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성 : 최동훈 영화의 매력은 그 많은 인물들을 누구 하나 소외시키는 법 없이, 현란한 편집과 시간 배치의 쾌감 안에서, 그러니까 그 복잡한 서사의 결 안에 유효하게 녹여내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거꾸로 말해 생생한 서사의 호흡이 곧 다양한 캐릭터가 악전고투하는 풍경 자체인 거죠. 예를 들면 이런 거에요. 하나의 작전이 주어집니다. 거기에서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모여듭니다. 그런데 이들의 협력은 임시적이에요. 그들의 목적이 단합이 아니라 단합으로 얻을 이득이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긴장이 발생합니다. 이득을 위해 임시로 묶인 그들의 협력은 그러나 이득이 흔들리는 것과 동시에 서서히 와해되기 시작하는 거죠. 세련된 단서와 가면에 가려진 캐릭터의 욕망과 그것들이 합쳐지거나 충돌하는 일련의 타이밍이, 관계의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것은 물론입니다. 와해되는 관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배신, 음모, 욕망, 반전 등의 이름으로 캐릭터가 극화되고 결과적으로 복수의 서사가 완성되죠. 저는 이것이 최동훈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