군인의 명령체계를 한소위가 거역하죠. 처음에는 민주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한소위가 상관의 명령을 거부하다가 혼나는 장면이 있잖아요. 교전지역으로 아이들 합창단을 보내려고 하는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장면은 쇼킹해요. 군인 장병들이 이 영화를 본다고 하면, 그런 부분도 와 닿을 거예요. 왜냐면 전시의 군대에서 명령 불복종이라는 건 있을 수가 없고, 현재의 군대도 마찬가지고, 그런 전통은 군대의 정체성이니까. 그런 부분이 군인들의 감성을 건드리겠죠. 그래서 많은 공감대도 있을 것 같고, 군인이란 신분이 얼마나 엄중한 것인가를 느끼면서 공감대가 많은 영화라고, 재밌게 볼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이 영화는 한소위의 영화다.’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봐요. 그러면서도 자의식적인 영화인 거예요. 제목이 <오빠생각>이잖아요. 한소위 과거의 트라우마는 오빠라고 항상 따르던 여학생과의 가슴 아픈 이별, 그 아이의 죽음이죠.

 

박태식 : 서울에 북한군이 왔을 때 동생이 우물에 갇혀서 죽었죠. 그래서 한 소위는 근본적으로 공산당이 싫은 겁니다. 자기 가족을 잃었기 때문에.

 

정재형 : 그 트라우마가 반복이 되고 있는 거예요. 싫은 전쟁을 수행해 나가야한다는 트라우마가 계속 실행돼 가는데, 그 트라우마를 계속 부추기고 자극하는 게 바로 동구와 동구 여동생의 오빠-여동생 관계죠. 이 관계가 마치 자기와 죽은 여동생의 관계로. 그래서 그게 바로 이 영화의 오빠생각인데, 그 얘기는 단편적으로 조금 나오기 때문에 제목은 오빠생각인데 과연 오빠생각이 뭐냐고 물으면 표면적으로는 실종돼있어요. 이면적으로는 한소위의 자의식 속에서 진행되고 있죠. 이 영화는 전쟁을 배경으로 하면서 개인의 트라우마를 파헤친 영화고, 그 트라우마는 또 다른 면을 갖고 있어요. 그게 저는 남성의 트라우마를 그리는, 퇴행현상하고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국제시장>에서 보이는, 마지막에 황정민이 어린애로 변해 아버지에 대해서 추억하고 ‘잘했죠?’ 하면서 퇴행한 현상을 보이잖아요. 이 영화가 그런 점에서 남성중심적인 이야기예요. 여성캐릭터는 무력화돼 있어요.

 

박태식 : 그러니까 고아성은 왜 나온 겁니까?

 

성진수 : 저도 사실은 질문하려고 그랬어요, 고아성은 뭐하나요?

 

박태식 : 역할이 분명치 않아요.

 

정재형 : 여성의 시각이 사라져있어요. 왜 그러냐 하면, 바로 오빠생각이기 때문에. 결국엔 제목으로 귀결이 되면서 한소위의 오빠생각이기 때문에, 한소위를 따르던 여동생에 대한 트라우마를 파헤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요. 그 부분은 심각해요. 저는 그것도 이 영화를 해석하는 하나의 주제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영화는 세 가지의 갈래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제목으로 인해서 빚어질 수 있는, 수렴될 수 있는 주제와 서사의 방향은 내면적인 오빠생각 서사가 한 축으로 있고요, 한소위의 내면의 서사죠. 이념에 대한, 이념을 갖다가 계속 중재하려는 한 소위의 서사가 있고요, 음악영화가 또 있는 거죠. 음악영화로서는 처음부터 끝까지를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거든요. 하나의 서사가 될 만해요. 결성 초기에 어찌어찌해서 이것이 형성되고, 우여곡절을 겪고 마지막에 미군들, 장교들 앞에서 멋있게 공연하는 엔딩으로. 이렇게 해서 하나의 완벽한 스토리 라인이 구축이 되죠. 세 개가 나름의 주제를 갖고 서로 실줄, 날줄로 얽혀있어요. 이것을 재밌게 볼 수도 있지만 상당히 혼란스러울 수도 있죠.

 

박태식 : 나는 오히려 이걸 재밌게 볼 수 있는 사람이 꽤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주말에 한 번 재미난 영화 보자 하면 와 나름 감동이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계속 허점들이 발견이 되니까 그게 좀 아쉬운 점으로 남는 거예요.

임시완은 얼굴이 좋더라고요. 이 배우가. 그리고 고아성이 등장하면서 무슨 역할을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고아성은 옆에서 그냥 환하게 웃고 있는 꽃입니다. 왜 이 일을 하냐고 물어봐요. 그런데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했어요, 고아성이? 유학 갔다 온 사람으로 나와요. 그 정보만 줘요. 아주 훌륭한 여성인데,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 노력한다. 그렇지만 왜 그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계속 끌려 다니면서 옆에서 반주하면서 환하게 웃고 말이죠.

 

성진수 : 그럼, 그냥 반주자 역할인건가요?

 

정재형 : 여성의 시각이 사라져있어요. 왜 그러냐 하면, 바로 오빠생각이기 때문에. 결국엔 제목으로 귀결이 되면서 한소위의 오빠생각이기 때문에, 한소위를 따르던 여동생에 대한 트라우마를 파헤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요. 그 부분은 심각해요. 저는 그것도 이 영화를 해석하는 하나의 주제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영화는 세 가지의 갈래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제목으로 인해서 빚어질 수 있는, 수렴될 수 있는 주제와 서사의 방향은 내면적인 오빠생각 서사가 한 축으로 있고요, 한소위의 내면의 서사죠. 이념에 대한, 이념을 갖다가 계속 중재하려는 한 소위의 서사가 있고요, 음악영화가 또 있는 거죠. 음악영화로서는 처음부터 끝까지를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거든요. 하나의 서사가 될 만해요. 결성 초기에 어찌어찌해서 이것이 형성되고, 우여곡절을 겪고 마지막에 미군들, 장교들 앞에서 멋있게 공연하는 엔딩으로. 이렇게 해서 하나의 완벽한 스토리 라인이 구축이 되죠. 세 개가 나름의 주제를 갖고 서로 실줄, 날줄로 얽혀있어요. 이것을 재밌게 볼 수도 있지만 상당히 혼란스러울 수도 있죠.

 

박태식: 문제적 여성상이죠.

 

정재형: 맞아요.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하게 정의롭고 훌륭한 여성이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존재할 수가 없는 여성을 그려놓고 활동하게 하니까, 그런 것들은 소홀한 묘사라고 얘기할 수 있고, 더 심하게 나아가면 페미니스트들은 남성의 시각에서 여자가 그렇게 기능하기를 바란다고 비판하죠. 남성시각에서 만든 인물로 치부할 수밖에 없겠죠. 또한 남성은 병들어 있죠. 전쟁의 와중에서 이념을 해소한다고는 하지만 본인 자체가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에 놓여 있는 거거든요. 그러면서 전쟁을 하면 안 돼, 그런 얘길 하고. 이런 것들이 이념의 주제로서는 혼란스러워요. 전쟁은 무조건 안 좋은 거야,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것이 감동적으로 오지는 않죠. 우화적으로는 고개를 끄덕거리지만.

전쟁은 없어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꼭 폭격이 일어나고 백병전을 해야 전쟁이 아니고 서로 싸우면 그게 전쟁이잖아요. 물리적인 전쟁만 전쟁이 아니라, 무형의 전쟁들이 계속 있잖아요. 지금 한일 관계도 그런 전쟁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아베의 국수주의적인 상황에서 우리가 위안부의 문제를 가지고 계속 공방을 한다든가, 그걸 가지고 국론이 분열돼 있다든가, 이런 것들은 전쟁을 하고 있는 상태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무조건 전쟁을 하면 안 된다는 논리로 치유될 수 있는가? 안 되거든요. 전쟁은 꼭 물리적인 것만 전쟁이라고 볼 수 없고, 실리가 존재하는 한 전쟁이란 것은 있는 건데, 그 전쟁을 현상만 보고 그런 현상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는 단순한 논리는 현실을 살아가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거예요. 센티멘탈한 얘기죠.

 

박태식 : 낭만적이죠. 나는 중간에 자꾸 별이 나오면서 별 봐라, 별 봐라 하는 것이 회피잖아요. 엄마, 아빠가 별이 됐으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별을 보면 마음이 위로가 된다, 그러면 결국은 현실에서는 없는 거예요. 그런 것들이, 감독이 프로인데…

 

정재형 : 저는 그게 센티멘탈한 대중영화로서 접근하고 있다, 그렇게 봅니다.

 

박태식 : 그런데 그것을 어떤 사람들은 재미나게 봤을 수 있겠지만요,

 

정재형 : <국제시장>과 비교하자면, <국제시장>은 이 영화에 비하면 센티멘탈한 티가 조금 덜해요.

 

박태식 : 난 <국제시장>하고 도낀 개낀인데요.

 

정재형 : <국제시장>은 현실적으로 그래도 다 보여주잖아요.

 

박태식 : 거기는 주제가 최소한 하나로 가지요.

 

정재형 : 분명하게, 일관되게 현실을 사는 논리를 보여주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우화적인 설정이 너무 많아요. 상황을 우화적으로 풀어내려고 하는 거예요. 초등학생 정도의 수준으로 현실을 설득시키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의를 달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전쟁이 나쁘다는 것에 대해 누가 이의를 답니까? 그런데 이게 성인들의 입장에서는 착잡하죠. <내부자들>이라든가 현실적인 영화들과 비교하면 센티멘탈한 그런 영화죠.

 

박태식 : <내부자들> 봤어요?

 

정재형, 성진수 : 네.

 

박태식 : <내부자들> 정말 재미나게 봤어요.

 

정재형 : <내부자들> 같은 경우에는, 몇 년 전에 있었던 그 사건하고 비슷한데?라고 관객들이 생각하죠. 현실을 상상력이 계속 연결시키는 과정과 함께 재밌게 보게 만들거든요. 그 영화 속에 나타난 건 환상적고 허구지만, 현실을 떠올리게 만들어서 사실적이라고 느껴지게끔 유도하죠. 그런 것은 똑같이 허구적이라 하더라도 현실을 끌어들이는 묘한 작용을 하는데 비해 이 영화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피하게 한다고 할까요? 자꾸 현실을 잊어버려, 전쟁은 나쁜 거야, 노래해, 화해해, 하는 구호들이 동화적이죠.

 

박태식 : 6.25전쟁이 동화처럼 느껴져요. 그 어려움 중에서도 너무나 아름다운 일이 있었어, 그 옛날에. 이렇게 끝이 나니까요.

 

정재형 : 감독을 나쁘게 폄하하고 싶진 않아요. 감독이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감독이 착하고, 순수하고 그런 마음을 중심에 두고 있는 건 분명하게 보여요.

 

성진수 : <완득이>도 사실 나쁜 캐릭터, 악한 캐릭터가 하나도 없었거든요.

 

박태식 : 그런데 <완득이> 같은 경우에 어쨌든 중심은 하나였고, 이야기가 심플하고 그 하나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가는 게 있어서 사실 그런 영화를 기대했었어요. <완득이> 같은 영화를.

 

성진수 : 사실 저는 영화를 안 봤지만, 두 분이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까 영화가 광고하는 것과 조금 다른 거 같아요. 광고로는 한 소위와 이희준이 연기한 갈고리라는 인물의 대립이 핵심 갈등일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들의 갈등이 핵심갈등이 아닌가 봐요?

 

박태식 : 너무나 많은 게 담겨 있어요. 그러니까 이희준이 나오면 ‘아 저 인물도 있었지’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갑자기.

 

정재형 : 이희준 캐릭터가 또 진지한 면을 보여주거든요. 그것도 하나의 주제죠. 동구의 아버지가 좌익 활동을 하다가 돌아가셨다, 그런데 사실은 그것이 이념의 갈등 때문에 희생된 서민적인 딜레마를 주는 죽음으로 기억된다면, 그 갈고리가 애들을 착취해서 벌어먹고 사는 나쁜 인간인데, 그 악이라는 것에 대해서 서민적이고 어느 부분에서는 인간주의적으로 설명을 해요. 그 부분만 보면 중요한 문제를 건드리고 있어요. 그것만 가지고도 두 시간짜리 영화가 나올 수 있는 거죠. 예를 들면 홍콩영화 <무간도>라든가 그와 비슷한 <신세계>라든가 조폭들이나 사회 불량, 악적인 존재들이 가지고 있는 선량함, 양면성, 서민이 가질 수 있는 그 양면성을 보여줘서 그 영화가 감동을 주듯이요. 이희준이라는 캐릭터가 그런 깊이를 갖고 있는데, 아까 말씀 나온 대로 마지막에는 그 합주단의 합주를 보면서 본인 손을 다 씻고 너무나 착한 사람이 됐어요. 그게 결함이죠. 마지막에 개과천선한 선량한 사람으로 바뀌는 것, 끝까지 가야 하는데. 그런 시각이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어른스럽지 못한 면이거든요. 동화로밖에 남을 수 없는 지점이에요. 건드릴 것은 다 건드렸는데.

그 부분만 딱 보면 찡하게 와 닿는 게 있어요. 그렇지, 저 사람도 죽지 못해 그러는 거지. 그 사람이 이런 대사를 하거든요. 한소위와 붙을 때, 한소위가 너 같은 놈은 정말 악인이야 하며 응징하려고 하는 순간, ‘내가 그나마 200만 전쟁고아를 거두는데, 내가 죽으면,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쟤네들은 좋겠네?’라고 하죠. 그러면서 어떤 장면을 보여주느냐 하면요, 애들이 울어요. 그 악인이 사라지면, 자기들을 구타했지만, 자기들에게 밥을 줄 사람이 없다, 이거죠. 왜? 그 당시에 어떤 사람도, 이승만대통령도 200만 고아에게 밥을 먹여주지 못했잖아요. 그런데 그 악당이 밥은 먹여줬잖아요, 착취하고 때렸지만. 그런 모순이 있잖아요. 그 틈새시장을 노린 장사꾼이잖아요, 걔는. 그런데 그걸 선악 이분법으로 딱 재단을 해? 그러길 쉽지 않잖아요, 인생이. 그런 심각한 딜레마의 모습을 보여주잖아요. 애들이 우는 모습을 전 그렇게 봤어요. 이희준의 표정과 애들의 우는 모습을 교차편집하면서 저는, ‘와 애들이 그 악인이 사라지는 것을 슬퍼한다’ 라고 생각했을 때 한소위의 딜레마가 펼쳐지는 거거든요. 사실 얼마나 대단한 장면입니까?

 

성진수 : 그런데 거기에서 영화가 더 깊이 들어가지 않고, 다시 다른 얘기로 돌아가나요?

 

박태식 : 거기에서 이희준이 코너에 몰려요, 결국엔. 위기에 몰리고 애들에게 폭력을 가하면서 내가 진짜로 그렇게 잘못했냐? 그런 독백을 하잖아요, 그때는 조금 어색했어요. 그러더니 나중에 그 거지 옷을 벗고, 양복을 쫙 입고 딱 앉아서 격려를 하고 그러는 걸 보니까, 나쁜 사람은 없구나.

 

정재형 : 선한 사람이 되죠. 그런 것들이 앞에서 서술했던 것하고는 전혀 엉뚱하게 가죠. 그 시기에 인간적인 면과 전쟁의 비극과 이런 것들을 정말 리얼하게 보여주려는 태도보다는 그냥 그런 배경으로 가는데, 결론은 순수하고 아름답고 악한 사람은 선하게 선도되고, 이런 식의 동화적으로 끝나는 거예요, 영화는. 아름다움과 순수함만 많아요.

 

박태식 : 동화죠. 그런데 손님이 조금 들고 있어요?

 

성진수 : 손님이 드는 것 같은데요. 주말에 예매 1, 2위를 한다고 하는 거 보니까요.

 

박태식 : 글쎄. 500만은 넘어야지요. 아무튼 조금 산만해. 한 번 보세요. 조금 산만한 편이에요.

그럼 이쯤에서 <오빠생각>에 대한 얘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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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성진수

등록일2016-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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