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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재개봉작] <누명>: 욕망과 죽음의 진혼곡

 
 

2018년 6월 5일 재개봉


최근 헝가리 영화의 약진이 눈부시다. 개인적으로 2017년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하는 헝가리 영화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Testrol es lelekrol, On Body and Soul, 2017)는 육체적, 정신적 장애를 가진 남녀가 소통에서 운명적 사랑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깊이 있는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다. 헝가리 영화 <어쩌다 암살클럽>(Tiszta szivvel, Kills on Wheels, 2017)도 장애인 킬러의 탈주와 만화가의 내적 승화를 보여주는 독특한 액션영화로 즐거움을 주었다. 

이번에 재개봉되는 <누명>(A martfui rem, Strangled, 2017)은 젊은 여성의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영화로 헝가리 스릴러 영화의 장르적 컨벤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1957년 큰 신발공장이 세워져 있는 작은 마을 마르푸에 젊은 여자 변사체가 나타나고, 그녀를 짝사랑해온 신발공장 직원 레티가 용의자로 체포된다.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 죄책감, 자포자기 심정에 있던 레티와 사회주의의 위대성을 보여주려는 검사의 합작품으로, 레티는 범인으로 조작되어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7년이 지난 후 평화롭던 마을에 젊은 여자들의 변사체가 연이어 발견되면서 마을은 연쇄살인의 충격과 공포로 뒤덮인다. 시르머이 검사가 연쇄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중 7년 전 레티 사건의 문제점을 발견한다. 하지만, 시르머이는 사건을 숨기려는 당국과 함께 담당검사였던 스승, 베테랑 보타 형사와 갈등을 겪게 되면서 난관에 부딪힌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사회주의 유토피아 건설을 위해 법 집행에 있어서 실수가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사건을 은폐하려는 당국과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검사 사이의 대립을 보여준다. 

  
 

연쇄살인범은 살인과 성욕의 결합을 보여준다. 치마를 걷어 올려 다리를 보여주는 장면, 하늘거리는 치마 너머로 들여다보이는 다리의 실루엣, 몸의 윤곽만 보여주는 어두운 조명 등이 젊은 피해 여성에 대한 관음증적 시선을 보여준다. 살인자가 희생자를 안고 있는 장면은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마치 남자가 사랑하는 연인을 안고 있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이런 살인자의 시선을 통해 살인자가 성도착증 환자이며 여성에 대해 이룰 수 없는 일그러진 욕망이 살인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정보를 제공한다. 

  
 

스릴러 영화의 세 축은 살인자, 희생자, 수사관이다. 희생자를 쫓는 살인자의 시선에서 공포를 느끼고, 살인자를 쫓는 수사관의 시선에서 긴장감과 스릴을 느낀다는 점에서 시선이 중요하다. 이 영화에서는 위태롭게 걸어가는 희생자를 따라가는 살인자의 차가운 시선과 그의 손에 든 흉기로 관객이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살인 장면은 어두운 거리에서 뒤를 돌아보는 불안한 표정의 희생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하는 표정의 희생자, 갑자기 나타나 흉기를 휘두르는 살인자,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희생자를 보여준다. 이때 관객은 정보의 제공으로 인한 긴장감과 정보의 지연으로 인한 놀람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당신은 죽어도 모를 거야. 살인의 맛!”과 “살인, 모르는 게 나아. 역겹거든!”의 논리가 대치된다. 용의자와 수사관의 추격 장면은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으로 긴장감과 스릴을 느끼게 만든다. 특히 용의자가 쫓기다가 절벽에 다다른 장면에서는 익스트림롱숏으로 전체 상황을 인지하게 한다. 

  
 

피해자는 분홍색 꽃무늬 치마, 밝은 색 블라우스, 긴 갈색머리 여성으로 붉은색 구두를 신고 있다. 그래서 유사한 이미지의 여성이 나타날 때마다 관객은 죽음의 냄새를 맡게 된다. 반면에 살인자는 발, 다리 등 신체의 일부분만 보여주고 오토바이 헬멧 속에 자신의 얼굴을 숨기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공포감을 느끼게 만든다.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익숙하고 가까운 누군가가 살인범일 수 있다는 생각이 인물들을 더욱 떨게 만든다. 피해자와 살인자의 이미지가 반복됨으로써 관객이 미리 인지하게 되어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피해자는 살인자의 시선에 완전히 노출되지만 살인자는 보이지 않는다는 정보의 차이로 인해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누명>은 긴박한 전개와 함께 억압적이고 폐쇄적인 사회주의 사회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젊은 여성의 살인으로 파헤쳐지는 권력과 자본의 이면을 보여주는 헝가리 영화 <부다페스트 느와르>(Budapest Noir, 2017)와 이 영화는 살인과 체제를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또한 이 영화는 젊은 여성들의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충격 범죄 실화 영화라는 점에서 <살인의 추억>과 많이 닮아 있다. <살인의 추억>은 붉은색 옷을 입은 희생자의 죽음, 살인사건과 정치권력의 상관관계, 선악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인물, 미해결 상태의 결말을 보여줌으로써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누명>도 꽃무늬 옷을 입은 희생자의 죽음, 살인사건을 통해 드러나는 권력의 이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작품은 마지막에 범인을 잡음으로써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는 점에서 장르적 컨벤션에 보다 충실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재개봉일 : 2018년 6월 5일(화) 오후 7시
장소 : 이봄씨어터 (신사역 가로수길_문의 : 070-8233-4321)

사진 출처: 네이버 - 영화 - 누명 - 포토

글: 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기획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미디와 전략』, 『영화와 N세대』등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장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 글 출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르몽드 시네마 크리티크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List.html?sc_sub_section_code=S2N40&view_typ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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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서성희

등록일2018-10-09

조회수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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