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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용의 시네마 크리티크] 세드릭 히메네즈 감독의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 - 프라하의 학살자 하이드리히 암살 작전


프랑스 출신 세드릭 히메네즈 감독의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 123분, 2017>는 로랑 비네의 공쿠르상 수상작 <HHhH>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히믈러의 뇌는 하이드리히를 가르킨다’라는 뜻의 이 소설은 히믈러의 수족이 되어 ‘금발의 짐승’, ‘프라하의 학살자’라고 불리던 나치 친위대의 2인자이자 제3제국의 인간 사냥꾼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제이슨 클락)의 유태인 말살작전과 이에 맞서는 체코 독립군의 암살작전(유인원 작전)을 그린 영화이다.

프롤로그는 비들기가 나르는 평화로운 거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가정의 절정의 행복감을 빠르게 스케치한다. 영화는 ‘왜, 어떻게 한 인간이 광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배경이 스쳐 지나가면 흐릿한 군인의 모습, 나치문양, 제복을 입은 하이드리히의 모습이 또렷해진다. 1942년 5월 27일, 영화는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 현장감을 살리는 핸드 헬드 카메라 기법으로 장르적 나치즘의 익숙한 풍경을 빠르게 전개시킨다.

 

해군 장교인 하이드리히는 청년장교 시절의 염문설로 강제 전역에 직면한다. 절망을 안은 그에게 댄스파티에서 우연히 만났던 나치당 신봉자 리나(로자먼드 파이크)가 접근하여 나약함을 질타한다. 그녀는 목가적 풍경을 즐기면서도 히틀러의 「나의 투쟁」(Mein Kampf)을 읽어보라고 권유하는 등 하이드리히를 조련해 간디. 리나는 권력욕 구현을 위해 그의 아내가 된다. 친위대장 히물러를 만나러 가는 하이드리히 앞에 비상하는 독수리의 인서트가 인상적이다.

 

친위대장에게 소개되고, 직감과 지식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나치당에 충성을 맹세하겠다는 하이드리히의 열의는 정적에 대한 정보를 캐고 있는 히물러를 만족시킨다. ‘수정의 밤’ 척살로 하이드리히는 총통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다. 영화는 전쟁의 광기가 널 부러진 가운데 통제되고 밀폐된 미세한 평화의 움직임들을 듬성듬성 심어 놓는다. 영화 속 영화관에서 보이는 흑백영화의 채플린, 제한된 파티, 감정 없는 행위와 감시, 불안한 상황들이 상존 한다.

 

방대한 분량의 원작을 소화해 내기 위한 영화적 장치가 곳곳에 깔리고, 전쟁과 평화에 해당되는 ‘칼과 국화’의 비유가 이 영화에서는 ‘칼과 음악’으로 환치된다. 체코 총독이 되는 등 하이드리히의 지위가 높아갈수록 유태인들, 유태인 피가 섞인 사람들, 이민족들은 인종청소의 대상이 된다. 하이드리히의 성격을 드러내는 펜싱 경기, 전투적 섹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즐기는 이중적 장면 등은 불행한 시대가 만든 참혹한 인간군상을 증거 한다.

권력에는 은밀한 지원군이 필요하다. 나치즘의 광기는 정적들에겐 공포의 대상이 되고, 노동자를 보호하는 유일한 정당임을 내세우는 공산주의자들을 반동분자로 몰아간다. 거리마다 선동과 행렬이 나치를 칭송하고, 아이들까지 동원되어 나치즘을 학습하는 지경에 까지 이른다.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여 친위대 그룹은 게르만족의 우수성을 주장하고, 유태인을 주적으로 삼아 처형하고 정화하는 일을 권력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삼았다.

 

1939년 9월, 폴란드가 침공되고 나치의 국방군과 친위대가 벌인 참혹한 대학살의 증거가 기록영상에 걸린다. 이념적 헌신과 정예부대의 신성한 선서를 따르라는 하이드리히의 지침에 따라 자행되는 학살극은 반대에 부닥치지만 치명적 약점을 잡힌 장군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일들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아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하이드리히의 모습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 이 때, 보헤미아-모라비아의 총독에 임명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1942년, 체코를 점령한 후 하이드리히는 슬라브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게르만화가 가능한 나라라고 판단한다. 그는 유대인은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고, 체코 레지스탕스는 즉시 해체할 것과 임금인상을 약속한다. 그는 베를린과 빈 사이에 있는 프라하를 유대인 없는 첫 번째 도시로 만들기 위해 특수 유대인학살부대 아인자츠그루펜은 대규모의 학살을 자행한다. 낙하산병 체포를 위해 거액의 보상금을 걸고 리디체를 급습, 마을을 불태우고 학살을 자행한다.

잦은 출장과 비밀스런 일에 몰두하는 하이드리히의 행위에 화가 난 리나는 투정해보지만 인간 백정으로 변한 남편은 냉정하게 자제를 부탁한다. 아들은 피아노를 치고, 남편은 바이올린을 켠다. 리나가 군인들 사이를 지나는 뒷모습을 보인다. 클로즈업된 하이힐이 리나의 심정을 대변한다. 사연을 건너 뛰어 이미 1942년 1월 20일, 반제회의는 유태인 말살을 획책하는 국가별 유태인 색출작업과 아우슈비츠라는 가공할 반인륜적 범죄의 시행을 획책하고 있었다.

 

6개월 전, 런던의 체코 망명정부는 망명한 체코 군인 중 낙하산병을 선발하여 프라하의 총독 하이드리히 암살작전을 지시한다. 체코 레지스탕스 ‘쓰리킹즈’의 지휘로 요제프 가브치크(잭 레이너)와 얀 쿠비시(잭 오코넬)는 플젠의 설원에 낙하한 뒤 협력자들의 도움으로 하이드리히의 동선을 파악하고 홀레쇼비체 커브 길에서 총독 암살에 성공한다. 가브치크의 기관총이 작동하지 않자 얀 쿠비시가 폭탄을 던져 하이드리히는 치명상을 입고, 마침내 사망한다.

작전을 마친 칠인의 낙하산병들은 카를로 보로메오 정교회 성당 지하실에 모여든다. 그 중 카렐 추르다가 현상금에 눈이 멀어 대원들을 밀고하면서 작전은 비참한 종말을 맞는다. 친위대에게 포위된 채, 성당에서 최후의 항전을 벌이던 대원들은 둘 만 남게 되고, 차오르는 물 속에서 마지막 한 발씩을 스스로에게 겨냥하여 장렬한 죽음을 맞는다. 엔딩 크레딧이 뜨면서 그들이 독립군에 가담하는 장면을 담고 영화는 종료된다.

체코 독립군의 저항과 용기에 집중한 감독의 입장은 단호하다. “상황이 힘들다는 이유로 야만성이나 잔혹함을 받아들이고 핑계 삼아선 안 된다.” 영화는 기획된 2차 세계대전의 서막과 권력 유지를 위한 학살극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종료된다. 나치에 대한 보복이나 연합군에 의한 광복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숱한 독립군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함이다. 절대적 충성과 복종을 강요하는 독일군과 자유의사로 저항한 독립군의 대결은 관심 대목이다.

 

하이드리히 역의 제이슨 클락의 연기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영화의 전체를 압도하는 연기력과 자신의 배역에 대한 완전한 몰입과 공연자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내었다. 시대적 배경을 담보하기 위한 부다페스트와 프라하의 건축들이 35mm필름에 담겨 분위기적 질감을 연기해 내고 있고, 상류 사회를 묘사하는 웅장한 느낌과 독립군을 포착하는 카메라는 다큐멘터리 촬영 스타일에 가깝다. 크리스 딕킨스 편집 기법과 기욤 루셀의 음악사용도 현란하다.
영화는 자신의 독창적 영화언어로 체코 독립과 독립군을 돕다가 자결하거나 강제수용소나 가스실에서 희생당한 숱한 사람들을 기억해야한다는 사명감을 보여준다. 감독은 나치 체제를 약화시키는 전환점이 된 암살 작전에서 건조함과 학살이라는 공포의 격함과 그 간극을 메꾸는 방편으로 현지인 레지스탕스 안나(마아 와사코우스카)와 사랑에 빠지는 독립군 ‘얀 쿠비스’와의 이룰 수 없는 러브 스토리를 설정하기도 한다.

세드릭 감독은 할리우드 진출작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에서 음악 다큐의 연출 감각과 <프렌치 커넥션: 마약수사>(2014), <해커스>(2012)같은 액션 장르에서 쌓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는 전범들의 잔학한 행위들을 용서하거나 잊지 않기 위해 하이드리히가 대학살을 기획하며 악마화 하는 과정을 참혹하게 그려낸다. 영화는 단란했던 가장이 불량한 믿음으로 세상을 광기로 몰아넣어 파괴, 파멸, 대학살을 주도 할 수 있음을 일깨운다.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는 오로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우리 독립군의 고난과 희생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이다. 상해 임시정부, 무장투쟁과 암살, 광복군의 활약과 접선, 독립군 가족들과 지인들의 수난, 일제의 방화와 숱한 만행, 학살 수법 등 유사점이 많다. 우리영화들이 조국 독립을 위해 희생당한 이름 없는 영웅들을 기억하고 기리는 방법은 이런 유(流)의 영화들을 지속적으로 창작해 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는 훌륭한 교본이다.

글: 장석용
영화・무용평론가, 시인, 중앙대・동국대 대학원에서 영화전공,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한국영상작가협회 회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역임, 르몽드 영화평론상・PAF 영화평론상・한국문화예술상 수상, 서경대 대학원 문화예술학과 출강, 이태리 황금금배상・다카영화제・네팔 인권영화제・부산국제영화제・대종상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 글 출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 르몽드 시네마 크리티크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9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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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서성희

등록일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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