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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시내의 시네마 크리티크] 세월호에 대한 두 편의 에세이 ‘오, 사랑’과 ‘초현실’

지난 3월, 두 편의 영화가 극장 개봉이나 영화제 공개 방식이 아닌 IPTV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나 온라인 다운로드 사이트 등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그 이후 특별전 형식을 통해 극장에서 각각 한 번씩 관객들을 만나긴 했으나 여전히 두 영화를 만나는 주된 방식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관람 혹은 다운로드한 파일이다. 영화를 연출한 김응수 감독은 이러한 선택에 대해, 두 영화가 4월에 관객과 만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두 편의 영화는 <오, 사랑>과 <초현실>. 이들을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라고 간략하게 말할 수 있을 테지만, 두 영화는 사건이나 삶에서 이끌어낸 서사를 중심으로 영화를 구성하거나, 숨겨진 사실을 밝히고 세월호 이후를 추적하는 방식 모두와도 거리가 멀다. 이 영화들의 형식에 이름을 붙여 이해해야 한다면, 에세이가 가장 적합한 방식일 것이다.

<오, 사랑>은 컴퓨터 가게를 운영하는 J의 이야기로, 그는 어느 날 다른 지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가 옆자리에 앉은 남성이 달고 있는 노란색 카네이션을 보며 세월호 사건을 다시 떠올린다. <오, 사랑>이 세월호 사건을 외부에서 바라본 J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영화라면, <초현실>은 2014년 4월 16일 당시 세월호 탑승자였던 단원고등학교 2학년 5반 김건우 학생의 아버지 김광배씨의 모습을 담고 있다. 내부와 외부로 나뉜, 그러나 결코 완전히 동떨어져있다고 말할 수 없는 두 영화 모두를 이끌고 영화의 시간을 지속시키는 건 ‘누군가의 마음’이다. 곤궁함과 곤란함, 미안함과 원망, 욕망과 절망,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렵고 해소되지 않는 마음이 뒤엉켜 영화를 붙든다. 질문과 대답 사이에 일상과 여정 사이에 현실과 상상 사이에 그리고 여기에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에 서성이는 마음이, 이 마음을 해명하여 종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영화를 힘겹게 이끌어간다. 

  
▲ <오, 사랑> (2018)
 
오, 사랑. 너는 날아다니겠지.

<오, 사랑>의 J에게 세월호 사건은 불편한 진실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지나갔다고 생각했으나 지나가지 않은 것, 알고 있어도 모르는 듯 행동할 수 있는 것이었다. 문득 목격한 노란색 카네이션을 보며 불편함을 느끼지만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를 때, J는 사랑을 떠올린다. 나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J의 일상을 지나 어딘가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바라본 풍경, 세찬 바람이 부는 팽목항, 거기 매달린 노란 리본들, 기억의 숲과 같은 이미지들이 번갈아가며 화면에 등장한다. 사람들은 바람 부는 항구를 찾고, 곧이어 영화는 광화문으로, 유족들의 이야기를 듣는 정치인에게로, 또 인양된 세월호를 찍는 기자에게로 시선을 옮기지만 이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어떤 곤궁함이다. 알고 있다는 것의 곤궁함, 법의 곤궁함, 강렬한 환상으로 지탱되는 현실을 사는 것의 곤궁함, 거기에 없는 것을 바라보아야 하는 곤궁함과 같은 것.

영화는 그 곤궁함을 넘어갈 수 있는 언어를 발견하거나,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곤궁함과 불편함을 끈질기게 응시하며 사랑에 대해 또 말하고 다시 말할 뿐이다. 그러는 동안 <오, 사랑>이 불러일으키는 질문을 거칠게나마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말하고 싶어진다. 광화문 광장에 걸린 희생자-미수습자들의 사진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무엇을 바라보고, 또 마주보고 있는 것일까. 사진에 찍힌 이들과 그것을 보는 이들의 거리는 얼마나 먼 것일까. 버스 옆자리에 앉은 J와 노란색 카네이션을 단 남자는, 그러니까 허리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앉아있지만 결코 서로를 끌어안을 수 없는 거리에 있는 두 사람은 얼마나 가까이 혹은 얼마나 멀리 있는 것일까. 바람에 흔들려 끝나지 않을 것처럼 계속되는 방울 소리가 그러한 질문들을 힘겹게 감싸고 있다. 대답하는 것은 곤란하다. J는 끝내 바람 부는 항구에 설치된 우체통에 넣을 엽서에 아무것도 쓸 수 없다. 그 곤궁함을 생각하며 씹어 삼키는 사랑, 소화할 수도 다시 뱉을 수도 없는 사랑, 겹쳐지지도 헤어지지도 못하는 사랑에 대해 말하고 생각할 수 있을 뿐이다. 

넌 떠날테니까.

<초현실>은 어느 대학교의 MT 풍경으로 시작한다. 학생들이 모여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침묵과 음악이 번갈아가며 영화의 사운드를 구성하는 가운데 자막을 통해 어떤 편지가 한 문장씩 화면에 등장한다. 편지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쓴 것이다. 아들은 우석대학교 상담심리학과에 다니는 김건우군. 아버지에게 그는 있고도 없는 존재이다. 내용을 통해 짐작할 수 있고 또한 영화 외적인 정보로도 알 수 있는 것은 김건우군이 이 학교에 영혼입학을 했다는 사실이다. 극성스러운 아버지는 아들이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지 궁금해 MT에 따라왔지만 편지에는 “또 너를 잃을까봐”와 같은 내용이 쓰여있다. 보고 싶고 사랑하고 안고 싶은 아들. 아들은 어른이 되어 곧 아버지의 품을 떠날 것이다. 영화는 MT에 참석한 아버지의 모습과 학생들의 모습을 기록하는 가운데 아들을 느끼고, 아들이 없는 현실을 감당해야 하는 아버지 김광배씨의 편지를 천천히 따라간다.

  
▲ <초현실> (2018)
 
영화가 불러일으키는 분명한 슬픔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취하는 태도가 ‘유가족’의 슬픔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는 식의 것은 아니다. 혹은 반대로, 세월호 이후 죽음과 부재의 한가운데를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비통하고도 차분한 어조로 써내려가는 형식의 글과 같은 방식도 아니다. 놀라운 건 그 비슷한 것들이 한데 모이고 엉켜 영화를 구성하고 있으며 그 결합의 방식이 다시 떨어뜨리기 어려울 정도로 필연적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상하게도 잊기 어려운 장면이 있다. 어느 강사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모여 앉은 학생들 사이로 보이는 아버지 김광배씨를 찍은 반복되는 장면이다.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가는 듯한, 종종 고개를 떨구고 울음을 참는 듯 보이는 그의 모습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이 장면들을 가득 매우고 있는 학생들의 깜빡이는 눈을 잊기 어렵다. 여기에 <오, 사랑>의 언어를 빌려서 보고, 보고 싶어하고, 보지 못하는 것의 곤궁함이라는 설명을 덧붙여볼 수 있겠지만 그러한 설명들 역시 곤궁하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영화의 마지막 10분, 현실의 소리가 마침내 켜졌을 때 “무엇이 현실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던 아버지는 건우에 대해 이야기하는 학생들과 함께 잠시 현실의 시간에 돌아오는 듯 보인다. 이 장면이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 잠깐 현실의 안도감 같은 것을 주는 듯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목소리를 우리는 암전된 깜깜한 화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화면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다. 

두 영화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무엇인가. 혹은 보여주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보이는 것과 보고 싶은 것 사이에서 무언가 볼 수 없고 무언가 여기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해 봐도 괜찮을까. 세월호 이후의 세상과 그것을 어떻게든 끌어안으려는 영화에 덧붙여보는 말들은 때로 무력하고 곤궁한 것이다. 대신 두 영화가 제시하는 어떤 ‘사이’에서의 안간힘을 느끼고 우리 역시 그 사이로 다시금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당도한 <오, 사랑>과 <초현실>에 대한 응답일 수 있다는 말을 간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없지만 동시에 있다는 말은, 그러니까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들은 세상에 없지만 동시에 존재한다는 말은 얼마간 감동적이지만 그를 감동적인 수사로만 사용하는 것은 현실의 위태로움과 소화할 수도, 다시 뱉을 수도 없는 사랑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 정리해버리는 일임을 두 영화는 알고 있다. <오, 사랑>과 <초현실>은 두 영화의 화자가 그러하듯이 ‘사이’의 공간과 시간을 끝내 버틴다.

글 : 손시내
2016년 영평상 신인평론상 수상. 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에서 활동 중.

* 글 출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르몽드 시네마 크리티크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List.html?sc_sub_section_code=S2N40&view_typ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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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서성희

등록일2018-10-09

조회수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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